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릇처럼, 열두달 여행 - 여행마니아 수 언니가 추천하는 국내 감성여행지 84
홍수진 지음 / 푸른향기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여름' 휴가와는 관련없는 삶을 살아온지 오래라 여름은 그저 일하는 날 중에 불과하지만, 이맘쯤 되면 다들 '여름휴가'로 떠들썩한 날들이겠다. 나와 상관없지만 지인들의 여름 휴가 목적지는 어디고 왜 그곳으로 결정했는지 궁금해하는데 내가 떠날 수 없음을 지인들의 떠남으로 채우는 까닭이다. 그런 연유로 이맘때 읽게 된 <버릇처럼 열두 달 여행>은 누군가의 휴가를 엿보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제목 그대로 1월부터 12월까지 계절에 맞게 떠나기 좋은 국내 여행지와 숙소, 카페에 대한 정보들이 들어있는 책이었다. 본격적으로 읽기 전 목차를 꼼꼼히 보며 내가 다녀온 여행지는 몇 개가 있는지 체크했다. 그렇게 지난 여행을 떠올리며 책장을 넘기다 보니 반가운 여행지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도 있었고 가보고 싶은 도시도 있었다. 읽으면서 아는 장소가 나오면 여기는 이 계절보다는 다른 계절이 훨씬 좋다거나 이 길보다는 반대쪽 길이 걷기엔 더 좋았다거나 하는 오지랖을 부리기도 하고, 맞아 여기 정말 그런 기분으로 오래 앉아있었지 맞장구를 치거나 나의 지난 여행을 떠올리며 문득 추억을 꺼내어보기도 했다. 좋아하는 장소가 나오면 괜히 동지를 만난 것 같아서 히죽히죽 웃으며 내가 왜 이 곳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한 번 더 떠올리는 순간이었고, 가보고 싶은 장소를 만날 땐 옆에 끼고 있던 메모지를 꺼내 꼼꼼하게 메모하며 다음을 기약하기도 했다.
다 꼼꼼하게 읽었지만 특히 집중해서 본 페이지를 고르라면 가감없이 7,8,9월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나는 중이면서도 다가오는 달이라서 좀더 집중한 까닭도 있지만 더운 날에는 '어디도 가지 않고 집에 있기'가 미션이라도 되는 냥 집에 널부러져 있거나 시원한 실내를 찾아 좀비처럼 떠도는 날이 많아 도대체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하는 도움을 받기 위함도 있었다. 뜨거운 여름, 더위를 피해 실내로 파고들지 않고 조금은 밖의 뜨거움을 만끽할 여행지를 찾아 떠나볼까 싶다. 바다로, 산으로, 들로, 계곡으로.
본격적인 열두 달이 끝나고 나면 꽃의 개화 시기가 적힌 페이지가 나오는데, 나는 이 페이지를 오래 보았다. 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꽃따라 걷는 길이 모두 천국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꽃을 좋아해서 개화시기는 대충 알고 있지만, 개화에 맞춰 어디로 떠나면 좋을지 모를때 참고하면 좋겠다. 어디로 떠날까? 생각하며 고민하기보다는 꽃의 개화시기를 알아두었다가 여행지를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왠지 나의 추천 열두 달 여행지를 적고 싶어서 적다가 채워지지 않은 달들을 바라보며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여름에는 어디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