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토요일. 이 날은 일정이 아주 빡빡했습니다.
아침에 세비야 행 기차표를 끊어야 했고, 낮에는 프라도를 봐야 했으며,
저녁에는 첫날 표를 사놓은 축구 경기를 봐야했지요 ^^;;

일단 숙소를 나서 아토차역(우리나라의 서울역에 해당)에 가서 세비야행 표를 끊었습니다.
마드리드-세비야 사이의 거리는 서울-부산 정도 되는데, AVE라는 고속 열차로 2시간 반 걸리는 거리에요.
서울-부산 거리가 2시간 반이면 빠르긴 참 빠른데, 문제는 빠른만큼 비싸다는거 -_-+
왕복으로 약 120 유로 정도 되는 금액이 나왔습니다. 카드로 쓱싹 긁어주시고;
(편도는 약 75 유로 ㅎㄷㄷ 그나마 왕복으로 끊었기 때문에 많이 할인해줘서 120 유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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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표를 확보하고 난 후 가벼운 마음으로 프라도 거리로 향했습니다.
길거리에는 이렇게 조각 전시회를 하고 있더군요.
밤새 비가 왔는지 땅이 젖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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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특별전을 안내하는 광고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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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분위기 있는 길이라 한 장.
이 길을 지나면 오른쪽에 바로 미술관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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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정문에 해당하는 벨라스케스 입구입니다.
프라도에는 고야, 히에로니무스, 벨라스케스 등등 여러 개의 문이 있는데
저는 이 벨라스케스 입구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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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과 팔레트를 들고 계시는 이 분이 바로 벨라스케스 아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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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의 일반 전시실 입장료는 6 유로, 거기에 특별 전시인 렘브란트전 입장료가 또 6 유로였습니다.
마구 고민하다가 일단 일반 전시실 표만 끊었습니다.
일단 일반 전시실을 보고 만약에 힘이 남으면(?) 다시 와서 렘브란트전을 끊기로 했지요.
(그러나 이건 프라도를 너무 얕잡아 본 거였죠; 일반 전시실만 겨우 보고 엉금엉금 기어서 나갔습니다 ㅠㅠ)

 
입구에서 표를 사고 들어가면 간단하게 짐 검사를 한 후 안내 데스크가 나옵니다.
거기서 일단 미술관 안내도를 약 두세 부쯤 넉넉하게 챙겼습니다 -_-;;;
(저는 대형 미술관 가면 항상 이렇게 하는데요, 
넘 복잡해서 일단 본 전시실은 볼펜으로 X표를 치면서 다녀야 빙빙 돌지 않습니다;;; 안그래도 다리 아픈데 ㅠ)
그 다음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죠. 3.5 유로 (일반 전시실 전용). 특별전까지 합친 것은 5유로.
프라도의 오디오 가이드는 정말 강추입니다. 많이 듣고 많이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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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안내도를 보고 1-3 전시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정신없이 사방팔방으로 펼쳐져있는 전시실에 
잠시동안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ㅠㅠ 

이런 느낌을 가져 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많아서 도대체 뭘 먼저 봐야할지, 이걸 문 닫기 전까지 다 볼 수 있을지 머리속이 하얘지는 기분...
어찌어찌 다시 정신줄을 잡고 안내도를 쭉 펴고 동서남북을 살핀 후 2 전시실을 찾아들어갔습니다.


마드리드의 다른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프라도 내부도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무지 마음에 안들지만 -_-;; 그래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겠지요. 
하긴 사진을 못찍게 해서 더욱 꼼꼼하게 보고 적은 것 같기도 하네요.  

사진이 없는 관계로 개발새발 적어온 메모와 프라도 홈피의 그림 사진으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그림 위주로 정리해볼까 합니다.
하루이틀에 해결될 일이 아닐 것 같아서 몇 개로 나눠서 올려야 할 것 같아요 ㅠㅠ   
  

<3 전시실>

2,3 전시실은 주로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았습니다.
프라도에 소장되어 있는 프랑스 화가의 작품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몇몇 눈길을 끄는 그림이 있더군요.
3 전시실에는 특히 푸생(Poussin)의 작품이 많습니다. 
 





푸생의 파르나소스(Poussin, Parnassus)
 
파르나소스는 신화에 나오는 산으로, 아폴로신이 잔치를 벌이는 광경입니다. 
푸생의 작품들은 모두 규모가 매우 크고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한 것처럼 보였어요.
개인적으로 프랑스 화가들은 많이 아는 바가 없어서 오디오 가이드를 많이 참조했어요. 



<4 전시실>





귀도 레니의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 (Guido Reni, Atalanta and Hippomenes)


자신에게 청혼을 하는 남자와 경주를 해서 지는 사람은 무조건 죽여버렸던;; 아탈란타. 
역시 아탈란타에게 반한 히포메네스는 비너스에게서 황금 사과를 받아서 경주 도중에 떨어뜨리지요.
사과를 줍느라 늦어진 아탈란타는 결국 경주에서 지게 된다는 이야기. ^^ 


너무 멋진 작품이죠.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크고 (제 키보다 더 커요) 명암의 대비가 뚜렷해서 굉장히 인상적이고 박력이 넘쳐요.
화폭을 가로지르는 큰 엑스자 구도에 따라 두 사람이 마치 우아하게 춤을 추듯 아름답게 그려져있죠.

귀도 레니는 이름이 너무 멋있어서 잘 기억하게 되는데요 ^^;;
솔직히 귀도 레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예술가 외에 뭘 할 수 있겠어요? ㅎㅎㅎ



<5 전시실>



카라바지오의 다윗과 골리앗 (Caravaggio, David Victorious over Goliath)

카라바지오는 이탈리아 사람이지만 후대의 많은 스페인 화가들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친 화가이기 때문에
프라도에서 보니 더욱 반가웠습니다. 비록 이 작품 하나밖에 없었지만 ㅠㅠ

다윗이 골리앗의 숨통을 끊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는데 다윗이 정말 너무 어리고 예쁘장하게 그려져 있어요.
요즘 말로 얼짱이라고나 할까 ^^;;; 



<7 전시실>





렘브란트의 아르테미스 (Rembrandt, Artemis)



역시 프라도의 유일한 렘브란트 작품이에요.
아르테미스 여왕이 죽은 남편의 재를 마시려고 하는 순간을 나타낸 것입니다.
뒷배경에 보이는 할머니가 무섭네요;;;
현재는 렘브란트 특별전 때문에 7 전시실이 아닌 특별실에 걸려있습니다.
지금 가실 분들은 제가 못보고 온 렘브란트 전도 꼭 보고 오시길 바래요.

루브르와 에르미타쥬 등에서 가져온 주옥같은 렘브란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밧세바를 다시 봤어야 하는건데 ㅠㅠ


<7A 전시실>


미술관 안내도를 보고 대략 110번까지 전시실이 있으니까 100개 정도만 보면 되는거네? 생각했다가
갑자기 7 전시실 다음에 7A 전시실이 등장하면서 저는 절망하게 됩니다 ㅠㅠ
7A와 8A 전시실은 모두 티치아노의 작품들입니다.



티치아노의 비너스와 아도니스 (Titian, Venus and Adonis)


와 이게 여기 있는 줄 몰랐어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땡잡았다 ㅋㅋ
티치아노 작품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거든요.

아들 큐피트의 화살에 찔려 아도니스를 사랑하게 된 비너스.
사냥을 떠나는 아도니스를 잡고 마구 말려보지만 비너스의 말을 듣지 않고 나갔다가 죽음을 당하게 되죠;;;
연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절박하게 말리는 비너스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있어요.
항상 이 그림의 도판을 보면서 비너스가 진짜 하얗다...감탄했었는데 실제로도 정말 하얗더군요 ㅋㅋㅋ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티치아노의 다나에 (Titian, Danae)

자기 딸이 낳은 손자가 자기를 죽이게 된다는 신탁을 받고 왕은 딸인 다나에를 탑 안에 가두는데,
천하의 바람둥이 제우스가 낙점을 하고 금비로 변신하여 다나에에게 내려오는 장면입니다.
피부가 흰 다나에와 피부가 검은 유모가 워낙 대비되기도 하고, 올랭피아 생각도 나고... 
하여간 여러가지로 흥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9A 전시실>



9A와 10A는 엘 그레코의 전시실입니다.
고야와 벨라스케스처럼 많은 기대를 하고 가지는 않았지만
프라도에서 가장 큰 인상을 받은 사람이 바로 엘 그레코에요.
나중에 톨레도에 가서도 일부러 입장료까지 내고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을 보고 왔다는 ㅠㅠ 


정말 화풍이 독특해요. 아른아른하면서도 뚜렷하고(말이 되나?), 색의 사용도 굉장히 특이하고,
엘 그레코의 전시실에 들어가면 뭔가 나머지 전시실과는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아요.
하여간 엘 그레코 작품을 잔뜩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9A 전시실에는 모두 11점이 걸려있는데 들어가자마자 진짜 우와! 소리가 나더군요.
 




엘 그레코의 목동들의 경배 (El Greco, Adoration by Shepherds)

9A 전시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비교적 후기(원숙기)에 그린 것으로, 톨레도의 한 가족 무덤에 걸기 위해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샬랄라~~' 하면서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ㅋㅋ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도 마찬가지지만 엘 그레코의 작품 중에는 이렇게 화면을 세로로 1/3, 2/3 정도로 나누어
아랫쪽에는 인간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윗쪽에는 하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그림이 많아요. 
보고 있노라니 그냥 마음이 편해지는게 참 좋더군요. 이 외에 수태고지라는 작품도 참 좋았습니다.


(너무 졸려서;;; 나머지는 다음 게시물에 계속됩니다...아직 알짜배기는 시작도 안했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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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1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진이 또 안 보여요. 이를 어쩌죠. 이렇게 열심히 쓰셨는데..ㅜ.ㅜ

Kitty 2008-12-13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너무 졸려서 써놓고 확인을 안한게...ㅠㅠ
다시 수정했어요 흑흑 ㅠㅠ

BRINY 2008-12-13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신줄을 꽉 잡아야한다...얼마전 들은 중앙박물관 강의에서 한번에 다 보려고 하지 말고, 몇번에 걸쳐서 나눠 보라고 했지만, 국내 미술관도 아니고 그게 쉽지 않죠. 하지만, 특별전 하나만 봐도 다리가 아픈데말이여요.

Kitty 2008-12-15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다리가 진짜 너무 아파서 기어서 나왔어요 ㅠㅠ
중간중간에 카페에서 좀 쉬고 그랬는데도 너무 힘들더라구요.
결국은 나중에 한 번 더 갔어요. 그래도 충분히 다 못 본 것 같아요 흑흑

바람돌이 2008-12-29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구의 벨라스케스 아저씨 동상은 시녀들 그림속의 모습과 거의 같네요. ^^
프라도에 엘 그레코도 있단 말이죠. 멋진 미술관 멋진 그림들... 덕분에 눈요기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Kitty 2008-12-29 12:09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딱봐도 앗! 어디서 많이 본 아저씨다 ^^ 싶다니까요 ㅎㅎㅎㅎ
오랜만에 저도 눈이 호강했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