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웹소설을 말할 때 알아야 할 것들
이융희 지음 / 요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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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칠 수 있는 이론, 가르칠 수 없는 기술

웹소설 교육 현장에서 웹소설을 다시 생각하다

예전에 웹소설에 푹 빠져있는 대학 후배와 만난 적이 있다. 눈물이 맺힌 빨간 눈동자를 한채 왔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새벽에 웹소설을 읽느라 잠을 못 잤다는 것이었다. 편견과 선입견을 갖지 말고 우선 한번 읽어보라는 후배의 말은 그냥 흘러 들었었다. 웹소설은 다소 생소한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전에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공전의 히트작을 만나게 되었고 미친 듯이 빠져들었는데, 그 드라마의 원작이 웹소설이었다니?! 그 뿐만 아니라 요즘 나오는 장르소설 중 않은 신작들이 웹을 기반으로 창작된 작품을 다시 종이책으로 발간한 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도대체 웹소설이 무엇이고 매력이 뭔지 알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 " 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를 만나게 되었다. 웹소설 작법 위주의 실용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책이었다. 어떻게 보면 논문을 책으로 다시 편집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 이융희씨는 2006년에 소설 " 마왕성 앞 무기점" 을 출간하고 이후 장르 관련 글을 쭉 쓰고 있고, 한국 판타지 소설을 주제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래서 지식의 넓이와 깊이가 남달랐구나 싶다. 현재 대학에서 웹소설과 장르 관련 강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맡고 있다 한다. 놀란 것은, 웹소설을 가르치는 대학이 있다니 ( 내가 너무 무식하다는 생각 ) 그리고 이제 웹소설은 사회 현상을 넘어서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달까?

이 책은 웹소설이라는 주제를 넓고 깊게 파고든다. 웹소설의 본질, 즉 웹소설이 과연 무엇인가? 에서부터 웹소설의 기원, 즉 이 장르가 생기게 된 사회적 역사적 배경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웹소설의 가치는 뭐고 좋은 작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웹소설에 대한 강의에서 주로 어떤 내용을 가르치고 있는지까지 제시한다. 웹소설이라는 현상이자 문화를 매우 다각도로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내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현재 대학에서 실제로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이기에 탄탄하고 체계적인 강의 커리큘럼이 필요했다고 느꼈을 것이고, 이 책이 그 피와 땀의 결정체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큰 흐름을 잡아가는 이론서이자 실질적인 작법으로까지 연결되는 충실한 책이라고 하겠다.

“ 그러나 웹소설은 하루에 한 편 연재되며, 독자들의 댓글 반응이 좋지 않으면 24시간 이내에 내용을 A/S 하지요. 그렇다보니 소설의 내용은 작가만의 생각을 바탕으로 한 창작물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독자들이 소설에 바라는 욕망이 즉각적으로 포함되고, 동시에 그것이 다시 작품이라는 콘텐츠에 흡수되지요.”

그렇다면 웹소설이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의도대로 완결되어 나오는 종이책과 달리 웹소설은 그날 그날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수정까지 하는, 즉 독자들의 반응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분야였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쌍방향 시스템이랄까? 넷플릭스에서 본 한 영국 드라마에서 독자들이 선택하는 결말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구조를 봤었는데, 웹소설에서는 이미 시작된 현상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독자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소비패턴과 문화적 형상을 해시태깅해 소비함으로써 텍스트의 장르의 바꾸는 시대가 된 것이다.

“ 대학이라는 공간의 제도적 문제 때문이기도 합니다. (...) 강사들은 커리큘럼을 짤 때 학생들의 역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받았는지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복된 커리큘럼을 교육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을 완비한 컨트롤타워가 역량 있는 사람을 제 공간에 배치해야만 합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통틀어 글쓰기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나 기관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웹소설이라는 특정 분야를 가르치는 학과가 대학에 있다는걸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가진 특수성 ( 게임 산업, IT분야 발달 ) 덕분에 웹소설 분야가 발전했고 그런 문화를 누린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웹소설을 소비하는 주체이자 창작하는 주체가 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웹소설 분야와 산업은 쑥쑥 성장하고 있는데 작가나 비평가 등등 웹소설에 대한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아직 빈약하고 앞으로도 더 보충해야 할 분야임을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데 매우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생각보다 굉장히 전문적이고 깊이있었던 책 [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웹소설이라는 우물만 수십년 파온 저자의 내공이 느껴졌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체계적으로 강의 커리큘럼이 짜여져 있다면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만족감도 굉장히 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 책을 읽기 전과 책을 읽고 난 후 웹소설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뀐 느낌이다. 나름 엘리트인 후배가 웹소설에 빠져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웹소설은 여러 정체성을 거치면서 발전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웹소설이라는 바다에 풍덩 빠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책 [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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