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타인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거울속의 내 얼굴뿐만 아니라 더 깊숙한 내면까지 정직하게 응시할 수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지는 않을지라도 스스로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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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언어 - 더없이 꼼꼼하고 너무나 사적인 무라카미 하루키어 500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도젠 히로코 엮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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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280, 노르웨이의 숲 인용)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이 인용문이 딱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루키 원더랜드에 대한 선망이 없었음에도 하루키 월드에서 한바탕 놀고난 느낌이 딱 그렇다. 봄날의 곰만큼 좋다.

 

첫장을 펼치면서 우와~ 하는 감탄사로 시작을 했고, 하루키의 키워드가 지나고 가나다순으로 된 하루키의 언어를 읽으며 내가 읽은 에세이들과 몇 권 되지 않는 소설과 그에 대한 정보가 마구 뒤섞이며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과 또 새로 알게 된 많은 이야기들에 재미있어하며 읽었다. 아담한 사이즈는 맘에 드는데 생각외로 엄청난 두께감을 주고 있지만 막상 다 읽고 나면 왠지 아쉬움이 느껴진다. 이미 많은 이야기를 읽었지만 아직 모자란듯한 느낌이랄까?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 책을 쓴 나카무라 구니오의 후기 - 맺음말 혹은 마침 있는 재료로 만든 스파게티 같은 나의 중얼거림,까지 읽고 이 아쉬운 마음을 하루키 따라하기로 달래봤다. 물론 밥을 먹을 때가 되기도 했지만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정리해야할 때가 되기도 했고 그래서 정말 온갖 채소와 고구마, 두부까지 넣어 파스타를 만들어먹었다. 하루키가 학창시절 자주 그랬다고 한 것처럼 삶은 스파게티면에 그 모든 것을 다 쓸어넣어 만들었는데 의외로 맛있다. 아, 나도 이러다가 하루키언이 되어버리는 건가?

 

이 책은 체계적으로 만든 백과사전이 아니기에 중간중간 약간의 중복된 이야기가 나오고 이야기를 하다 만 듯한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꽤 만족스럽다. 아니, 사실 스파게티에 대한 이야기도 ㅅ 항목을 찾아보면 있을 것 같지만 하루키가 만들어 먹은 스파게티는 ㅁ 항목에 있다. '마침 있는 재료로 만든 스파게티'가 소제목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빵가게 재습격에 대한 이야기를 분명 앞에서 읽었는데 왜 뒤에 또 나오지? 하다가 그때야 맥도날드와 빵가게 재습격의 중복된 내용을 알아챈 것이다. 그리고 하루키라면 그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텐데 정보가 너무 약한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이야기하다가는 끝이 없을 듯 하지만.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잘못알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은 하루키에 대한 백과사전이 아니라 하루키의 언어,인 것이다. 그래서 그가 쓴 글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글에 나온 은유에 대한 것 주인공들, 작가들, 그의 언어로 번역한 책들...

이 책을 읽고나면, 아니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뭔가 나눈다는 것이 맞는 것 같진 않지만 에세이를 주로 읽었던 나는 이제 소설을 읽어야 할 때가 되었다, 라는 그러니까 소설파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아니 그냥 쉽게 그의 소설들을 읽고 싶어졌다 라고 하면 될 것을.

 

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본다면. 책의 외형에 대한 것은 별로 언급을 하지 않는데 이 책은 600쪽이 넘는 분량때문에 당연한 선택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끈제본으로 되어있다. 편집도 마음에 들고 끈제본도 다 마음에 든다. 몇날며칠을 야금야금 읽고난 후 꽂아두려고 보니 책의 형태가 약간 무너져서 속이 좀 쓰렸는데 책을 들고 몇번 맞춰보려고 하니 얼추 처음의 형태로 되돌아가서 만족스럽다.

 

책을 읽으며 하루키에 대한 것을 의외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또 책을 읽다보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물론 그의 소설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들어봤던 소설과 소설 속 주인공들이 낯설지 않아서 재미있었고 또 전혀 모른다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는데 큰 무리는 없다. 그러니 하루키의 팬이라면 즐겁게, 하루키를 모른다 하더라도 그냥 한번쯤 쓱 하고 읽어봐도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그 자신의 세계관이 있듯이, 이 책이 하루키의 전부가 되지는 않겠지만 하루키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벽'을 모티브로 한 하루키의 명연설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 크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혀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항상 그 알 편에 서겠습니다"(276, 벽과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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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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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괜히 몸이 근질거렸다. 사실 그렇게 깔끔하게 사는 것도 아니고, 단독주택에서만 살아서 이제 여름마다 창궐하는 바퀴벌레는 익숙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여전히 바퀴벌레는 무섭다.

올 킬의 주된 주제는 바퀴벌레가 아니지만 바퀴벌레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나도 익히 알고 있는 것이라 너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무섭고 끔찍했겠지만.

아니, 올 킬은 바퀴벌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해충을 완전 박멸하는 회사이기는 하지만 그 해충이 우리가 알고 있는 바퀴벌레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주인공 고광남씨는 청결에 강박이 있다. 아버지에게서 이어져 온 그 강박으로 인해 결국 아내와 이혼을 하고 아들도 남겨둔 채 홀로 시골에 내려와 살게 된다. 시골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이웃이 생기고, 또 완전무결하리라 여겼던 집에 바퀴벌레가 출몰하면서 평화가 깨져버린다. 잠도 못이루며 바퀴벌레를 잡는 광남에게 완전 해충박멸을 해 준다는 올 킬의 광고지가 눈에 띄고 그 올 킬의 회원이 되면서 해충에 해방되어 다시 평온함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광남은 자신이 살고있는 집만 청결을 유지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안다. 실제로 바퀴벌레를 박멸하기 위해서는 이웃집까지 약을 놓고 소독을 해야하는데 단독주택의 경우 그것이 쉬울리가 없다.

처음엔 그냥 그렇게 해충 박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가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가 진상짓을 하는 이웃집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런 이웃과의 관계가 점차 스릴러로 변해가는 이야기에 긴장감을 늦출수가 없다.

 

스포일러가 될까 싶어 자세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첫번 이웃에 대한 이야기는 흉흉한 소문 중에 그들이 외국으로 잠적했다는 이야기에 내가 괜한 오해를 했나보다..라고 마음을 비우고 있다가 또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에 마음이 더 졸아드는 경험을 했다.

한편의 스릴러 드라마처럼 쫄깃쫄깃한 마음으로 글을 다 읽고나니 급현실감이 느껴진다. 비현실의 이야기인데 이 세세한 묘사에 현실처럼 느껴져버리고 있는데, 과연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청결의 문제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이것은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고 정직함과 삶의 투명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죽여 없애버려야만 한다고 생각한 바퀴벌레 박멸이 어쩌면 중요한 것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 지구환경의 변화에도 인류보다 더 오래 살아남은 바퀴벌레를 없애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어리석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선을 바꾸니 진정 '공존'이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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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발음 괜찮은데요?
김영진 지음 / 예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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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늘 들고다니기만 하던 휴대폰을 시간이 날때마다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난 후 폰의 활용법으로 구글링의 음성인식 서비스를 틈 날때마다 계속 해보고 있다. 물론 지금은 책에 있는 질문들을 읽어보는 수준이긴 하지만. 그리고 방금 킹 목사의 그 유명한 연설문을 읽어봤는데 제법 문장의 형태로 나와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런 재미있는 놀이를 시작하게 만든 책이 바로 이 책 '당신, 발음 괜찮은데요?'이다.

사실 나는 어릴때 집에서 혼자 지내느라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어서 말하는 것을 못배웠다. - 이건 나의 추정인 것이고 부모님의 말씀에 의하면 4살때까지 말을 못해 벙어리가 되려나 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말이 많은데 어릴때 제대로 된 발음을 못배워서 그런지 혀가 짧은 것도 아닌데 혀짧은 소리가 날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말 발음에도 약간 컴플렉스가 있는데 하물며 영어발음이야...

 

그래서 발음을 좀 고쳐보겠다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기는 했지만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을꺼라는 생각에 가볍게 책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처음 시작부터 발음에 대한 강박을 없애준다. 네이티브가 아닌 우리는 네이티브 스피커가 될 수 없다. 그러니 완벽한 발음이 아닌 쓸말한 발음을 익히자, 라는 말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될 정도의 발음이면 된다고 알려준다.

실제로 구글의 언어설정에 들어가보면 우리가 흔히 쓰는 미국식 영어, 영국식 영어 혹은 인도식 영어뿐만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아프리카 등등 여러 나라의 영어가 뜬다. 영국인과 미국인이 만나서 대화가 되지 않을때도 있다는 것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네이티브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지향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알면 책없이 구글링 하면서 배우면 될까, 라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그래도 이 책이 필요한 건 기초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흔히 어렵다, 라고 표현하는 우리말에 없는 발음들을 구별하여 발음연습을 할 수 있는 문장 제시가 되어 있어서 조금 더 계획적으로 발음 연습을 할 수 있다.

부록에 실려있는 글을 참고하기도 하고, 묵음아니 음절 과거형의 발음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다.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인들도 이름을 발음할 때 자주 틀린다 라는 글을 읽으면 더욱더 완벽해져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 있게 된다. 헷갈리는 발음에 이어 영어로 질문하고 실전 문장 말하기 연습도 담겨있다.

 

처음 구글링을 영어로 켜놓고 발음할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와서 좀 낙담할뻔 하기도 했지만 또 금세 완성되는 문장을 보면 영어말하기가 재미있어진다. 굳이 네이티브가 되려고 완벽한 발음을 연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해소시켜주는 느낌도 좋았는데 편안한 마음으로 발음교정을 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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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어디 얘기할데는 없고.
가까운 화장실을 두고 저 먼 부엌 싱크대에 가서 손을 씻을때부터 기분이 쎄 했는데.
설거지통이 있는데 거기서 코까지 풀어제낀다. 미친거아냐?
지네집도아니고. 그릇설거지하는데에 코를 풀 생각을 하는지. 이런거에 짜증내는 내가 이상한건가?

하긴. 사무실에서도 멀쩡한 화장실 두고 꼭 주방 식기 싱크대에와서 시커먼 걸레를 빠는 직원들도 있더라. 제발 좀 걸레는 다른데서 빨아달라고 부탁을 해도 요지부동. 시꺼먼 땟국물이 흐르는 걸레와 지들 입에 담는 컵을 같이 씼는거, 괜찮나? 하아. 미치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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