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는 누가 돌봐주죠? - 임신.출산.육아의 전지적 엄마 시점
홍현진 외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9월
평점 :

주변에 아이 키우는 지인들이 많아 제목을 보는 순간 떠오른 사람들이 참 많았다. 나는 아이가 없지만(결혼도 전입니다만) 주변에 그런 지인들이 많아 자연스레 이론 육아에 동참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어느새 아이 한 세넷은 키워 본 육아 만렙(?)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내 마음같지 않다고, 고된 육아 이야기로 시작하여 개월수에 따른 육아 방법을 지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다양한 육아 꿀팁들을 전수 받았다. 그렇게 아이를 위한 가장 최선을 선택하는 법은 참 많이 배웠는데 정작 엄마가 된 지인들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종종 "결혼 안한 네가 너무 부럽다"고 하는 말들을 우스갯소리로 치부하였던 지난날을 반성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기자 출신 엄마들이 쓴 100% 리얼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선택을 한 엄마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 시작하게 된 '마더티브(Mothertive)'라는 온라인 매거진을 통해 엄마로 살면서 동시에 나도 지키며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며 써내린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사실 읽기 전에는 미혼인 내게 결혼이라는 산도 아직 높고 높은데 육아라니.... 라는 생각이 앞섰는데 오히려 읽다보니 글이 재밌기도 하고 경험하진 않았지만 이론으로 쌓여온 지식들이 폭발하여 괜히 폭풍 공감해 푹 빠져서 단숨에 다 읽었다. 올케의 임신-출산-육아를 가까이서 지켜본 탓일지 올케의 자연분만을 고집하던 모습과 밤샌 수유 콜에 잠 한숨 못 잤다고 힘들어 하던 모습, 유모차만 태우면 우는 조카 때문에 찬밥 신세였던 고급 유모차나 포장도 뜯어보지 못해 쌓여있는 내복들 생각도 났다. 잘 몰라서 허둥지둥했던 날들을 이제와 다 지난 일이라며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때의 우리는 어렵고 무섭고 복잡한 폭풍 속에 있었다. 순식간에 지나간 시간 사이에 이 책이 있었다면 조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남들 다 하는데 나만 못 하는 것 같고 나만 나쁜 엄마인 것 같고 아이 울 때 나도 같이 울고 싶다고 말하는 엄마들을 참 많이 본다. 처음이니까, 다들 그렇대, 금방 지나갈거야 힘내. 그런 뻔한 위로는 건네고 싶지 않을 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엄마들보다 아빠들이 읽으면 더 좋겠다. 엄마들은 주변에서 아무리 경험담을 쏟아내도 결국은 나보다 아이를 위한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아빠들이 먼저 읽고 옆에서 선택지의 방향성을 제시하면 훨씬 더 좋은 육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엄마의 삶만 흔들리는 거, 거기에서 모든 괴로움이 시작되는 거예요. 아빠의 삶도 휘청휘청해야 해요. 그래야 불안할지언정 함께 오래갈 수 있어요. 혼자 고민하지 말고 남편에게 ‘당신은 뭘 할 건지‘ 물어보세요." - P67
"모성애가 좀 덜한가 봐." 복직한 후로 간혹 들은 말이다.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다. 나의 모성이 부족한 거라 생각했다. 지금은 아니다. 나는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 그리고 그만큼 나도 사랑한다. 엄마로서의 이타심과 나의 이기심을 사이좋게 공존시키는 것이 내 모성을 지키는 방법이다. 나가서 돈을 벌고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늦게 찾아온다고 해서 모성애가 적은 엄마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 P1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