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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하는 PD와의 대화 ㅣ 방송문화진흥총서 140
홍경수 지음 / 사람in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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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신이 살아 온 길을 누군가와의 대화를 나누고 못다한 사연을 고백하는 시간은 본인에게는 성찰의 시간이 될 것이고,다가오는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우리말에 '팔방미인(八方美人)'이라는 말이 있다.모든 방면에 재주와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의미이다.반면 '한 우물을 파라'는 말도 있다.나에게는 전자의 말이 꽤 다방면에 능력을 갖추고 있어 사회에 크게 보탬이 되고,자신의 삶의 질을 고양시켜 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사회초년기에는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크게 와 닿았는데,나이가 들어가면서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더욱 현실적이고 전문적인 인재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생각해 보면 다방면에 능숙한 사람은 학문의 깊이가 결여될 수도 있으며,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은 편협과 오류를 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글로벌,국제화시대이면서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정보처리,지식의 축적,균형과 조화를 이룬 시각과 관점을 갖춰 나가려면 아무래도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는 물론이고 관련된 학문까지는 두루 학습하고 되새기면서 적기에 자신의 의견과 주의(主意)를 관철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피디(PD)출신으로 피디 주제로 학위를 받은 서울대 박사 1호인 홍경수저자는 한국 PD계에서 내놓으라 할 만한 인지도와 사회에 끼친 영향도를 감안하여 7인의 PD를 모시고 그들의 PD생활의 이력과 소회,그리고 포부 등을 대화 형식으로 펼쳐 나가고 있다.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말까지는 다큐멘터리 및 《PD수첩》 등을 자주 청취하기도 했다.PD와 관련 있는 학과가 신문방송학과이다 보니 일명 신방과 친구들이 방송계로 진출하는 것을 보면서 가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방송.언론계에 발을 디디려면 영어,국어,상식 세 과목과 면접만 잘 치루면 들어갈 수가 있었는데,성적도 좋아야 하겠지만 성격이 외향적이고 직관력과 판단력,사람 사귀기에 능한 성격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방송계통은 잠시 백일몽으로 끝나 버렸다.
이 글에 등장하고 있는 PD들은 이미 익숙한 존재도 있고,생소한 분도 있다.모두 여전히 제작 현장을 떠나지 않은 현역이면서 이미 자신의 역사를 이룩한 장인과 같은 존재들이다.짧게는 10여 년부터 길게는 40여 년 가까이 연예,오락,드라마,영화 분야에서 사명감을 갖고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분들이다.아울러 PD 개개인의 삶에 직조되어진 한국 TV 방송의 역사이고,한국 방송 구조의 현 단계이며,대중적 영상 제작의 미래에 대한 하나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홍성수저자는 PD의 개인적인 스타일,창의력에 대한 통제,사회적 책임과 영향력으로 질문과 대답을 통해 PD의 제작 과정과 프로듀서의 문화적 의미를 파헤치고자 시도하고 있다.
'피디는 TV 프로덕션을 책임지는 사람'이다.피디는 일하는 기강을 세우며 기준을 강제한다.이상적으로 피디는 창의적인 팀의 대표로서 행정과 예산을 고려하는 사업가이면서도 예술가이며,스태프들의 재능을 고양시키며 프로젝트이 비젼을 제공한다. -P17 레스 브라운(Les Brown)
지독한 외로움,신문과 라디오를 탐닉한 것이 창의력의 원천이 되었다는 주철환 PD는 《퀴즈 아카데미》로 잘 알려진 PD이다.그는 마음을 움직이고 훔치는 재주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또한 언어적 마술사일 정도로 언어감각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격을 파(破)하라》를 통해 알게 된 송창의 PD는 뽀뽀뽀를 비롯하여 다양한 연예 오락 프로그램을 진두지취한 분으로서,고정관념을 깨고 새롭고 흥미롭고 공감을 주는 프로그램의 바탕에는 인문학이 깃들어 있어야 하고,일터에 임하는 자세는 설렘과 후배들에게 막힌 곳을 뚫어 주는 기공사(技工士)라고 소신을 밝히고 있다.《PD수첩》에 자주 출연했던 최승호 PD는 MB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은 분으로서,사회의 부조리를 다룬 프로그램을 많이 탐사하고 제작했다.그는 탐사저널리즘의 본질을 "큰 권력을 갖고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숨기려고 하는 진실을 파헤쳐 사회구성원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그리고 인상적인 부분은 이명박대통령이 퇴임하고 논현동 자택으로 들어간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는 기민하게 자연인 이명박과 단단히 마음 먹은 인터뷰를 한다."4대강 수심 6미터 비밀,대통령께서 지시하셨습니까?"그랬더니 "어"하고 말았다고 한다.
한류의 역사를 다시 쓴 윤석호 PD는 《가을동화》,《가을연가》의 제작자로 잘 알려져 있다.상상력과 창의력은 자유에서 생겨나고,PD는 자신이 갖고 있는 이미지의 선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다.또한 스토리텔이의 효과를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으로 포장해서 관객들에게 흡수가 더 잘 되게 하는 자신만의 신선 같은 것들이 포함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어린 시절부터 주체적인 행동과 빠른 판단력,추리소설의 탐독이 연출 스타일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이영돈 PD는 던져주고 풀고 반전,그리고 결론이 특징이며 러시아 항공모함 취재 중 KGB에 잡힌 사연도 소개하고 있다.그리고 시청자의 팽팽한 호기심과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직접 스태프와 같이 행동하는 모습도 그의 주특기라고 할 수가 있다.TV 음악 프로그램 계보를 이룩한 박해선 PD는 시인이기도 하다.자연과 바다를 벗삼아 성장한 그는 감수성을 키우면서 《열린 음악회》를 비롯하여 심야 음악 토크쇼를 제작하기도 했다.피디는 자신이 본 것을 시청자와 교감하는 몽상가라고 정의하고 있다.현재는 프리랜서 피디로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드라마를 제작한 장본인 이병훈 PD는 44년의 드라마 제작의 관록을 보유하고 있다.《대장금》,《상도》,《마의》 등이 대성공을 거두고,현재는 《대장금 2》를 진지하게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그는 어린시절부터 책벌레로 불릴 만큼 독서는 그의 분신일 정도라고 한다.다양하고 오랜 독서이력이 드라마 제작에 크게 도움을 주었으며,이는 논리력과 상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밝힌다.
어떠한 분에에서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식지 않은 열정과 창의력,간절함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면 시간의 문제일 뿐 성공의 열매는 보장받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비록 가는 길이 험하고 힘들어 자포자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라도 마음을 추스려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와 자세가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 계기가 되었다.또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반드시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그리고 인내와 기다림을 잊지 말아야겠다.타인의 삶을 통해 내 자신의 삶을 견주어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