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봉아, 우울해? - 침몰하는 애인을 태우고 우울의 바다를 건너는 하드캐리 일상툰
향용이 지음 / 애플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가끔 우울함을 느끼며 세상에서 나를 격리하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그건 내가 불확실한 세상에서 불안을 느낄 때 회피하고 움츠러들며 도망가고 싶을 때 느끼는 감정일 것 같다.
'우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막연히 의지로 극복이 힘든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울증으로 근무를 못하고 퇴사한다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우울증이라는 것이 내 생각보다 좀 더 심각한 것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가볍게 이 책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우울증'이라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세상 든든했던 애인이 어느 날 중증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관찰자의 느낌으로 우울증을 바라보는 이야기일까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관찰자라거나 우울증 극복기라거나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어쩌면 조금은 방관자처럼 있는 그대로 가만히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결국 가장 훌륭한 조력자는 있는 그대로의 남자친구를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그 옆에서 늘 지켜주며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기나긴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해 주는 이야기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려고 생각했지만, 우울증진단을 받은 남자친구 상봉이가 스스로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 입원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죽음의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는 것에서부터 충격이 오기 시작했다. 우울이란 것이 그저 마음이 가라앉는 것,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것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상과의 단절이 죽음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좀 충격적이기는 했다.
그렇게 좀 복합적인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 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런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내의 시간을 견디어낸 향용이도, 수년의 시간을 우울증의 늪에 빠져 살면서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포기하지 않은 상봉이도, 그 기나긴 시간을 지켜보며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을 가족과 친구들도 모두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으로 그려진 상봉이와 향용이의 일상적인 에피소드 사이에 묻어나는 그 시간들이 그저 평범하게 보이면서도 특별한 것은 그 사이사이에 담겨져있는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그 마음에 대해 말해주고 싶지만 그걸 제대로 표현해 낼 자신이 없다. 그저 책을 읽는 동안 가끔은 재미있었고, 가끔은 화가 나기도 했고, 가끔은 찡하게 감동적이기도 했고, 가끔은 어이없기도 했고, 또 가끔은... 이런 저런 감정들이 흘러나오는 동안 책을 읽은 나의 짧은 시간으로, 이 책에서 그려진 향용이와 상봉이의 기나긴 시간을 제대로 언급할수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읽어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음이 그들을 바라보는 내게도 조금은 많이 위안이 된다는 것을. 물론 나 역시 사람이기에 가끔 어이없고 이해할 수 없고 화가 나는 이야기가 담겨있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