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윤정원 옮김 / 한문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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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에서 여성의 말은 인과관계에 대한 경험조차도 무시할 정도로 중요하지 않게 대한다. 입증할 수 있는 사실인데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선택할 수 있는 대상처럼 취급된다. 421p 

 

원제는 Doing Harm. 애절함이 느껴지는 제목을 달아야지만 읽히는 것인지 안타까움이 인다. 성차별은 비단 미국에서만 의학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의학 대신 문학, 경제학, 정치학 등의 단어를 넣으면 어떠한가? 일상에서, 사회에서 여성의 말은 적지 않게 비논리적이고 가볍고 중요하지 않은 무게감으로 받아들여진다.

왜 다른 곳이 아파서 병원을 찾아도 히스테리 증세라고 진단 받거나, 생리에 의해 생긴 통증을 본질적인 병리 증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여성의 생식 기능은 모두 병리적인 현상일까, 그 반대로 정상으로 간주하고 과잉 반응하는 게 비정상인 걸까.

 

의학계의 가부장적인 태도도, 여성들이 의사 앞에서 느끼는 수치심도 모두 남성 중심의 권위 체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의사 자신이 여성일 때, 환자가 여성일 때 모두 다른 어려움이 있다. 당연히 여성의사가 받는 급여는 남성의 그것보다 적다. 또 많은 수의 여성이 젠더편향을 느끼고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 미국의 의과대학 교육은 느리게 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젠더 차이에 대한 정보의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장 시급한 여성운동의 투쟁 중 하나는 여성이 자신이 처한 삶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96p

 

‘증상을 증상으로만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어처구니 없어 보이나 그렇지 않은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됐다. 당연하고 기본적인 상식이 상식이 아니게 될 때 여성은 어떤 언어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까지도 여성은 투쟁적으로 자신이 성폭력의 희생자임을 사회가 믿게 해야 한다. 원룸 앞까지 좇아와 강간하려는 남성은 술이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끝이 나지만, 여성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싸워야 한다. 일상에서 마주치고 당하고 있는 일들을 왜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해야만 논리적인 근거가 되는지 몰랐다. 287쪽에 작은 제목도 이렇다. “편두통은 과민한 여성의 하찮은 통증이 아니다.” 이 제목을 읽는 순간에도 왜 편두통이 남성이 말하면 엄청난 신체 질병이 될 수 있으나 여성이 말하면 여성만의 하찮은 질문이 되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편두통은 히스테리 역사와 비슷하게 발전해왔고, 연구 자금 지원도 푸대접을 받으며, 편두통 환자가 대부분 여성이기에 오랫동안 신뢰받지 못해왔다.

 

한 논문에서는 심장질환을 앓는 여성의 44%가 의료진이 자신의 증상을 하찮게 격하시키고 병의 원인을 심리적 요인으로 돌린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이를 가리켜 “의사는 남성은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여성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한다,”라고 표현했다. 175p

 

여성이 말하면 잔소리, 남성이 말하면 걱정이 되는 거랑 비슷한 이치인가. 히스테리는 무의식 탓. 간질성 방관염 여성환자에게 정서장애를 진단을 내린다.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젊은 여성에게 의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증상이라며 항우울제를 처방 내리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다. 남성환자는 자신의 통증이 정말 존재하고 정신건강 상태가 정상이라는 것을 선제적으로 방어할 필요가 없다는 점(265p)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을 남기면서 희망을 가져본다. 바로 여성의 말을 믿으라는 것. 또 여성은 자신의 질병에 대하여 스스로 탐색해야한다고 말한다. 의료체계와 관련된 여성의 문제 중 많은 부분이 동일한 역사와 동일한 구조적인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으므로 여성 운동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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