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것들 네오픽션 ON시리즈 26
기에천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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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부터 시작된 거야. 이토록 작고 귀여운 나를 향한 세상의 잔혹한 박해기."

공장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인형들을 보고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소설 [귀여운 것들]에 나오는 인형들은 하나같이 오래되고 기형에다가 인간의 배설물을 모아 만든 좀 이상한 것들이다. 설상가상으로 세상에 제대로 속하지 못한 이들은 버려지고 납치되어 학대까지 당하게 된다. 가혹하고 잔인한 인간 세상을, 다소 비정상적인 존재들의 눈으로 본 소설 [귀여운 것들]

까만 눈동자, 분홍빛 코, 그리고 파란 털을 가진 귀여운 토끼 인형 깔랑. 한때는 주인의 따뜻한 품 속에서 천국을 누렸던 깔랑.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장식장 위에만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주인인 이희지가 점점 나이를 먹고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면서 깔랑에게 더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 그러던 어느날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일어선 후 자고 있는 이희지에게 걸어간 깔랑. 눈을 번쩍 뜬 이희지는 괴물이 되어버린 깔랑을 들고 밖으로 나가 마침 그곳을 지나가고 있던 온통 검은 빛깔의 여인에게 깔랑을 건네준다.

두려움과 분노에 몸을 떨던 깔랑. 인형이 도착한 곳은 어느 어두운 방 안이었다. 거기서 그는 눈알, 귀, 등짝 등등 조각조각 난 인형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되고 곧이어 덩치가 큰 지점토 인형도 발견한다. 지점토 인형은 검은 여자에게 엄마라고 애교를 떨며 매달리지만 검은 여자는 들고 있던 돌망치로 그것을 아주 세게 내리친다. 산산이 부서져 거의 가루가 된 지점토 인형은 다시 검은 여자의 손에 의해 원래 모습으로 반죽이 되지만 눈, 코, 입의 위치가 엉망이 된다.

그래도 좋은지 연신 웃으며 깔랑을 의자에 묶고는 초록빛 나는 인형을 데려다가 송곳으로 찌르는 등 온갖 호러쇼를 펼치는 지점토 인형. 죽었구나 싶었던 깔랑 앞에 손이 4개 달린 그로테라는 인형이 나타나서 깔랑을 구해주지만 알고 보니 이것은 함정?! 검은 여자의 학대를 받는 지점토 인형이 또 다른 학대를 펼치는 와중에 과연 깔랑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토이 스토리의 잔혹 버전이라고 하면 될까? [귀여운 것들]에 나오는, 이제는 별로 귀여워 보이지 않는 존재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손이 4개가 되어 폐기처분될 뻔 했다가 살아남은 그로테, 이희지에게 다가가려다 버려진 토끼 인형 깔랑, 검은 여자가 예뻐지기 위해서 스스로 만들어낸 지점토 인형. 일종의 연작 소설인 책은 각 이야기에서 이들이 어떻게 가혹한 세상을 헤쳐나가는지 보여준다. 고독사, 아동 학대, 불법 수렵 등등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둠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한 소설.

팀 버튼 감독이 쓴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이라는 소설이 있는데, 이 [귀여운 것들]을 읽다 보니 그 책이 생각났다. 그 책을 읽고 우울에 빠져서 정말 곤란했던 기억이 난다. 이 [귀여운 것들]은 그 책에 비하면 덜 음울한데 그 이유는 약자에 해당하는 인형들이 뭉쳐서 서로를 구해내는 장면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대가 학대를 부르고 폭력이 폭력을 낳는 과정이 묘사되지만, "악에서 구한 내 친구들"이라는 제목도 어울릴만큼 뭔가 귀엽고

씩씩한 소설이기도 하다. 책 소개에서 보니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가 생각난다는 말이 있던데 딱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귀엽지만 잔혹하고 뭔가 기괴한 분위기가 내내 흐르는 소설 [귀여운 것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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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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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주인공 김하진은 연쇄 살인 등을 다룬 스릴러 소설로 큰 히트를 친 젊은 작가이다. 그런데 그의 작품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마치 직접 누군가를 죽여본 것처럼 아주 생생하고 현장감 넘치는 살인 묘사 때문이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해서 "작가는 살인자다,"라던가 "자신이 직접 살인을 저지르고 쓴 살인 기록이다 "라는 악플을 인터넷에 남길 정도이다. 그런데 이런 댓글들이 마냥 어처구니없다고 할 수는 없는 게, 그가 책으로 발표한 이야기들은 이미 현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과 매우 닮아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진짜 살인자가 맞는 걸까?

소설 [지하실의 새]는 굉장히 음울한 면이 있고 잔인한 묘사도 많다. 그렇다고 독서가 마냥 기분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스릴러 소설에 기대하고 있는 부분을 굉장히 잘 충족시켜 준 소설이다. 우선 이 소설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독자들과 팽팽한 심리싸움을 벌이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적 기억이 아예 삭제되고 없는 주인공. 그의 기억을 앗아갈 만큼의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일까? 매우 궁금했다. 그리고 칼로 종이를 베어내는 순간, 그는 새가 되고 꿈속을 유영하게 된다. 왜 하필이면 새로 변하는 이유와 그 새가 도달하게 되는 곳이 결국엔 실제로 발생하는 살인 현장이라는 사실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영화 [인셉션]이 떠올랐다. 인셉션의 주인공들은 다른 이의 무의식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들은 특정 방법들을 이용하여 남의 꿈속으로 들어가 기억을 훔치기도 하고 때로는 가짜 기억을 심기도 한다. 그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꿈과 현실의 경계가 매우 모호해지면서 꿈과 현실이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고 간섭하는 일이 발생한다. 주인공 김하진이 칼로 무엇인가를 베어내는 동작을 통해 꿈이라는 무의식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과 꿈속이지만 생생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설정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추어진 기억과 상처들이라는 무의식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의식이라는 공간으로 자신을 드러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미 발생한 살인 사건을 너무도 생생히 다루고 있고, 일반인들은 모르고 경찰들만 알 수 있는 아주 세부적인 사항까지도 글로 옮겨놓은 터라, 김하진 작가가 몇몇 해결되지 못한 살인 사건의 범인이라는 강한 의심을 받게 된다. 독자들의 댓글은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의 뒤를 쫓는 형사와 경찰이라는 법망까지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이제 칼자루는 김하진 본인의 손에 쥐어졌다.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어둠 속에 묻혀있던 과거의 기억과 무의식을 추적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자신을 길러준 보육원이 존재하는 고향땅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소설 [지하실의 새]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스릴러 소설인데, 공포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잔인하고 소름끼치는 장면이 많다. 그러나 서사구조가 탄탄하고 설득력이 있다. 처음에는 밑도 끝도 없는 기억 상실증이라고 생각했는데, 결말 부분에서 충격적인 이유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미지가 굉장히 생생하게 다가온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이 평소에 영화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이 만약에 영상화가 된다면 좀 충격적이지만 아주 인기 있는 영화도 거듭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주 스릴감 넘치고 섬뜩했던 이야기 [지하실의 새]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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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의 모든 것
김희선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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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 니퍼 바이러스의 슈퍼 전파자이자 인류 최후의 숙주였던 247,

격리된 우주선에서 눈을 감다."

코로나19가 한국 사회를 강타했던 시점이 떠오른다. 평범했던 일상은 사라지고 오직 병에 대한 두려움만이 유령처럼 남아서 공기를 떠돌던 시절.

거리와 버스는 텅텅 비었고 확진자들은 주위 사람들에 대한 부채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은 채 격리 생활로 들어갔다. 직장은커녕, 밖으로

나가는 것도 불가능했고, 마스크 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만큼 많은 음모론이 떠돌았던 때도 없었던 것 같다. 코로나19는 실체가 없고 이 모든 것은 주가를 올리기 위한 제약회사의 음모라는 설과 이 모든 것의 설계자라는 외국 대기업의 CEO의 이름이 소문으로 떠돌았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도무지 알 수 없던 시절이었다.

소설 [247의 모든 것]은 그런 코로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노파라는 장소에 사는 박쥐에서 시작되어 돼지를 통해 인간에게까지 퍼졌다고 하는 변종 니파 바이러스. 세계 질병통제센터, 즉 WCDC는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해열제인 파라세타몰을 불법으로 규정하게 된다. 발열을 숨긴 채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죄라고 주장하는 그들. WCDC의 조치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자유를 외치지만, 리더를 시작으로 시위대들은 피를 흘리며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WCDC의 수장은 그들의 죽음을 변종 니파 바이러스의 탓으로 돌리지만, 리더의 몸을 부검한 병리학자는 전혀 뜻밖의 결과를 얻게 되는데....

이 책은 247이라는 숫자로 불리게 된 한 남자가 평범한 사람에서 온 인류의 적이 되어버린 과정을 다루고 있다. 사실 247은 그냥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의 이름은 김홍섭. 50대의 평범한 한국인이자 축산연구소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었다. 그는 동물을 너무나 사랑했던 죄밖에 없었다. 더러운 우리에서 뒹군 돼지들을 끌어안고 속삭이기도 하고 정글에서 본 거대한 박쥐를 만지려다 물리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박쥐를 통해서 인간에게 전염이 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여러 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부풀려진 소문 때문에 그는 평범한 인간 김홍섭에서 인류를 말살하려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운 247이 된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갖가지 크고 작은 바이러스의 창궐은 세계의 시공간적 구조 전체를 뒤바꾸어놓은 게 아닐까. 어쩌면 도처에 음침하게 도사리고 있는 죽음의 공포가 블랙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입자와 시간, 공간마저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죽음의 공포가 우리 자신을 조금씩 빨아들이며 갉아먹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146쪽-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이런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는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사람들의 생각처럼 박쥐와 돼지를 거쳐서 슈퍼 전파자인 김홍섭이 퍼트린 게 맞는 걸까? 진실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질병에 걸린 동물을 치료하지 않고 그냥 땅에 파묻어버리고 오염수를 바다에 그냥 부어버리는 몰지각한 인류가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 아닐까? 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 아픈 돼지들을 땅속에 파묻으면 질병이 사라진다고 믿은 인류는 인간 김홍섭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더 이상 질병이 찾아오지 않을 거라 믿고 그를 인공위성에 태워 우주로 보내게 된다. 247은 쓸쓸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겠지만 당장의 위협을 없애버린 인류에게 그날은 축제의 날이자 가장 행복한 날이었을 것이다.

뚜렷하게 드러난 사실은 없고 부풀려진 소문과 음모론만 가득했던 코로나 시대. 소설 [247의 모든 것]은 그 시대와 사람들을 절묘하게 닮아있다. 인터넷에서 떠돌던 박쥐탕을 끓여먹던 중국인들의 사진들과 이 사태를 마치 예언이라도 한 것 같은 한 미국 소설가의 책에 대한 루머. 백신을 맞은 젊은이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하고 아시아인들에 대한 서양인들의 공격이 잇달았던 혼란스러운 그때. 군중들은 희생양을 찾아내 돌진했고 그 뒤에서 웃고 있는 누군가가 분명히 있었다. 마치 중세 시대의 마녀 사냥과 같은 모습을 닮아있는 247에 대한 공격과 추방... 이 소설은 그런 어리석음과 교묘함에 대한 풍자를 아주 잘해낸다. 코로나 시대를 굳건히 살아낸 우리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설 [247의 모든 것]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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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사와 에이이치 일본 자본주의의 설계자 - 500개 기업 창업. 재벌이 되길 거부한 경영자. 일본이 선택한 시대정신
신현암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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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본질을 알고 싶다면 시부사와를 공부하라

처음에는 500개 기업 창업, 재벌이 되길 거부한 경영자, 일본이 선택한 시대정신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이끌렸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이런 모든 일을 해낸 것인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시부사와라는 개인이 이룬 성취에 관심이 갔다. 이뿐만 아니라 2024년 발행된 1만엔 신권의 주인공이라고 하니, 참으로 존경받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시부사와가 이룬 여러 성취들 보다는 그의 인품과 일본을 위해 품은 뜻이 존경스러웠다.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서양 열강이 일본의 문호를 아주 강력하게 두드렸고, 그동안 일본의 실세였던 막부의 권세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던 격변의 시대인 1800년대 중반에 태어났다.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계급이나 신분제가 훨씬 더 견고했고 따라서 보통 태어난 신분대로 살아가야 했다. 농업과 상업을 동시에 했던 부농의 집안에 태어난 시부사와는 원래 그 직업에 종사해야했지만 사촌 형이 우리 나라의 서당에 해당하는 사설 교육 기관의 교육자였기에 주로 무사 계급이 공부하던 유학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때 배운 공부가 성공의 디딤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시부사와는 평생 운이 따른 사람으로 보였다. 운칠기삼이라는 우리말도 있듯이 시부사와는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지점마다 적재적소에서 귀인을 만나게 된다. 주로 자신보다 높은 지위의 사람이고 적극적으로 아랫사람들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절묘하게 일본 사회의 주요 인사가 된다. 물론 그가 가진 매력도 좋게 작용했다. 권모술수를 쓰지 않고 원칙

을 지키는 우직한 성품이었던 시부사와를, 많은 사람들이 좋게 봤다.

그가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크게 성장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1867년 파리 만국 박람회이다. 당시 쇼군 요시노부의 명령으로 그의 동생을 모시고 파리에 가게 된 시부사와는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양 문물을 보고는 한마디로 큰 충격을 받는다. 농업과 상업 등 1차 산업이 주로 사회를 이끌었던 일본에는 주식이나 은행과 같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과 개념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일본으로 돌아온 시부사와는 막부가 완전히 무너지고 천황 체제 아래 신 정부가 들어서던 시점에 정부 관리가 되어 일하게 되고, 이때부터 일본을 새롭게 설계하겠다는 대의명분이 그의 마음 속에서 완전히 싹트게 된다.

그가 이룬 업적은 정말로 다양했다. 자본주의 생태계에서 금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세운 제일국립은행과 기업에 위기가 닥쳐도 주식 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고 세운 주식 거래소. 책과 지폐 그리고 주식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종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시작한 제지 사업. 이외에도 철도와 물류 회사, 맥주와 설탕 회사까지 그가 세운 회사는 엄청나게 많았고 이들이 모두 현재 일본 자본주의의 기초가 되어 주었다. 한마디로 그를 빼놓고는 일본 자본주의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 책 [시부사와 에이이치 - 일본 자본주의의 설계자]는 훨씬 더 재미있었다. 계급과 신분의 사회였던 막부의 시대가 저물고 자본주의가 들어선 격동의 시기에 그가 태어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가진 실용성과 여러 창의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열린 자세와 굳건한 의지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일본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다. 마치 레고로 거대한 성을 짓듯 차곡차곡 자본주의의 기초를 쌓아간 사람이다. 이뿐 아니라 그가 가진 사상이 존경스러웠다. 그가 한 말 " 나는 용인술에 관한 한 권모술수나 사심이 없다. 그저 적재적소에 인재를 쓰고 싶다 라는 소박한 마음일 뿐이다 ." 에 감동먹었다. 큰 뜻을 품고 과도기 일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올려놓은 인물, 시부사와 에이이치, 지금 보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도 읽어야겠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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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를 바꾼다는 것 - 트랜스젠더 모델 먼로 버그도프의 목소리
먼로 버그도프 지음, 송섬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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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로 살기 위한 변화와

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한 각성.

그 모든 것이 담긴 대담한 여정

이 책 [젠더를 바꾼다는 것]을 쓴 저자 "먼로 버그도프"는 영국 출신의 트랜스젠더 모델이다. 그녀는 대기업 "로레알"에 모델로 고용이 되었다가 SNS에 남긴 글 때문에 해고가 된다. 그녀는 " 백인들이야말로 가장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인종이다"라는 글을 남기며 백인들의 인종 차별에 대한 깨달음을 촉구하는 글을 남겼다. 이후 로레알에서 해고가 되었을 뿐 아니라 SNS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은 저자. 그러나 그녀는 여기서 쓰러지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원하는 것임을 깨달은 후 분연히 일어서서 트랜스젠더와 흑인 그리고 여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운동을 시작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스 젠더" 여성인 나 - 여성이고 이성애자 -는 사실 평소에 젠더 문제에 대해 크게 관심은 없었다. 내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감에 있어서 딱히 내 성적 정체성으로 인한 문제가 크게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군대에서 성전환 수술을 한 후 강제 전역이 되었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변 하사의 사연을 알고 나서 우리 사회에서도 이제 성 소수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다수든 소수든 인간은 성 결정권을 가지고 태어났고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기존의 틀이나 관습에 무조건 적응하거나 맞추라고 주장하는 사회는 성숙하지 못하다고 본다.

[젠더를 바꾼다는 것]은 여성학 에세이이고 동시에 먼로 버그도프가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며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고 회고하는 글이다. 주체성이 발달하고 생각이 자라는 청소년 시기에 그녀는 자신을 향한 혐오와 사람들의 공격적 태도로 인해서 많은 상처를 받게 된다. 심지어 부모님조차 그녀가 스스로에 대해서 느끼는 바를 다 이해해 주지 못하고 그녀가 사회가 제시하는 틀에 자신을 맞춰가며 살아가길 원한다. 책은 사춘기, 섹스, 젠더, 사랑, 인종 그리고 목적이라는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나는 먼로 버그도프가 겪는 혼란과 좌절에 대단히 마음이 아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사랑과 우정을 찾아헤매면서 사회에 진정한 "나"로 설자리를 찾는 그녀를 응원해 주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놀랐던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사회가 성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관한 점이었다. 한국처럼 공동체 의식이 중요시되고 다소 보수적인 집단에서만 성 소수자들에 편견과 혐오감이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서양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인종 차별주의가 겹치면서 흑인 성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감은 오히려 더 크지 않은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저자 먼로 버그도프의 개인적 경험을 다루고 있기에 사생활을 사회 차원으로 불러오는 게 너무 비약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이란 본인이 속한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녀의 개인적 경험은 곧 영국이라는 사회에 살고 있는 다른 누군가가 겪는 보편적 경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진정으로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계속 공허한 만남이라는 패턴을 반복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사랑과 소속감이 결핍되었기에 스스로를 학대하고 방치하는 장면에서도 마음이 정말 아팠다. 그러나 결국 그녀가 자신을 학대하는 이유가, 영국 사회가 인종과 성을 차별하는 방식에서 왔다는 것을 깨닫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을 시작한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다수가 지배하는 사회를 소수가 바꾸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입을 다물고 있으면 변하는 것은 없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세상이 발전한다고 믿기에 저자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더 기대가 되었다. 그녀와 같은 리더가 이끄는 세상은 좀 더 다양한 색깔이 인정받는 무지개빛 세상이지 않을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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