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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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읽었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주인공 진희가 왜 그런 어른이 되었는지, 어릴 적의 진희와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보다 훨씬 이야기가 풍부해서 좋았다.


진희는 어린 나이에 비해 조숙하다. 똑똑하고 남(특히 장군이... 불쌍한 우리 장군이)를 이용할 줄 안다. 특히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를 분리해 세상과 거리를 두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이는 이모(영옥)과는 반대다. 진희와 영옥은 거울에 비친 것마냥 정반대의 인물이다. 영옥은 진희보다 나이가 열 살이나 많으면서 때로는 진희보다 어린 듯한 느낌을 준다. 엄마(진희의 할머니)에게 자주 어리광피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철없는 행동을 많이 하지만 자기 마음 가는대로 사는 게 진희보다 정감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희가 허석을 대하며 허둥대는 모습은 소설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진희의 부끄러운(?) 장면이기에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영옥은 이형렬과의 이별, 경자의 죽음을 겪으면서 한단계 성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한편 아쉬운 마음도 든다.


90년대에 쓰인 작품이어서 그런지 여자 팔자가 아주 난리났다. 진희의 삼촌은 소설 내에서 얼마 등장하지도 않는데 할머니는 자나깨나 아들 생각뿐이다. 광진테라 아줌마는 아주 못돼처먹은데다 한량노릇 하는 남편을 제발로 떠났음에도, 자식 생각과 남편이 보인 잠깐의 호의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만다. 과거의 시대풍토가 그랬음에 어쩔 수 없는 인물과 묘사여서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소설 마지막에 뜬금없이 등장한 아버지는 겨우 두 쪽의 비중이지만 진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셈이다. 이런 시간과 공간에서 자란 진희가 나이를 먹고 남성편력을 가진 것도 일견 이해는 간다. 


소설을 다 읽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라온 내 어린 시절을 대입해본다. 내가 진희처럼 빨리 성숙했다면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회상할까? 그 과거를 토대로 나는 어떤 부류의 인간이 됐을까? 기억도 나지 않는 어머니의 죽음, 어른들의 비밀과 부정, 사랑과 이별, 그리고 죽음까지, 소설이 보여주는 여러 에피소드는 분명 일반적이지만 독자 개개인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모두들 다른 기억을 가지고 소회도 다르겠지. 문학이 주는 힘이다. 여러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나저나, 제목은 왜 새의 선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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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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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아무 영양가 없는 잡담을 해봅시다.


1. 작년에 '소설가들이 꼽은 2017년 최고의 소설'이라는 수식어를 단 <바깥은 여름>(이하 여름)을 한 해 건너 드디어 읽었다. 여름이라는 화사한 계절, 그에 어울리는 파란색의 예쁜 표지까지, 작가의 전작 <두근두근 내 인생>(이하 내 인생)에 비추어보면 통통 튀는 소설일 것 같은데 막상 책을 읽은 사람들은 우울의 끝판왕이라고 한다. 그러니 어찌 기대를 안할 수 있겠어?


2.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고 많이 읽히는 김애란 작가지만, 아직 그의 작품을 2편밖에 읽지 않고 평가도 극을 달린다. 첫 작품집 <달려아, 아비>는 재밌게 읽었는데 김애란을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내 인생>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2013 이상문학상 수상작 단편 '침묵의 미래'는 정말... 당시에는 최악이었다. 2012년 수상작들은 다들 좋아서 기대하며 읽었건만, 내게 '침묵의 미래'는 관념소설이라는 생각만 들게 했다.


3. 1호 2불호. 덕분에 그 좋다던 <비행운>도, <침이 고인다>도 모두 책만 사놓고 손도 안댔다. 사실 <여름>도 순위권에 없다가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서 펴게 되었다. 뭐, 덕분에 좋은 책 읽었다. 다른 사람들이 극찬했을 때 읽었으면 함께 이야기하고 많은 의견을 나눴을텐데 조금 아쉽다. 부족한 내 안목을 탓하는 수밖에 없겠지.


4. 흠, 그런데 첫 작품 '입동'을 읽는데 어디서 읽은 느낌이다. 두번째 '노찬성과 에반'... 어라 이것도? '침묵의 미래'야 이상문학상 수상집에서 읽었다지만 다섯번째 작품 '풍경의 쓸모'도 익숙하다. 작년에 이 책을 읽었던가?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봐도 이 책을 편 일이 없는데? 책 가장 뒷편에 작품 발표 지면을 보니 알겠다. 창비와 릿터, 현대문학 잡지에서 읽었구나. 나도 저 당시에는(2014년) 충실히 살았구나, 새삼 내가 낯설어진다.


5. 대부분의 일반문학이 그러듯, <여름> 안이 작품들은 모두 상실을 다룬다. 상실에 주는 공허와 슬픔, 그것을 수용하는 태도(수긍하거나, 부정하거나)를 보여준다. 절대 <내 인생>을 생각하며 읽으면 안되겠다. 물론 <내 인생>도 상실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만 <여름>보다 훨씬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


6. 몇 작품에 대한 간단히 소회를 나눠보자. '입동'은 한 부부가 갑작스럽게 아이를 잃은 이야기다. 부부는 이 슬픔을 견디다가 집안의 더러워진 벽을 새로 도배하기로 마음먹는다. 슬픔과 더러움 - 슬픔의 극복과 도배를 통한 깨끗함은 아주 단순하면서 명쾌한 대비다. 여기서 끝났다면 별거 아닌 글이 되었겠지만, 부부가 도배를 하다가 벽에 그려진 아이의 낙서를 보는 순간 조금 새로운 국면에 도달한다. 잘 보이지 않는 벽 아래편에 그려진 아이의 낙서처럼, 슬픔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 지워지지 않는다. 새로운 도배지을 벽에 붙이듯이 슬픔은 덧씌워질뿐 우리의 기저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7. 노찬성과 에반. 초등학생 찬성이 버려진 개(에반)을 키우는 이야기이다. '노찬성과 에반'에서는 상실의 슬픔을 아는 찬성의 할머니와 상실의 개념을 모르는 찬성의 대비가 눈에 띈다. 에반이 나이가 들어 시름시름 앓을 때, 찬성은 돈이 없어 치료를 해주지 못하고 안락사를 시키기 위해 알바를 하며 돈을 번다. 이 이야기를 듣고는 같이 알바일을 하는 중학생은 찬성을 또라이 취급을 한다. 그래, 보통의 관점이라면 에반을 치료해줘야겠지만, 찬성은 에반의 아픔에 진정으로 공감한 것은 아닐까? 에반을 위해 자신의 개념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해주려고 노력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진정한 공감과 진정한 용서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8. 침묵의 미래. 5년 전에 관념소설이라고 단정짓고 재미없다, 라고 평을 내렸는데... 지금 읽으니까 정말 좋다. '소수언어박물관'이라는 곳에서 사라져가는 언어를 보존하고 연구한다. 그 연구가 단순히 학술적이지 않고, 실제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유리 안에 전시하고 관람객이 오면 자신의 언어로 연기하듯 인사하는 식이다. 단편의 화자는 이제 막 소멸된(?) 언어(??)로, 언어의 존재와 소멸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생각해 볼만하다. 이 단편에서도 대비가 빛을 발한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천여 개의 언어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는 모든 인간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언어라는 뜻깊은 대비는, 같은 언어를 쓰지만 따로국밥처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마음 깊숙한 곳에는 연민과 공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5년 전에는 왜 이 작품을 그렇게 형편없다고 평했는지 모르겠다...


9.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단편이다. 상실을 마주하는 태도를 너무나도 서글프게, 동시에 연민 있게 그린다. 학생을 위해 목숨을 바친 남편을 그리워하는 화자(아내)는 계속해서 딱지가 생기는 생채기에 괴로워한다. 주변 사람들은 남편을 애도하고 학생을 원망한다. 이 사람들 사이에서 학생의 누나가 쓴 편지를 읽고서 화자는 울면서 남편의 용기와 희생에 끝내 눈물을 흘린다. 단편 안에서 아내는 주로 시리에게 질문을 하는데, 시리와 편지는 같은 텍스트이면서도 상반된 메세지를 전한다. 전자는 짜여진 알고리즘에 의해 대답을 해 화자가 원하는 답변을 주지 않는다.(화자가 답 자체를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반면 후자는 사람(학생이 누나)이 직접 써 진심과 공감이 담겨 있다. 시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편지는 사라지는 인간적인 정과 감정교감을 뜻한다고 하면, 우리 인간이 잃어가고,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10. 단편 소설은 정말 어렵다. 장편에 비해 불친절하고 까딱 잘못 읽으면 작가가 숨겨놓은 의미를 놓치기 일쑤, 거기에 오해까지 더해지면 큰일이다. 그래서 모든 소설은 두 번 이상 읽어서 의미를 깊게 파악하고 싶은데 읽을 책은 많고 욕심은 크고 시간은 없으니 이정도로 만족...할리가 없잖아! 나도 더 똑똑해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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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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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너무 힘들었다.

첫째로, 여러 평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가독성이 아주 안 좋다. 거의 제로에 가깝다. 과거의 사건으로 너무 뜬금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뒷문장을 읽어야 앞문장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번역도 그렇다. 침모라는 단어를 요새 누가 쓰는가. 순우리말의 맛을 살리는 번역도 아니고, 사전을 한번 뒤지게 만드는 번역이라니. 괄호 안에 뜻이라도 써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게다가 가로가 길고 줄간격이 약간 좁은 넙데데한 판형도 가독성에 영향을 주었다.

둘째로, 코라의 여정을 읽는 자체가 너무 괴롭다. 조지아 농장에서 코라가 테런스를 감싸면서 지팡이로 얼굴을 맞는 장면에서 특별한 묘사 하나 없는데 아픔에 공감하게 된다. 무기력하게 살던 코라가 내면의 노예가 발목을 붙잡는 것을 뿌리치고서 남을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모습에서 위대하고 온전한 한 인간의 모습을 봐서일까.

코라가 농장을 탈출해 그럭저럭 잘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조금만 지나면 바로 불행이 찾아온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관리를 받으면서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조금이나마 살아가지만 이면에는 친절을 가장한 무시무시한 음모가 있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다락방에만 틀어박혀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집주인 마틴과 에설의 보살핌을 받는다. 에설이 마음을 조금 열려고 하자 바로 노예 사냥꾼이 들이닥친다. 인디애나는 여태까지 지나쳐왔던 곳 중에 가장 완벽한 곳이었지만 이곳조차 백인들에게 무참히 짖밟힌다. 코라는 이 여정에서 자신이 마음을 주었던 사람(시저, 마틴, 로열, 수많은 흑인들)들을 모두 잃는다.

희망과 행복이 보여 드디어 코라가 안정적인 생활을 하나 싶으면 단 한 쪽만 넘겨도 무자비한 폭력이 흑인들의 삶을 망가뜨려버린다(작가가 변태인 게 분명하다). 작가의 이러한 단호함은 코라, 그리고 과거 많은 흑인들이 느꼈던 무한한 절망감을 그대로 전해준다. 원치도 않는데 자신의 인생에 훅 치고 들어오는 불행을, 흑인들은 평생 느끼면서 살았을 것이다. 마지막 메이블 장은 코라가 붙들고 있던 내면의 마지막 ‘하나’를 산산히 부숴 가루로 갈아버리는 느낌이다(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이기도 하다). 코라가 지하철도에서 나와 세인트루이스로 가는 마차를 얻어탈 때조차 희망보다 앞으로 다가올 절망에 불안감은 더 커진다.

책 제목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란 실제로 남부의 노예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던 점조직이라고 한다. 작가는 어릴 적 이를 실제 지하철도로 알았다고 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훌륭한 대체 역사소설을 집필했다. 모든 사건이 실제 벌어진 일은 아니겠지만, 그 바탕에는 실제로 있었을 법한 부류의 사람들(흑인 노예는 인간취급하지 않는 주인/그나마 챙겨주는 주인/추노꾼/겉으로 친절한 척하면서 뒤로는 이용해먹으려는 사기꾼/같은 흑인이면서도 공동체적 모습을 보이지 않는 통수킹/노예제를 하루 빨리 없애려고 노력했던 인도주의자)이 함께 해 현실감을 더했다. 이런 사람들이 아직도 판치는 지금, 우리는 100년 전에 비해서 진보했는가 하는 질문에 확언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아직도 저열한 사고에 갖힌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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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알라딘 리커버 특별판, 양장)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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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솔직히 생물학을 좋아하지 않아.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세포의 감수분열을 배우면서 생물은 아예 머리에서 지워버렸어.

나에게 과학이란 단 두 부류였어. 세상을 수식으로 표현하면서 작은 양자 세계부터 거대한 은하까지 모두 보여주는 물리학, 세상의 수많은 화학반응을 발견하고 물질들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현상의 화학. 이런 면에서 과학은 경이에 가까웠지. 관심이 없다보니까 생물학에 대한 개념은 거의 없고.

<랩걸>을 읽고나서 생명의 웅장함과 위대함, 단아함이란 무엇인지 조금은 느낀 것 같애. 어떻게 보면 생물학도 내가 좋아하던 화학과 일정 부분 겹치거든. 생물학의 많은 개념도 결국 화학식으로 풀이되는 경우가 있더라고. 과학은 그래, 물화생지, 처럼 완벽히 구분되지는 않는 듯해. 그저 감수분열을 피하려고 의식적으로 생물학에서 눈을 돌려왔던 걸까.

책은 생물학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식물의 생애에 맞춘 저자- 호프 자런 자신의 인생을 말해. 식물이 씨앗부터 자라 뿌리를 뻗고 줄기를 만들며 종국에는 꽃과 열매를 맺는 과정은, 모든 생명체가 겪는 일일 수밖에 없겠지. 작가는 유사한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 식물을 자신과 동일시한다고 볼 수 있는데, 바로 식물이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것이기에 이야기가 더 풍부해진 느낌이야.

이런 형식은 다른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데이비드 실즈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가 비슷해. 삶과 죽음에 대한 통계와 명언, 일화 중간중간에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 두 책의 비슷한 점은, 작가의 이야기 말고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이야기(<랩걸>의 경우 식물 이야기)가 주는 감정이 더 크다는 거야.

울림을 줬던 문장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옥수수가 조직 1그램을 만드는 데 물이 1리터가 들어간다는 것을 기억했다.

1그램과 1리터가 주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지만, ‘조직 1그램’이라고 말하는 순간 거기서 느껴지는 웅장함이 더 커지더라. 단순히 무게로만 따지지 않고 말이지, 세포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작은 것들이 모여 생명을 만든다니, 놀라운 일이야. 말이 1그램이지 사실 그런 조직이 수없이 모여야 그만큼의 무게가 되거든. 귤 껍질을 깔 때 하얀 섬유질은 맛이 없고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떼곤 하는데, 귤나무는 열매를 맺으면서 이 보잘것없이 보이는 것을 만들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썼을까, 그 생각을 하면 식물의 발화와 성장은 그대로 상상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듯해.

이제 숲에 가면 잊지 말자. 눈에 보이는 나무가 한 그루라면 땅속에서 언젠가는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기를 열망하며 기다리는 나무가 100그루 이상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이 문장처럼 생물학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놀랍고 흥미로운지 뼈저리게 느껴지더라. 양자영역 같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생명은 얼마나 충만한지, 이런 생명이 살아가는 지구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런 생각도 들었어.

유시민 작가가 딸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말했지만 사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 유작가나, 이 책을 즐겁게 읽은 사람과 이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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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읽는 방법 - 폼나게 재미나게 티나게 읽기
김봉진 지음 / (주)북스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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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책이 안 잡히고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때가 있다. 몇 개월마다 찾아오는 독서권태기다. 이럴 때는 책을 놓고 전혀 다른 행위(영화, 게임)를 한다. 그래도 책은 읽어야겠다 싶을 때는 책과 독서에 관한 책(메타북)을 읽는다. 어렵지 않고 의욕을 다시 불태우기 때문이다.

<책 잘 읽는 방법>의 저자 김봉진은 우리가 익히 들어온 스타트업 ‘배달의 민족‘의 창업자다. 성공한 기업인은 보통 엘리트의 이미지를 가지기 일쑤지만 (미안하지만)김봉진은 그런 아우라는 없다. 공고-전문대의 학력은 물론이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한다. 책도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단다.

이런 저자가 <책 잘 읽는 방법>을 통해 책을 조금 더 쉽게 접하는 방법과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크게 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가는 법부터 꾸준히 책을 읽고 어려운 책을 넓혀가는 훈련법, 혼자 읽기가 아닌 함께 읽기를 위한 응용 방법등을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특별하지는 않다. 이미 비슷한 내용의 책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근래에는 이동진과 북튜버 김겨울의 책이 있었고,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도 같은 주제의 책이 많다. 게다가 내용마저 유사하다. 책을 함부로 다뤄보기, 처음에는 질보다 양, 많이 사고 눈에 띄는 곳곳에 책 두기, 베스트셀러 말고 자신만의 책을 읽기, 한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기, 재밌는 책도 좋지만 어려운 고전도 도전해보기... 수도 없이 들어본 내용이어서 저자가 중간에 소개한 목차와 머리말 놓치지 않기를 적극 활용해 목차만 읽어도 이 책의 절반, 아니 80%는 읽은 셈이다.

책도 인문서 쪽으로 편중되어 있다. 저자의 독서에서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은 편이고과학서적은 눈을 아무리 씻어봐도 없다. 문학은 아예 배제하지 않고 일부러 찾아 읽는다고말하는데, 저자를 포함한 인문서를 즐겨 읽는 이들이 과학 분야를 소홀히 다루는 태도는 매우 아쉽다. 독서 분야로 한정지어보면 이 책은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와 겹친다. 홍대리가 명확하게 자기계발서를 표방했다면 <책 잘 읽는 방법>은 인문서를 가장한 자기계발서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로서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독자는 자기계발서를 읽음으로서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 (행동으로 바꾸지 못하는 것은 자기계발서의 단점이 절대 아니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독서법을 긍정한다. 대부분이 이미 생각해오던 방법이기 때문이다. 같은 생각을 가졌지만 저자와 나의 결과물이 이리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나의 문제로 귀결된다. 워낙 익숙한 내용이기 때문에 책의 깊이가 없다고 비판했지만 실상 생각을 행동으로 연결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자기비판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마음은 작다. 3장을 제외하면 김봉진만의 노하우가 거의 없고 부록으로 붙은 ‘김동진의 도끼 같은 책‘도 내용이 조금 부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이 아직 낯설고 두려운 이에게는 다른 독서법 책보다 이 책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판형이 작고 책도 얇다. 결정적으로 한 쪽의 절반이 여백이어서 수월하게 책을 넘기기 수월하다. 저자가 말하듯이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으면 통쾌함과 자신감이 붙는다. 그 느낌을 가지고 더 좋은 책 더 재밌는 책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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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3-16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독서 매너리즘에 빠질 때 책 읽기를 주제로 한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이런 책을 읽으면 독서 욕구가 다시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

양손잡이 2018-03-19 00:13   좋아요 0 | URL
제가 능력과 끈기가 부족해 요런 책을 자주 읽는데, 너무 자주 읽어서인지 이제 그 내용이 그 내용인 것 같네요. 제 한계에 대한 푸념이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