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5년 후인 1974년에 돌아가시면서 아름다운말씀을 남기셨는데, 교황이 된 지금도 저는 가장 어려운순간에 할머니 말씀을 되새깁니다. "언젠가 슬픔과 질병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으로 가득 차거든 가장 위대하고 고귀하신 순교자를 모시고 있는 감실 앞에서 큰 숨을 들이키며, 십자가 기슭에 계신 마리아를 바라보거라. 그러면 가장 깊고 고통스러운 상처에 향유 한 방울이 떨어질거야. 이걸 항상 기억하렴."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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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없지만.

내용은... 아니, 내용도 없는.

심하게 욕을 하고 싶은데 욕을 할 의욕도 사라지는 환경에서.


서로 감정적이어서 할 말을 못한다고 하는데, 이게 감정적이라면 더 심하게 얘기를 했겠지만,

오늘의 핵심은 그것같다.

신부님 하나가 '난 감정형이어도 할말은 다 하는데'라고 했더니 그 말을 들은 다른 신부가 '그건 형이 신부여서 그런거고.'라는 대응을.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오늘의 하일라이트는 그것인 것 같다. 

내가 생활하는 범위의 가장 상급자는 사제.

그들은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고, 이치에 맞든 맞지않든 꼴리는대로 다 내뱉지만.

그에 대한 반대를 하는 것은 내가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말을 한다해도 말이 안되는 소리가 될 뿐이라는 것.

알면서도 가만히 잊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파고들어가다보면 먹고살아야하는 것 때문인데.

이런것이 비참한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도 호강에 겨운 소리가 되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문득.


다 부질없는 짓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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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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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곧 정의가 될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법을 무시한 사적인 정의의 실현이라는 것 역시 정당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더욱더 그런 생각이 강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우리에게 정의로움의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싶어지기도 하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버리는 일들은 수없이 많다. 특히 최근 성폭력 범죄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2차 피해를 받는 것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 취급을 받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는데 그 경계선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나의 선택은 옳다고 할 수 있을지... 답을 내릴수가 없다. 


이 소설은 성폭행을 당할뻔한 카나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휘두른 아령에 가해남성이 죽어버린 것에서 시작되고 있다. 카나의 아버지 료이치는 경찰로서 딸의 행위가 정당방위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살인자라는 오명은 벗을 수 없으며 딸의 미래는 그로 인해 망가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마침 그 지역에서는 범죄조직원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카나를 폭행하려고 한 남자 역시 블랙체리라는 조직의 일원이기에 료이치는 연쇄살인범의 소행으로 위장한다. 

죽어 마땅한 자의 죽음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동안 죄를 저질렀고 미래에도 죄를 저지르며 살아가리라 예상되는 자의 죽음앞에서, 신고를 하고 정당방위로 감형을 받는 것이 옳은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가 망가져버릴 딸과 자신을 포함한 가족의 가혹한 운명앞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딜레마 앞에서 생각의 여유를 부릴 틈이 없는 료이치는 사건을 은폐시켜버리는데...


갈림길에서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갖고 오게 되는지 그 흐름을 쫓아가다보면 어느새 내가 애초에 생각했던 진실과 정의가 무엇인지 헷갈려버리기 시작한다. 더구나 그 결말에 이르러서는 더 참담한 기분이 들어버린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가 더 현실같은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있어서 더 비통한 마음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는 이런 이 이야기의 끝이 이것이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그리고 분명한 건, 삶의 딜레마에 빠져 괴로울 때 인간이기에 잘못된 길을 선택할수도 있음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 소설 속 이야기에서 료이치는 죄를 지었다는 것이다. 하나의 거짓을 숨기기 위해 더 많은 거짓을 만들어내야하고, 그 거짓을 들키지 않기 위해 또 다른 죄를 저지르게 되고. 

그래서 어쩌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을 때, 무엇이 옳은 선택이었을까를 생각하게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럴수밖에 없는 또 다른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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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하건대 가장 두려운 것은 때로 내부에 있다. 56

에일리언1 영화의 핵심 태그라인이라 설명하는 글을 읽는게 문득. 두 아아의 이름이 우연과 지연이라는 것이 떠올랐고.
너무 간결하고 빠르게 전개되는 아야기의 끝은 무엇인가 더 궁금해진다.


경고하건대 가장 두려운 것은 때로 내부에 있다.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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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 모든 장소
채민기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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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간지 건축분야 담당 기자인 저자가 어린 딸을 데리고 미국에서 1년간의 생활을 하며 딸과 함께 혹은 혼자 다녔던 공간,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 건축 전문 기자가 바라본 일상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해서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의 어디쯤에 위치한 저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건축물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했더랬다. 그런데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바로 나의 성급함을 깨달았다. 저자의 글과 출판사의 홍보 문구는 명확함을 전달하고 있지만 자꾸만 내멋대로 판단하고 생각해버리고 있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나이 먹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라 한동안 책을 덮어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늦잠을 자도 괜찮은 주말 저녁 이 책을 집어들었다가 단숨에 다 읽어버릴만큼 책의 내용은 흥미로웠다. 적어도 내게는.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1년동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 에스더와 함께 미국 생활을 하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쉬워 보이지 않는데 어쩌면 그런 조건이었기에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여러 공간을 찾아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내게 있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동네의 각양각색의 놀이터 사진과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는 도서관 시설의 이용과 도서관 계단 옆에 설치된 미끄럼틀 사진이었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인가 싶지만 그것도 아니다. 더구나 궁금해하던 순간 사진 설명에 미끄럼틀 경사가 꽤 높고 길어서 간혹 어른들도 탄다고 한다. 도서관에서의 미끄럼틀이라니. 생각만으로도 좋다.


땅덩어리가 넓어서 공간활용이 쉬울수도 있지만 사실 뉴욕의 금싸라기 땅에도 공원을 만들고 생활하는 그들이니 땅이 남아돌아서 놀이터를 만든다 라고 하면 안될 것 같다. 학교라는 공간을 설명하면서 그곳이 단지 학습의 장소가 아니라 아이들이 공동체 생활을 배운다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또 인상깊다. 학교 수업을 줌으로 실행하면서 학습효과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안전한 공간을 최우선으로 만들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선행학습이 이루어지면서 학교수업이 무용화되어버리는 우리의 현실에 생각할거리를 주고 있기도 하다.


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글을 읽다보면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생활자로서 일상에서 자주 가는 공간, 잠시 짬을 내어 여행을 떠나지만 일생생활자로서의 여행을 다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속에서 생각의 차이와 문화의 차이를 느껴보게 되기도 한다. 그저 외국에서 여유로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저자가 부럽다,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단숨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시각의 차이와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 뿐만 아니라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던 내용들도 많아서 생각의 공유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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