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생활자 안전가옥 앤솔로지 10
최현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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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톤 행성에서 온 칼-엘은 클락크 켄트라는 이름의 평범한 학생으로 어른이 되어서는 신문기자로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재난이 발생하여 사람들이 위기에 봉착하게 되면 클락크 켄트는 초능력을 가진 영웅 슈퍼맨으로 변신한다. 사람들은 위기 때마다 나타나서 악당들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해내는 이 히어로에게 열광한다. 아마도 우리가 이런 히어로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겉으로 보이는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비범함 때문은 아닐까? 안전가옥 앤솔로지 [이중 생활자] 속에는 이렇게 본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여러 다양한 인간 군을 보여준다. 이중 생활자라는 테마에 꼭 들어맞는 스파이 이야기부터 남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을 몰래 숨겨주는 한 엄마의 이야기까지, 시종일관 아슬아슬하고 비밀스러운 매력을 보여주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 [이중 생활자] 속으로 들어가 본다.

첫 번째 이야기 " 열일곱 여름 전쟁"에서 명국에서 적국 암국으로 파견된 군인 영은 몸속에 도시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생체 폭탄을 가지고 있다. 명국에는 디지털 필드 안에서 데이터를 변환하여 사물의 원형을 이리저리 바꿀 수 있는 능력자, 데이터 디스펜서들이 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데이터 디스펜서들을 죽이는데 영의 목표이다. 그러나 데이터 디스펜서인 이비와 한 팀이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비에게 정이 들어버린 영. 과연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열일곱이라는 그 순수한 감수성이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대단히 안타까웠던 작품. 전쟁 이데올로기 속에서는 그 누구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이야기 "드림 센스"에서 주인공 설이는 맥이라는 동물에게 물리면서 귀 뒤에 더듬이가 생긴다. 이후로 그녀는 남의 꿈을 볼 수 있고 그 꿈과 소통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아이들에 의해서 불을 뿜는 새, 즉 화식조라는 별명을 갖게 된 담임선생도 자신과 비슷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네에 알 수 없는 병이 돌고, 같은 학급 친구 도윤이가 결석을 한 날, 걱정이 되어 도윤이 집을 찾은 설이는 화식조와 만나게 되고 그가 도윤이의 꿈을 잡아먹으려고 온 두억시니를 막으려 왔다는 걸 알게 되는데...

꿈을 보고 꿈과 대화하는 신비로운 주인공 설이와 엄격하지만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는 교사 화식조와의 티키타카가 매력적이었던 작품. 우리 청소년들로부터 꿈을 빼앗아가는 사회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았다.

네 번째 이야기 "부처핸접" 에서 주인공 지거는 작은 절 학선사에서 어머니와 다름없는 주지스님 법해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절과 절 자리를 빼앗으려는 한 사악하고 간교한 기업 대표의 계략에 빠져 주지스님이 강원랜드에서 5억이라는 큰돈을 탕진하게 된다. 고민에 빠져 있던 지거는 얼마 전 템플스테이를 다녀간 무량과 매니저 주연을 통해 랩 경연 프로그램인 [샤워 미 더 머니]의 1등 상금이 5억 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대회에 참여하게 되는데... 한편, 치매로 인해서 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는 반복하는 주지스님은 악귀들에 의해서 절이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소리를 자꾸 하시는데 과연 이 절에는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 걸까?

스님과 힙합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으나 대단히 시너지 효과가 있었던 작품. 라임을 딱딱 맞추는 힙합과 불경이 만나서 악귀를 쳐부수는 장면이 정말 압권인 이야기이다. 이야기 내용 자체가 굉장히 리듬감 있게 느껴졌다.

한물 간 일본 호스트를 연기하는 한 개그맨의 인기가 떨어질 줄을 모른다. 부캐가 본캐를 압도하는 시대가 왔다. 여러 다른 페르소나를 가진 사람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질 그 자체가 다면적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낮에는 아이들과 씨름하는 공무원이다가도 밤에는 압정으로 두억시니를 물리치는 전사와 불경에 비트를 얹어서 요괴를 처단하는 스님이 등장하는 이야기들. 대단히 재미있었고 대단히 신선했다. 우리에게는 스스로가 모르는 어떤 능력이 숨겨져 있지도 모른다는 사실!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속담을 문득 생각나게 만든 앤솔로지 [이중 생활자]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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