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클 사막에는 매일 다른 돌이 눈을 뜬다 - 17,000km 가장 찌질한 로드트립 여행기
박힘찬 지음 / 하모니북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책을 받아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구글 지도에 피나클 사막을 검색하는 일이었다. 우리집 주변을 보여주던 지도 위에 피나클 사막을 검색하니 단숨에 초록으로 가득찬 벌판의 곳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조금씩 지도를 축소하며 피나클 사막을 한 눈에 담아 보았다. 도라에몽의 주머니에서 꺼낸 '어디로든 문'을 열고 순식간에 방 안에서 호주로 떠난 듯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
이 책은 호주로 로드트립을 떠난 두 남자-라고 쓰고 한 남자의 처절한 여행 일기라 읽어야 할- 이야기이다. 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한 로드트립인지 웃고 있으면서도 이 상황에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막막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슴 한 켠에 조금 남아 있던 로드트립의 낭만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래도 되나 싶은 일기를 읽으며 내 일이 아니라 참 다행이다 생각했다. 새삼 젊은이들(?)의 패기와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여행이여도 부러웠다. 풍족하지 않은 여행을 떠날 용기, 일단 부딪혀보자 하는 기세,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건강함 같은 것들 말이다. 지금의 나에게 누군가 와서 자동차 한 대와 생존할 정도의 자금을 줄테니 자네 떠나볼텐가 묻는다면 손사레를 치며 몇 걸음 물러설 것이 분명하다. 나이를 먹을 수록 찌질하고 처절한 여행보다는 조금은 여유롭고 안전한 여행이 좋다. 값이 나가더라도 편안하고 위험하지 않은 곳에서 푹신한 침대에 묻혀 하루의 여독을 풀고 싶고 숨막히게 꽉찬 일정보다는 체력에 맞는 정도의 일정을 소화하고 싶다. 그래서인지 농담 섞인 그의 일기가 많이 부러웠다. 노는게 제일 좋아도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총 6부로 나누어진 그들의 로드트립을 따라가다 보면 호주의 다양한 장소를 알 수 있는데, 나에겐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 겪인 구글맵을 통해 호주 일정을 쫓다보니 확실히 여행을 따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기대한 곳이 상상보다 기대 이하인 적도 있고 그닥 기대하지 않은 장소가 인생의 장소가 되는 날도 있고 우연히 만난 만남이 뜻밖의 인연으로 이어지는 때도 있다. 들여다보면 찌질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 투성인 여행일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일정을 이어가고 하루의 끝에 꾸준히 쓴 일기만 봐도 이미 그들의 여행은 풍성하고 좋은 여행이 아니었나 싶다. 여러 이야기를 가지고 무사히 돌아오는 것, 그것이 결국은 여행의 가장 좋은 마무리가 아닐까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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