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책을 공유할 수 있다는 즐거움, 국민도서관 책꽂이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국민도서관 책꽂이(2월7일)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이 없더라. (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 15세기 독일 신학자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a Kempis).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서문에 인용해서 널리 알려짐 -

 

 

그래요. 책이 있는 구석방,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은 우리가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공유경제의 공간입니다. 어쩌면 공유경제의 본격적인 시작이 도서관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도서관의 숱하게 많은 책들, 누군가의 소유이던가요? 아닙니다. 모두가 공유할 수 있잖아요. 누구도 소유하지 않되, 누구나 사용(활용)한다. 공유경제의 수사를 만들기도 전에 이를 실현한 곳이 바로 도서관이죠. 도서관의 책은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공공재이자 공유 자산이며 빌려갈 수 있습니다. 책을 공유한다는 것은, 곧 사회의 지식과 교양 수준을 높이는 일이라고 할 수가 있죠.

 

그러니 공동체의 구심점으로서 도서관은 중요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죠. 이 책은 도서관이 공동체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혹은 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듀이가 있던 미국 스펜서 도서관의 사서이자 이 책의 저자인 마이런은 말합니다. “도서관은 마을의 중요한 구심점이에요. … 새로 포장한 도로도 물론 좋지만, 그걸로 우리 마을의 정신이 고양되는 건 아니거든요.”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의 얘기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대학은 이미 몰락했다고 전제하면서, “이제 ‘대학 밖의 대학’에서 희망을 보는 시대이고, 도서관이 그 중심이 될 것이다. 어려서부터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스스로 사유하는 것이 프로페셔널이 되는 길”이라고 전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도서관을 만나고 갈 수 있는 시공간의 기회가 흔하지 않다는 것이죠. 2012년 2월 현재, 서울의 공공도서관은 시립 22개관, 구립 91개관, 사립 7개관, 장애인 10개관 등 130개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장 기준(인구 5만 명 당 1개관)인 211개관의 63%에 불과합니다. 또 구립도서관 중 보유 장서가 2만권도 안 되는 도서관이 1/3이나 된다고 합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온라인에서 찾는 도서관, 국민도서관 책꽂이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국민도서관 책꽂이 신청 : http://www.wisdo.me/1050
  

여기, ‘국민도서관 책꽂이(www.bookoob.co.kr, 이하 책꽂이)’가 있습니다. 오프라인의 한계를 넘는 공유경제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온라인 도서관. 더구나 도서관 건물을 짓기 위한 큰 규모의 예산도 필요 없습니다. 장서의 부족에 대한 고민도 해결책이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회원 수에 맞춰 계속 늘어나는 시스템이니까요.

 

그렇다면, 책꽂이가 무엇인지 좀 더 들어가 볼까요? 각자가 갖고 있는 책을 제3의 공간에 모아 온라인을 통해 빌려주고 빌려볼 수 있는 공유 시스템을 갖춘 온라인 도서관 서비스입니다. 책꽂이는 이를 통해 사회의 공공지식인 책과 관련된 개인과 사회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합니다. 공유경제를 통한 사회문제의 해결.

 

책꽂이의 처음 기획은 ‘오프라인의 클라우드 서가’ 개념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고민 중 가장 큰 것은 책을 둘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가슴 아프게도) 책을 버리거나, 중고로 팔거나, 기증하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혹은 오프라인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방법이 있으나 도서관 갈 시간이 부족하거나 멀 경우, 눈물을 머금습니다. 장웅 국민도서관 책꽂이 도서관장, 그래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서 이용하게 하자, 생각했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 기획이 업그레이드합니다. 개인들을 모아모아 온라인에 하나의 도서관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것을 통해 서로의 책을 빌려볼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책꽂이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온라인을 통해 ‘공유경제’를 실현하는 공간이 됐습니다. 책꽂이에 꽂힌 모든 책은 (회원) 모두의 책이 되는 순간입니다. 무엇보다 책을 통한 지식의 공유도 가능하게 됐습니다. 서재 한 구석에만 있었다면 한 사람의 지식에만 머물렀겠지만, 책꽂이를 통해 세상을 누비게 된 책은 모두의 지식이 되는 것이죠.

 
또 품절이나 절판의 경우에도 도서구입자를 수배해 책을 볼 수 있으며, 공공도서관의 부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재 베타서비스 기간 중 최대 25권을 두 달 동안 대여할 수 있습니다. 1~5권이 5천원 6~15권이 6천원, 16~25권이 7천원. 책 한 권 값도 되지 않는 비용에서 25권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것, 두 달의 행복이 보장됩니다.

 

 

책꽂이, 새로운 책 문화를 만들다

 

책꽂이는 2011년 10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초기 장웅 도서관장의 책 2000여종으로 시작한 장서는 1월 20일 현재 1만8814종 2만1028권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반복 이용하는 손님도 늘고 있습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책을 널리 공유하기 위한 명사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고요. 공유경제 전도사 양석원(이장) 코업 대표의 서가도 있으며, 총각네 야채가게로 널리 알려진 김영한 대표의 서가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장웅 도서관장은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된 모습을 꾀하고 있습니다.

 

“사회 저명인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책을 국민도서관을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곧 이들은 서가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가진 온라인 도서관(예를 들면 ‘김영한 도서관’)과 같은 식으로 친구들이나 지인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산골에 위치한 신생 부대의 한 병장이 전화를 해왔습니다. 문화적인 수혜를 전혀 받지 못하는데, 책꽂이를 통해 도서를 대여 받고 싶다는 요청이었죠. 특히, 후임들이 계속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내용. 그리고 부대 지휘관과 상의를 거쳐 주임원사를 통해 50여 명의 부대원들이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서 읽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도서관이 없는 지역에 도서관을 심어준다’는 책꽂이의 창립 이념을 확립한 계기였습니다.

 

책꽂이는 현재 월 3천원의 회비를 내는 이용자에 의한 유료모델입니다. 책 대여비용은 없습니다. 왕복택배비만 지불하면 되는 셈이죠. 적은 비용으로 수만 권의 도서관을 갖게 되는 책꽂이의 방식은 새로운 책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책을 공유하는 것만큼 좋은 것, 없습니다. 다양한 책을 비용 걱정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점점 더 많은 회원을 끌어당기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책을 공유함으로써 비슷한 생각과 사유를 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을 더욱 공고하게 알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겠죠.

 

장웅 도서관장은 책꽂이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불이 꺼지지 않는 도서관’으로 요약합니다. 사람들에게서 책이 없어지지 않는 한 책꽂이는 불이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책을 읽는 사람들 간에 가지는 기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택배 서비스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어느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사업을 전개하고픈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책꽂이는 곧 도서관을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는 기쁨입니다. 책을 공유함으로써 가지는 기쁨을 우리는 영화 <러브레터>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꽂힌 도서 대여표에 그려진 후지이 이츠키의 그림을 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책을 공유할 때의 낭만 같은 것. 과연 우리는 그 낭만을 어떻게 향유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 시대에도 그것이 가능할까요. 일단 우리 만나서 들어봅시다.

 

오는 2월 7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서울시 신청사 3층 대회의실, ‘내 책을 보관하고 서로 빌려볼 수 있는 국민의 도서관’ 국민도서관 책꽂이를 만나보세요!

☞ 신청 :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내 책을 보관하고 서로 빌려볼 수 있는 국민도서관 책꽂이
 

 

by. 커피향 공유하는 남자, 김이준수(공유경제 에디터)

 

밤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가 있는, 당신과 나의 공간을 꿈꾼다.
커피 한 잔으로 우리는 세계를 사유하고, 세계를 공유한다.

그 알싸하고 향긋하며 좋은 커피향, 나만 맡을 수 없어 당신과 함께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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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이야기를 낳는다. 재난의 불가피한 속성이다. 그 속에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재난의 이야기를 다루는 태도다. 지금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인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수잔 손택은《타인의 고통》을 통해 그것을 입증했다. 많은 재난영화가 스펙터클 보여주기에 급급한 이유다. 그리고 실재 사건마저도 그것을 재난처럼 다루는 미디어로 인해 우리는 마음을 뺏기고 있다. 제 마음, 없다. 오로지 수동성만 지배한다. "영화 같다"는 말로 우리는 이미 재난을 스펙터클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감정을 무디게 만드는 것, 수동성이다.


 

 

<더 임파서블>은 그러나 다르다. 다른 재난영화가 보여주기에 급급해 하는 스펙터클을 무기로 내세우지 않는다. 쓰나미(tsunami)가 소재라고 해서 스펙터클의 전시와 억지 인간애를 끌어내는 구도이겠거니 했다. 뭐, 비슷하다. 그러나 분명하게 다르다. 쓰나미가 덮치지만 카메라는 쓰나미 아닌 쓰나미에 휩쓸린 인물의 육체적 상처에 집중한다. <해운대>에서 엄청난 파고를 과시하던 쓰나미의 것과 다른 태도다. <해운대>는 쓰나미를 스펙터클로만 소비했었다.

 

100년도 더 된 쓰나미는 이제 지진해일의 대명사가 됐다. 1896년 일본 산리쿠 연안, 2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쓰나미는 국제 공용어가 됐다. 익숙하지 않던 그 단어, 널리 알려진 것은 2004년 인도네시아를 덮친 쓰나미였다. <더 임파서블>은 그때를 다시 호명한다. 실화에 기반해 이야기를 푼다. 다시 말하지만, 스펙터클은 뒷전이다. 쓰나미가 덮친 폐허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그래서 상처에서 피는 계속 나오고 찢긴 살점은 너덜거린다. 그럼에도 약은 물론 병원도 없다. 걷고 또 걷고 쓰나미가 또 닥칠까 나무에 기를 쓰고 올라야 한다. 인간은 이다지도 나약하다. 그것을 보는 것, 일종의 통각(痛覺)다. 내 것이 찢겨 떨어진 양, 피가 철철 흐르는 양, 아프고 아프다. 앞도 보이질 않는다. 어떻게 해야할지 그야말로 멘붕(멘탈 붕괴). 객석에 앉아서 이런 대리체험을 하게 하다니. 이 영화의 배짱은 한편으로 놀랍다.

 

생각해보라. 여느 재난영화가 스펙터클을 소비하게 만드는 방식은 '쾌감'에서 비롯된다. 즉, 내가 저기(재난)에 없음으로 느끼는 안도감에 맞물려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를 타고 내려온 신이라는 뜻으로 파국 직전 일거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존재)의 등장으로 게임은 끝. 관객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자본은 재난영화를 소비하는 패턴을 그렇게 길들였다. 재난영화가 블록버스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블록버스터가 재난영화를 선호하는 이유이다.

 

 <더 임파서블>을 그래서 선뜻 여느 재난영화와 같은 선상에 배열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재난영화라 함은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를 뜻한다. (물론 재난영화마다도 결이 조금씩 다르다.) 이 영화의 감독 후안 안토니요 바요나도 재난영화라기보다 재난을 당한 가족에 겪은 체험기라고 했단다.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의 공식은 없다. 재난에 저항하는 인류애와 위기 극복의 드라마 같은 건 없다는 얘기다.

 

이 영화는 그래서, 재난으로 모든 것이 망가지고 흩어진 페허 위에서 가족이 고난을 헤쳐 상봉하게 하는 것이 모든 것이다. 이 가족에게 오로지 집중한다. 감독의 영리한 선택이다. 가족의 성장을 통해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을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숱한 인간 군상의 등장으로 헤맬 이유도 없고, 복선이나 암시를 생각할 겨를도 없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 영화는 성장한다. 정확하게는 등장인물들이. 내가 받은 이 영화의 가장 큰 감동은 함께 돌봐주기, 서로 챙겨주기. 육체적 고통은 물론이요, 가족과 헤어진 아픔을 느리고 고통스럽게 전개하면서 그들은 조금씩 달라지고 성장한다. 나는 그것을 '서로 돌봐주기의 신공' '상호 챙겨주기의 미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큰 아들 루카스의 변신(?)이 가장 극적이다.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건 사치라고 여기던 루카스(톰 홀랜드)는, 고통과 끊임없이 마주치면서 다른 사람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엄마 마리아(나오미 왓츠)를 간병하던 중, 그는 다른 사람을 돕는 기쁨을 맛본다. 마리아의 권유였지만, 그는 그것에서 기쁨을 맛본다. 뭔가 가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거라는 마리아의 말이 허튼 말이 아님을 확인한다.

 

 

마리아가 수술실로 들어가고, 되찾은 아빠 헨리(이완 맥그리거)는 엄마를 잘 돌봐주어서 고맙다고 말한다. 성큼 성장한 루카스는 이리 답한다. "서로 돌본 거예요." 아,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이 저릿한 감정은 무엇인가. 함께 돌보고 챙김으로써 우리는 살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본디 삶이요, 세상의 원리다.

 

헨리도 그런 경험을 한다. 아내와 루카스를 잃고 상심에 빠져 있는 그가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빌려 장인어른에게 전화를 한다. 그리고 오열하면서 남의 전화라며 서둘러 끊은 헨리에게 휴대폰을 빌려준 남자는 말한다. "다시 거세요. 그렇게 끊으면 안 돼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번져야 산다. 혼자여선 안 된다. 서로 챙기고 함께 돌봐줘야 한다. <더 임파서블>이 내게 준 번짐이다. 블록버스터니 재난영화니 따위의 수사에 현혹되지 마시라. 이것은 번짐의 영화요, 함께 돌봐주기의 신공을 보여주는 영화다. 자본의 쓰나미가 모든 것을 삼킨 시대. 그 쓰나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쓰나미는 메타포(은유)인 셈이다. 자본의 쓰나미로 고통이 일상화된 시대, 우리는 서로 함께 돌보고 챙겨야 하는구나. 마을공동체, 공유도시, 사회적경제, 공정무역, 우리는 서로 연결되고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려주는 단어들이다. 쓰나미에서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

 

영화 <더 임파서블>, 재난영화 블록버스터가 아닌 감동 실화 블록버스터다. 감동이 블록버스터급으로 다가온다는 얘기다.

 

그래서, 고맙다.

 

뷰티풀 &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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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안에 있는 공유경제 스타일을 끄집어 내다!

[서울공유경제를 만나다코업 양석원 대표 (110)



지난 1월 10서울시 신청사 3층 서울공유경제를 만나다의 문을 열었습니다이날 공유사무실을 운영하는 코업(CO-UP)의 양석원(이장대표가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되 모든 것을 사용한다는 제목으로 협력적인 소비공유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강연의 첫 발걸음이 이날 열린 것은 나름 의미가 있었습니다마침 코코 샤넬(본명. 가브리엘 샤넬 Gabrielle Chanel, 1883.8.19 ~ 1971.1.10.)의 42주기였는데요샤넬이 공유경제와 무슨 상관의아하겠지만짧게 얘기해보죠알다시피샤넬은 패션을 통해 혁명적 생각을 공유하고 여성을 해방시킨 장본인입니다이전까지 허리를 사정없이 조이며 여성의 몸과 마음을 속박하던 코르셋갈비뼈까지 꾹꾹 눌러가며 착용했던 코르셋 때문에 여성들은 호흡도 곤란할 정도였고기절하는 여성도 많았습니다물론 폴 푸아레(Paul Poiret)가 코르셋을 없앤 복식을 먼저 선보였지만샤넬이 이를 본격화시켰습니다장례식에만 입던 검은 옷을 일상화시켰고드레스를 무릎 위로 올렸습니다핸드백에 끈을 달아서 두 손을 자유롭게 만들었습니다.


따지고 보면샤넬은 지금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창궐시킨 시발이라고 할 수 있죠두 손으로 자유롭게 함으로써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 수 있게 한샤넬은 불필요하고 허세 가득한 복장을 몰아내고 복식 혁명을 일궜습니다여성을 옷뿐만 아니라 시대의 속박으로부터도 해방시킨 샤넬그녀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지혜와 사유의 공유 덕분이었죠공유기업 위즈돔의 것과도 비슷했네요어쨌든 그녀커피하우스 레 되 마고(Les Deux Magots)’를 들락거리며사상철학가작가예술가 등과 교류했습니다장 콕토피카소달리스트라빈스키헤밍웨이콜레트그레타 가르보마를레네 디트리히... 숱한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교류하고 생각을 공유했었죠공유했기에 가능했던 샤넬의 모든 것그것은 샤넬 스타일이었습니다.


사진 제공 : 공유경제에디터 김윤정


그러니까이날부터 4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는 공유경제 스타일을 만드는 시작입니다공유함으로써 세상을 바꾸고 여성을 해방시킨 샤넬처럼십대부터 칠십대까지 공유인들이 모여 내 삶과 우리 세상을 실제로 바꿔가는 현장.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되 모든 것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우리는 이제 조금씩 다른 경제다른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양 대표의 강연 현장으로 들어가 보죠.



협력적 소비공유경제?


“Collaborative Consumption. 협력적 소비죠그런데 이 말이 어려워서셰어링 이코노미(Sharing Economy), 공유경제로 바꿔서 설명하고 있습니다그렇다면 공유경제는 무엇일까요다른 이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오래전 우리가 해온 것의 일부분입니다재화물건시간능력 등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여기서 경제적인 활동이 이뤄지니까 공유경제입니다남이 안 쓰는데 내가 필요한 물건찾을 수 없을까스마트폰 덕분에 이게 더 쉬워졌습니다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통해 모르는 사람과도 거래를 하는데 쉬워졌습니다.”


양 대표는 공유경제 기업이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의 도움을 받아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과거에는 물건시간능력 등을 나누는데 장벽과 한계가 있었다면스마트폰이나 ICT(정보통신기술)는 이를 넘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이것시대의 변화와도 맞물립니다앞선 20세기가 학벌직장가문 등을 내세운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평판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거죠평판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커뮤니티를 통해 형성되는 법이니 ICT의 발전은 이를 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양 대표제레미 리프킨의 저작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를 언급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리프킨의 이 말믿는 사람이 많지 않았죠소유가 아닌 사용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그러나 지금사용과 접속부각되고 있습니다이건 도서관을 생각하면 됩니다책을 누구도 소유하지 않지만누구나 봅니다소유하지 않되 사용한다여기서 단초를 얻습니다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생각을 달리 해본다는 것그것이 공유경제의 단초입니다.


공유경제는 요즘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공유경제가 시작됐습니다사고 파는 것에 대해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전환한 거죠올해도 세계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역으로 공유경제는 각광을 받을 겁니다분명 소비를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ME’에서 ‘WE’로 바뀐다!


“‘me-제네레이션에서 ‘we-제네레이션으로 바뀔 겁니다.”


다시 돌아가양 대표는 21세기에는 평판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학벌사는 곳직장 등보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커뮤니티 등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 20세기가 광고마케팅을 통해 물건을 대량으로 팔았다면, 21세기는 소유보다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대량소비의 시대에서 협력적 소비(협동소비)의 시대로의 전환.



예를 듭니다자동차. 20세기 그리고 남자들을 열광시킨 물건이동의 도구로 첫 등장했지만 자동차는 이미 어떤 상징이 됐습니다헌데자동차를 소유하는 순간부터 자동차는 90% 이상 서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이동을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지만 이토록 오래 서 있다면자동차는 가만있을 때도 돈 먹는 하마입니다보험료주차료 등은 물론이요관리나 신경까지 써야함을 감안하면마음까지 먹는 하마죠그러니필요할 때만 차를 쓰고 싶은 사람생기지 않을까요?


완성차업체에서 차를 사는 것이 20세기였다면 짚카스트리트카 등 카셰어링 기업이 21세기의 트렌드입니다짚카는 시간 단위로도 빌려 쓰고 전용주차장도 있습니다주차할 고민도 없고 필요하면 언제든 쓸 수 있죠기술적으로도 문제없습니다카드만 대면 차문이 열리고얼마나 탔는지도 알 수 있고요그리고 최근 서울에서도 카셰어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짚카는 또 세계에서 제일 큰 렌터카 회사인 에이비스에게 5500억 원에 팔렸습니다짚카는 유치원 아이를 키우는 2명이 시작했는데처음엔 어려웠지만 사업을 잘 하는 기업가가 짚카와 다른 회사를 합쳐서 회사를 키웠습니다.”


여기서 더 나가면카풀과 같은 라이드 쉐어링이 있습니다유럽엔 이것이 잘 돼 있다는데요함께 타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신뢰도 스마트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하네요더 혁신적으로 나가면 ‘P2P CAR RENTAL’이 있습니다개인끼리 빌리는 것입니다차가 놀고 있으면 돈을 주고 빌리는 거죠보험도 제공하고. DriveMyCar, RelayRides, GETTAROUND, Whipcar 등의 기업을 예로 듭니다카셰어링은 P2P, B2C, NFP(Non-For-Profit or CO-OP) 등으로 나눠지는데, ‘퓨처오브카셰어링닷컴(http://futureofcarsharing.com)을 통해 그 전망을 잘 볼 수 있다.


돈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돈이 생기면 은행에 돈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이제 은행에 돈을 맡겨도 이자도 적고대출도 어렵습니다그래서 나온 것이 ‘P2P Social LENDING’, 즉 개인과 개인이 돈을 빌려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생겼습니다그런데이 경우 돈을 떼어먹힐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평판이 그래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해외에 LendingClub, zopa, peer mint, CommunityLend 등이한국에서는 팝펀딩 등이 있습니다.


개인과 개인에서 더 나아가사이버화폐 등을 통해 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지역이나 공동체에서 공동체화폐를 많이 쓰는데요여기서도 평판이 중요합니다학교지역직장 등이 아니라 얼마나 평판이 있느냐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는 거죠평판을 돈을 주고 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공유경제는 그렇듯생활과 연관해서도 자동차자전거공구카메라(), 땅 등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코업(CO-UP)은 파티션이 없고다 트여있습니다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데 왜 나와서 할까요이런 공간이 앞으로 더 많이 생길 것으로 봅니다.”


아울러 공유기업들의 새로운 기회와 성숙도를 다룬 표도 한 번 참조해보시고요. (. THE OPPORTUNITIES FOR SHARING)



특히, ‘공유라고 물건만 생각할 필요없습니다시간을 공유할 수 있고경험도 그러하며지식이나 지혜도 그러합니다샤넬도 생각의 공유를 통해 20세기 복식 혁명을 이뤘다는 사실잊지 마세요우리들의 공유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은 바로 상상력과 사유아닐까요.



공유경제를 하면서 알면 좋은 것들


양 대표공유경제를 이루는 세 가지 축을 말합니다.

- Product service systems 제품을 소유할 필요없이 혜택을 사용하는 것

- Redistribution markets : 서로 교환함으로써 재분배하고 협력적 소비를 만드는 것

- Collaborative lifestyles : 기술시간 등을 제공하고 공유되는 것


아울러공유경제의 원칙도 뒤따릅니다.

Trust between strangers :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Belief in the commons : 공공재에 대한 믿음(모든 사람이 함께 쓰는 것이다)

Idling capacity(유휴자산) : 잠자고 있는 것을 깨우면 경제적 효과가 만들어진다

Critical mass(임계점) : 이용자 숫자가 임계량에 도달해야 한다


공유경제에 힘을 불어주는 장치도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P2P Technologies : 정보통신기술

Resurgence of community : 공동체에서 다시 쓰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을 하자

Environmental concerns : 환경에 대한 검토인식

Cost consciousness : 경제적 측면에서 새 것을 사는 것보다 이익이 된다


공유경제 신뢰 구축에 다섯 가지 중요한 요소를 말합니다.

- Personal profiles : 개인프로필 작성 기능

- Official verification : 인증

- Degree of separation : 친구의 친구 등 내가 아는 사람을 통한 신뢰도 형성

- Peer reviews & ratings : 평점이나 리뷰

- High-touch : In-person screening : 사람을 통한 확인


에어비앤비는 전세계 힐튼호텔 체인보다 빌려주는 방이 더 많습니다처음부터 대박을 터트린 게 아니라 3년 동안 엄청 고생을 했습니다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집을 열어준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는데지금 생각해도 쉽지 않죠한 번은 아이들이 쓰던 오두막을 아이들이 커서 내놨는데큰 인기를 끌면서 지금 1년 치 이상 예약이 돼 있을 정도예요네팔의 물 위에 떠 있는 집도 있고서울에도 방이 있습니다서울에 관광객이 많이 오는데남는 방 있으면 내주세요언어도 배우고함께 놀면서 친구도 사귀고집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 오는 게 이상한데페이스북 등을 통하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등이 내놓은 집도 찾을 수 있어요외국인 입장에서 한옥이나 일반 가정을 보면 재밌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고요.”


공유경제는 무엇보다 다양한 이익을 제공합니다기본적으론 경제적 이익부터환경과 생활에서도 그러하며사회와 커뮤니티에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자부심도 느끼게 합니다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문화인으로서의 면모까지.


사진 제공 : 공유경제에디터 김윤정


양 대표, “Solo, But Not Alone!”라고 말합니다이미 한국에도 공유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각기 하나의 기업이지만혼자 가는 것이 아닌 공유로서 새로운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인식시킵니다공유경제우리에게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문화맞습니다품앗이와 상부상조 등과 같은 좋은 공유 유전자(DNA)가 우리에겐 있었습니다함께 사용하고 나누고 이웃과 맺는 관계우리에겐 이미 공유경제 DNA가 있음을 자각할 수 있었던 시간우리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 수 있음도 확인했습니다지금 당장샤넬 제품이 없을지 몰라도당신에겐 샤넬 스타일은 있을 수 있습니다그것은 곧 공유 스타일!



Q&A


공유경제 모델을 이해하기 위한 서울시 교육 프로그램이나 지원사업이 있나?

(김기현 서울시 혁신기업팀장공유경제를 비롯한 공유사업 지원을 위해 지난해 조례가 만들어졌고규칙을 만들고 있다사회적기업처럼 신뢰할 수 있는 공유기업을 지정하고 홍보하며해당 기업에겐 홍보비나 신규 투자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창업과 관련해서는 서울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20개 공유기업의 창업지원을 검토하고 있다창업 공간 지원이나 컨설팅도 준비하고 있는데, 5월에 그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기존에 창업한 공유기업에겐 사업 확장 프로그램이 있다창업과 기존 기업에 대한 지원 등 투트랙으로 진행될 것이다. 2월말쯤 공유경제기업 선정 공고가 뜬다.


공유경제가 연출이나 문화예술에도 통할 수 있을까?


예술 분야를 보면외국에는 빌딩이나 건물 공사가 덜 돼서 방치된 곳들을 아티스트들의 레지던스로 쓰게 한다거나 팝업 스튜디오로 공용하게 한다또 일본 패션회사의 것도 참고할 만한 것이 있다대개 유명 패션브랜드 회사들은 안 팔린 제품이라도 싼 시장이나 이월시장에 보내지 않고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버린다패션 아티스트들이 그걸 받아다가 신진 디자이너들이 콜라보(협력)를 해서 재창조경제적 이익을 얻기도 한다.


가장 즐겨 사용하는 공유경제 서비스는 무엇이며 하고 싶은 공유경제 서비스가 있다면?


책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국민도서관 책꽂이(www.bookoob.co.kr). 여기에 내 온라인 서재가 있다. ‘이장을 검색하면 내 온라인 서재에서 책을 빌려볼 수 있다지난달멘붕이 와서 요즘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웃음내가 하고 싶은 공유 서비스는방이 하나 있으면 외국에서 오는 기업가나 스타트업 기업가들과 이야기하면서 영어 공부도 하고함께 돌아다니는 그런 것이다재밌을 것이다생활과 접목해서 잘 할 수 있을 것도 같고.


공유경제카셰어링 기업과 달리 완성차업체에는 도움이 될까거시적으로 제조업과 공유경제가 상극이 될 수 있다고용에서도 그렇고공유경제가 기존 산업과 충돌하는 건 아닌가?


경제라는 분야가 꽤 크다공유경제를 하면 물건 파는 사람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하는 시선도 있는데그렇지 않다경제나 사회는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효율적이지 않은 산업은 도태되는 게 맞고변화할 것이다그렇다고 한 번에 확 바뀌지는 않는다공유경제가 주류경제가 된다 해도 아주 오래 걸릴 거다자동차도 재산 증식이나 재산 목록으로 소유하기보다 이동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이 변화하면완성차업체들도 변화해야 할 것이다그렇다고 한 번에 빨리 변하진 않는다. ‘공유지의 비극도 있다여러 사람이 쓰는 목장이 있는데이 목장엔 잡초만 무성히 자란다피자도 너무 잘게 쪼개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공유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아야 공유경제는 잘 된다생산자-소비자-연결자 삼자의 사이클이 맞아 떨어져야 사업이 잘 굴러간다에어비앤비를 예로 들어보자남는 방-돈 아낄 수 있는 개인-연결해주는 업체삼자가 맞아 떨어졌다공유경제라는 카테고리는 크지만 개별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다사업이 단계를 넘어갈 때도 전략이 다르다홍보는 얼마나 강한 커뮤니티를 보유하느냐에 따라 다르다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람이 그 가치를 가장 쉽게 전달해 줄 수 있다커뮤니티 빌딩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


(☞ 공유경제 강연은 계속 됩니다. 신청하시라!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http://www.wisdo.me/902)




by. 커피향 공유하는 남자, 김이준수(공유경제 에디터)


밤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가 있는, 당신과 나의 공간을 꿈꾼다.

커피 한 잔으로 우리는 세계를 사유하고, 세계를 공유한다.

그 알싸하고 향긋하며 좋은 커피향, 나만 맡을 수 없어 당신과 함께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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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넓은 우주에 우리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 낭비 아니겠니?
(If it is just us, it seems like a awful waste of space?)

- 영화 <콘택트>에서 조디 포스터가 분한, Dr. 앨리 애로위의 대사

 

커피향 공유하는 커피 만드는 노총각의 독백..... 이랄까?`

된장, 감동 먹었다. 그 어떤 향긋한 커피향보다 더 진하고 강렬한 향이었고, 기똥차게 볶아서 내린 그 어떤 커피의 알싸함보다 짜릿한 맛이었으며, 행복감을 전파하는 커피의 고운 마음씨보다 더 강력한 행복 바이러스였다. 

 

조디 포스터. 쉰 한 살의 직업이 배우인 이 여자. 1월 13일, 한국시각으로는 14일, 제7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쳤다. 압축하자면, 이렇다. "나, 동성애자다." 커밍아웃. 물론, 아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 조디 포스터에 조금 이상의 관심이 있었다면, 그것은 철 지난 유행가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알고 있던, 나는 훅~ 갔다. 시상식이라는 공개석상에서 내가 누구인지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 여전히 '다른 나'에 대해 거부감과 차별을 내면화한 세계를 향해 똥침을 날릴 줄 아는 사람. 신선하고 멋있다. 그 카리스마, 반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할 정도로.

 

왠 오버냐, 하겠지만,
전사 같은 강인한 이미지의 조디 포스터라지만, 공개석상에서 그런 고백을 위해선 얼마나 큰 마음 졸임과 고민의 순간이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라. 몇 번이고 심호흡을 가다듬고, 할까 말까를 놓고 번민을 거듭했을 순간. 그리고 마침내 입을 떼면서 다가왔을 환희. 그 심연 같은 마음을 이해하는 건, 스트레이트인 나로선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저 굳센 팔뚝에 매달리고 싶을 정도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멋진 여자라니.
이 여자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 나는 감사한다. 

 

 

 

대개의 경우, 시대가 여성상을 만든다. 그러나 드물게 어떤 여성은 등장만으로 새 시대를 열거나 세상에 스스로를 증명함으로써 견고한 세상의 벽에 금을 가게도 한다. 조디는 맞다. 후자다. 조디에게 훅 감동 먹으면서 나는 확인했다. 내가 혹하는 여성은 타인의 생이 아닌 자기만의 서사와 캐릭터로 자신의 생을 꾸리는 여성임을. 

 

내가 나임을 아는 것. 그게 뭐 어려운 일이냐고? 천만에.
지금 물어보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슬퍼하고 싫어하는지.
어려운 일이다. 알면 알수록 거부하고 싶은 나도 있다.
그럼에도 나를 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를 알면,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조디는 그래서 삶을 기적으로 바꿨고, 그 기적으로 세상을 다시 변화시키는 놀라운 여성이다.
악전고투. 그리고 '내가 나'임을 증명하고 연출한다. 세상은 그것에 감동하며 바뀐다. 나는 조디가 '내가 나'임을 드러냄으로써 세상이 좀 덜 슬픈 곳이 되리라 믿는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않음, 세상이 너무 좆 같잖아. 쉬파.

 

 

로자 룩셈부르크도 그랬다. 생뚱 맞지만, 조디의 외침을 들으면서 로자가 떠올랐다. 연관성? 없다. 단지, 1월 15일 즈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1919년 1월 15일, 사회주의 혁명의 꿈은 암살당했다. 만땅으로 마흔 여덟을 채우지 못한 채. 사랑과 혁명의 화신이었던 로자의 94주기.

 

그래서 15일의 커피는, 사회주의 국가의 커피로만 블렌딩한 혁명 커피, 로자.

 

또 15일에 슬픔이 뚝뚝 묻어난 이유는, 또 하나의 혁명이 시들었기 때문이었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별세하셨다. 누구냐고? <감각의 제국>! 엉뚱한 장면 상상작렬하느라, 그 안에 품은 오시마의 혁명적 송곳을 놓친다면 아쉽고, 또 아쉽다. 그는 금기된 것을 깨부숨으로써 혁명을 꾀했다. 군국주의 일본의 국가적 광기와 검열에 대해 격렬하게 저항하고 비판했다. 로자 위에, 오시마의 스러진 혁명의 꿈이 겹쳐졌다.

 

그리고 나는 오늘,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조직의 한 사람이라도 행복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 잠시 잊고 있었다. 나를 둘러싼 문제에만 너무 매달리느라. 나는 아직 인간이 되긴 멀었지만, 삶이 점점 더 재밌어진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절망 뿐인 세상에서도 생은 그런 세상을 때론 배반하기도 한다. 물론, 잠시일 뿐이겠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찰나의 배신이 즐거운 것을.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말라는 법이 없다면, 그래, 그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조디 누나를 통해 꿈꾼다. 내가 누구인지 거리낌 없이 말해도 괜찮은 그런 세상.
지금, 혁명까지는 회의적이라도, 그런 세상, 내가 누구인지 말해도 괜찮은 세상,  

 

아름답다.

그런 세상에 어울리는 커피,

당신을 위해 짓는다.

 

 

뷰티풀 & 굿럭.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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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소셜 다이닝, '집밥'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세 번째 시간, 집밥(1월24일)



어떤가요. 음식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생각만 해도 흐뭇한 풍경이죠? 그렇게 밥을 함께 먹는다는 건, 기본적인 신뢰를 깔고 있는 것입니다. “밥 한 번 하자”는 말이 우리 일상에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가를 보면, ‘식사 한 끼’가 주는 신뢰의 공유를 허투루 넘길 수 없습니다. 건배를 하는 전통은 서양에서 술에 독을 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태도라고 하죠. 또한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함께 먹는 사람의 삶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행위가 느낌의 공동체를 만들고, 단 한 끼라도 누군가에겐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소셜다이닝 집밥(www.zipbob.net, 대표 박인)’은 그런 순간을 만드는 공유기업입니다. ‘집에서 먹는 밥’이라서 집밥이 아니고, ‘같이 먹는 밥’이어서 집밥, 밥을 함께 먹는다는 삶의 사소하지만 중요한 기적을 연결해주는 집밥입니다.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_집밥 신청 : http://wisdo.me/902]


같이 먹는 밥, 집밥


‘소셜다이닝 집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간단합니다. “나의 식탁을 공유합니다.” 같이 먹으면 밥이 더 맛있다는 사실, 잘 알죠? 소셜다이닝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의 ‘심포지온(Symposion, 향연)’입니다. 오늘날, 강연회로 인식되고 있는 심포지엄(심포지온)은 원래 함께 식사와 술을 나누며 이야기하는 문화를 지칭했어요. 그러니, 식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인류의 DNA에 박힌 아주 오래된 전통이자 문화였던 거죠.


그러나 사람들 생활이 바빠지고, 생활 형태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우리는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전통을 잃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음식에 대한 존중과 관계를 잃어버린 것이죠. ‘밥상머리 문화’, 사라졌습니다. 박인 대표는 이런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특히나 본인의 경험에서도 ‘함께 먹는 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집밥은 어쩌면 절심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과 반발.


박인 대표의 부모님은 인도에서 사업을 하셨고, 언니는 미국에서 유학하고, 자연히 박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울에서 혼자 살았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 생활,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혼자 먹는 게 싫었고, 그렇다고 공통의 관심사도 없이 무미건조한 자리에서의 밥 한 끼는 내키지 않았던 거죠. 박 대표, 어느 날, 회사를 관두고 혼자 집에 있다 보니, 우울해졌습니다. 혼자서 밥을 먹기도 싫고 이웃집 아주머니와 밥을 나눠먹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곤 실행에 옮겼습니다. 연락을 해서 함께 밥을 먹었던 경험. 그것이 참, 좋았습니다.


머리에 반짝 전구가 떴습니다. 그래,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야. 함께 먹는 집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나와 같은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함께 둘러앉아 먹는 밥상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면서 여유롭고 즐겁게 식사하는 밥상을 매개로 관계를 맺게 해주는 느낌의 공동체. 집밥은 그렇게 발을 뗐습니다. 그렇다면, 밥을 함께 먹는 것도 공유경제다? 왜 그런지, 박인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집밥을 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공유경제를 하고 싶어서였어요. 방을 빌려주는 등은 이미 많이 하고 있어서 나는 음식으로 해보고 싶어서 집밥이 된 거죠. 하다 보니까 내가 하고자 하는 게 밥을 하는 것보다 ‘같이 먹는 것’임을 알았어요.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공유경제가 굳이 물건만 공유하는 게 아니고 같이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것일 수 있다! 개인 간의 신뢰를 기본으로 한 경제시스템을 공유경제라고 생각했고, 소셜다이닝도 공유경제라는 확신을 갖게 됐죠. 해외를 봐도 소셜다이닝은 공유경제의 범주로 인정받고 있고요.”


고로, 소셜다이닝 집밥은 누구나 편하게 밥 먹으러 와서 대화를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공유기업입니다. 식사를 매개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 소통하게 하는 모임 문화기업입니다. 밥이 있고, 관계가 있고, 느낌이 있는 곳. 그러니 지난해 5월 탄생한 이 신생 공유기업은 250개가 넘는 밥상모임을 형성했고, 2천 명 가량이 밥 한 끼의 공동체를 경험했습니다. 덕분에 2012년 12월,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고요.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밥상문화’에 대한 향수와 필요성을 공감한 덕분이겠죠.


집밥에서 만나는 공유경제


이미 타계했지만 일본의 작가 요네하라 마리는 《미식견문록》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튼 엄청난 먹보가 많은 우리 친지들은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먹이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다. 또 그것이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p.174) 이것이야말로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좋은’ 음식을 만나면 ‘나눠’ 먹는 것. 미식(가)이 별건가요. 누군가와 작지만 내가 품은 세계를 공유하고 상호 교류하는 섭생을 하는 것.


집밥이 가진 차별화된 특징 중 하나도 그것입니다. ‘특정 관심사를 통해서 만난다. 호스트들의 명확한 주제가 있다.’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면 유독 밥을 먹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밥을 먹는다는 행위가 주는 중요성 때문이겠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영화 <카모메 식당>이나 책 《심야식당》이 주는 감성이 바로 집밥의 것과 맥이 닿습니다. 화려하고 대단한 밥상 아닙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누군가와 밥상머리에서 담소를 나누고, 시간과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 그것이 좋은 겁니다. 그래서 집밥은 ‘도시락’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채비도 갖추고 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함께 나눠먹으며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일, 참 설레는 일이지 않나요?


“집밥은 꿈꿉니다. 전국의 집밥 네트워크를! 밥상으로 대동단결하는 모습을 그려요. 집밥의 커뮤니티와 이야기가 계속 퍼지고 커진다면 제주도에 놀러가서 여행자들, 동네 사람들과 함께 밥상 앞에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풍성은 밥상 앞에서 조금은 냉랭했던 우리도 ‘밥 한 번 먹은 사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박 대표의 말에서 탐식가와 미식가의 차이를 엿봅니다. 음식은 그냥 있을 뿐인데, 음식을 대하는 마음에 따라 그 음식은 달라집니다. 음식 먹는 일이 달라진다는 것은 삶과 세상을 새로이 재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맛있는 음식만 찾아다니며 먹는 것이 탐식이라면 음식에 담긴 삶을 맛보는 미식은, 함께 함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음식에 담긴 삶을 맛보고 음식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 그 방법을 공유합니다.


1월24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서울시신청사 3층 회의실,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소셜 다이닝> 집밥을 만나보세요. 참가신청은 위즈돔(http://wisdo.me/902).



by. 커피향 공유하는 남자, 김이준수(공유경제 에디터)


밤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가 있는, 당신과 나의 공간을 꿈꾼다.

커피 한 잔으로 우리는 세계를 사유하고, 세계를 공유한다.

그 알싸하고 향긋하며 좋은 커피향, 나만 맡을 수 없어 당신과 함께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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