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7일

여름부터 8개의 앞니로 앙앙 물어가며 젖을 먹더니 급기야 살점이 살짝 뜯겨나갔다.

새벽녘에 실컷 먹고는 잠에 떨어지며 앙다문 채 고개를 뒤로 젖히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처음 하루이틀은 심각성을 몰랐고 그 뒤로 사나흘은 무척 아팠지만 버텼다.

태열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탓도 있고, 연일 분유에 대해 흉흉한 기사가 난 것을 읽은 탓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 제품에서 미세한 금속가루가 검출된 것에 이어

신생아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균까지 나와 제품을 수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가 아물 새가 없으니 더 이상 젖을 먹일 수가 없어서 분유와 젖병을 사왔다.

처음에는 이리 빨고 저리 빨고 가지고 놀면서 130밀리리터를 먹길래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이제 많이 자라 무얼 좀 아는 탓인지,

아니면 돌까지도 젖을 못 먹다니 제 복을 제가 찼다는 아빠의 핀잔을 들은 탓인지

유난히 긴 속눈썹을 눈물로 적시며 잠이 들면 들었지 실리콘 젖꼭지는 입술에도 갖다대지 못하게 했다.

젖병을 들이대면 외면하고 울음 소리를 높이며 마구마구 손사래를 친다.

젖몸살이 걱정되어 첫날은 굶고 그 후로 2박3일간 한 끼만 먹었더니

젖꼭지가 성한 나머지 한 쪽 젖도 거의 나오지 않는데 꿋꿋하게 분유는 거부한다.

애처로워서 흰죽을 끓여 걸러 먹였더니

양 볼이 다시 제법 발긋발긋하고 종아리 바깥 쪽이 따뜻하면서 지난 번 심할 때만큼 나빠졌다.

게다가 배고픈 투정까지 겹치니 부비부비 자꾸 비벼댄다.

결국 방금 굶어도 불어있어서 힘들었던 상처난 쪽 젖을 실컷 먹고 잠이 들었다.

오패산 덕분인지 예상보다 상처가 빨리 아물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서 젖먹이기가 편안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큰 분유통 절반 정도의 우유를 타서 다 내다버리고나서

1차 시도는 이렇게 막을 내리나보다.

 

- 오늘 아침 산골소녀가 하는 말,

엄마, 나도 젖이 나와요.  태민이 먹일려구요.

(심각하게 찡그린 표정으로)그런데 태민이가 나도 물어뜯으면 어떡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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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6-11-1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이 땜시 못살어.... 꼭 성공하셩~
 

태민이가 과격하게 나동그라져 자지러지며 울 때 황급히 달려온 엄마,

- 수민이가 그랬니?(심증 뿐이라서 주저하는 목소리)

- 아니에요. 태민이가 혼자 넘어진거예요.

긴가민가 하였다. 벌써 저렇게 깜찍한 거짓말을 하랴! 하면서..

 

그런데 오늘 물컵을 부엌에 두고 돌아서는데 콘크리트 바닥에 뒤통수를 박은 태민 꺽꺽거리며 울었다.

수민이가 가만히 앉아 있는 태민이 가슴을 두 손바닥으로 확 밀치는 것을 목격, 놀란 엄마의 외마디.

- 수민아!!!

- (천연덕스런 표정과 목소리로) 제가 그런거 아니에요. 태민이가 혼자 넘어진거예요.

- 뭐! 엄마가 다 봤는데 엄마한테 거짓말까지 할거야! 회초리가 어디갔어?

발딱 일어나서 할아버지 방으로 달려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다.

짐짓 회초리 찾는 척하며 마당으로 나와 우는 태민이를 어르고 달래는데 뒤따라 문간에 나온 수민

- (낭랑하고 밝은 목소리로) 할머리~! 저하고 같이 숨어계세요. 할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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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8-2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별나다....

hsh2886 2006-09-07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슈민이는 그럼 안돼!!!!

2006-09-07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모할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돌아오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하루를 푹 쉬시고 구례장에 갔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횟집보다 카트를 타고 여러가지 물건을 사는 시장에 더 가고 싶어하며

울먹이기까지 한 수민이가 장에 간 것은 두 달 만입니다.

수민이와 태민이 머리를 깎고, 여름볕이 따가웠지만 할머니 손을 잡고 장 구경도 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수민이가 멸치를 다듬는 할머니 옆에서 랩송을 불렀습니다.

- 할머니와 수민이가 구례장에 갔는데 머리도 깎고

  마트에 가서 수민이 책(공책입니다.^^)도 사고

 식당에 가서 짜장면도 먹고 쌍계한의원에서 약도 받고 아이스크림도 사먹었어요.

 

 계속 냅킨으로 닦아내건만 온 얼굴과 옷에 묻혀가며 짜장면 먹는 수민을 보고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

- 수민이가 얼굴에 그림을 그린다,그려.

 

어제 해질녘 마당으로 나갔더니 할머니와 놀던 수민 엄마에게 은근한 음성으로

-할아버지 일 다하시믄 구례장에 간대. 짜장면도 먹고..(당장 장으로 출발하는 줄 알았던 수민)

오늘 아침, 아침밥 먹으라고 하자 거부하며

-구례장에 가서 저녁 먹어야되!

 (아직 각 끼니 이름을 제대로 모름.  특이하게 시간으로 쓸 때는 잘 구분한다.)

저녁상을 차려놓고 태민이가 상에 달려들지 못하게 방으로 데려가서 놀아주고 있었더니

- 엄마, 나랑 같이 아침먹자. 이리 나와!

 

엄마 머리핀을 풀어보라고 해서 열심히 빗기고, 집게손가락을 세워 립스틱을 발라주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두드리고 눈두덩을 문지르며 친절하게 설명도 하고 질문도 하는 수민,

- 엄마, 이건 립스틱 바르는거야.(짱구과학사전에서 짱구가 립스틱 바르는 것을 보고..)

- 이마에 바르는 화장품은 이름이 뭐야?(이건 어디서 봤을까? 이모나 할머니?)

- 엄마, 이건 눈에 화장하는거야. 눈에 바르는 화장품은 이름이 뭐야?

 

이런 수민이가 오늘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한 말

- 엄마, 태민이는 왜 아빠처럼 머리 깎아줬어?

-  남자들은 그렇게 깎고 수민이는 여자니까 엄마처럼 깎은거야.

- 엄마도 머리를 깎았어? 나는 여자가 아니고 남자란 말이야. 나도 아빠처럼 깎고싶어.

- 태민이는 얼굴이 아프니까 시원하라고 그렇게 깎은거잖아.

- 글래도, 나도 아빠처럼 깎고싶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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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8-2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ㄷㅋㄷ아침이 저녁, 저녁이 아침???

hsh2886 2006-09-07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햐햐햐

2006-09-07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9개월 열흘

-요즘은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은 무언가를 붙잡고 서서 돌아다니거나 선 채로 장난감을 갖고 논다.

옆에서 지키고 있어도 넘어지기 일쑤여서 머리와 턱이 성할 날이 없다.

마우스 선과 전화기 선 빨기가 특기다.

나머지 절반의 대부분은 앉아서 장난감이나 책을 들여다본다.

20센티미터 높이의 문턱은 기어올라가기도 한다.

 

-여러 권의 책이 나란히 꽂혀있어도 까치호랑이시리즈<팥죽할머니와 호랑이>를 뽑아낸다.

산후조리원에서 수민이에게 열심히 읽어주던 것인데 요람에 누워 흥미롭게 같이 들었나?

보리아기그림책과 미피 작은 그림책이 크기가 알맞은 탓인지 역시 좋아한다.

 

- 이가 여덟개 났다. 밥상만 보면 돌진하여 젓가락을 갖고 싶어한다.

태열이 심해질까봐 이유식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무언가 먹고 싶어하는 것이 분명하다.

여덟 개의 이로는 젖 먹을 때 엄마 표정 살펴가며 꼭 깨물어 놓고 엉덩짝을 얻어맞으면서

도 활짝 웃는다.  아기의 미소, 이건 원 미워할 수가 없다.

 

- 새벽 5시,

동만 트면 일어나서 창문 턱을 붙잡고 일어나 유리에 박치기 해가며 이쪽저쪽으로 왔다갔다한다.

평균 한 시간 정도는 엄마를 깨우지 않고 울지도 않고 사람의 바다를 넘나들며 혼자 논다.

취침시간은 7시 이후 9시 이전이다.

 

- 한 달 이후 심했던 배꼽탈장은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아 풍선같던 배꼽이 예쁘게 쏙 들어갔다.

백일무렵 시작된 태열은 엄청나게 고생하고 약도 많이 먹고 현재도 먹고 있으나 완치되지는 않고 있다.

양쪽 볼에 빨갛게 점점이 남아 있는데 쉽게 없어지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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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2006-08-2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가 벌써 9개월이나 되었다니,전 한4~5개월쯤 되는 줄 알았어요.

>>sunny 2006-08-2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아 빨랑 나아~~~

2006-08-22 1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6-08-30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긴 하는데 책장 넘기기와 모서리 빨다가 뜯어 씹어먹기가 특기랍니다.^^

>>sunny 2006-11-1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다가 뜯다가 그러면서 책도 좋아지게 되는거지...열심히 읽어주셩.

2006-11-18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번에 놀러온 아홉살바기 여자아이 엄마가 밥을 떠먹여주는 것을 보고난 이틀 후

갑자기 생각난 듯,

- 언니가 몇 살인데 밥을 떠먹여주는거야?!

라며 비난하던 산골소녀, 어느 날 차려놓은 밥상 앞으로 달려와선다.

- (애절하게) 엄마, 나 아직 어려요. 태민이처럼 쪼그매요. 그래서 떠먹여줘도 되요.

 

오늘 밤 졸린 산골소녀, 계단에 귀뚜라미가 있어서 혼자 올라갈 수 없다고 항변하며

- 엄마, 요즘 나  못 걸어요. 엄마가 업고 올라가면 좋겠어요.

 

동생을 보행기에 잠시 태워놓으려 하면 보행기로 먼저 달려가 탑승,

목욕도 하기 싫다고 했다가 동생 목욕물 받으면 먼저 하겠다고 옷 벗고 들어간다.

막내이모가 산골소녀 탄생선물로 사주신 튜브형 놀잇감도 쟁탈전이 벌어진다.

동생이 조금이라도 흥미를 보이는 것이 있으면 수민이 것이라고 하며 빼앗아간다.

책도 한 권을 놓고 밀고 당기기 일쑤다.

이젠 산골소년도 좀 자랐다고 빼앗기면 울고 소리지르며 하소연한다.

아~, 앞날이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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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6-08-21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도도 영우 퇴원후 줄곧 밥은 떠먹여야 한다네. 대놓고 나 아기라고 하니 뭐.. 수민이는 더하겠지.

hsh2886 2006-08-2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ㄷㅋㄷㅋㄷㅋㄷ
둘 다 넘 재밌다.

지금여기 2006-08-2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 수민이의 질투심 좀 봐..ㅋㅋ

>>sunny 2006-08-2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아~~태민이 한테좀 양보해줘~~~

지금여기 2006-08-2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이 없는 데서 이 세샹에서 수민이를 제일 사랑한다고 시도때도 없이 말해주고 안아주고 하는 방법이 큰애를 슬프게 하지 않는 특효약이래요.^^(섬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