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잡방 오페라 마실 - 시시콜콜 오페라 뒤지기




수운잡방 오페라 마실 시시콜콜 오페라 뒤지기 

by 나사못회전 


   수운잡방에서 오페라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드라마, 무대극, 음악극의 역사를 통틀어, 고유의 발전사 및 유장한 전통을 쌓아 온 오페라. 오늘날에도 꾸준히 창작되고 있는 중요 갈래인 오페라에 대한 이해의 장을 만들어볼 요량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입니다. 

   오페라의 드라마터지|연출|연기|무대|미술|음악|제작|흥행 및 극장 제도 등을 쉽고 재밌게 소개합니다. 오페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들에 초첨을 맞추어 기획한 강좌이니 편안하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시연할 오페라 : Bizet - Carmen / Obraztsova, Domingo, Mazurok, Buchanan, Rydl, Zednik, Kleiber, Vienna Opera (1978년 실황)

  • 일시 : 2013.5.7(화) 19:30~21:00
  • 장소 : 수운잡방(마포구 서교동  458-10 현주오피스텔 B01호)                                          수운잡방 오는방법 ->http://bit.ly/ZTmHbd
  • 모집인원 : 30명 한정
  • 수강신청 : 2013.5.7(화) 17:00까지
  • 수강료 : 5,000원 단, 맛콘서트 수강자  40% 할인(3,000원)  
  • 당일 ep coop이 직접 로스팅한 Laos Bolaven 아메리카노와 직접 만든 수제초콜릿을 드립니다. 
  • 입금계좌 : 우리1002-844-008945  (예금주:김경)


     “안녕하세요, 수운잡방 오페라 마실을 진행할 나사못회전입니다. 시작하는 즈음에 인사를 올리지 않을 수 없어, 부끄럼 무릅쓰고 나섭니다. 더구나 저는 오페라 분야에서 ‘선생’ ‘강사’를 자처할 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전문성이란 면에서 그렇고 한 분야에서 ‘숙련’이란 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음악과 드라마와 무대용 공연 전부를 좋아해왔고 덕분에 오페라하고도 몹시 친하게 지내는 사람입니다. 그냥 무대 공연이 좋고 오페라가 좋은 동네 아저씨, 마을 주민, 시민이 제 정체예요. 그런데, 이런 제 정체가 어쩌면 여러분과 저 사이에 접점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골목길 장삼이사 씨들이 오페라에 대해 어떤 이해와 오해를 하고 있을지 조금 알 만하단 말이죠. 이 시간, 저는 동네 사람으로서 또 이야기꾼으로서,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과 함께 전해드릴게요. 그냥 편안하게 듣고 보고 즐기면서, 오페라랑 한번 만나보세요. 

     어쩌다 좋은 음식 먹을 때 애인 생각나고, 친구 생각나고, 형제 생각나고 그런 때 있지요? 저녁 시간에 만날 수 있는 여러분과 같은 동네 사람들과 오페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위에 쓴 그대로예요. 맛난 음식 나눠 먹고 싶은 마음과 매한가지입니다. 좋은 것 나누고, 덕분에 수다까지 장하다면 그보다 더 재미난 노릇이 어딨겠어요.

   압니다. 오페라는 어쩐지 친하기 힘든 친구처럼 느껴지죠. 사실 선입견도 얼마간 있지요. 한데 오페라는 지난 400년간 영화와 스포츠를 합친 것과 같은 볼거리 노릇을 해온 갈래이고 형식입니다. 창작하고 연출하고 연기하는 사람들에게는 표현의 즐거움을 주기 위한 노력을, 보며 즐기는 이들에게는 위로를 주기 위한 노력을 무려 400년이나 쌓아 오늘날에 물려준 갈래이고 형식이란 말이죠. 그것도 지난 400년간, 동시대 음악과 무대극과 문학 분야에서 가장 뾰족한 감수성을 지닌 이들이 총동원되어서요.

     오페라는 이렇게, 일회용 행사나 전시를 넘어 스스로의 진화 과정 속에서 '오페라 역사'의 엔진을 마련했습니다. 오페라 역사 400년은 연희-퍼포먼스, 무대극-드라마의 기본 기술, 원천 기술을 쌓아온 시간이기도 합니다. 영화와 텔레비전용 드라마는 오페라에서 많은 자양을 거두었습니다.

     발레를 필두로 한 춤, 대본과 장치가 반드시 필요한 희극의 오랜 후원자도 오페라입니다. 그러니 오페라 즐기기는 온갖 연희와 극을 더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돕는 면도 있습니다. 저는 이 재미난 놀이를 더 널리 퍼뜨려 일 마친 밤에, 학교 마친 시간에 동네 사람들이 좀 더 재밌게 지낼 밑천을 마련하기 바랍니다.

     알코올과 텔레비전 말고, 함께 할 재미난 장난감 하나 더 갖고 싶어요. 그저 이뿐입니다. 아직 우리 삶의 지평, 예술의 지평은 좁기만 한 듯합니다. 특정 갈래, 형식에 대한 선입견이 스스로 삶의 지평, 예술의 지평을 좁히기도 합니다. 다른 것 없습니다. 직접 겪고 접한 덕분에, 내 시야가 넓어질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있잖아요.

     모쪼록 '오페라'가 그런 즐거움에도 두루 소용되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누구의 인생에도 끼어드는 위험, 

그러나 늘 위험을 무릅 쓸 가치가 있는 것, 

그건 사랑...

- <러브 어페어> 중에서 - 


그리고 5월, 오월愛
(
신청은 위즈돔을 통해 : http://www.wisdo.me/2031)


5월이에요, 오월. 
한층 따뜻한 이 봄날이 오면 생각나는,   


우연과 약속이 빚은 어떤 인연의 영화들이 있습니다.
5월 8일이면 나는 그들의 행로를 좇아 사랑을 다시 생각합니다. 


먼저, 이 영화, <첨밀밀>. 

10년. '만나야 될 사람은 꼭 만나게 된다'는 사랑의 아포리즘을 촘촘하게 형상화했던 이 영화. 홍콩으로 함께 넘어온 친구로부터 시작해 숱한 엇갈림을 거쳐 마침내 뉴욕의 한 전파상에서 우연 같은 필연을 빚었던 두 사람. 

이요(장만옥)과 소군(여명)의 사랑이 그랬죠. 한끗 차이의 미묘한 엇갈림에 어휴~ 한숨 짓게 하고, 마음을 오종종 애타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빚어낸 10년의 돌고도는 운명(론)은 5월에 마무리됐습니다. 그들이 10년의 새침함을 뚫고 만났던 그 순간, 나는 잊을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5월8일은 등려군이 사망한 날(1995년)이자, 
그들(이요와 소군)이 뉴욕에서 다시 만난 날입니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는 말을 믿고 싶다면, <첨밀밀>을 봐도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것 아세요? 
이요와 소군이 만난 뉴욕의 5월8일. 또 다른 연인들이 만나기로 했던 날이었습니다. 
<러브 어페어>의 테리(아네트 버닝)와 마이크(워렌 비티). 비행기 옆좌석에 앉은 그들. 각기 약혼자가 있었음에도, 그들은 서로에게 풍덩 빠집니다. 러브 어페어.


어찌할 수 없는 끌림. 불과 사흘이었지만,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는 두 사람. 

3개월 후 다시 만나기로 한 시간과 장소가, 

5월8일 오후 5시2분,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입니다.  

그렇게 그때, 서로의 사랑을 증명하듯 모든 것을 정리하고 만나기로 약속한 두 사람. 
다만 한 사람이라도 나오지 않는다면 서로 찾거나 연락하지 않기. 
진짜 그것이 사랑인지 고민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그날. 
그들은 그곳을 향하지만, 또 다른 시련이 그들을 기다립니다. 
나는 이 사랑에 쩔쩔맸습니다.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말이죠. 


<러브 어페어>. 
1932년 처음 만들어졌고, 1939년에 첫 리메이크됐으며 데보라 카와 캐리 그랜트 주연으로 만들어진 1957년 리메이크작은 맥 라이언, 탐 행크스 주연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모티브가 됐다. 특히 애니(맥 라이언)은 눈물을 쏟으면서 이 영화를 보는데, 애니가 삭막한 현실에서 잊고 사는 진실한 사랑에 대한 꿈을 되살리는 영화가 바로 1957년작 <러브 어페어>입니다.


1994년작은 가장 최신의 것이기도 하지만, 바람둥이 워렌 비티를 잠재운 아네트 버닝의 극강의 아름다움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캐서린 헵번의 깜짝 등장도 작은 선물입니다. 
그래, 뭣보다 영화가 알려주는 이것. 

"누구의 인생에도 끼어드는 위험, 그러나 늘 위험을 무릅 쓸 가치가 있는 것, 그건 사랑이다."

사랑 지상주의자(들)에게 권합니다. ^^
5월 8일(수)의 봄밤(오후 7시43분~9시35분), 

어버이날이라고 누군가는 분주해할 그날. 
당신과 함께, 서교동의 수운잡방에서 5월 8일의 영화를 만납니다. 
<첨밀밀>이 될까요? <러브 어페어>가 될까요? 


(☞ 신청은 위즈돔을 통해 : http://www.wisdo.me/2031)

둘 중의 한 영화를 상상할 당신, 
봄날의 맛있는 공정무역 커피 한 잔과 함께 봄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식사는 제공하지 않으오니, 드실 것 챙겨서 오시면 됩니다. ^^ 함께 나눠먹을 무엇도 좋아효~)  


등려군의 노래가 울려퍼질지, 
엔리오 모리코네의 선율이 흘러나올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수운잡방에서 확인하세요! 

그 5월, 오월愛. 
5명과 愛를 만납니다. 당신의 사랑은 안녕하신가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5월 1일 노동절, 메이데이.  

 

커피노동자의 다짐, 단순하다.

 

만국의 노동자여 협동하라.

(커피노동자 선언 : 만국의 노동자여 협동하라!) 

 

노동절임에도 쉬지 않고,

아니 못하는지도 모르는,

매일 망치질 하는 헤머링맨(흥국생명 사옥, 조나단 브롭스키)을 생각했고,

 

그저께 덕수궁길에서 만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를 떠올렸으며, (지난 4월4일 서울 중구청(과 공권력)에 의해 대한문 천막농성장이 강제 철거됐다. 그게 이 나라 수준이다!)

 

협동을 위해 만난 다른 커피노동자와 그 커피노동자가 따라준 커피를 공들여 키워준 커피산지의 노동자를 상상했다.  

 

 

그 커피노동자가 따라준 더치커피도 협동의 산물이었다.

과테말라와 에콰도르.

 

내 결론은 단순하다.

커피는 협동해야 산다. 노동자는 협동해야 산다.

 

노동절, 노동자의 협동을 생각하다.

 

나는 그렇게, 커피노동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하, 별 다른 이유, 없어요.
그저, 4월 23일이어서, 그래요. ^^

 

책의 날.
지난 1995년부터 유네스코가 정한 날인데, 당연히 유래도 있겠죠?
이날의 전설 혹은 레전드! 두둥.

 

우선, 스페인(에스파냐).
큰일이 났습니다. 공주가 용에게 납치됐습니다.
그때 등장한 호르디(Jordi, '조르디'라고 부르면 미워요!)라는 병사.
용과 싸웠고, 모가지를 뎅강. 그런데 그곳에서, 어머, 장미덩쿨이 피어나는 것 아니겠어요?
용감한 무사 호르디, 자신이 구한 공주에게 가장 예쁜 장미를 건넸습니다. 장미를 받아주오!

 

그 호르디 생일이 4월 23일이었습니다.
에스파냐에선 그래서 중세 때부터 장미축제를 열었다죠.
이름하여, '상트 호르디(세인트 조지) 축일'. 장미로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됐습니다.

 


그런 날, 세계적인 대문호 2명이 눈을 감았습니다. 1616년 4월23일.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헌데 두 사람의 생은 어떻게 보면 정반대였죠.
살면서 셰익스피어는 부와 명성을 누린 반면, 세르반테스는 줄곧 빈궁하게 버텨야했습니다.

 

물론, 당시 영국과 에스파냐가 다른 달력(영-율리우스력, 에-그레고리력)을 썼기 때문에 서거 날짜에 대한 이견도 있지만, 사람들이 자기들 편한 대로 두 사람 서거일이 같다고 꽝꽝.

 

어쨌든, 이 두 가지를 엮어 에스파냐 카탈루냐 지방에선,
'상트 호르디 축일(4월23일)'에 책과 장미를 주고받는 전통이 생겼다지요.
지금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가장 서민적인 거리라는 '람블라(Rambla)'엔 이날, 책과 장미의 향기가 진동을 한다지요. 엄청나게 큰 거리 전체가 책들로 가득찬 벼룩시장이 되고 장미향이 봄바람 타고 살랑살랑. 400만 송이가 넘는 장미, 50만권 이상의 책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간다나요.

 

이런 날, 수운잡방_낭만 프로젝트 '책 읽어주는 남자'는,
책과 함께하는 도란도란 수다를 떱니다.

 

각자의 마음속 서재에 있는 책을 꺼내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잡설! :)


책은 저를 지탱하게 한 중요한 심리적 자원이었고, 여전히 좋은 친구입니다.

어느날, 세상의 중력으로부터 자발적으로 튕겨져 나갔으나
그 전까지의 어줍잖은 관성 때문에 힘들고 어렵던 시기, 
책은 저의 자존감을 지켜줬고, 세상을 더 넓게 사유하고 바라보게 해줬습니다.
살아갈 이유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조곤조곤 들려줬습니다. 

 

그런 책들이 차곡차곡 쌓인 제 마음의 서재에서,
몇 권을 꺼내 공유할게요. 당신도 당신 마음의 서재에 있는 책을 꺼내 읽어주세요. ^.^  

 

혹시나,
1997년 안타깝게 요절한 눈 밝은 소설가 김소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도 좋고요. (그의 기일은 '책의 날' 전날이자 지구의 날인 4월22일입니다!)

 

결코 열어볼 수 없는 미래의 어떤 가능성 때문에 요절은 슬프고, 아픈 것이겠지만, 제게 김소진은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 http://procope.org/312

 

만화도 완전 대환영!!! 저도 만화라면 할 얘기, 많습니다.ㅋ

 

그렇게 각자의 서재 공개를 통해,
내 마음의 책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필요한 존재가 되고,
세상 밖으로 내놓아 공유하면서 더 넓은 세계로 확산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말이 그럴듯해서 그렇지, 그냥 수다에요, 수다!) 

 

제가 좋아라~하는 문학평론가 정여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잠시 새로운 책에 대한 조바심을 내려놓고 오직 내가 읽은 책들로만 이루어진 작고 아름다운 마음의 도서관을 가꾸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읽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퍼뜨려 나누는 것'이니까."

 

당신 마음의 서재에 있는 책의 한 구석에 고이 접힌 부분을 나눠주세요.
그 부분, 원한다면 제가 대신 읽어드릴 수도 있어요. ^^

 

이날, 직접 제조한 맛있는 김밥과 맛있는 공정무역 커피를 대접합니다.
(기타 함께 먹고 싶은 것 무엇이든지 가져오셔도 되고, 심지어 알코올도 됨, 완전 좋아함!!!)

 

신청은 위즈돔을 통해서만. => http://www.wisdo.me/1918

 

장미처럼 붉은 당신의 마음에 꽂혀 있는 책은 무엇인가요?
책 읽는 봄밤이 그렇게 당신과 함께 익어갑니다.

 

앙, 책의 날이니까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If this is coffee, please bring me some tea; but if this is tea, please bring me some coffee.

-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

 

링컨은, 최소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을 놓고 보자면,

수다쟁이야. 좋게 이야기하면, 이야기꾼.

 

링컨이 커피를 좋아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어느날 한 레스토랑에서 그는 저리 말한 것으로 알려졌어.

정확한 맥락은 역시 알 수 없어. 전해진 바로는 링컨에게 커피가 나왔고,

그 커피를 마신 링컨, 형편 없는 맛 때문에 저런 미국식 유머(?)를 작렬했다고 하더라.

(커피와 관련해 유일하게 전해오는 링컨의 저 말은 'Humor'로 분류되지!) 

 

 

넌, 

이 싸늘한 봄날, 느닷없이 왜 '링컨'을 꺼내느냐고 물었지.


어젠(14일) <링컨>을 두 번째 봤어. 시사회에 이어. 

<링컨>을 처음 만났을 때, 참으로 감동적이고 먹먹했지. 쿨럭~ 울음을 지었다규!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1809.2.12 ~ 1865.4.15)

4월15일, 148주기. 

1865년 4월 14일, 포드극장에서 저격 당한 링컨은 포드극장 가까이 있는 페터슨 하우스(Petersen House)로 옮겨졌고, 이튿날 오전 7시22분, 사망 선고를 받았지.

그러니까, 링컨, 암살. ㅠ.ㅠ

나와 생일이 같은(다윈은 링컨과 같은 해 같은 날 태어났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은 56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어. (흥미로운 사실은, 다윈은 더 오래 살긴 했는데, 1882년 4월 19일 사망했지. 같은 날 태어난 두 사람, 죽은 날짜도 비슷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미국 독립선언문에 기초해 '흑인=노예'라는 제도적 틀을 깼던 평등의 아이콘은 스러졌어.


(* 노예해방에 대한 링컨의 진심을 둘러싼 의심도 여전히 있어. 설이 설설 난무하지.

그 핵심은 링컨이 노예제 폐지보다 연방 통일에 더 중요한 방점을 두고 있었다는 것.

링컨은 남북전쟁 발발 후, Horace Greeley 기자에게 쓴 서신에서 이렇게 적었어.

"이 전쟁에서 내 최고 목표는 연방을 구하는 것이지 노예제도를 구하거나 파괴하는 게 아니다. 노예를 해방하지 않고도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요, 노예를 해방해야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또한 그렇게 할 것이다."

<링컨>은 연방을 위해 노예해방이 링컨에게 꼭 필요한 수단이었다고 말하지 않아.

극의 전개를 보면, 되레 반대에 가까워. 연방 유지라는 명분과 전쟁의 유리한 국면을 위해 노예제도 폐지를 들고 나왔다면, 굳이 수정헌법 13조를 통과시킬 필요는 없었다는 거지. 그렇게 회유와 매직까지 하면서 힘을 뺄 이유, 없었지!)  

 

 

"링컨은 그럼 연방주의자였던 거야? 노예해방론자는 아니고?"


당신의 물음에 나는, 다른 말보다 커피를 건넨다.  

 

"자, 오늘 밤9시의커피. 이름은 '평등(Equality)'"


연방 통일을 위한 노력도 있었다손,

노예제 폐지를 위한 링컨의 신념은 확고한 것이었어.


"노예제도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세상에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 확신, 미국 독립선언문의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에 기반을 둔 거야.

미국의 혁명 또한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듯. 

 

어때?

그 커피_평등, 링컨의 유머처럼 차(tea)로 바꿀 이유는 없지?


"응, 커피 맛 참 좋은데. 뭐랄까. 세계의 평등한 기운이 느껴져. ^.~ 이번엔 링컨을 블렌딩한 거?"

 

하하. 선수 다 됐는 걸!

링컨, 지독한 우울증을 앓았대.

헌데, 그 우울증이 그에겐 '저주받은 축복'이었다는 견해들이 많아. 

우울증 덕분에 훌륭한 정치가가 될 수 있었다는 왠지 멜랑꼬리한 결론인데.

 

 

자, 이콸러티 한 잔 하시고. 


링컨은 어릴 때부터 타인, 동물의 불행에 공감하는 능력이 탁월했대. 남부 출신이었지만 노예해방에 관심을 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는 거지.

 

우울이 자신의 밑바닥을 향하게만 놔두지 않고, 타인의 우울도 함께 바라봤던 능력자였다고나 할까.

 

링컨이 오죽하면 과장법까지 써가며, 이렇게 말했겠어. 

 

"누군가 노예제에 찬성한다고 할 때마다 그를 노예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수다쟁이 이야기꾼이 지닌 '문학성'도 그 우울증에 어느 정도 기대고 있었던 것 같아.

그는 특히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즐겨 인용했는데, 

죽음을 품은 인간의 운명에 대한 詩와 우울을 희석해줄 유머에도 탐닉했었대. 


"링컨이 그렇게 수다를 잘 떨어?"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링컨, 탁월해. 연설하거나 남을 설득할 때, 그의 이야기와 목소리는 흡입력이 있어.

훅~ 빨려들어간다고나 할까. 굳이 연기의 탁월함을 지목하지 않아도 역사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대. 

달변가 링컨. 영화에서 유클리드 기하학의 공리인 '동일한 것의 같은 부분은 같다'를 인용하면서 인간은 평등하며 동등한 인권을 갖는다고 얘기하는데,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어. 그것이 정의라고 이야기하는데, 시큰시큰 거리더라. 

사실, 지금의 노예제도와도 같은 비정규직 문제와도 충분히 겹칠 수 있는 부분이니까.

 

 

"평등하며 동등한 인권을 갖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어려우니까, 지금도 계속 그 문제를 풀지 못하는 거겠지?"  


자유. 인류의 역사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지난한 역사라고도 하잖아. 

슈퍼갑의 사회를 깨트리는 출발선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을의 성찰'이야.

영화에서도 그걸 확인할 수 있어. 내가 가장 좋아하고 뭉클했던 장면이기도 했어.

 

영부인의 흑인 하인과 링컨이 대화를 나눠.

노예에게 자유가 주어지면 생계 유지 등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수다인데.

그건, 그녀도 링컨도 알 수 없는 무엇. 그럼에도 그녀가 힘 주어 말해.

 

"자유가 무엇을 가져다줄 것인지 묻기 전에 자유를 찾는 게 먼저죠. 전쟁이 끝났을 때 평화에 대한 준비는 돼 있나요? 자유를 얻었을 때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몰라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얻으려고 싸우다가 죽었고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요... 자유. 그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겠어요."

 

심장은 울컥, 코는 벌렁.

그녀가 말한 그 '자유'의 아우라가 내 몸을 휘리릭 휘감는 전율.

평생 '을'로서 살아왔던, 아들을 백인의 무의미한 폭력에 잃고 말았던,

그녀가 생을 통해 체득한 자유. 먹물들이 개념처럼 내뱉거나 정의하는 자유보다 더욱 절절하고 쫀득한 그녀의 자유. 자유는 그런 거 아닐까. 평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엇. 우리의 본능이 요구하는 자유와 평등. 손해와 이익 따위를 계산할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산소 같은 거.  

 

 

"음, 아마 링컨이 노예제 폐지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건, 그의 신념도 있겠지만 자유와 평등, 정의를 요구한 인민들이 있었기 때문인 거 같애. 링컨으로 하여금 그걸 요구하고 행동하도록 만든 거 아닐까?"

 

그래, 나도 동의해.

그걸 위해 정치적으로 저열하다는 얘기까지 들으면서 링컨은 우직하게 밀어붙이더라.

더러운 음모와 술수라는 표현도 가능하겠지만,

정치가 어쩌면 궁극적으로 고귀한 행위일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더라고.

왜 정치가 필요한 것인지, <링컨>은 조목조목 느린 속도로 차곡차곡 쌓아가.

 

너에게,

<링컨>을 권하고 싶어. 물론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선 끈기도 필요해.

미국의 역사와 노예제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더 잘 보일 영화기도 하고.

 

허나 <링컨>을 만나지 못했다면, 내가 또 하나 권할 수 있는 건, 이콸러티 커피. 

 

링컨이 목구멍으로 집어넣다말고, 차로 바꿔달라고 유머했던 커피가 아니라,

 

링컨과 인민의 피에 흐르는 평등과 자유에 대한 욕구를 블렌딩한 커피.  

 

그리고 우린 이야기를 나누는 거지.

링컨이 수많은 사람을 만나 끊임없이 대화하고 수다를 떨듯,

우리도 커피 한 잔을 놓고 그렇게, 수다수다수다. 우리에게 링컨 같은 대통령이 없음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링컨(권력)을 움직이게 만든 가치를 말하지 않음을 부끄러워하면서. 자유, 평등, 우애, 사랑 등 모든 가치가 돈(경제)으로 귀속되게 만든 우리의 무딘 감수성을 이콸러티 커피로 촉촉하게 적시면서.  

 

모두 병 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 [그날] 중에서)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