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번연 : 천로역정 - 포켓용
존 번연 지음, 유성덕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다시 읽은 천로역정, 애니메이션 천로역정]

지난번 글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줄글책 다 읽고 같이 쓰려다보니 늦었다.

<천로역정:천국을 찾아서> 애니메이션이 지금 상영 중이다.-6월 30일까지로 알고 있다.
2주 전쯤, 영화가 개봉하고 하루 뒤에 신랑이랑 보러 다녀왔다.
마침 교회 단체 이벤트에 당첨되어 예매권을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생애 최초 이벤트 당첨!
지금에서야 후기를 쓰는 것은, 영화를 보며 몇 년 전에 읽은 <천로역정> 줄글책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 줄글책 내용과 대조하며 비교해보기 위함이었다.
사실, 어릴 때 만화책으로 <천로역정>을 읽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만화책이 원본을 살리기 위해 엄청 노력을 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며 만화책 내용은 생각나는데, 줄글책 내용은 생각나지 않아 다시 줄글책을 읽게 되었다.

<천로역정> 줄글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영화 내용은 1부 내용만을 다루고 있는데(내가 어릴 때 봤던 만화책도 1부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끝에 2부가 있음을 암시하는 듯한 문구가 나왔다.-‘To be continued‘
책에서 1부는 ‘크리스천‘의 순례길, 2부는 ‘크리스천‘의 아내 ‘크리스티아나‘와 네 아들의 순례길을 다룬다.
그렇기에 다음 영화가 또 나온다면 2부를 만들게 될 건지 궁금해진다.

먼저 영화이기에 각색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도 원본을 살리려 노력을 많이 했고, 특히 앞부분에 각색된 부분은 나름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한다.
단지 전체 내용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 컸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크리스천‘이 등에 메고 있던 짐이 ‘죄‘라는 언급이 없었고, 죄짐이 십자가에서 해결이 되는데 십자가라는 말이 없이 단순히 이미지로만 처리되어 아쉬웠다.
안 그래도 요즘 교회에서 죄의 문제가 너무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기에 조금 더 무게감 있게 다루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좁은문‘의 문지기가 너무 가볍게 보이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천로역정>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진지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석자의 집‘에서 ‘크리스천‘에게 보여주는 세 가지 장면이 나오는데, 줄글책에는 일곱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여준 첫 번째 장면은 그 일곱 장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겠다.
번역이 조금 다르기도 했고, 인물의 이름이 장소로 나오기도 했지만(예를 들면, ‘경계‘는 ‘아름다운 집‘ 주인이 아니라 문지기 이름이다.) 원글의 맥락을 흐트러뜨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줄글책을 읽다보니 <천로역정>에서 실제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흐름이 아니라 이야기의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특히, 순례길에서 대화하는 내용), 이런 부분은 어떻게 전달해야 기억에 오래 남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 <천로역정>은 영화이니만큼 전체적인 흐름을 더 강조했던 것 같다.

2부의 내용을 읽다보니 존 번연이 얼마나 일상생활에서 하나님을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해석자의 집‘에서 나타나는 비유들도 그렇지만(설교 예화는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는 개인적 생각이 있다.) ‘크리스천‘의 아들 중 한 명이 ‘아름다운 집‘에서 자매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자연, 즉 일반계시를 해석하는 방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데 감동을 받았고,
성도의 교제는 <천로역정>에 나오는 대화들처럼 나누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고 교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2부 끝에서 ‘크리스티아나‘가 하나님이 보내신 우체부로부터 편지를 받고 천국에 갈 준비를 할 때 괜히 소름이 돋았다.
와, 내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그리고 순례길의 어려움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세상 사람들의 어려움이나 나의 어려움을 다를 바 없이 바라보는 관점을 지니고 있는 내가 과연 믿음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줄글책을 공부(설명)하는 책이 있다고 하던데 그 책이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19.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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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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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feat. 고질독 23기)
-스포일러 주의

📚소감
너무 너무 충격적이라 소감 먼저 남긴다. 다른 분 글에 의하면, 이 책이 ‘살인자들의 바이블‘이라고 한다. 이 책 주인공 홀든은 은둔형 외톨이인데 결말을 정신과에서 맞이한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나..?
어린이를 이상화하고, 자기 또래와 어른들을 가식적이라고 평가절하하며 자기 의도대로만 생각하는 게, (자신을 찾아가는) 철없는 남자아이의 모습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 오싹했다. 이런 사고 방식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아, 이건 어린이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이상화하고 있다. 어린이를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가식이라고 생각하는 자기 자신의 기준을 이상화한다.
‘살인자들의 바이블‘ 한 마디에 톡방이 들썩들썩한다. 어떻게 보면 [아몬드] 주인공 같기도 하고.. [이방인]의 뫼르소 같기도 하고.. 공감이라는 걸 전혀 하지 않으니 말이다. 아.. 무섭다.
그 흔한 작품해설도 없다. 독자의 의도대로 해석하기 바라는 작가의 의도라던가.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강력범죄가 일어난다면, 작품해설을 붙이는 걸 허용해야 하지 않나 싶다.

📚질문 만들기
1. 작가 조사
2. 네 가지 질문
1) 작별의식이 있나요?
2) 나이에 맞게 행동하나요?
3) 전화를 걸고 싶은 작가가 있나요?
4) 나의 중2병(사춘기)는 어땠나요?
3. 규칙을 어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4. 내가 아니고 싶은 적이 있나요?
5. 잃어버리면 마음이 쓰일 것 같은 물건이 있다면?
6. 상대방의 종교를 알아내고 싶나요?
7. 가식이라고 판단받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8. 변호사는 무슨 일을 해야 하나요?
9. 홀든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10. 해보기도 전에 어떻게 할 건지 모르나요?

사춘기 시절도 생각했고, 내면에 있는 어두운 부분을 떠올리기도 했다.
내가 고른 질문은 9번 홀든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이다. 나는 처음에 [스토너]를 생각했다. 영어에 관심이 많았던 홀든이므로 스토너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관심이 가게 되지 않을까 해서. 그리고 [이방인]의 뫼르소와 너무 닮았지만 알다시피 내용이 범죄로 이어져서 모방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이 책은 패스하고. 독서모임하면서 생각하다보니 결국은 [화장실 벽에 쓴 낙서]나 [기차를 기다리는 소년] 같은 청소년 소설이 남았다. 홀든은 청소년 소설을 좀 많이 읽으면 자신의 욕구를 좀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독서모임

🏷질문
✔️제목이 왜 ‘호밀밭의 파수꾼‘인가?
나는 개인적으로 호밀밭을 어린이 세상이라고 생각했다.-홀든이 어린이만 있다고 했다. 그리고 홀든은 ‘미친 절벽 가장자리에 서 있‘고, 그 절벽으로 오는 아이들을 붙잡는(Holden) 역할(파수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절벽 너머의 세상이 어른의 세상(홀든이 가식이라고 말하는)이 아닌가 싶다. 즉, 어린이 세상에서 어른의 세상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막으려고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두 번째는 알리의 죽음을 막지 못해서 파수꾼의 역할을 자처한다는 생각을 했다. (알리가 병으로 죽긴 했지만) 절벽 너머 죽음의 세계로 갔지만 자신은 붙잡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어린이 세계를 붙잡고 있어야 안전하다고 느끼는 홀든 자신의 무의식을 반영하는지도 모르겠고.
✔️끝까지 제인에게 전화를 하지 못한 까닭은?
어릴 때의 순수했던 제인을 붙잡지 못할까봐, 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의 추억을 아름답게 남기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한편으로, 제인이 어린 시절에 몹쓸 일을 겪었을 것 같은 상황이 나오는데, 그 상황을 지켜주지 못한(개인적으로는 호밀밭의 파수꾼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 마음 때문이라는 다른 분 말씀도 있었다.

🏷인물탐구
📌홀든
1️⃣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사춘기의 전형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지나치게 심한 느낌이다.
2️⃣어린이를 이상화, 자기 또래와 어른들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상화와 평가절하에 관심이 많다. 내가 그랬으므로. 아빠를 이상화하고 엄마를 평가절하했다. 그래서 홀든의 이 행동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이런 행동의 기저에는 3번의 특성이 있다.
3️⃣자신의 기준을 이상화한다. 자기 또래와 어른들은 모두 가식적이다. 그게 옳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의도나 의견은 들어올 여지가 거의 없다(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알리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말에 적극 공감했다.
📌피비: 오빠의 말을 잘 들어주는 통찰력 있는 아이
피비는 오빠가 왜 일찍 돌아왔냐고 물었을 때 홀든이 말을 돌리자 바로 ˝쫓겨났구나!˝라고 핵심을 찌른다. 그리고 오빠가 펜시에서 벌어지는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때, ˝오빠는 아무것도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어떤 학교도 마음에 안 들고. 백만 가지가 마음에 안 들고. 다 안 들잖아.˝(254쪽)라고 정곡을 찌르며, 마음에 드는 것 한 가지만 대 보라고 한다. 아주 똑똑한 아이다.

🤔살인자들의 바이블로 불리는 이유는 뭘까?
사춘기와 은둔형 외톨이의 심리가 비슷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파일러 분 중 한 분이 ‘사회에는 사이코패스가 많지 않은데, 범죄자 중에는 사이코패스가 많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서, 홀든의 마음 같은 상태가 오래 가면 사이코패스(모든 사이코패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홀든이 겪었을 수치심, 혐오감을 은둔형 외톨이들이 똑같이 겪지 않았겠냐는 복쓰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질문픽
복쓰님 질문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어른인가요?˝ [리어왕] 독서모임 때가 떠올랐다. 지혜와 판단력, 늙어서 갖추지 못하면 관계가 파탄나는 것을 보니 어른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것은 역시 지혜와 판단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레이스님 설명을 들으면서 (아무래도 자녀 양육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으니) 부모가 자녀에게 너무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어른(부모)으로서 바른 태도일까, 라고 생각하신다 하셔서 [아이야, 천천히 오렴]에서 룽 잉 타이가 자신의 아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기 위해 검열을 했었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났다. 아, 검열은 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겠구나. 말이나 행동에도 충분히 검열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그래도 바르게 자라도록 가르치기는 해야 하는데. 어디까지 부모가 간섭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만큼 양육을 지원해야 하는지 혼란이 생겼다.

🏷내가 고른 문장
‘하지만 제 말은 많은 경우에 자기한테 관심이 있지 않은 일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서야 가장 관심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는 거예요.‘(277쪽)
[팡세]에 있는 글이랑 너무 닮았다. 샐린저가 팡세를 읽었나 하고 생각했다. ‘한 작품을 만들 때 최후로 깨닫는 것은 무엇을 제일 먼저 써야 할지를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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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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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연수를 들으면서 독서토론 실습을 했다.
주제는 현수의 엄마는 진짜 엄마로 볼 수 있다이고, 나는 반대편에서 논거를 펼쳤다. 다듬을 곳이 많지만, 일단 올린다.
참, 이 책은 3월에 한 번, 4월에 한 번, 6월에 한 번, 총 세 번을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독서연수에서 쓸 줄 모르고 읽었고, 4월에 읽을 때는 독서연수 질문 만들기를 위해, 6월에는 독서토론 실습을 위해 읽었다.


현대 사회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챗GPT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었고, AI가 이세돌을 이기는 시대를 살고 있다. ‘로봇에게 감정이 생긴다면?’이라는 질문이 더 이상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다. 감정을 가진 로봇이나 휴머노이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내게 감정을 가진 AI 엄마가 생긴다면, 그 엄마를 진짜 엄마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엄마는 진짜 엄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애초에 현수의 엄마는 현수가(현수 아빠가) 주문하고, 택배 상자를 받아서 집까지 옮겨서 하나 하나 조립해야 했던 생명‘장난감’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방점은 ‘생명’이 아니라 ‘장난감’에 있다. 마지막에 아빠가 데려온 현수의 엄마는, 더 이상 장난감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마음이 생기면 장난감이었던 게 장난감이 아닐 수 있는가? 현수의 엄마는 앞으로 고장날 일이 전혀 없을까? 피를 흘린다면 현수의 엄마는 파란 피를, 현수는 빨간 피를 흘릴 것이다. 사람과 장난감이라는, 다른 종에서 오는 이질감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부분이 현수의 엄마가 진짜일 수 없는 첫 번째 까닭이다.
이 책에서는 (아마도) 현수의 실수로 엄마에게 마음이 생겼다고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사실은요, 엄마를 조립할 때 손가락을 찔려서 피가 났어요. 핏방울이 엄마 가슴에 떨어졌는데 닦아 내기 전에 스며들었어요. 그래서 엄마가 불량품이 됐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진짜 엄마처럼 안 되는 걸 거예요.”(72~73쪽)
만약 현수의 손가락이 찔리지 않고 조립을 끝냈다면 현수의 엄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마음을 가지지 않은 엄마도 현수의 엄마라고 볼 수 있을까? 현수의 엄마가 진짜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이 ‘마음’이 큰 작용을 한다. 이 우연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엄마가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면, 현수가 엄마라고 생각했을까? 마음을 가진 엄마를 진짜로 볼 수 있다면, 마음을 가지지 않은 엄마는 진짜로 볼 수 없다는 건데, 같은 생명장난감으로서 마음의 유무로 진짜와 가짜를 가린다는 게 과연 합당할까? 이런 예는 현대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학대하는 엄마와 ‘마음’이 있는 선생님. ‘마음’이 있어서 무조건 엄마가 될 수 있다면, 이 시대의 엄마는 누구로 봐야 하는가?
이 책에서는 현수가 직접 조립한 생명장난감(엄마)에만 현수의 마음을 두었기 때문에 현수에게는 더 이상 엄마를 구입할 마음이 없어서 생기지 않은 일이었지만, 만약 다른 엄마를 사오고, 현수가 부품에 손가락을 또 찔려 피가 다른 엄마의 가슴에 스며들어 그 엄마에게도 현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현수의 진짜 엄마는 여러 명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
넷째, 생명장난감은 깨어나서 처음 본 사람을 따르게 된다(23쪽). 현수의 피가 스며든 현수의 엄마가 깨어나서 처음 본 사람이 민지였다면, 엄마는 민지에게 마음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그러면 그때는 민지의 엄마를 진짜로 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현수의 엄마는 현수가 하는 대로 따라했다. 현수가 책을 읽어주면 책을 읽어줬고, 인사를 하면 인사를 했고, 현수가 웃으면 함께 웃었다. 현수는 가르치고 엄마는 배움으로써, 현수가 원하는 엄마를 가질 방법을 알게 되었다(75쪽). 이 엄마는 현수의 진짜 엄마가 아니라, 현수가 ‘원하는’ 엄마인 것이다. 만들어낸 엄마였다. 내 입맛에 맞도록 만든 엄마를 진짜라고 볼 수 있을까?
사람들은 진짜 같은 가짜에 열광한다. 그러나, 진짜는 존재하는 것이고, 가짜는 만들어내는 것이다. 만들어낸 엄마를 진짜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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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항복하다
데이비드 베너 지음, 김성환 옮김 / IVP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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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여유가 생길 일은 잘 없지만,
여유가 생기면 읽으려고 가지고 다니는 얇은 책.
분주한 마음으로 읽게 되는 것 같아서 좀 아쉽지만..

의탁이나 순종이 어려울 때 우리는 보통 그것이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모든 것을 드리려고‘ 계속해서 노력한다. 매번 더욱 굳은 결심과 열정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진정한 순종이 명령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사랑에 먼저 의탁하고 사랑의 의무로 순종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지 못한다.
궁극적으로 의탁과 순종의 문제는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것에 관한 문제다. 그러므로 그것은 마음의 문제이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중략) 사랑에 의탁하는 것은 절대로 한 번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중략) 의탁하라는 요구를 계속 듣는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로마서 공부할 때 머리로 깨달았던 ‘사랑해서 순종한다‘는 말. 2010년, 아이들을 통해 마음으로 조금이나마 깨달았던 그 말. 그럼에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사랑해서 순종하는 길이 참 멀게만 느껴진다.
내가 나 자신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유난히 강조하는 ‘책임‘이 떠올랐다.
책임이라는 말과 순종, 충성, 절제라는 덕목들을 일치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 성경에 책임이라는 말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더더군다나 내가 사용하는 용어로는. 성령의 열매 같은 그런 덕목으로도 책임의 종류는 잘 보이지 않는다. - 꼭 같은 덕목은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쳤고, 그 밑바탕에는 ‘사랑‘이 있어야 하는데 ‘사랑 없는 책임‘만 강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들에게 어떤 덕목을 가르쳐야 하는지 다시 생각한다.

#사랑에항복하다

201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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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리어 왕 열린책들 세계문학 20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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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왕](feat. 고질독 22기)

📚소감
희곡은 어렵다. [햄릿] 읽고 두 번째 희곡이라 좀 나은 건가 싶었는데, [햄릿]이 어려운 책이라 한다. [수요일의 전쟁], [멋진 신세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를 파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읽게 되어서 좋았다.

📚질문 만들기
1. 작가 조사
2. 내가 리어왕의 딸이라면, 어떤 답변을 했을까요?
3. 늙어서도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4. 이 대사, 어떻게 이해하시나요?
5. 부모님에게 어떻게 대하나요?
6. 더 큰 어려움으로 작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7. 참아야 할 것과 성내야 할 것을 잘 분간하나요?
8. 고통을 감내하며 살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9. 명분은 필요한가요?
10. 에드먼드는 죽기 직전에 왜 좋은 일(?)을 한 걸까요?

내가 뽑았던 질문은 3번, ‘늙어서도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였다. 다른 질문들도 3번에 포함된다고 생각되는데, 대립되는 것을 구분한다는 것,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이 모든 것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지혜로워지고 싶은 내 마음에서 시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어거스틴에 의하면 이 모든 것은 성령님의 조명하심으로 가능하겠지만.

📚인물탐구
📌리어 왕: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왕
세 딸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확인받고 싶어하다가 비극이 시작된다. 두 딸이 자신에게 아첨하는 것을 듣고 두 딸에게 자신의 몸을 의탁하려 했지만 결국은 팽 당한다. 셋째 딸을 가장 아꼈기에,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으나 두 언니의 가식적인 말만큼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딸에게 상처를 받고 쫓아낸다. 세 딸 모두를 너무 믿었다. 그 사랑을 꼭 확인했어야 했나. 혹은, 가까운 사이라면 확인할 수밖에 없나.
📌코딜리어: 사실만을 이야기하다가 비극에 휩쓸린 인물
코딜리어가 리어 왕에게 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것을 더 잘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코딜리어의 말이 좀 달랐다면, 비극을 향해 가지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글로스터: 왕에게는 충직했으나, 가정에는 귀가 얇았다.
‘남보다 더 모르는 게 가족‘이라는 것을 이 인물이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일은 잘 처리하면서, 가정에는 그렇지 못했다.
📌에드가: 끝까지 아버지를 지키려고 했던 인물
블랙빈 님의 설명이 좋았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깨닫지 못하다가, 내쳐졌을 때 깨닫게 되었다고 하셨다.
📌켄트: 리어 왕에게 버려졌으나, 자신은 왕을 버리지 않았다.
이것도 블랙빈 님의 설명이 좋았다. 리어 왕이 딸들에게 버림받기 전 왕국을 잘 통치했을(아마도?) 때부터 리어 왕과 그 딸들을 알아왔을 거라고 하시며, 리어 왕을 되돌리고 싶었을 거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 광대: 우리나라 탈춤의 말뚝이 역할. 수면 위에서 내뱉을 수 없는 말을 바보라는 이름으로 툭툭 내뱉은 인물
바보 광대를 보고 딱 말뚝이가 떠올랐다. 바보광대는 팩폭러이면서, 제3자의 입장에서 주인공에게 조언을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기에 바보라고 불린다.

🏷눈이 흐려진다(빠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제일 처음 생각한 것은 ‘안목의 정욕‘이었다. 글로 적으니 정리가 된다. 눈으로 볼 수 없으니 판단력이 회복되는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눈으로 볼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안목의 정욕‘과 거리가 멀어지는 삶이니 당연히 판단력이 회복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눈을 가려야 다른 사람의 눈이 보이게 되는 걸까. 어떤 면에서 수용이란, 자신의 눈을 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리어 왕]에서 비극의 원인은 무엇인가?
나는 ‘왜곡된 욕구‘라고 답했는데, 블랙빈 님은 ‘말‘이라고 하셨고, 윤주 님은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폭풍의 언덕], [리어 왕]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비극의 원천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결국은 ‘사랑‘이 문제였나 싶었다.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왜곡된 ‘사랑‘의 방식들.

📚질문픽
📌늙어서도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늙어서도 지혜로운 사람이 있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사람이 있다. 한 인물을 두고 본다면, 존경해마지 않던 분이 존경할 분이 아니었나 싶을 때도 있다. 이 상황에 대해 블랙빈 님께서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변했나?‘ 하고 생각하셨다고. 퍼뜩,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이 지나갔다. 애티커스는 변하지 않았지만 핀치가 변했던 이야기. 어쩌면, 그 사람들은 그대로이고 내가 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성경은 변하지 않지만, 성경을 해석하는 사람들은 계속 변하니, 사람에게 주어진 ‘진리‘는 계속 변하게 되는 거라고.
늙어서도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면 계속 공부해야 하고, 공부하려면 겸손해야 하고, 수용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판단력은 겸손과 수용에서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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