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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아이가 산다 - 5년차 부부의 난임 극복툰
우야지 지음 / 랄라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인스타로 이미 오래 전부터 팔로우하고 보고 있는 우야지 작가님의 만화를 책으로 다시 한 번 읽게 됐다.
워낙 쏟아지는 컨텐츠 중에서 내가 꼭 원하는 컨텐츠를 찾아내 꾸준히 보는 것이 어려운 날에 우연히 보게 된 작가님의 만화는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임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진행 중이었는데 왜인지 응원하고 싶어져 팔로우를 시작한 것이 지금에까지 이어졌다. 요즘엔 소망이와 비슷한 개월수의 조카가 있어서 소망이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바라보고 있지만, 막 알게 되었던 즈음의 이야기는 하루하루가 굉장히 어려운 날들이 아닐 수 없었다. 어릴 땐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여자에겐 평범하고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결혼하는 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지만 아이를 낳는 일, 아니 아이를 갖는 일마저 그냥 하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됐다.
다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순리적인 일들을 척척 행하고 있어서 잘 몰랐는데, 주변에 은근히 난임으로 걱정하는 지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혼란스러움을 기억한다. 그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임신을 미루는 줄 알았던 친구가 사실은 난임이었고 임신을 위해 꽤 오래 노력하다 최근에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을 때, 임신 소식을 전하던 다른 친구 역시 이제사 말하지만 어렵게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눈물을 쏟았던 때 내가 참 무지했구나 반성하게 됐다. 몇 살에 결혼할거야,가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결혼하고 얼마 뒤에 아이를 가질거야,라는 계획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고 임신같은 일천지대사(!)를 계획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과한 욕심이었나 싶기도 했다.
남들 다 쉽게 하는 것 같은 임신이 나에게만 쉽지 않았을 때, 과연 나는 어떤 마음으로 그 이야기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감히 상상하다 그만두기로 한다. 만화책에 그려진 그림만 봐도, 기대가 좌절로 바뀌는 순간만 봐도 마음이 무겁고 어려워 책장을 넘기기 어려웠으니까.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1부의 이야기가 끝나면 드디어 독자 역시 오랜 시간 기다리고 고대했던 순간이 2부부터 진행된다.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드라마에서 자주 듣던 그 말을 실제로 듣게 되었을 때, 아이가 드디어 내게 찾아왔다는 감격과 나도 해냈구나 밀려드는 안도감과 어쩐지 뭉클한 순간을 만나며 나도 조금 울었다. '임신'이라는 것이 이렇게 감동적이었나? 초음파 사진을 보는 순간이 이렇게 슬플 일인가! 하면서.
그렇지만 임신이 되었다고 일사천리 출산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임신입니다." 하는 순간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사투가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되는 일은 참 멀고도 험하구나....
그렇게 아이를 마주하던 날. 나는 아직 경험이 없지만, 조카를 만나던 날을 떠올려보았다. 올케의 뱃속에 있던 아가가 눈앞에서 낑낑-거리는 순간을 마주했을 때, 내 아이도 아니면서 고생했을 올케, 내 동생이 아빠라니! 하는 복잡한 마음, 애쓰고 바깥으로 나왔을 조카 생각에 눈물을 쏟았었다. 고모가 되는 순간도 그렇게 감동적인데 엄마가, 아빠가 되는 순간은 얼마나 더 짠하고 찡하고 감동에 감격에 막 복잡할까.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하는 생활이 그려진 3부. 조카의 크는 모습이 상상되어 아가아가했던 조카의 사진을 꺼내보며 추억 여행을 했다. 이런 날도 있었지, 저런 날도 있었지. 육아는 해본 적이 없으면서 해본 마냥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또 웃었다.
3부까지 끝나면 마지막에는 난임부부를 위한 tip도 준비되어 있다. 결혼과 임신을 준비 중이시라면, 난임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나처럼 곁에서 조카를 지켜보는 고모, 삼촌, 이모들 역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누군가에겐 공감을, 누군가에겐 위로를, 또 누군가에겐 감동을 주는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