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전작 [연을 쫓는 아이]를 읽을 때는 이미 책이 출간된지 한참을 지난 후였다. 어느 베스트셀러가 그러하듯, 평가는 과장되게 마련이고 덕분에 오히려 '읽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세간의 평이 내가 책을 읽는데 무슨 간섭이 있을까만은 그런 이유로 그 책을 얼마전에 우연히 읽었다. 출간된지 5년만에 작가의 데뷔작을 읽고 나서야 '아 전부 과장만은 아니었구나, 사람들이 그렇게 찾아서 읽을만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두 여자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연을 쫓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아프가니스탄에서 - 두 사람은 모두 수도 카불에 거주한다 - 살아간다. 그 고통으로 첨철된 시간을 견뎌낸 것이다. 그곳에서도 역시 사람은 살고 있던 것이다. [천개의 찬란한 태양]도 배경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프가니스탄의 근현대사와 맞닿아있다. 왕정에서  쿠데타 이후 소련의 점령과 탈레반의 점령으로 이어지는 그 시간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자의 몸으로 살아왔다. 


두 여자, 마리암과 라일라가 있다. 지주였던 아버지의 자랑스럽지 못한 딸로 태어난 마리암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의 가족에 의해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카불로 시집을 가게 된다. 결혼식 전날 그녀의 방문을 아버지의 부인들이 잠궈버린 뒤였다. 아버지는 자신을 지켜주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를 취할 줄만 안다는 어머니의 말을 마리암에게 틀리지 않았다. 남편은 아들과 부인을 잃은 구두 수선공이고, 마리암이 아이를 낳지 못하자 그녀를 학대한다. 또 다른 여자 라일라는 내전 상태에서 사랑하는 남자는 파키스탄으로 떠나게 되고, 그녀는 폭격에 가족을 잃는다. 그러다 마리암의 남편이 발견해 마리암의 집으로 오게되며 아이를 원하는 남편에 의해 두번째 부인이 된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던 두 여인이 한 집안에서 만나게 된다. 비로소 이 시점 이후로 두 여인의 삶은 함께 흐른다. 사실 당연하지만 마리암은 라일라가 전혀 반갑지 않다. 라일라도 마리암에게 너무 미안하기는 하지만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자의 보호를 받는 수 밖에 없었다. 라일라에게 이 기회는 사느냐 죽는냐의 문제였다. 


공통점이라고 해야하나 재미있는 점이라고 해야하나, 마리암과 라일라의 삶을 비슷한듯 하지만 다르다.  모두 아버지에게서 사랑을 원했으나 마리암은 그 사랑을 충분한 만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라일라는 아프가니스탄의 지식인으로 딸에게 충분할 정도의 애정을 항상 주었다. 둘의 공통점은  어머니에게는 깊은 보살핌을 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어른으로 자라버린 그런 여자들이라는 점이다. . 둘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것 같지만 아주 다른 삶을 살안던 것도 아닌게 아닐까. 하지만 둘은 결국 서로의 삶에 내밀한 비밀을 공유하게 되고, 그 비밀의 공유로 서로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재미난건 역시 비밀을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소설은 궁극적으로 그 속에서, '이런 상황에서도 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는가'라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비록 머리위로는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탈레반에 의해 여자들의 행동이 제약을 받고, 여자 아이라는 이유로 고아원에 맡겨야 하는 이 상황에서도 그들은 살았는가. 고통이 인생의 동반자라고 할만큼 모든 상황은 최악이며, 자신의 힘과 의지로 이 상황을 벗어나고나 노력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히 좌절되고, 그녀들을 억압하고 압박하는 외부의 힘은 더욱 거세지는 이 상황에서 말이다. 더 이상 이런 상황에서 희망을 가지라는 말조차 할 수 없겠다 싶을만큼 그녀들의 삶은 고되고 힘에 부친다. 끊임없이 라일라와 마리암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끝까지 되뇌이게 된다. 과연 이 상황에서 그녀들은 그곳에서 어떻게 살았단 말인가. 


하지만 라일라는 그리고 마리암은 말한다. 오늘도 그곳에서 나는 살고 있다고, 나는 그 안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있다고. 외부의 상황 때문에 절망하고 그 어떤 희망도 바랄 수 없을 것 같은 그 현실에서 라일라와 마리암은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들과 아이들은 모두 살아남았고,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고. 연을 쫓는 아이]가 결국 그 땅에서 외부로 피난을 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그 상황을 오롯이 견디어낸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그들이 그 속에서 살아남았음을 간절히 전하는 한 줄의 빛과 같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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