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를 바꾼다는 것 - 트랜스젠더 모델 먼로 버그도프의 목소리
먼로 버그도프 지음, 송섬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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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로 살기 위한 변화와

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한 각성.

그 모든 것이 담긴 대담한 여정

이 책 [젠더를 바꾼다는 것]을 쓴 저자 "먼로 버그도프"는 영국 출신의 트랜스젠더 모델이다. 그녀는 대기업 "로레알"에 모델로 고용이 되었다가 SNS에 남긴 글 때문에 해고가 된다. 그녀는 " 백인들이야말로 가장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인종이다"라는 글을 남기며 백인들의 인종 차별에 대한 깨달음을 촉구하는 글을 남겼다. 이후 로레알에서 해고가 되었을 뿐 아니라 SNS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은 저자. 그러나 그녀는 여기서 쓰러지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원하는 것임을 깨달은 후 분연히 일어서서 트랜스젠더와 흑인 그리고 여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운동을 시작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스 젠더" 여성인 나 - 여성이고 이성애자 -는 사실 평소에 젠더 문제에 대해 크게 관심은 없었다. 내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감에 있어서 딱히 내 성적 정체성으로 인한 문제가 크게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군대에서 성전환 수술을 한 후 강제 전역이 되었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변 하사의 사연을 알고 나서 우리 사회에서도 이제 성 소수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다수든 소수든 인간은 성 결정권을 가지고 태어났고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기존의 틀이나 관습에 무조건 적응하거나 맞추라고 주장하는 사회는 성숙하지 못하다고 본다.

[젠더를 바꾼다는 것]은 여성학 에세이이고 동시에 먼로 버그도프가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며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고 회고하는 글이다. 주체성이 발달하고 생각이 자라는 청소년 시기에 그녀는 자신을 향한 혐오와 사람들의 공격적 태도로 인해서 많은 상처를 받게 된다. 심지어 부모님조차 그녀가 스스로에 대해서 느끼는 바를 다 이해해 주지 못하고 그녀가 사회가 제시하는 틀에 자신을 맞춰가며 살아가길 원한다. 책은 사춘기, 섹스, 젠더, 사랑, 인종 그리고 목적이라는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나는 먼로 버그도프가 겪는 혼란과 좌절에 대단히 마음이 아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사랑과 우정을 찾아헤매면서 사회에 진정한 "나"로 설자리를 찾는 그녀를 응원해 주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놀랐던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사회가 성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관한 점이었다. 한국처럼 공동체 의식이 중요시되고 다소 보수적인 집단에서만 성 소수자들에 편견과 혐오감이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서양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인종 차별주의가 겹치면서 흑인 성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감은 오히려 더 크지 않은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저자 먼로 버그도프의 개인적 경험을 다루고 있기에 사생활을 사회 차원으로 불러오는 게 너무 비약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이란 본인이 속한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녀의 개인적 경험은 곧 영국이라는 사회에 살고 있는 다른 누군가가 겪는 보편적 경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진정으로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계속 공허한 만남이라는 패턴을 반복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사랑과 소속감이 결핍되었기에 스스로를 학대하고 방치하는 장면에서도 마음이 정말 아팠다. 그러나 결국 그녀가 자신을 학대하는 이유가, 영국 사회가 인종과 성을 차별하는 방식에서 왔다는 것을 깨닫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을 시작한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다수가 지배하는 사회를 소수가 바꾸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입을 다물고 있으면 변하는 것은 없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세상이 발전한다고 믿기에 저자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더 기대가 되었다. 그녀와 같은 리더가 이끄는 세상은 좀 더 다양한 색깔이 인정받는 무지개빛 세상이지 않을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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