이중생활자 안전가옥 앤솔로지 10
최현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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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톤 행성에서 온 칼-엘은 클락크 켄트라는 이름의 평범한 학생으로 어른이 되어서는 신문기자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재난이 발생하여 사람들이 위기에 봉착하게 되면 클락크 켄트는 초능력을 가진 영웅 슈퍼맨으로 변신한다. 사람들은 위기 때마다 나타나서 악당들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해내는 이 히어로에게 열광한다. 아마도 우리가 이런 히어로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겉으로 보이는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비범함 때문은 아닐까? 안전가옥 앤솔로지 [이중 생활자] 속에는 이렇게 본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여러 다양한 인간 군을 보여준다. 이중 생활자라는 테마에 꼭 들어맞는 스파이 이야기부터 남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을 몰래 숨겨주는 한 엄마의 이야기까지, 시종일관 아슬아슬하고 비밀스러운 매력을 보여주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이중 생활자] 속으로 들어가 본다.

첫 번째 이야기 " 열일곱 여름 전쟁"에서 명국에서 적국 암국으로 파견된 군인 영은 몸속에 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생체 폭탄을 가지고 있다. 명국에는 디지털 필드 안에서 데이터를 변환하여 사물의 원형을 이리저리 바꿀 수 있는 능력자, 데이터 디스펜서들이 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데이터 디스펜서들을 죽이는데 영의 목표이다. 그러나 데이터 디스펜서인 이비와 한 팀이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비에게 정이 들어버린 영. 과연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열일곱이라는 그 순수한 감수성이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대단히 안타까웠던 작품. 전쟁 이데올로기 속에서는 그 누구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이야기 "드림 센스"에서 주인공 설이는 맥이라는 동물에게 물리면서 귀 뒤에 더듬이가 생긴다. 이후로 그녀는 남의 꿈을 볼 수 있고 그 꿈과 소통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아이들에 의해서 불을 뿜는 새, 즉 화식조라는 별명을 갖게 된 담임선생도 자신과 비슷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네에 알 수 없는 병이 돌고, 같은 학급 친구 도윤이가 결석을 한 날, 걱정이 되어 도윤이 집을 찾은 설이는 화식조와 만나게 되고 그가 도윤이의 꿈을 잡아먹으려고 온 두억시니를 막으려 왔다는 걸 알게 되는데...

꿈을 보고 꿈과 대화하는 신비로운 주인공 설이와 엄격하지만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는 교사 화식조와의 티키타카가 매력적이었던 작품. 우리 청소년들로부터 꿈을 빼앗아가는 사회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았다.

네 번째 이야기 "부처핸접" 에서 주인공 지거는 작은 절 학선사에서 어머니와 다름없는 주지스님 법해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절과 절 자리를 빼앗으려는 한 사악하고 간교한 기업 대표의 계략에 빠져 주지스님이 강원랜드에서 5억이라는 큰돈을 탕진하게 된다. 고민에 빠져 있던 지거는 얼마 전 템플스테이를 다녀간 무량과 매니저 주연을 통해 랩 경연 프로그램인 [샤워 미 더 머니]의 1등 상금이 5억 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대회에 참여하게 되는데... 한편, 치매로 인해서 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는 반복하는 주지스님은 악귀들에 의해서 절이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소리를 자꾸 하시는데 과연 이 절에는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 걸까?

스님과 힙합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으나 대단히 시너지 효과가 있었던 작품. 라임을 딱딱 맞추는 힙합과 불경이 만나서 악귀를 쳐부수는 장면이 정말 압권인 이야기이다. 이야기 내용 자체가 굉장히 리듬감 있게 느껴졌다.

한물 간 일본 호스트를 연기하는 한 개그맨의 인기가 떨어질 줄을 모른다. 부캐가 본캐를 압도하는 시대가 왔다. 여러 다른 페르소나를 가진 사람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질 그 자체가 다면적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낮에는 아이들과 씨름하는 공무원이다가도 밤에는 압정으로 두억시니를 물리치는 전사와 불경에 비트를 얹어서 요괴를 처단하는 스님이 등장하는 이야기들. 대단히 재미있었고 대단히 신선했다. 우리에게는 스스로가 모르는 어떤 능력이 숨겨져 있지도 모른다는 사실!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속담을 문득 생각나게 만든 앤솔로지 [이중 생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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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웹소설을 말할 때 알아야 할 것들
이융희 지음 / 요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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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칠 수 있는 이론, 가르칠 수 없는 기술

웹소설 교육 현장에서 웹소설을 다시 생각하다

예전에 웹소설에 푹 빠져있는 대학 후배와 만난 적이 있다. 눈물이 맺힌 빨간 눈동자를 한채 왔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새벽에 웹소설을 읽느라 잠을 못 잤다는 것이었다. 편견과 선입견을 갖지 말고 우선 한번 읽어보라는 후배의 말은 그냥 흘러 들었었다. 웹소설은 다소 생소한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전에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공전의 히트작을 만나게 되었고 미친 듯이 빠져들었는데, 그 드라마의 원작이 웹소설이었다니?! 그 뿐만 아니라 요즘 나오는 장르소설 중 않은 신작들이 웹을 기반으로 창작된 작품을 다시 종이책으로 발간한 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도대체 웹소설이 무엇이고 매력이 뭔지 알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 " 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를 만나게 되었다. 웹소설 작법 위주의 실용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책이었다. 어떻게 보면 논문을 책으로 다시 편집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 이융희씨는 2006년에 소설 " 마왕성 앞 무기점" 을 출간하고 이후 장르 관련 글을 쭉 쓰고 있고, 한국 판타지 소설을 주제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래서 지식의 넓이와 깊이가 남달랐구나 싶다. 현재 대학에서 웹소설과 장르 관련 강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맡고 있다 한다. 놀란 것은, 웹소설을 가르치는 대학이 있다니 ( 내가 너무 무식하다는 생각 ) 그리고 이제 웹소설은 사회 현상을 넘어서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달까?

이 책은 웹소설이라는 주제를 넓고 깊게 파고든다. 웹소설의 본질, 즉 웹소설이 과연 무엇인가? 에서부터 웹소설의 기원, 즉 이 장르가 생기게 된 사회적 역사적 배경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웹소설의 가치는 뭐고 좋은 작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웹소설에 대한 강의에서 주로 어떤 내용을 가르치고 있는지까지 제시한다. 웹소설이라는 현상이자 문화를 매우 다각도로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내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현재 대학에서 실제로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이기에 탄탄하고 체계적인 강의 커리큘럼이 필요했다고 느꼈을 것이고, 이 책이 그 피와 땀의 결정체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큰 흐름을 잡아가는 이론서이자 실질적인 작법으로까지 연결되는 충실한 책이라고 하겠다.

“ 그러나 웹소설은 하루에 한 편 연재되며, 독자들의 댓글 반응이 좋지 않으면 24시간 이내에 내용을 A/S 하지요. 그렇다보니 소설의 내용은 작가만의 생각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독자들이 소설에 바라는 욕망이 즉각적으로 포함되고, 동시에 그것이 다시 작품이라는 콘텐츠에 흡수되지요.”

그렇다면 웹소설이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의도대로 완결되어 나오는 종이책과 달리 웹소설은 그날 그날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수정까지 하는, 즉 독자들의 반응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분야였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쌍방향 시스템이랄까? 넷플릭스에서 본 한 영국 드라마에서 독자들이 선택하는 결말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구조를 봤었는데, 웹소설에서는 이미 시작된 현상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독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소비패턴과 문화적 형상을 해시태깅해 소비함으로써 텍스트의 장르의 바꾸는 시대가 된 것이다.

“ 대학이라는 공간의 제도적 문제 때문이기도 합니다. (...) 강사들은 커리큘럼을 짤 때 학생들의 역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받았는지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복된 커리큘럼을 교육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을 완비한 컨트롤타워가 역량 있는 사람을 제 공간에 배치해야만 합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통틀어 글쓰기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나 기관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웹소설이라는 특정 분야를 가르치는 학과가 대학에 있다는걸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가진 특수성 ( 게임 산업, IT분야 발달 ) 덕분에 웹소설 분야가 발전했고 그런 문화를 누린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웹소설을 소비하는 주체이자 창작하는 주체가 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웹소설 분야와 산업은 쑥쑥 성장하고 있는데 작가나 비평가 등등 웹소설에 대한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아직 빈약하고 앞으로도 더 보충해야 할 분야임을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데 매우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전문적이고 깊이있었던 책 [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웹소설이라는 우물만 수십년 파온 저자의 내공이 느껴졌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체계적으로 강의 커리큘럼이 짜여져 있다면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만족감도 굉장히 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 책을 읽기 전과 책을 읽고 난 후 웹소설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뀐 느낌이다. 나름 엘리트인 후배가 웹소설에 빠져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웹소설은 여러 정체성을 거치면서 발전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웹소설이라는 바다에 풍덩 빠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책 [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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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직장인의 자취 요리기 - feat. 1평 좁은 주방
한태희 지음 / 지콜론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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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촉박하게 흘러가는 직장인이라 충분한 요리 시간을 낼 수 없다? 혼자 살고 있기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책 [고독한 직장인의 자취 요리기]를 꼭 읽어봐야 한다. 집에 있는 재료로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들, 가성비도 높고 맛도 있는 요리들이 빽빽하게 책 내용을 차지하고 있다. 직장을 다녀온 후 바로 선 자리에서 뚝딱뚝딱 만들 수 있고, 사진만 봐도 군침이 흐르는 음식들이 책에 소개 되어 있다. 내 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훌륭한 레시피 북 [고독한 직장인의 자취 요리기]로 들어가본다.

저자 한태희씨는 어느 정도 요리와 음식에 일가견이 있어야 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만든 요리들은 어떤 재료를 어떻게 섞으면 맛있을 지 알고 만든 것으로 보인다. 본격 요리책인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저자의 소소한 일상과 과거 경험들이 잘 익은 고등어찜 속에 들어있는 묵은지처럼 잘 섞여 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장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이라면 백번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많이 실려 있다. 우선 1장의 제목은 "퇴근 후, 나를 위한 소중한 한 접시" 이다. 어릴 적에는 교회에 다니며 주님을 영접했으나 직장인이 된 후에는 주로 酒님을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저자 ( 요리 뿐만 아니라 글도 대단히 맛깔스럽게 쓴다 ) 1장에는 유독 숙취나 직장인 스트레스에 좋은 요리가 실려 있다.


술 때문에 속이 쓰려서 위장 내시경을 했던 날, 끼니를 죽으로 떼우라는 의사 선생님의 충고를 과감히 패스하고 저자가 만들어 먹은게 있다. 그것은 바로 " 무조림덮밥" 저자는 이 요리를 이렇게 표현한다. " 건강 검진이 끝나고 빈속인 날 또는 숙취로 고생하는 날은 부드럽고 담백한 그리고 든든하고 맛있기까지 한 음식이 무엇일지 머릿속을 바삐 굴린다. 부드럽고 담백한데 든든하고 맛있는 것. 그것은 뿌리채소다. 푹 익히면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속을 든든히 채워 준다. " 저자의 표현만으로도 이미 무조림덮밥을 한그릇 뚝딱한 기분이다. 잘 배어든 양념에 푹 쪄서 부들부들한 무와 쌀밥의 조화라니!





2장의 제목은 [온전한 나의 하루를 위한 요리] 이고 3장의 제목은 [구태여 시간을 더하는 일] 이다. 2장의 경우에는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후 지친 자신을 위한 맛있는 야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배달 음식에 딸려온 쌈장, 김치, 초장 등을 이용해서 만든 감자탕 볶음밥 ( 들기름, 들깻가루, 들깻잎이 충분히 들어가서 감자탕 맛이 난다 한다 ) 과 냉장고에 쓰고 남은 자투리 채소를 이용해서 만든 부침개를 보니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에 충분히 든든한 요리라는 생각이 든다.

3장에서는 좀 복잡한 레시피에 시간이 좀 드는 요리법들이 주로 등장한다. 바질페스토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바질은 근처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저자는 직접 길러낸 바질을 이용해서 만들어낸다. 구태여 몇 달의 수고로움을 더한 일을 통해 여유로운 주말을 더 천천히 음미하는 저자. 직접 길러낸 바질의 향이 더욱 향기로울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장에는 석탄주와 사과시럽과 칵테일 등 술을 빚는 내용이 등장한다. 재료 준비에서부터 발효를 하는데 드는 시간까지 인내심이 많이 필요한 레시피이긴 하지만 직접 만들어낸 술은 또 얼마나 달콤할 것인가?

각 요리에 대해 소개를 할 때 마다 저자 자신의 경험이 곁들어진다. 마치 사람 좋은 주인장이 운영하는 포차에서 술과 안주 그리고 그날의 특별 요리를 먹으면서 주인장과 재미있는 대화를 하는 기분이다. 저자가 고등학교 때 시험을 치고 나면 반드시 들렀다는 “공주 칼국수” 의 특별 레시피, 눈물 쏙 빼는 매운 칼국수와 아빠의 고향 평창에서 할머니가 차려주신 따뜻한 밥상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들기름 묵은지 막국수” 는 이번 주 주말에 꼭 만들어 먹고 싶은 요리들이다.

업무로 인해 지친 마음, 혼자살면서 느끼는 외로움 등등 급습하듯 몰려오는 여러 부정적 감정들을 잘 달랠 수 있는 것이 뭘까?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만들어준 따뜻한 요리 한 끼가 아닌가 싶다. 혼자 살기에 누군가가 만들어준 요리를 먹을 수 없다면 자기 자신을 위해 만들어주면 된다. 집에 있는 재료를 쓰면 되고 조리법도 굉장히 간단해서 이 책에 나오는 요리는 거의 대부분 만들어먹을 수 있겠다 싶다. 저자의 글솜씨도 얼마나 좋은지 읽는 내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재주 있는 손끝이 빚어낸 맛있는 레시피 북 [고독한 직장인의 자취 요리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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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베이킹 수업 - 정말 쉽고 맛있는 베이킹 레시피 54
고상진 지음 / 리스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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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빵을 워낙 좋아해서 삼시 세끼를 빵으로 먹기도 한다. 밀가루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는 체질임에도 근처 빵집에 거의 매일 들리다시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어릴 때는 특히 카스텔라를 좋아했었는데, 엄마가 가끔 전기밥솥이나 전기 프라이팬을 이용해서 빵집에서 파는 제품 못지않은 촉촉하고 폭신하고 달콤함 카스텔라를 만들어줬던 기억이 난다. 우유와 함께 먹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었다.

요리를 잘 할 줄 몰라서 결혼하고 나서도 배달음식만 시켜 먹다가 최근에 탕수육이나 김치찜 같은 요리를 남편에게 만들어줬는데 다행스럽게도 맛있게 먹어주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남편도 나만큼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요즘에는 건강 때문에 양을 줄이긴 했지만 빵돌이에게 한번 솜씨 발휘를 해줘 봐? 생각만 하고 있던 차에 이 책 [나의 첫 베이킹 수업]을 만나게 되었다.






큼직한 크기의 책에는 사진이 보기 잘 정렬되어 있다. 사진과 글의 배치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보기 편하게 되어 있다. 여백이 적절하기 때문에 눈이 아프지도 않은 것 같다. 특히 이 책은 나 같은 베이킹 초보에게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빵을 만드는데 드는 기본 재료에서부터 기본 도구까지 아주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사진도 같이 정렬되어 있어서 뭐가 필요한지 한눈에 들어온다. 생각보다 도구가 많이 필요하긴 하지만 쿠키 틀이나 식힘망 등 특이한 도구를 제외하면, 저울이나 유산지 그리고 계량 수저와 컵 등은 집에 이미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빵 종류가 이렇게 많았다니! 이 책 [나의 첫 베이킹 수업]에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빵에 대한 베이킹 방법이 나와 있다. 책의 맨 앞 쪽에는 본격적으로 특정 빵을 굽기 전에 알아야 하는 베이킹 기본 과정에 대한 용어가 자세하게 나열되어 있다. 가루 재료를 체 치는 방법에서부터 버터와 달걀이 분리되지 않게 섞는 방법까지, 아주 세세하고 꼼꼼하게 설명이 나와 있기 때문에 초보 요리자도 아무 부담 없이 오늘부터 빵을 구울 수 있을 것 같다. 이뿐 아니라 생크림 거품 내기나 머랭 만들기 그리고 오븐 정확하게 사용하기까지 디테일 만점인 책이다.





우선 머핀 만들기에 대한 내용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카페에 가면 어떤 머핀이 있나 먼저 둘어볼 정도로 머핀을 좋아한다. 다양한 머핀들 중에서 눈이 가는 것들은 바나나 머핀과 레몬 포피 시드 머핀인데. 그냥 잘 찍힌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오고 향긋한 냄새를 맡은 기분이다. 조리법 아래에 살짝쿵 미리 준비하기라는 대목이 있는데, 얼핏 보면 군더더기 같지만 베이킹을 좀 더 완성도 있게 이끌기 위해서 넣은 작가의 세심함이 엿보인다.









목표는 레몬 포피 시드 머핀이다! 사진과 함께 요리법을 자세하게 훑어본다. 달걀과 설탕 섞기와 같은 기본도 있지만 포피 시드 넣기 같은 생소한 부분도 보인다. 포피 시드는 양귀비의 씨앗으로 아작아작한 맛이 좋아서 베이킹에 자주 쓰지만 혹시 포피 시드가 없으면 빼도 된다는 작가의 말에 다소 안심이 된다. 여러 과정을 거쳐서 틀에 반죽을 담아 오븐에 굽고 난 후 아이싱만 뿌리면 레몬 포피 시드 머핀 완성이다. 구하기 쉬운 재료에 쉽고 간단하게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그냥 읽어만 봤는데도 이미 머핀을 다 완성한 느낌이다. 이번 주말에 해야 할 일은? 바로 레몬 포피 시드 머핀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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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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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을 즐겨 읽지만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에 비해서 SF 소설에 손이 덜 가는 편이다. 너무 어려운 개념이 등장한다거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소설을 읽다 보면 뇌에 정지가 오는 것 같기 때문이다. SF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 이 장르에 대해서 공부를 더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런 한편, SF 가 선사하는 기묘하고 독특한 세계관, 그 한계 없는 상상력이 주는 매력 때문에 쉽게 손을 놓을 수도 없다. 나의 경우 특히 포스트 아포칼립스류가 전달하는 어둡고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좋아하다 보니 자꾸 그쪽으로만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나게 된 배명훈 작가의 소설집 [미래과거시제]는 그전에 읽었던 소설과는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굉장히 스마트하고 산뜻하다는 느낌? 미래를 다루긴 하지만 광활한 우주나 망해버린 지구 이런 게 아니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가까운 미래를 다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읽다 보니까 한 50년 후에 혹은 100년 후에 일어날 수 있을 만한 일들이 훅 다가오는 느낌이다. 코로나를 겪은 후 비말에 대한 공포 때문에 침 튀는 센 발음이 싹 사라진다는 설정 -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외계인과 진지하게 조우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아이들의 수능 시험 이야기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진지하게 읽다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 웃게 되는 이야기들이 좀 있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배명훈이라는 작가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의 정교하고 치밀한 "SF 적 상상력" 혹은 "세계관"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하고 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포스트 아포칼립스류가 가진 비장하고 어둡고 절망적인 세계관 특유의 감정적 소비는 최대한 절제하는 대신 여러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해 보는 듯한 실험적 시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소설 하나하나가 굉장히 재미있었고 나의 뇌를 간지럽힌다는 싶은 느낌도 들었다. 9편의 소설 중 내 마음에 더 깊이 남았던 소설들은 [수요곡선의 수호자], [미래 과거시제], [접히는 신들] 그리고 [절반의 존재]였다.

어마어마한 생산력을 가진 인공 지능들.. 앞으로 그들에 의해 지배될 어두운 미래를 가끔 상상하곤 하는데, [수요곡선의 수호자]에 나오는 주인공 로봇 마사로는 특이하게도 소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주로 공급에 초점이 맞춰진 A.I.들의 무시무시한 공급력을 상쇄하고 경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수요곡선의 수호자랄까? 인간 못지않은 감수성을 가진 마사로와 함께라면 소비활동이 상당히 즐거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 과거시제]에는 독특한 언어를 말하는 자와 그를 사랑하는 여인이 등장한다. 주인공 강은신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마치 과거에 직접 겪은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이다. 시간을 여행하는 자가 등장하고 그가 가진 특유의 언어 습관을 다루는 이야기인데, 직선으로 흐르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독특한 단편이라는 느낌도 들고 예전에 봤던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도 떠올랐다.

[절반의 존재]에는 사고로 인해 절반의 몸을 기계로 대체한 사람, 지하임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 절반이 아니라 다른 절반이 기계로 대체된 경우이다. 고통을 이겨낸 아버지는 그녀를 딸로 받아들이지만 어머니는 도저히 변한 지하임을 딸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러나 부모님 모두와 함께 하게 된 자리에서 지하임은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어머니 안세미씨에게 자신이 여전히 그녀의 딸임을 항변하게 된다.

위에 언급한 소설들 외에도 [접히는 신들]이라는 단편도 너무나 독특하게 다가왔다. 2차원이라는 평면의 세계가 눈앞에서 3차원으로 변하고 공간에 우뚝 서게 될 때 느끼는 그 감동, 얼마나 경이로울 것인가? 평면에서 입체감을 구현해 내는 화가들의 위대함이 우주라는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공간적 상상력이 남들에 비해서 더 뛰어난 사람들이면 이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았다.

배명훈이라는 이름이 워낙 낯익어서 책장을 좀 뒤져보니, 작가의 책들이 몇 권 꽂혀있었다. [타워]라는 책과 [안녕, 인공존재]라는 책인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냥 책장에 꽂아놓은 것 같은데,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특유의 실험적 정신과 재기 발랄함이 녹아있겠지? 미래 세상에 대한 다소 삐딱한 시선이 만들어놨을 그 풍부한 세계로 다시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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