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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민병덕 옮김 / 범우사 / 199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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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법에 관한 고전이면서 여전히 유효한 책이다. 두 번 이상 읽을 가치가 있는 명저를 대상으로 하여, 단지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가 아닌 공부를 위한 독서의 방법을 안내한다. 이는 공부가 익숙한 연구자라면 자연스럽게 체득되었을 기술이며, 그만큼 공부를 위한 독서에서 기본이 되는 독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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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2-06-01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책 진짜 오랜만입니다. 이 책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하고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다시 꺼내서 읽어야겠어요. 말씀처럼 기본이면서 가르쳐주는 책이니까요^^

라파엘 2022-06-01 11:20   좋아요 1 | URL
요정님 말씀대로, 정말 다시 읽어도 좋을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감사합니다 ^^
 
논문, 쓰다 - 대화하는 논문
김용찬 지음 / 컬처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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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은 대화이고, 서사이며, 이야기다. 이 책에서 저자는 논문을 학문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로 정의하며, 대화의 맥락에서 논문 작성의 모든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본서로 추천하고 싶을 만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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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 1호 : 지식의 사회, 사회의 지식 교차 1
김영욱 외 지음 / 읻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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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서 중심의 서평지라니!! 국내에서 이러한 기획과 출판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각 분야에 어떤 연구자들이 있는지 알 수 있고, 해당 분야 전문 연구자의 수준 높은 서평을 읽을 수 있다. 책의 구성뿐만 아니라 내용 자체가 정말 만족스럽다. 이런 좋은 책은 반드시 소장하고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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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18 0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책도 가능하군요. 읽기 어려운 책에 대한 좋은 안내서가 될듯합니다.

라파엘 2022-01-18 08:4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전문 연구자의 학술서 서평은 해당 분야의 학술지에 실려서 각각 찾아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는데, 이렇게 기획하고 모아서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말 잘 만든 것 같아요 ^^

공쟝쟝 2022-01-19 0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리뷰오브 북스 구독하려고 했는데…!! 요 서평지도 끌리네요~ 😭 아 눈밝은 독자들은 이렇게 서평잡지도 소개한다…

라파엘 2022-01-19 11:06   좋아요 2 | URL
둘 다 필진의 수준이 보장된 좋은 잡지라고 생각해요!! 다만 서술 방식의 차이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서리북은 대중적인 서술이라면 교차는 학술적인 서술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서리북은 계간지로 꾸준히 발간할 예정인데 비해서, 교차는 연 2회 발간으로 현재로서는 총 6회까지 3년만 발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교차는 학술서 특성상 적자를 감안하고 기획한 잡지라서 그런 듯 해요 ㅎㅎ

공쟝쟝 2022-01-19 11:43   좋아요 2 | URL
리뷰 오브 북스도 충분히 학술서 같았지만 (ㅋㅋㅋㅋ) 더 공부하고 싶어질 것 같기도 해서 소개해주신 <교차>가 당깁니다 ㅎㅎㅎ 두개 다 사면 되지 (라고 생각한다) 내게 필요한 건. 시간.

라파엘 2022-01-19 11:50   좋아요 2 | URL
역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 그럼, 이 시점에서, 다락방님과 함께 영생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심이... (ㅋㅋㅋㅋ)

han22598 2022-01-19 0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평지라니..저에게는 좀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바구니에 넣어둘게요 ^^

라파엘 2022-01-19 11:17   좋아요 1 | URL
대중을 고려하는 서평지이기는 하지만 학술적인 서술 방식에 가까워서 비전공 분야의 글은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정말 중요한 책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서 충분히 읽어볼 만합니다 ^^
 
지적 생산의 기술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3
우메사오 다다오 지음, 김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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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너무 많이 가르친다고 했다. 이와 모순되는 견해이기도 한데, 의외로 학교는 ‘가르침을 아까워하는‘ 곳이기도 하다. 조금 과장한다면 정말 배우고 싶은 것들은 도무지 가르쳐주려고 하지 않는다. 무엇을 지나치게 가르쳐주고, 또 무엇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인가. 간단히 말해 지식은 가르쳐준다. 하지만 지식을 획득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뿐 아니라 학문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은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학문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현실을 보자면 대학에서도 학문의 방법을 가르쳐주기보다는 학문의 성과를 전하는 데 더욱 열심이다. - P15

지적 생산이란 인간의 지적 활동이 어떤 새로운 정보를 생산했을 때의 상황이다. 여기서 정보는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지혜, 사상, 생각, 보도, 서술, 그 밖에 다른 것이 떠오른다면 그것으로 해석해도 좋다. 간단히 말해 지적 생산이란 뇌가 움직여서 뭔가 새로운 것을 타인에게 알려주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정확할 것이다. 지적 생산이라는 개념은 지적 활동에 의하지 않은 생산과 대립하고, 지적 소비라는 개념과도 대립한다. - P24

기록해두기만 하면 예전에 발견했던 소재를 통해 또 다른 소재를 찾게 되고, 이것이 디딤돌이 되어 점차 거대한 건축물로 쌓아올려지게 된다. (...) ‘발견‘했다면 되도록 그 자리에서 문장으로 적는 것이 좋다. 그럴 여유가 없을 때는 문장의 ‘표제‘만이라도 기록해둔다. 나중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그 내용에 살을 붙여 문장을 완성하면 된다. 그러나 표제만 쓰고 며칠씩 방치해버리면 ‘발견‘은 퇴색하고 시들어진다. ‘발견‘에는 언제나 감동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문장으로 만들어두지 않으면 영원히 쓸 수 없게 된다. - P48

규격화를 권하는 까닭은 잡다한 요소들을 추방하기 위해서다. 규격화를 통해 지적 작업은 보다 손쉬워지고 집중력도 높아진다. 무척 유효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먼저 내가 시도했던 것은 문서의 규격화였다. 알고 보니 나의 지적 활동에 필요한 문서류는 고작 몇 종류밖에 되지 않았다. - P109

이처럼 지적 생산을 위한 공간을 기능에 따라 분화시키는 까닭은 지적 생산 작업에 계열이 다른 작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지적 생산보다 지적 생산물을 사무적으로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긴다. 그럼에도 평소 앉아 있던 책상에서 사무 처리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엄청난 양의 지적 생산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혹은 자료를 정리하고 선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놓고도 이를 지적 생산으로 혼동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장소를 달리하면 지적 생산과 자료 정리, 혹은 사무 처리를 혼동할 위험이 없다. - P131

우리에게 지적 생산의 기술이 필요한 까닭은 능률 때문이 아니다. 지적 활동에 초조함이 배제된 ‘질서와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인간에게 지적 생산의 기술이 필요한 까닭은 두뇌 활동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서다. 두뇌 활동에 아무런 파문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 P135

독서의 핵심은 저자의 의도를 파악함과 동시에 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식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있다. 보다 넓혀진 지식의 스펙트럼에서 현재 내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상을 개발하고 육성하는 능력의 성장, 이것이 독서의 목적이다. - P158

독서의 즐거움을 향락하는 기분도 좋지만 이런 독서는 단순히 소비적일 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기술은 생산적 독서법의 터득이다. 이러한 독서는 곧 창조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저자와의 관계에서 말하자면, 추종적이고 비판적인 독서에 비해 창조적 독서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 P159

관찰과 기록의 시간의 차는 짧을수록 좋다. 실험실에서의 데이터도 그 자리에서 기록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면 객관적으로 드러난 수치임에도 기억이 오락가락한다. 이는 야외 과학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능하면 그 자리에서 기억을 기록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도 기억에 의지했다간 언제 갑자기 사라질지 모른다. 아이디어도 경험의 일부이므로 기록해두는 편이 좋다. - P215

자신의 경험을 기록화하고 이를 축적된 자료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지적 생산이다. 보고 들은 모든 사항을 기록하라고 권하지는 않겠다. 다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어떤 경험은 진보의 재료가 된다는 진실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나처럼 지적 생산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 P220

복사본은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고심해서 완성시킨 원고가 사라져버릴 때처럼 허무한 경험은 없다. 또 인쇄소로 넘어가는 도중에 원고가 행방불명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생각해볼 수 있다. 따라사 복사본은 반드시 준비해둬야 한다. - P240

문장을 쓰는 작업은 사실상 두 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생각을 정리하는 단계다. 둘째는 그것을 실제 문장으로 표현하는 단계다. 일반적으로 글을 쓴다, 라고 하면 두 번째 단계인 기술론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핵심은 첫 번째인 생각을 정리하는 단계이다. 써야 할 내용이 없으면 문장을 쓸 수가 없다.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써야 할 내용이 있어야 한다. - P248

분산된 소재를 여러 가지 형태와 순서로 결합시키면서 자기도 모르게 새로운 논리적 연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 P255

문장의 길이보다는 한 번 읽어도 누구나 이해 가능한 기능성이 중요하다. (...) 간결한 문장도 좋지만 이왕 고민해서 써야 한다면 알기 쉽게 표현하는 기능에 중점을 맞춰야 한다. - P257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실천하지 않고 머리로만 판단하면서 비판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손에 넣지 못한다. 어느 기법이든 실행해보면 각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지적 생산에 비결은 없다. 노력하지 않고서는 결실도 없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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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잘 쓰는 법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
시미즈 이쿠타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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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속품이 없으면 기계는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애당초 기계 전체의 이미지가 없다면 어떤 부속품을 만들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부속품이라도 좋으니 많은 부속품을 서로 연결시키기만 한다고 기계가 완성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 때문에 나 같은 단문주의자라도 단문이 긴 글의 전제라고 말할 때 다른 의미에서 긴 글이 단문의 전제라는 진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부속품과 기계 전체의 이미지가 서로 전제가 되며 서로를 컨트롤하는 것이다. - P22

긍정도 부정도 주어가 없다면 성립되지 않는다. 주어가 명료하다는 것과, 긍정과 부정이 명료하다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주어가 확실한, 혹은 긍정과 부정이 확실한 문장을 쓴다는 것은 쓰는 본인이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글은 난처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글을 쓸 때는 다소 곤란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고 작업에 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P45

애당초 논문이란 누구든지 읽을 수 있고 누구에게도 통용될 수 있도록 폭넓고 동시에 강한 설득력을 갖추어야 한다. 상대방이 있어도 그 상대방에게 어떻게든 얼버무릴 요량이라면 훌륭한 논문은 쓸 수 없다. 그렇게 폭넓고 강한 설득력을 갖춘 상태에서 특정 상대를 고려하는 것이 순서다. 읽는 사람들 중에는 여러 가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있겠지만 글은 사고방식의 차이를 돌파해갈 정도의 힘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힘은 그저 강렬한 형용사 따위를 사용한다 해도 결코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조용한, 그러나 누구든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증명일 것이다. - P72

저자를 대신하여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마스터한 서적이나 논문이기 때문에 더더욱 진정한 비판을 가할 수 있다. 그 정도까지 상대방에게 깊이 들어가면 분명 불만스러운 부분도 나올 것이다. 또한 불만스러운 부분에 대해 잠자코 있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만스러운 부분에 대해 발언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그 부분에 관해 자신 있는 발언이 가능할 정도로 공부해야 한다. (...) 그렇게 생각하면 상대방을 고를 때도 자신과 사고가 전혀 다른 저자가 아니라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는 저자 쪽이 좋을 것이다. - P73

글을 쓰기 시작한다는 것은 기하학 공부의 출발점에 서는 일이다. 아무리 작은 오차라도 그것으로 끝장이다. 쓰기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수식을 조립하는, 수식을 푸는 듯한 태도가 특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P83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러한 것들에 의해 하나의 혼돈스러운 공간적 병존 상태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다. 이 질서는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인위적인 것이다. 인위적 질서에 의해 자연적 상태를 다시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인위적 질서가 로고스에 적합한 것일 때 이 질서는 현실 그 자체가 몰래 바라고 있던 질서로서 나타난다.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공간적 병존 상태에 있던 현실이 인간의 손에 의해 시간적 과정 속으로 던져지고 새로운 인위적 질서를 부여받았을 때 거기서 새로운 현실이 태어나는 것이다. 새로운 진실이라 불러도 좋다. 그저 새로울 뿐 아니라 이것이 진정한 현실, 진정한 진실이다. 유의미한 현실, 유의미한 진실이다. 진정한 현실이나 진실은 인간의 작용을 포함하여 비로소 성립된다. 인간의 책임을 포함하여 비로소 성립한다. - P108

하나의 단어는 글을 만드는 돌이나 벽돌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손으로 구성된 현실을 만드는 돌이나 벽돌이다. 글은 하나의 건축물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글이리는 건축물을 완성시켜가는 것은 결국 현실이라는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글이 작성되기 전에 존재하는 현실은 오히려 인간이 유의미한 현실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소재에 지나지 않는다. - P112

이러한 대립관계니 정도의 차이도 이쪽에서 문제를 골똘히 응시하고 있으면 그 안에서 나온다. 즉 글 안에서 나오는 것이다. 글은 입체적 구조를 가지게 된다. 공간적 병존 상태에 있던 것이 멋지게 시간적 과정으로 변환되고 거기서 새롭게 입체화된다. 그러나 대립관계든 정도의 차이든 우리들의 정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으로, 정신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것은 결코 태어날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대립관계든 정도의 차이든 실은 현실 그 자체가 정신을 향해 몰래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현실이 내부에서 바라고 있었던 것이지 정신이 외부로부터 폭력적으로 강요한 것이 아니다. 깊이 들어가야 한다. 대립관계나 정도의 차이가 튀어나올 때까지 깊이 들어가야 한다. - P114

본론이 큰 건축물, 서론은 작지만 별채의 건축물, 결론 역시 작지만 별채의 건축물이라는 식으로 쓰는 편이 좋다. 환언하면 서론을 쓰고 있는 동안 본론으로 들어가고 본론을 쓰고 있는 동안 결론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본론을 써버린 후 서론 및 결론이라는 두 개의 독립된 작은 건축물을 지어야 할 것이다. - P117

어떤 사람의 스타일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있어서 사유 및 서술의 어떤 습관이 고정된다는 말이다. 습관이 고정되면 이전에는 의식과 노력에 의해 마침내 달성되었던 일들이 무의식중에 노력 없이 달성되게 된다. 어린 시절에는 자신의 집에 있는 계단을 오를 때도 의식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성장하면서 그 습관이 고정되면 무의식적으로 아무런 노력 없이 이른바 기계적으로 계단을 뛰어서 오르내릴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계딘 중간에서 자신의 동작을 의식해버리면 자칫 걸려 넘어질 수 있다. 스타일이라는 습관이 완성되면 어느 정도까지 기계적으로 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집 계단은 기계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성인이라도 이웃집 계단은 한 걸음씩 의식적으로 노력하면서 올라가야 한다. 내려가야 한다. 요컨대 새로운 경험을 만나 습관이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 (...) 즉 완성된 스타일은 편리한 것임에 틀림없으나 그것은 결코 만능이 아니다. - P118

글에는 공격하는 면과 지키는 면이 있다. 글을 쓸 때 우리들은 공격과 수비라는 두 가지 활동을 한다. 말할 것도 없이 공격이란 자신의 의견이나 발언을 주장하는 측면이다. 자신만이 사회를 향해 행하는 것이며 자신만이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글을 쓴다는 긴장감도 있다. 그리고 이 측면에서는 자신의 관념이 글로 대폭발을 거두기 위해서 사전의 소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에 비해 수비란 자신의 의견이나 발언이 학설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단단히 설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이것이 부족하면, 혹은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사회를 향해 나아갈 자신이 생겨나지 않는다. 공격하는 쪽이 개인적인 측면이라면 수비하는 쪽은 사회적인 측면이다. 이 측면에서는 친구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책에서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서술 그 자체로는 이 측면이 배경에 물러서고 문자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P130

모든 것들을 내려놓은 후에 굵은 뼈대가 남는다. 아니, 굵은 뼈대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들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굵은 뼈대가 완성되면 공부했던 성과가 이번에는 가는 뼈대나 자잘한 가시로서 도움을 준다. 그것이 행해지기 전까지는 무엇이 굵은 뼈대인지 무엇이 잔가시인지 애매하다. 쓰는 본인은 명확하다고 생각해도 어쨌든 권위 있는 인용구라는 잔가시가 중심에 놓인다. 견고한 굵은 뼈대가 없는 글은 좋지 않다. 공부 끝에 모든 것들을 버리고 굵은 뼈대만 남겼을 때 사방에서 잔가시들이 도와주러 와주는 것이다. - P138

‘문체란 바로 우리들이 우리들의 사상에 부여한 질서 및 운동을 말한다.‘ 내가 지금까지 논해왔던 것도 ‘글을 쓴다는 것은 사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한마디로 집약된다. - P139

변화란 굵은 뼈대를 중심으로 하는 무브망에서부터 나오는 것이 진정한 변화다. 굵직한 논리적 굴곡이 중요하며 자잘한 변화는 피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커다란 굴곡에 따라 써 내려가면 쓸 수 없는 사항, 담아낼 수 없는 논점이 반드시 생겨버린다. 물론 처음에는 쓸 작정으로 생각하거나 조사해두었던 논점이지만 자연스럽고 커다란 논리적 굴곡 그대로 서술이 나아가면 아무래도 이 논점을 버려야만 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주‘로 다는 방법도 있지만 ‘주‘로 처리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크고 버리기에도 너무 미련이 남는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마음을 굳게 먹고 단호히 버려야 한다. 그것도 굵은 뼈대를 중심으로 한 무브망이 전제가 되어야겠지만 버리는 쪽이 산뜻하다. 그때는 일단 버리고 다른 기회에 그 논점을 한가운데 고정시킨 또 다른 논문을 써야 한다. 미련이 있으면 힘차고 굴곡 있는 논리는 태어나지 않는다. - P141

관념은 경험의 흐름으로 녹여져야 하는 동시에 경험의 흐름은 관념으로 결정화시켜야 한다. 방향이 어떻든 일방통행은 안 된다. 왕복 교통이어야만 한다. 왕복 교통에 의해 우선 경험은 추상적 관념의 도움을 빌려 스스로를 조직화할 수 있으며 스스로를 고도화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관념이나 관념 시스템이 경험의 테스트를 거쳐 풍요로워지고 성장할 수 있다. - P160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진리나 사실은 인간의 활동이나 책임을 포함하여 비로소 성립되는 법이다. 이를 망각하고 진리나 사실이 스스로 외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오해하며 논문 역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잊은 채 그저 진리를 쓰면 되고 사실을 기술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많은 논문들이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 요컨대 독자에게 의존하는 사람들보다 관료학자에 의해 쓰여왔다는 것과도 관련 있을 것이다. - P189

글은 역사적으로 전혀 새로운 단계, 즉 유력한 경쟁자에게 둘러싸여지는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면 앞으로는 그 어려움이 한층 증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글이 가벼운 몸이 되어 그 본질로 순수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추상적 언어로 이미지를 표현하는, 언어를 통해 이미지를 타인의 내부에 전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글의 본질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 아니다. 영상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과거 사람들과는 도저히 견줄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방식으로 이 본질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197

문장 공부는 문장이라는 형식적인 것의 공부로는 가당찮은 것이며 철학의 문제든 정치의 문제든 경제의 문제든, 어쨌든 그러한 내용 공부와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장을 만드는 것은 사상을 만드는 것이며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니체는 말하고 있다. ‘문체의 개선이란 사상의 개선을 말한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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