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내가 언제 처음 가입했을까...를 먼저 돌려봤더니 회원가입정보를 찾을 수 없으니 아쉬운대로 첫 주문을 뒤져 유추해본다.
- 가만, 그러고보니 한때 서재에서 '첫주문' 페이퍼 작성이 유행이었던 적도 있었지. 그때 나도 찾아보고 놀랐었다. 내가 주문한 책의 다양함에도 놀랐고(세상에 노벨문학상 수상작부터 크리스토프 바타이유의 다다를 수 없는 날, 해리포터, 영문법,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매듭만들기 책까지!), 무려 2000년 3월의 주문이다. 그때는 내가 2013년에도 이렇게 땀 삐질거리며 서재질을 하고 있으리라 상상이라도 했을까?
알라딘 서재는 내게 더 많은 책을 알게하였고.
- 서재질을 통해 알게 된 책은 또 다른 책을 부르고, 그렇게 불러댄 책들은 지금 우리집에 네개나 되는 책꽂이를 채우고도 놓을 공간이 없어서 이제 슬슬 처분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어쩌지. 나는 책이 책을 부르는 것이 너무 좋았다. 내 한정된 시야를 완전 폭넓고 깊이있게 만들어줬으니까. 내게 그렇게 책을 싸질르게 했던 알라디너들은 지금 다들 어디로 숨어있는 것일까. 이젠 책더미 속에서 내가 새로운 책들을 찾아내야만 하는데 그건 솔직히 맘에 들지 않는다. 난 이것저것 아무거나 마구 주워올리고 있을뿐이니까.
알라딘 서재는 내게 더 많은 친구를 만들어줬지.
- 온라인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겠지만 과연 어느 누가 쇼핑몰(그래, 엄밀히 따지자면 알라딘은 온라인도서쇼핑몰,이 아니던가!)에서 책을 사다가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만남을 갖고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지금도 잠깐 이벤트페이지를 열어보고 혼자 슬며시 웃고 왔다. 마음과 정성을 담은 엽서들은 언제봐도 즐겁다.
그리고 알라딘은...
아니, 잠깐. 다른 일을 하려다가 잠시 서재에 들린건데 어쩌다보니 알라딘 10주년 이벤트 글을 보게 되었고, 나는 알라딘의 10대 뉴스에 관해 뭔가 써보려고 글쓰기를 클릭한거다. 근데 엉뚱한 이야기들을 써대고 있었네. 뭐, 따지고보면 엉뚱하다기보다는 이 내용들도 알라딘의 10대 뉴스에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닐까?
알라디너들이 알아서 알라딘에서의 기념비가 될만한 첫주문으로 이야기꽃을 피웠고, 알라디너들이 인문학에 강한 애정(!)을 갖고 있어서 적어도 다른 인터넷서점보다는 더 풍부하게 인문서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뿐만 아니라 알라디너들의 입소문을 통해 널리 읽히게 된 책들도 꽤 된다고 알고 있는데....
뭐, 어쨌든.
내게 있어 알라딘에서의 가장 큰 뉴스라는 것은... 이걸 뉴스라고 표현해도 될까, 싶지만.
아무래도 물만두님 이야기가 아닐까?
단정한 머리에 핀을 꽂고,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눈을 빛내며 이야기하던 물만두언니가 생각난다.
만두언니와의 에피소드는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나오겠지만, 그건 우리 사이의 이야기로 간직할 이야기이고.
만두언니의 1주기를 맞아 만두언니가 쓴 책이 나왔다.
그리고 알라딘에서는
만두언니를 기리는 '물만두 추리소설 리뷰대회'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이것이 알라딘의 10대 뉴스에 들어가겠지.
...
나는 지금도 가끔 만두 언니를 생각하면 괜히 울컥해진다.
미사때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기도가 나오면 습관처럼 아버지와 친구와 만두언니를 떠올린다. 당연하게도 천주교 세례명을 떠올릴 때, 만두언니는 이름과 함께 물만두를 떠올린다. 한때는 그 이름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솟아올랐었는데, 이제는 슬픔도 살아가는 힘이 된 것인지, 가끔 미사시간에 홍윤 물만두,라고 떠올리면서 불경스럽게도 만두언니는 세례명이 없으니 그냥 물만두를 세례명처럼 부르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허허거린다. 이렇게 웃음짓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어울리는 일일거라 생각하면서 괜히 또 슬며시 즐거운 기분이 된다.

우울할때마다 이렇게 활짝 웃으라고 툭, 던져주던 만두언니. 내게 있어 최고의 알라디너. 알라딘이 내게 주는 커다란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