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아주 오랫만에 롯데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기념으로 

어쩌다보니 엉겁결에 급작스럽게 왕복 6시간이 걸리는 사직구장까지 가서 야간경기를 보았다. 

경기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먹고 싶은 온갖 주전부리를 사다 나르느라 들락거렸지만 

미니는 응원가도 새된 소리로 따라부르고, 구호도 외치고, 주황색 쓰레기 봉투도 써 보고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올 시즌이 시작되고 거의 저녁마다 야구중계를 보는 아빠 옆에서 

가끔 야구장에 또 가자고 조르곤 한다.  

 

- 사실은 밤인데 환하게 불을 켜놓아서 낮처럼 보이는거죠? 

- 실컷 소리지르게 야구장에 또 갔으면 좋겠어요.    

    ( 집에서 실컷 소리질러도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건만!)

-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오오오~!   

- 제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동산이 어딘지 아시죠?  

   왜 그러냐면 거기가 좋기도 하고 롯데 자이언츠랑 같은 곳이기 때문이에요. 

   (기억에 남을 만한 나이에 가 본 유일한 곳이니 당연하지!)

 

이러더니만 어제는 아빠랑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아빠, 제가 왜 또 야구장에 가고 싶은지 그 까닭을 아세요? 

- 왜 가고 싶은데? 

- 스트레스를 좀 풀고 싶어서요. 

- (푸훗) 너한테는 어떤 스트레스가 있는데? 

- 하루종일 집에서 너무 심심해요. 

 

이러면서도 툭하면 유치원에 가지 않는다. 

유치원 생활에 특별한 문제는 없어보이는데 집에 있으면 심심하다고 하면서도 결석대장이다. 

가기만 하면 즐겁게 잘 놀고 오는데... 

아뭏든 아이들에겐 즐겁게 노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새삼 다시 깨달았다. 

동생 돌본다는 핑계로 요즘 미니랑 너무 놀아주지 못했다는 반성을 아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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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앞에서 얼쩡거리다가 한 칸을 올라섰다. 

그리고 잠시 벼르더니 나머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도중에 한 번 꺾이는 실내계단 11개를 처음 시도한 날 단번에 다 올라갔다. 

오전에 다녀가신 우체부 아저씨의 증언에 따르면 올들어 오늘이 가장 덥다시던데 

열기가 가득한 오후 1시에 별달리 끙끙거리지도 않고 해낸 일이다. 

앞으로 정말 눈을 떼지 못하고 뒤를 쫓아야 할 모양이다. 

 

형님과 장난감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긴 막대모양 물건을 좋아해서 젓가락이나 연필 따위를 향해 열심히 기어간다. 

(꼭 위험한 걸 좋아한다.T.T) 

형님이 아무데나 낙서하는 걸 좀 막아볼까 하고 자석칠판을 샀는데 

거기 줄로 매달린 자석연필을 손아귀에 힘을 주어 꼭 붙잡고 

칠판 쪽을 들고 잡아당기는 형에게 소리를 지른다. 

결국 빼앗기긴 하지만 순순히 물러나지 않고 버티는 분위기다.  

 

가만히 누워 있는데 기어가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꼬집고 할퀴어도  

신음 소리를 내며 그냥 몸을 피할 뿐, 동생을 밀치거나 때릴 생각도 않는 형이지만 

먼저 갖고 놀고 있던 장난감은 뺏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들 둘 키우노라면 엄마가 깡패가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앞으로 얼마나들 싸울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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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 이 세상에 아주 많은 아이들이 있어도 나는 내가 제일 예쁘고 특별한 것 같아. 

-  그래, 엄마도 미니가 제일 예쁘고 특별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초롱이도 그렇게 생각할거야.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 다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하잖아.   

 

어느 책에서 읽었을 법한 이야기를 뜬금없이 한다. 

어쨌든 스스로를 사랑하고 긍정하고  

그래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로 들려서 반갑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다는 것까지 아니까 구제하지 못할 공주병은 아닌 것 같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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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시도 

사람 다섯 마리가 한 집에 살아 

아빠곰, 엄마곰?!... 

 

2차 시도 

곰 다섯마리가 한 집에 살아 

아빠곰, 엄마곰, 누나곰, 동생곰, 아기곰. 

아빠곰은 술 잘 마셔, 엄마곰은 너무 잘 삐져,치~! 

누나곰은 너무 예뻐, 동생곰은 너무 많이 울어, 아기곰은 너무 귀여워 

으쓱으쓱 못한다, 잘한다, 못한다, 잘한다. 

 

처음에는 여동생이 아니어서 크게 실망했지만 

미니누나가 보기엔 우리 아기가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  

너무 하얗고 예쁜 이도 두 개나 나고  

누나가 먹여주는 이유식도 잘 받아먹는다. 

누나가 노래하고 춤추고 까꿍하고 놀아주면 까르르 웃고 좋아한다. 

엄마가 아침에 나물 무치고 호박전 부치는 동안 신나게 놀아주며 부른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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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2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12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엔 4와 5 쓰기를 졸업하고 6에 도전하고 있다. 

6의 동그라미를 반대 쪽으로 계속 쓰고 있는데 숫자쓰기에 대한 열성은 조금 시들하다. 

숫자쓰기를 대신하여 열광적으로 몰두하고 있는 것은 종이접기이다. 

직사각형 종이를 반으로 두 번 접고 다시 펴서  

배나 비행기를 접을 때처럼 양쪽에서 세모모양으로 가운데로 모아 접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엄마가 도와주지 않으면 잘 안 되지만 아주 열심이다. 

어제는 할아버지 댁 달력 3개를 모두 뜯어서 같은 모양으로 접었다. 

 

엄마 이불 좀 갖다 덮어 달라고 했더니 이불을 가져와 다리에 덮어주었다. 

조금 더 세부적인 표현까지 이해를 하는 것 같아서 기쁘다. 

 

여전히 말은 하지 않지만 지난 번엔 숫자 0을 짚으며 "영"이라고 하는 것을 꼭 한 번 들었다. 

5도 "아" 보다는 "오"에 가까운 발음으로 전보다 읽는 것이 나아지고 있다. 

 

여전히 병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더운 날 열심히 끓여서 식혀서 병에 부어서 냉장고에 시원하게 넣어 둔 물 4병을  

단번에 어딘가에 부어버렸다. 

마지막 병을 싱크대 개수대에 붓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척 허탈했다. 

그 뒤로 물병은 김치냉장고로 피난을 갔다. 

재미있는 것은 요즘엔 술병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똑같은 페트병에 비슷한 색깔로 들어있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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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