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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히말라야 - 설악아씨의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
문승영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11월
평점 :
나에게 히말라야란... 2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의 향을 찾아 떠나는 곳(드라마 <나인>의 이야기이다)으로 유명(?)하다. <함께, 히말라야>라고 하니 휘몰아치는 눈 속에 파묻혀 붙이지 못한 향을 손에 쥐고 죽었던 남자 주인공의 형의 모습만 떠올라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비의 향을 구해 20년 전의 나에게 돌아가 충고하고자 네팔로 향할 것도 아닌지라 내 인생의 히말라야는 드라마 속에서 만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트레킹 책을 만나게 됐다. 아무리 산이 좋아도 그렇지 신혼여행으로 히말라야 등반이라니... 앞표지의 밝아 보이는 모습에 속아 히말라야를 꿈꾸기엔 너무 힘든 여정이므로 읽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 자, 숨을 크게 들이쉬고!
사실 히말라야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대자연, 조난, 눈이었던 것 같다. 대자연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 혹은 수습하지 못한 대원들 그런 두려운 일들을 많이 접한 탓도 있어 미지의 세계 이전에 거대한 무서움 같은 것이 있었다. 몇 년 전에 나도 일본의 다테야마라는 해발고도 3000m 남짓의 산에 오른 적이 있는데 트레킹은 아니었고 케이블카-버스를 반복해서 오르는 곳이었다. 갔던 날에 눈이 많이 내렸고 대기는 길었지만 올라갈 수는 있었는데 막상 올라가서 눈 때문에 길이 끊겨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다른 루트가 있어서 조난이라던가 고립이라던가 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지만 다시금 그때를 떠올리면 아찔하고 무서운 일이었다. 하물며 해발고도 3000m~6000m의 히말라야산맥을 따라 트레킹을 하는 루트라니... 책에 실려있는 지도를 보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손이 조금 떨리는 듯했다.
"세상의 모든 길을 함께 걷자" 그렇게 반려자와 신혼여행으로 떠나게 된 히말라야. 이미 챙겨둔 짐을 여러 번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일부터 감정 이입하여 히말라야를 향하여 걷는 모든 걸음의 기쁨과 고난을 느끼며 읽게 됐다. 이미 히말라야로 정해진 순간부터 둘만의 알콩달콩한 신혼여행은 아니었고, 함께 걷는 사람들과 어떻게든 이겨내며 걸어내야 하는 싸움과도 같은 여행길이었다. 이 순간 만약에 나였다면, 그렇게 가정하고 상상하며 읽는 순간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히말라야는 미디어로만 만나는 걸로 다짐했다. 고난 뒤의 달콤한 순간도 물론 있었지만 고난이 너무 감당할 수없이 커서 매번 울상이 되는 나를 발견했으므로.
14-15p
히말라야 횡단 트레일(Great Himallaya Trail, 이하 GHT)은 동서로 뻗어 있는 히말라야산맥을 '가능한 가장 높은 경로'로 횡단하는 것이다.
(중략)
보통 GHT라고 하면 네팔의 동쪽 국경에 위치한 칸첸중가 북면 베이스캠프인 팡페마(Pangpema)에서 시작하여 해발고도 3,000m~6,000m의 히말라야산맥을 따라 서쪽 국경인 힐사(Hilsa)까지 이어지는 GHT 하이 루트(High Route)를 의미한다.
16p
GHT 하이 루트(Great Himallaya Trail High Route)
약 1,700km의 하이 루트는 높고 험한 고개가 많아 '극한의 루트(Extreme Route)'로 불린다. 루트 상에는 5,000m가 넘는 20여 개의 고개와 기술적인 등반을 필요로 하는 6,100m가 넘는 고개 두 개가 있다. 이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과 고산 등반 및 산악 구조 기술, 혹한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반적인 트레킹 코스와 동떨어져 야행의 지대를 지나야 하는 곳도 있어 노련한 산악 가이드가 필요하고, 반드시 캠핑을 해야 하는 곳도 많이 있다.
하이 루트를 한 번에 완주하기 위해서는 대략 150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날씨와 시간, 체력과 같은 제한이 있는 경우 편의에 따라 구간을 나눠 걸을 수 있다.
나와 함께 하는 이들만큼이라도 아끼고 존중하겠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순수하고 마음이 여린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몰지각한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고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일을 한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는 것이다. 포터들은 추위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옷가지 하나 없는 남루한 차림이다. 트레커들이 신고 있는 튼튼한 등산화는 꿈도 못 꾼다. 그들에게 신발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늘 슬리퍼가 대신한다. 등산양말은커녕 얇은 양말마저도 없는 이들이 많다. 먹는 것 또한 넉넉지 않다. 알량한 돈 몇 푼으로 무거운 짐을 지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터 일에 기대어 생계를 이어가는 것을 알기에 늘 그들과 함께 했다. 아픈 손가락이었기에 그들에 대한 내 마음은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일을 회상하니 눈물이 쏟아졌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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