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너무 재밌었다. 끅끅 웃으며 읽다가도 어느 순간은 감정이입이 되어 나도 모르게 뚝뚝 눈물 흘리며 울기도 했다. 남자들은 이 책을 보며 이 안에 들어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 애정, 이런 것들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애정하고 아낀다는 표현도 안할 뿐더러 그런 관계는 이상하다고 여기지만, 여자끼리는 그런 마음이 있다. 이성간의 사랑이 아니고서도 사람으로 아끼고 애정을 줄 수 있는 그런 뭔가가 있다. 동성간이든 이성간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나는 이 책에서 사람에 대한 사랑과 애정의 마음을 읽었다. 
 항상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서 미처 잘 몰랐지만, 이 가족의 모습은 내가 오래 꿈꿔오던 모습과 너무 닮아있었다. 그렇다. 난 어릴 적부터 결혼이라는 말에는 질색하면서도, 친구들에게는 한두 번씩 이상 같이 살자는 말을 해왔던 사람인 것이다. 내 소망도 이런 조립식 가족을 꾸리는 것에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오래 알아온 친구와 함께 배려하며 살 수 있다면 최고겠지만, 생판 모르던 남이라고 하더라도, 하나둘씩 알아가면서 서로를 잘 이해하고 친구가 됐을 때, 둘이 같은 마음으로 녹아들 게 되면, 언젠가는 꼭 이렇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단순히 여자 둘이 같이 사는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 같다.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뜨겁게 나를 사랑하고, 가족과 친구와 일을 사랑하고, 삶과 주변 사람들까지 사랑하는 그들의 방식이 나를 울고 웃게 했던 것 같다. 정말 딱 좋을 때 나온 딱 좋은 책 같다. 그들이 독자에 대한 배려를 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동거인, 혹은 딱딱한 서로의 이름을 그대로 언급하는 식의 호칭이 둘의 관계에 대한 몰입을 꽤 쉽게 만든 것 같다. 
 살짝 내 취향을 밝혀보자면 나도 고양이 집사님과 서재 결혼시키기를 하고 싶다. 사진을 보며 엄청 부러워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사람에게 애정이 깊으며, 요리와 인테리어에 능한 고양이 집사님을 찾습니다. 있으시다면 연락주세요. :D 큭큭-

 

 

‘어떤 차이는 이해의 영역 밖에 존재한다.‘

‘사람이 같이 살아가는 데 있어 꼭 같은 걸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사람을 이해한다고 해서 꼭 가까워지지 않듯,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곁에 두며 같이 살아갈 수 있다. 자신과 다르다 해서 이상하다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평가 내리지 않는 건 공존의 첫 단계다.‘

함께 사는 사람,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의 싸움은 잊어버리기 위한 싸움이다. 삽을 들고 감정의 물길을 판 다음 잘 흘려보내기 위한 싸움이다. 제자리로 잘 돌아오기 위한 싸움이다.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세계에 누군가를 들이기로 결정한 이상은, 서로의 감정과 안녕을 살피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둘만 같이 살아도 단체생활이다."
동거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서로 라이프 스타일이 맞느냐 안 맞느냐보다, 공동생활을 위해 노력할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을 것 같다. 그래야 갈등이 생겨도 봉합할 수 있다.

함께 산 지 2년쯤 지난 지금 우리는 거의 싸우지 않는다. 그동안 서로가 서서히 내려놓은 것은 상대를 컨트롤 하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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