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라는 적 - 인생의 전환점에서 버려야 할 한 가지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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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요약
월요일. 타고 온 출근버스에 불이 났음
화요일. 그지 같은 책을 읽고 쌍욕함
수요일. 길 가다가 물구덩이에서 자빠짐
목요일. 자빠진 여파로 온몸이 쑤심
금요일. 일주일 동안 열심히 했던 일이 내 실수로 수포로 돌아감. 다음 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함
토요일. 애플워치 떨어져서 액정 깨짐

내일이 불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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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1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만 계세요. 집 밖은 위험합니다... ^^;;
 
에고라는 적 - 인생의 전환점에서 버려야 할 한 가지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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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한다. 이 책은 시이발이다. 시-발.
책 표지에 소개말과 제목, 차례만 보면 책을 다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열정에 사로잡히지 말고 냉정한 시선을 유지할 것, 성공했다고 자만하지 말 것-그렇다고 너무 위축되면 안돼서 적당한 선을 지켜야 해, 실패에 절망하지 않고 그것을 인정하고 기회삼을 것.
이게 이 책의 다라고! 솔직히 말해볼까, 에고 따위는 들먹이지 않아도 책이 나왔을 걸. 에고는 그저 책을 포장하기 위한 그럴듯한 단어일 뿐이야.
와,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뭔가 다르다는 평을 보고 집었는데 이딴 식이었다니. 아, 아, 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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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2 00:12   좋아요 1 |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손잡이 2017-07-12 00:34   좋아요 1 | URL
모르겠습니다. 이 책 진짜... 별거 아닌 개념을 부풀리고 사례로만 가득 채운 책입니다. 에고 개념을 그럴듯하게 뒤틀었는데 별로 와닿지도 않습니다. 자기계발서랑은 안 맞네요...

cyrus 2017-07-12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양손잡이님이 언급한 책의 주용 내용들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책을 사서 보면 후회감이 생길 것 같습니다. ^^

양손잡이 2017-07-12 15:24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책의 특별함을 발견 못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대충 훑었거든요 ㅠ

북깨비 2017-07-12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줄 정말 강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얼마나 웃었는지. 저 완전 소심해서 별 세개 밑으로는 리뷰 못 남기거든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쓰여서요 ㅋㅋㅋㅋ) 양손잡이님 솔직 리뷰 정말 따봉입니다. ㅎㅎ 그나저나 따봉하니까 딱 제 나이 나오네요. 요즘 아이들은 따봉 알려나. ㅎㅎㅎ

양손잡이 2017-07-12 15:26   좋아요 1 | URL
전 인내심이 부족해서 재미없는 책은 읽지 못하는데요... 이 책의 진가가 언제 드러날까 하다가 결국 마지막 장이 끝나버렸습니다. 아까운지고 ㅠㅠ 예전에 서평이벤트 때문에 증정받은 도서에 실컷 혹평하고 별 2개 줬던 기억도 나네요 ㅋㅋ
 

6월의 책 지름 보고서


시작은 2주 전 일요일이었다.


숭례문학당에서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한 달에 한 작가의 책을 두 권 읽고 카카오톡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다른 이보다 늦은 4월에 참석했지만 사오월은 도대체 책을 읽을 염두가 나지 않아 중간에 그만 두었다. 6월부터는 여러 사람과 함께 재밌게 이야기해보고자 앞으로 남은 7개월 동안 읽어야 할 책을 추렸다. 열네 권의 책 중에 절반인 여섯 권만 책장에 있었다. 이렇게 함께 읽어야 할 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리기보다는 직접 사서 낙서도 하고 망가뜨리면서(?) 읽어야 제맛이다. 그래서 없는 책은 모두 사기로 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에 포함된 두 권은 그 다음 주에 있을 민음사 패밀리세일에서 사기로 했고, 남은 다섯 권은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구하려고 했다. 열심히 검색하니 우연찮게도 알라딘 신림점에 구해야 할 책이 모두 있었다.


정미경 두 권, 성석제 두 권, 박민규 한 권, 쿤데라 한 권. 원래 계획이라면 이렇게 여섯 권만 들고서 산뜻하게 매장을 나왔어야 했는데 서가에 꽂힌 책들을 보고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소설부터 시작해 인문, 사회과학, 과학, 신간을 쭉 훑다보니 어느새 철제 바구니가 책으로 가득했다. 고민하다가 몇 권은 덜어내고 고른 열다섯 권을 계산했다. 알라딘에서 상금으로 적립금을 듬뿍 줘서 내 돈 한 푼 안 들이고 이 많은 책을 집으로 가지고 올 수 있었다. (총 10만원 정도였다)



이날 사온 책들이다. 앞서 말한 여섯 권을 제외하고 세 권을 더 가져왔다. <쇼코의 미소>는 살까말까 고민을 엄청 하다가 워낙 평이 좋아서 집었다.(베스트셀러를 읽는 데 부끄럽지 않아요!) <살인자의 건강법>은 갑자기 꽂혀서 들었다. 그렇게도 유명한 아멜리 노통브의 대표작인데 여태까지 읽지 않았다는 부끄러움을 무릅썼다. <나의 친애하는 적>은 긴 고민 끝에 선택했다. 혹자는 SNS에서 허지웅의 모습을 싫어하지만 적어도 그의 에세이는 끝내준다. 마지막으로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전자책으로도 있지만 종이책으로도 가지고 싶었던 책이다. 읽으면서 백이면 백 운다는데, 과연 감정에 메마른 나는 어떨까.



다음은 문학 외의 것들이다. 워낙 평들이 좋은 책들이라 고민도 하지 않고 서가에서 꺼냈다. 특히 <면역에 관하여>가 기대된다. 요즘 엄마들의 자연주의 치유법 - 백신이나 약을 처방하지 않는 행위가 큰 논란이 됐다. 그에 관련된 책이라고 들어서 큰 관심이 생겼다. <예술 수업>은 회사 독서 동호회에서 초창기에 함께 읽었던 책이다.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지만 책을 함께 읽었던 회원들은 대부분이 독서 초심자임에도 정말 재밌고 유익했다고 말했다. 예술에 관심이 1도 없었는데 조금 기웃거릴 마음이 생겼다래나 뭐래나.


그 다음은 저번주 토요일에 다녀온 민음사 패밀리세일 행사다. 도서정가제 전에는 민음사 도서 중 리퍼브 도서를 무조건 50% 가격에 팔았다. 그때 두 번 정도 가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0권 정도와 스티븐 킹 작품을 많이 사왔다. 도정제 후에는 리퍼브 도서도 반값 할인 같은 방식으로 판매할 수 없어서 관심을 끊었다. 듣자하니 기본 10% 세일에, 북클럽 회원에게 지급됐던 포인트를 사용해 추가 할인이 가능했다. 이전에 북클럽 가입한 이력에 올해 가입까지 쳐서 포인트가 8만 점 정도 있었다. 게다가 중고 도서를 가져가니 책 금액만큼 당일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줬다. 덕분에 팔려고 쌓아뒀던 책을 몽땅 털어 포인트 14만 점을 더 쌓았다. 총 22만 포인트! 계산으로는 대략 정가 48만원어치의 책을 살 수 있었다. 많이 살 수 있네, 하다가도 저번에 갔던 패밀리 세일에서는 50% 할인가로 30만원이 넘는 책을 샀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흐음.



김영하의 명언을 실천 중이다. 물론 책을 잘 읽지는 않는다. 사모으는 걸 좋아할 뿐. 쇼핑 중독과 마찬가지 행위다.



대락 40권의 책을 골랐다. 생각지 못했던 책을 몇 권 찾아서 눈물을 훔치며 다시 서가에 꽂아둔 책도 많다. 중고도서를 더 가져갔어야 했다. 다음 행사 때는 작심하고 잔뜩 가져갈 예정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중간중간 어? 이게 왜 없지? 했던 책들과, 저어어번 행사 때는 살 수 없었던 300번 이후의 신간 위주로 골랐다. 솔직히, 2/3 정도는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다른 매력적인 책들이 많았기 떄문이다. 예를 들면,



이 아름다운 책등을 보라!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가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쭉 서가를 둘러보다가 이 시리즈가 있길래 모두 다 가져왔다. 특히 여덟번 째 책인 김엄지의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은 마지막 남은 한 권을 겨우 챙겼다. 그런데 얘만 책등 질감이 다른 걸 보니까 잘못 샀나… 싶다가도 시리즈의 아름다운 표지를 보니 나도 모르게 헤벌쭉한다. 표지의 디자인과 질감은 전자책이 영원히 따라가지 못하는 감각이다. 물론 이 감각마저 구식이라는 이들도 있지만. 게다가 마지막 권인 최영건의 <공기 도미노>는 출간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서가에 있었다. 앗싸 득템, 하면서 후딱 챙겼다.



마지막은 일반도서군. <롤리타는 없다>는 되게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한참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을 때 눈에 띄어서 관심을 가졌는데 양에 비해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냈다. 이런 좋은 기회라니. <HHhH>와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는 민음사 책인줄 몰랐는데 서가를 샅샅히 뒤지다보니 우연히 찾았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언젠가 읽어야지 했는데 양장본이 떡하니 있길래 그래, 나는 양장본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은 상징성이 있고 무엇보다 ‘예쁘니까’란 생각으로 들였다. <혐오와 수치심>은 마사 너스바움의 걸작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한 달 동안 힘겹게 읽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대체 무슨 소리인가 했더만 이렇게 두꺼운 책이었구나… 골라왔지만 막상 읽기 두려운 책이다. 마지막으로는 릿터! 아 세상에 릿터가 여기 있을줄은 몰랐다. 못 모은 세 권을 꺼내들었다.


그 와중에 사진은 없지만 이동진과 금정연의 신작도 샀…다. 읽으라는 책은 안 읽고 책에 대한 책(메타북)만 죽어라 읽고 있다. 완전히 어렵고 복잡한 걸 싫어해서 회피하려는 형국이다. 도서관에서는 왜 여섯 권이나 빌려온 걸까. 나는 그냥 책을 읽고 있다는 위안을 가지고 싶은 걸까. 하아. 이렇게 사기만 하고 읽지는 않으니(두 번의 민음사 패밀리세일에서 들여온 책 중 10%도 안 읽었다) 그저 겉으로만 나 책 읽소, 라고 티내는 느낌이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자꾸 쉽고 얇은 책만 찾으려고 한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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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1211 2017-06-18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책이 아름답네요. 요즘은 저를 포함해서 책핑 중독이 많이 보이네요..

양손잡이 2017-06-18 13:26   좋아요 1 | URL
솔직히, 읽지도 않을 책 디립다 사모으는 게 분명히 쇼핑중독임을 알면서도 안 고쳐집니다. 돈 쓰는 맛, 모으는 맛, 이걸 쉽게 못 버리겠다라구요. 사는 것만으로 책을 읽었다는 오만한 생각까지 불쑥불쑥 드니... 반성합니다 ㅠㅠ

dys1211 2017-06-18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DNA인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친형도 똑같은 고민을... 그래도 술 한잔하면 나가는 지출생각하면서 위안을 가져요.^*

양손잡이 2017-06-18 13:30   좋아요 1 | URL
그러네요! 술집에서 쓰는 돈이 얼마인지 나원~ ㅎㅎ 좋게좋게 생각해야겠습니다. 덧글에 머리가 확! 뜨이네요.

singri 2017-06-18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책등에 공감하며 ㅋㅋ이런 지름이 부러우면서도 쌓인책 생각하면 안돼안돼를 오가게됩니다 ㅋ

양손잡이 2017-06-18 13:37   좋아요 1 | URL
안돼안돼~ 하다가 결국 카드 꺼내들게 되더라구요 ㅋㅋ 제가 서점과 도서관를 최대한 꺼리는 이유가 제 낭비벽 때문입니다 ㅠㅜ

dys1211 2017-06-18 1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가지런히 쌓인 책등보며 뿌듯함을..^*

singri 2017-06-18 13:36   좋아요 2 | URL
ㅋㅋㅋ맞아요 심신안정을 몰고옵니다 ㅋ

양손잡이 2017-06-18 13:38   좋아요 2 | URL
전 뿌듯함과 동시에 부담감과 짜증이 들 때도 있습니다. 대체 아무 능력도 없으면서 이만큼이나 산 거야? 이 미친놈... 이러면서요... (자아비판중...)

singri 2017-06-18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 책 중에 읽어야 하니까요 ㅋㅋㅋ 읽을 책 사는게 아니라 ㅋ

cyrus 2017-06-18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고 싶어서 산 책‘보다 ‘언젠가는 읽어야 할 책‘을 더 많이 샀습니다. ^^;;

양손잡이 2017-06-20 10:0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러는데 능력이 안 받춰주니 이모양이 됐습니다 ㅎㅎ 노력해아겠습니다 ㅠㅠ
 

5월 28일 일요일

<문재인의 운명>(문재인, 북팔, 특별판 2017>을 읽었다.
읽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무현)의 서거 내용만 나오면 어찌나 눈물이 차오르는지. ‘운명이다’와 ‘운명하다’는 겨우 두 획 차이로 의미가 갈린다.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이렇게 엇갈리는 뜻이라니.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재인)이 같은 운명을 겪지 않게 우리가 조금 더 애정을 쏟아야 하는 지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책은 정확히는 문재인의 자서전이라 보기 힘들다. 노무현이 공저자나 마찬가지다. 물론 사람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을 만든 장본인이 노무현이니 어쩔 수 없이 당신들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 문재인은 노무현 서거 8주기에 남은 대통령 임기 기간 동안은 묘소에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다시 앞에 서겠다는 의지다. 사실 성공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미움 말고 사랑을 많이 받는 문재인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노무현의 이야기만큼 문재인의 이야기가 더 펼쳐지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은 친구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

대통령은 “계산하지 않는 우직한 정치가, 길게 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길”이라고 늘 강조했다.

내 인생에서 노무현은 무엇인가. 잘 모르겠다. 하여튼 그는 내 삶을 굉장히 많이 규정했다.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명이다. 그런데 그것이 꼭 좋았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너무 많아서다.

굴곡이 많고 평탄치 않은 삶이었다. 돌아보면 신의 섭리 혹은 운명 같은 것이 나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한가운데에 노무현 변호사와의 만남이 있었다. 그는 나보다 더 어렵게 자랐고 대학도 갈 수 없었다.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나보다 훨씬 뜨거웠고, 돕는 것도 훨씬 치열했다.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5월 29일 월요일
일주일 만에 복싱장에 들렀다. 저저번 주에 막 시작했을 때는 하루 빼고 복싱장에 들렀다. 재미를 슬슬 들이던 참이었는데 그만 오후 근무 시작…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출근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했건만 게으른 내가 그걸 지킬 리가 있나.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일찍 일어나기는커녕
2시
출근인데도 지각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퍼질러 잤다. 이전 부서에서는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업무 강도가 천지차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8시간 동안 일이 휘몰아쳐 정신이 쏙 빠져 집에 오면 괜스레 인터넷과 유투브만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늦은 시간에 자는 건 당연지사.
그런 지옥 같던 오후근무주를 보내고 다시 오피스 근무. 오늘도 역시 3시간 OT를 하고 느지막이 복싱장에 도착했다. 일주일 만에 뛰는 런닝머신도, 30초도 못 버티는 줄넘기도, 제자리 뛰기를 멈추지 말라며 계속 나를 몰아치는 관장님까지, 3분 한 라운드를 끝내면 숨이 가쁘고 어깨가 아프고 종아리 아랫부분이 아파온다. 중심 발인 왼발 발바닥에 물집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덤. 원래 자세가 제대로 안 나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고 자꾸 갸우뚱하면서 혼자 멈출 때가 많다. 역시 체력이 더 중요한 것인가. 체력이 있어야 발을 움직이고 팔을 뻗지. 열심히 달리고 줄넘기를 넘어야겠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오랜만에 f(x) 노래를 들었다. f(x) 노래 중에 ‘첫 사랑니’를 가장 좋아한다. 가사가 정말 예술이다. 사랑니가 나는 과정, 나는 장소, 숨겨져서 모르다가 슬슬 머리를 내밀면서 겪는 고통. 곧게 뻗지 않고 누운 사랑니, 남들이 사랑니 뽑아서 아프다고 하지만 아직 발치의 고통을 모르는 상황, 사랑니를 뽑은 후 텅 빈 그 자리까지, 진짜 이건 아이돌 노래 가사의 혁명이라 생각한다. 어디 시에서 따온 걸까?


5월 30일 화요일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봤다.
영화는 노무현이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를 비춘다. 부산시장 낙선 후 종로에서 당선되지만 정치 1번가 종로를 박차고 나와 총선은 부산에서 치렀다가 다시 낙선. 그 이후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선다. 2% 지지율의 전혀 기대받지 못한 군소후보에서 김근태, 한화갑, 이인제(!!!)를 제치고 대통령 후보까지 오르는 과정을 그린다.
주로 경선에서 그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상대 후보가 그에게 어떤 비난의 화살을 뱉었는지 보여준다. 당시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던 그에게 다른 후보, 특히 이인제 후보는 막말에 준하는 비난을 한다. 심지어 같은 당 후보에게 빨갱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노무현은 굴하지 않는다. 빨갱이의 사위라는 말을 듣고 그 유명한 아내를 버리라는 말이냐, 를 내뱉으며 많은 환호를 받는다. 그가 상대 후보에게 일침을 가하면 그 후보는 당황한듯한 표정을 짓거나 딴청을 피운다. 물론 교묘한 편집이겠지만 나름 유우머 포인트다. 몇 장면에서는 관객이 모두 웃었다.
노무현의 힘찬 주장을 듣는 도중에 시점은 현대로 돌아온다. 그와 관계를 맺었던 인물들의 인터뷰를 보여준다. 이광재, 유시민, 명계남, 안희정 등 반가운 얼굴이 몇 보인다. 노사모로 활동하면서 경선장에서 신나게 춤추고, 얼마 받았길래 그리 열심히 하느냐는 질문을 웃어넘기던 이들의 인터뷰도 있다. 그들은 다들 아무 힘이 안될 것 같은 위치에서 노무현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노무현은 어떤 사람인지, 그는 무엇을 했는지, 주변 사람과는 어떻게 지냈는지, 그와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말하면서 이야기가 흐른다.
중간중간 노무현의 운명을 언급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인터뷰이의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노무현이 경선에서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만을 그릴 줄 알았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돼 광화문 광장을 차로 이동하면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장면이, 그의 운명 후 영구차가 같은 장소인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 사이로 천천히 지나가는 것을 오버랩시켰다. 중간에 안희정이 노무현의 운명을 언급하다가 울컥하면서 인터뷰를 그만하자고 말했을 때 울음이 터졌는데, 온통 노란 물결 사이에 있는 혼자 검은색인 영구차를 보는 순간 다시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문재인이 노무현의 유서를 읽으며 마지막 문장, ‘운명이다’를 되뇔 때 정말 서글펐다. 조용히 따라 읽었는데 재밌게도 - 아니 슬프게도라고 해야 할까 - 같이 영화를 보던 몇 분이 함께 ‘운명이다’를 속삭였다. 정말 운명이다.
어쨌든 이 다큐 영화는 정치인 노무현의 비상과 인간 노무현의 슬픈 퇴장을 담았다. 우리가 농으로 던지던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시대는 <운명이다>와 <문재인의 운명>
을 읽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노무현이 정말 사람을 좋아하고 탈권위를 향하면서 존경할만한 위인인 건 분명하다. 그를 다각도로 조명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지지자에게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계기가 되겠지만 혹자는 단순한 감정적 프로파간다로 해석할 경향이 있다. 그래도 나는 노무현과 노무현 출신 사람들을 지지하니까, 아무리 대연정을 말하면서 욕을 많이 먹은 안희정을 몇 번 더 생각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겠다. (그런데 이 대연정은… 과거 노무현이 말했던 그것과는 조금 궤가 다른 것 같다. 국정농단 때문에 한바탕 헤집어진 판국에 대연정이라니, 많이 아쉬운 스탠스다)


5월 31일 수요일
어젯밤에 배탈이 나서 연차까지 쓰면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했다. 잠깐 이마트에 들러서 필요한 생활용품을 사 오고는 초저녁부터 퍼질러 잤다. 늦은 오후에 밥 한 끼로 식사는 끝냈다. 한두 달에 이렇게 한번씩 아픈데 약인지 독인지 모르겠다. 덕분에 독서와 일기 쓰기, 필사를 향한 불씨는 사그라들고 말았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연필로 줄을 그으면서 읽으니 예상했던 대로 공부하는 느낌이 들어 손이 쉬이 가지 않는다.
쉬는 날에 벼르고 벼르던 욕실 청소를 했다. 가장 큰 공사(?)는 막힌 세면기였다. 두 달 전, 이사올 때부터 물이 잘 안 내려갔지만 그러려니 지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띄게 물이 빠지지 않자 다이소에서 2천 원짜리 배관 청소기구를 하나 사 왔다. 기구를 마개 사이에 넣어 쓱싹쓱싹 했는데 이런, 기구가 안쪽 어딘가에 걸려서 안 빠지길래 힘줘서 빼려다가… 그만 손잡이가 뎅겅 부러지고 말았다.
관리실에 말하자니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 미안하고 업자를 부르자니 출장비가 걸렸다. 결국 죄송스러움과 쪽팔림을 무릅쓰고 관리실에 여쭤봤다. 결과는? 아주 쉽게 청소를 해주셨다. 내가 벌인 일 때문에 손에 더러운 거 다 묻히신 관리사무소 직원분께 정말 감사하고 죄송했다.
다음에 또 막히면 제가 해볼게요, 라는 내 말에 직원분은 이런 건 해본 사람이 잘 한다고, 굳이 손대지 말고 관리실로 연락 달라고 하셨다. 아, 내 안에 꽉 막힌 일들도 전문가가 뿅 하고 나타나 뻥 하고 손쉽게 뚫어졌으면 좋겠다. 혼자 고치려다가 더 망가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6월 1일 목요일
화요일부터 읽기 시작한 스켑틱을 필두로 같은 과학 소재의 책인 <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이필렬 외, 메디치미디어, 2015)을 읽기 시작했다. 프롤로그부터 보자면,

저자들은 생명, 평등, 자유, 인권 등 과학과 기술이 낳은 가치와 관련한 논란을 각자의 시작으로 쉽게 풀어갔다. 생물 멸종 속도가 1000배나 빨라진 제6의 대멸종 시기가 도래한 지금, 호모 사피엔스는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유전자가 조작된 아기가 태어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CCTV를 비롯한 각종 첨단장비로 우리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는 빅브라더는 누구인가? 정보권력의 탄생과 인권침해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으며,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과거 자본을 중심으로 양극화가 진행이 되었다면, 이제는 과학기술도 양극화되고 있다. 이런 양극화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로솝과 인곤지능이 널리 보급되어 인간과 공존하는 사회가 된다면 이들과 인관의 관계는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가? 한때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에 점령당했던 한국은 미래 인류를 습격할 바이러스를 막아낼 수 있을까?

라고 묻는다. 이 질문에 최대한 대답하려는 노력이 이 책이다.
과학 발전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8인의 저자가 서술한다.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이 실렸다. 부제터 미래 과학이 답하는 8가지 윤리적 질문, 이다. 프롤로그에서 언급된 질문은 이전에는 없었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불필요하다고 여겼던 - 아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막상 대답하기가 힘든 것들이다.
가령, 로봇에는 인권(로권이라고 해야 하나)이 있는가에 대한 답은 지금으로서는 없다, 말도 안 된다고 답하기 쉽다. 재밌는 일례가 하나 있다. 4족 보행 로봇이 있는데,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기능이 로봇을 발로 힘껏 미는 동영상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다들 유쾌하다고, 푸다닥거리면서 로봇이 넘어질 듯하면서도 중심을 잡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고 반응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아무리 로봇이라도 너무 심한 행동이 아니냐는 비난이 있었다고 한다. 미래에 로봇이 정말로 감정과 사고를 가진다면 자연스레 자신의 인권을 주장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로봇에게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는가? 더 재밌는 것은,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해 로봇의 인권을 진지하게 토론하는 학회가 있다고 한다. 거기에는 유명한 과학자도 있다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는 단순히 과학의 시야로만 보면 안 된다. 세상에서 객관적인 분야는 과학밖에 없다는 근시안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여태까지 전혀 없었고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미래 세계는 과학과 인문학이 힘을 합쳐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6월 2일 금요일
작년 말에는 출퇴근이나 이동할 때 팟캐스트를 즐겨 들었다. 올해는 사이버대 입학으로 짧은 시간이나마 매일 수업을 들으면서 움직인다. 조금 지루해져서 거의 세 달만에 팟캐스트를 들었다. 마이 페이보릿, 지대넓얕! 무려 박근혜 탄핵 전에 발행된 에피소드다.
주제는 우주 경쟁의 역사다. 영화 ‘히든 피겨스’의 시대적 이야기이다. 영화가 각종 차별을 주제로 흘러갔다면 이번 우주 경쟁 편은 그 바탕이 되는 우주 개척의 배경과 역사를 설명한다. 역사가 얼마나 우연적인지, 순수하다고 믿는 과학이 알고 보면 얼마나 정치적인지, 우주로켓의 이름의 의미와 그에 숨겨진 비화 등등. 오랜만에 들은 독실이(이번 팟캐스트에서는 덕깨비… 라고 자칭한다. 으으 오글거려!)의 내용인데, 가장 좋아하는 주제를 다루는 패널이기도 해서 반가웠다. ‘히든 피겨스’를 보면서 배경이 궁금했던 이라면 한번쯤 들으면 좋을 편이었다.


6월 3일 토요일
냉면 중의 냉면 평양냉면! 처음 먹었을 땐 밍숭맹숭한 맛에 이게 뭐야라는 표정을 짓지만 세 번 먹어보면 그 맛에서 헤어 나올 수 없어! 조미료 없이 심심하지만 그 맛에 먹는 깔끔한 평양냉면! 평양냉면의 멋짐을 모르는 너희들이 불쌍해…
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는데, 웃기지 말라고 해. 평양냉면 권유는 좋다. 그런데 음식으로 급을 나누고 강요하는 작태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미료 가득한 분식집 냉면을 선호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마치 책 읽기는 정말 재밌고 즐겁고 유익한데 왜 책 안 읽어요? 책도 안 읽으면서… 라는 고압적이고 훈육적인 태도와 흡사하다. 책, 까짓것 안 읽을 수도 있지. 세상에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세상에 널린 정보는 책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아, 그래도 책은 읽으면 좋겠어요. 한번을 읽어보고 싫다고 말해주세요. 그렇게 비난하는 베스트셀러라도 읽어달라고요.

자전거 타고 이동하면서 어제는 팟캐스트를, 오늘은 리디북스에서 <스켑틱>을 TTS로 들었다. 우주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독서 의지를 불태우며. 스켑틱 창간호부터 샀는데 10권이 나온 이제야 읽는다. 그것도 전자책으로, 그것도 TTS로. 종이잡지로 읽을 때는 정말 지루해서 읽다가 금세 팔았다. TTS로 들으니 예상외로 집중이 쉽다. <문재인의 운명>보다 훨씬 귀에 잘 들어온다. 물론 과학 교양 잡지라서 나 같은 무식자에게도 재밌게 들리는 거지만.
창간호의 주제는 시간여행이다. 스켑틱이 회의주의를 표방하는 잡지여서 시간여행을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의 글이 다수다.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아니 듣다 보면 시간 여행은 정말 말도 안 되는구나, 하면서도 회의적 비판을 다시 비판하는 글을 보니 이것도 수긍이 간다. 근데 이 비판을 다시 비판한다. 어쩌라고… 어떻게 보면 말꼬리 잡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학을 넘어 철학의 수준까지 들어가는 느낌이다. 역시 과학이 최고다.

영화 ‘원더우먼’을 봤다. 간단한 평.
초반 데미스키라 전투신은 가히 최고. 여전사 짱짱맨이다. 중반에 전쟁터와 한 마을에서의 전투도 아주 일품이다. 진짜 박수치며 환호하고 싶었다. 터지려는 웃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런데 후반부는… 특히 마지막 전투는 흡사 ‘맨 오브 스틸‘을 보는 것 같았다. 마블의 아기자기한 전투의 합과 달리 힘의 스케일이 다른 DC의 극명한 차이랄까.
왜 여전사는 항상 헐벗고 있을까. 왜 노출이 심할수록 방어력이 올라가는 것일까… 라는 조금 불편한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에 몰입할수록 노출? 의상?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현실과 영화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갤 가돗이 어떤 인물이든 영화를 보는 데는 아무 관련이 없다. 영화 안에서는 갤 가돗은 없고 원더우먼이자 다이애나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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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일요일

5월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자, 굳건히 다짐했건만 역시는 역시다. 되는 거, 하는 거 하나도 없이 시간은 흐른다. 지나가는 시간을 하염없이 눈으로 좇으면서도 몸은 영 앞으로 가기를 거부한다.

노트북으로 쓰던 일기를 다시 펜으로!를 외친 후 귀찮다는 이유로 또 쓰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오늘도 2주만에 쓰는 기록이다. 요새 회사 일에 치여 아무 여유가 없어 쓸 말이 없다는 이유로 책과 일기를 멀리했다. 매일 반성은 하는데 글쎄, 되는 게 아무것도 없구만.

읽는 책이라고는 가볍고 얇은 책뿐이다. 어려운 책은 거부감이 든다. 너무 두꺼워, 다 못 읽겠지, 다 읽어도 이해는 반도 못할 거야. 시작하기도 전에 변명부터 한다. 책이 많아서 고르기 힘들다는 말은 변명이다. 그냥 어렵고 힘드니까 애써 외면하려는 느낌이다.


5월 22일 월요일

필사의 기초(조경국, 유유, 2016)을 읽었다.

숭례문학당에서 ‘신영복처럼 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필사에 관심이 생겼다. 처음 해보는 필사이기에 필사 선배인 저자는 어떤 방식으로 필사를 하는지 궁금했다.

사실 필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글쓰기 실력을 늘리려고 필사를 하기도 하는데, 사실 필사는 글쓰기 실력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필사를 단순히 베껴쓰기라고 생각했다. 문장을 처음부터 단어 하나하나를 미련하게 옮기는 작업. 사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필사한다고 깝쳤던 적이 있다. 그것도 손글씨가 아니라 노트북으로 말이다. 글을 읽지도 않고 그저 글씨만 옮기려니 재미도 없고 아무 쓰잘대기도 없어 보였다. 네댓 쪽 옮기다가 그만 뒀다.

내가 간과한 점은 글자를 그대로 옮기기였다. 글은 읽지도 않고 무작정 베껴쓰려고 했으니 얻는 게 있을리가 있나. “필사의 재미를 느끼려면 책 읽는 재미부터 느껴야 한다”는 말처럼 먼저 글을 읽고 이해한 뒤 필사하면서 천천히 생각하는 방식으로 글을 옮겨야 한다. 나처럼 단순한 베끼기는 의미가 거의 없다. 단어를 옮기다보면 행간과 구조를 체득하게 되고, 거기에 자신의 견해(긍정이든 부정이든)를 밝히면 생각을 넓힐 수 있다. 필사는 독서보다 저자와 조금 더 적극적인 대화를 하게 만든다.

글씨체가 예쁘면 좋겠지만… “끌씨를 꾸미는 데 에너지를 쏟는 것은 금물이다”. 물론 노력하면 좋지. 그러나 굳이 단정한 글씨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니까.


5월 24일 수요일

매년 이맘때쯤에 찾아오는 독서불감증이 같은 변명 아닌 변명에서 해맸다. 지루하고 부담스럽고. 3월까지는 열심히 읽는다고 읽었는데 마치 식곤증이라도 찾아오듯 무기력해졌다. 가벼운 독자인 내가 직전에 다소 두꺼운 책(사피엔스, 롤리타)을 읽었기 때문이리라. 드디어 그걸 깨뜨릴 책을 찾았다. 3년 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해온 장강명의 <표백>이다.

전체 사건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현대는 완성된 사회라는 주장을 편다. 그럴듯하고 멋진 선언이나 운동은 이미 과거에서 다 해먹어서 지금은 끝났거나 뒤처리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환경운동 따위의, 과거에 비하면 작은 것들 뿐이다. 현대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무리 자신의 색을 발하고 칠해도 세상이라는 벽은 티도 나지 않고 하얀색을 유지한다. 그는 이런 세상을 ‘그레이트 빅 화이트월드’라고 칭한다.

이런 사회에서 단순하고 소극적으로 살지 않고 세상에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 대단한, 대담한 일을 하려면? 그는 자살로서 자신의 선언을 이어가려 한다. 단, 사는 게 힘들어서 하는 자살이 아니다. 진짜 선언을 위해 어떤 성공을 앞둔 자살이어야 한다. 아무런 업적도 남기지 못하고 그냥저냥 살아내는, 궁지에 몰린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자살선언은 매력적이다. 소설 속 많은 이가 그의 자살선언에 동조하고 실제로 자살하기도 한다.

이에 작가는 다른 인물의 입을 통해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자살선언은 위대해지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그저 남의 관심을 받기 위해 벌이는 어린 행동이다. 위대하고 성공한 삶도 좋지만 소소하고 작은 것에 기뻐하는 삶도 필요하지 않냐고.

작가는 두 가지 상반된 의견(위대함 vs 소소함)을 제시하지만 어느쪽에도 수긍하기 힘들다. 일면을 들여다보면 둘 다 그럴듯하고 맞는 말이다. 작가는 답을 내리는 대신 묻는다. 넌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어려운 선택이다.

내가 소심하게 내놓은 답은, 살아가면서 작지만 위대한 것이 무엇인지 끝없이 고민하는 것, 이다. 게바라의 ‘리얼리스트가 되지.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5월 25일 목요일

마음에 드는 필기구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대학시절부터 쓰던 세일러 에이스가 참 좋았는데 오랜만에 써보니 생각보다 세필이 아니다. 반년 정도 쓴 싸구려 에르고그립에 비해서 이다지도 두꺼울 줄이야. 에르고그립을 몇번이나 땅에 떨어뜨려 닙이 흔들리지만 않았어도 다른 만년필로 눈을 안 돌릴텐데. 게다가 망할 몰스킨 노트는 만년필을 사용하면 글씨가 조금만 두꺼워져도 뒤에 다 비쳐서 쓰기 정말 안 좋다. 연필이나 볼펜을 써야 제격인 듯하다(그래서 독서노트는 연필로 쓰는 중이다). 만년필을 쓰기에는 미도리 노트도 좋다고 한다. 검색해보니 가격이… 하아, 참 사악하구만.


5월 27일 토요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문학동네, 2015)를 읽기 시작했다.

책읽기로 잘난척하기를 좋아하는 내가 이 책을 이제야 읽은 이유는 무엇인가 자문해봤다. 전쟁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군대에서 한국전쟁을 접하면서 세계사 속 전쟁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미 많은 전쟁 관련 책이 출간되었는데 굳이 이걸 읽어야 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산 지 1년이 조금 넘어 드디어 책을 펼쳤다.

이제 막 책을 펼쳤기에 많은 내용을 알지는 못했지만, 위에서 말한 의구심과 위화감에 대해 저자의 답변이 있다. 여태껏 수많은 전쟁 이야기는 남자들이 남자들의 목소리를 들려준 것이다. 여자도 전쟁에서 싸웠는데 여자들은 침묵한다. 여태까지 알려진 전쟁 이야기는 남성 중심의 폭력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전에 들었던 이야기로는, 이 폭력이 적군을 향하기도 했지만 아군의 여성을 향하기도 했고 적군의 여성만을 노리거나 여성만이 겪을 수밖에 없는 경험도 있다. 많은 이야기에 숨겨진 참혹한 진실. 저자는 인터뷰에서 여자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서술한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야기, 내가 과거로 돌아가도 성별 때문에 겪지 ‘않을’ 이야기. 사실 읽기가 조금 두렵다. 이전에 생각했던 ‘나만의 상식’이 무너질까 겁이 나서이다.

그러고보니 이 책도 조금 두껍다. 이것도 겁나네.

덧. 책에 연필로 밑줄을 치고 생각을 쓰면서 읽기 시작했다. 5년 전에 읽었던 <정치의 발견> 이후로 처음이다. 처음에는 무서웠으나 금세 편해졌다. 공부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생각은 지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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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30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의 상식‘이 한 번 무너지면, 정신이 혼란스럽긴 해요. 정말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상대방의 상식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정말로 마음이 편해져요. 묵혀둔 낡은 상식이 깨끗이 제거된 기분이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