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사와 에이이치 일본 자본주의의 설계자 - 500개 기업 창업. 재벌이 되길 거부한 경영자. 일본이 선택한 시대정신
신현암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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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본질을 알고 싶다면 시부사와를 공부하라

처음에는 500개 기업 창업, 재벌이 되길 거부한 경영자, 일본이 선택한 시대정신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이끌렸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이런 모든 일을 해낸 것인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시부사와라는 개인이 이룬 성취에 관심이 갔다. 이뿐만 아니라 2024년 발행된 1만엔 신권의 주인공이라고 하니, 참으로 존경받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시부사와가 이룬 여러 성취들 보다는 그의 인품과 일본을 위해 품은 뜻이 존경스러웠다.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서양 열강이 일본의 문호를 아주 강력하게 두드렸고, 그동안 일본의 실세였던 막부의 권세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던 격변의 시대인 1800년대 중반에 태어났다.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계급이나 신분제가 훨씬 더 견고했고 따라서 보통 태어난 신분대로 살아가야 했다. 농업과 상업을 동시에 했던 부농의 집안에 태어난 시부사와는 원래 그 직업에 종사해야했지만 사촌 형이 우리 나라의 서당에 해당하는 사설 교육 기관의 교육자였기에 주로 무사 계급이 공부하던 유학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때 배운 공부가 성공의 디딤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시부사와는 평생 운이 따른 사람으로 보였다. 운칠기삼이라는 우리말도 있듯이 시부사와는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지점마다 적재적소에서 귀인을 만나게 된다. 주로 자신보다 높은 지위의 사람이고 적극적으로 아랫사람들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절묘하게 일본 사회의 주요 인사가 된다. 물론 그가 가진 매력도 좋게 작용했다. 권모술수를 쓰지 않고 원칙

을 지키는 우직한 성품이었던 시부사와를, 많은 사람들이 좋게 봤다.

그가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크게 성장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1867년 파리 만국 박람회이다. 당시 쇼군 요시노부의 명령으로 그의 동생을 모시고 파리에 가게 된 시부사와는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양 문물을 보고는 한마디로 큰 충격을 받는다. 농업과 상업 등 1차 산업이 주로 사회를 이끌었던 일본에는 주식이나 은행과 같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과 개념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일본으로 돌아온 시부사와는 막부가 완전히 무너지고 천황 체제 아래 신 정부가 들어서던 시점에 정부 관리가 되어 일하게 되고, 이때부터 일본을 새롭게 설계하겠다는 대의명분이 그의 마음 속에서 완전히 싹트게 된다.

그가 이룬 업적은 정말로 다양했다. 자본주의 생태계에서 금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세운 제일국립은행과 기업에 위기가 닥쳐도 주식 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고 세운 주식 거래소. 책과 지폐 그리고 주식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종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시작한 제지 사업. 이외에도 철도와 물류 회사, 맥주와 설탕 회사까지 그가 세운 회사는 엄청나게 많았고 이들이 모두 현재 일본 자본주의의 기초가 되어 주었다. 한마디로 그를 빼놓고는 일본 자본주의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 책 [시부사와 에이이치 - 일본 자본주의의 설계자]는 훨씬 더 재미있었다. 계급과 신분의 사회였던 막부의 시대가 저물고 자본주의가 들어선 격동의 시기에 그가 태어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가진 실용성과 여러 창의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열린 자세와 굳건한 의지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일본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다. 마치 레고로 거대한 성을 짓듯 차곡차곡 자본주의의 기초를 쌓아간 사람이다. 이뿐 아니라 그가 가진 사상이 존경스러웠다. 그가 한 말 " 나는 용인술에 관한 한 권모술수나 사심이 없다. 그저 적재적소에 인재를 쓰고 싶다 라는 소박한 마음일 뿐이다 ." 에 감동먹었다. 큰 뜻을 품고 과도기 일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올려놓은 인물, 시부사와 에이이치, 지금 보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도 읽어야겠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좋은 책이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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