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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4년 10월
평점 :
나는 기독교를 믿지는 않지만 성경을 갖고 있다.성경 구절이 신화적인 요소가 매우 짙지만 구절들을 자세히 음미하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지곤 한다.이것은 삶이 흔들리면서 방향타를 잃었을 때 누군가 조타수가 되어 주는 것과 같이 마음이 든든해지면서 믿음이 약했던 세상이 새롭게 보이면서 잃었던 삶의 희망의 끈을 다시 부여잡고 전진해 나가는 것과 같은 생각을 한다.인간은 지식과 지혜로만 살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것이 유약하고 유한한 존재인 인간을 계도해 주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생각도 든다.
깊은 산속에서 오랫동안 도(道)를 닦고 속세로 내려 온 도인과 같은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이외수 작가는 주로 시적이고 감성적이며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잠언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많다.이외수 작가의 작품 가운데에는 장편소설도 있지만 산문에 가까운 에세이가 많은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이야기의 내용이 그리 딱딱하고 무겁지도 않지만 전적으로 돈과 물질이 세상을 지배하는 세태에서 잊고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가를 되짚어 주는 진짜 스승과 같은 면모가 글 속에 천착되어 있다.산업화 초기 시대에 태어나고 자란 나 역시 학창시절에는 가부장적인 유교체제가 짙었던 시대에 성장해 왔지만 정치민주화,서울 올림픽이 끝나고부터는 해외여행자유화,(자식들 유학으로)기러기 가족의 증가,서구형 교육으로 인해 개인주의,이기적인 분위기 팽배,님비현상의 증가 등이 현사회가 안고 있고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이러한 분위기,사회구조를 전적으로 탈피해 나갈 수는 없어도 사람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돈과 물질,사회적 신분과 명예가 우선이다 보니 자식이 부모,스승,어른,인간관계를 소홀히 하게 되어 버린 부자연스럽고 볼성 사나운 세태를 꼬집으면서 좀 더 인간적이고 사람이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존중과 배려의 싹이 트이기를 이외수 작가는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어투로 언급하고 있다.
때로는 산을 넘고 때로는 물을 건너 험난한 인생길 걸어가면서,한평생 남의 짐 덜어주는 존재가 되지는 못할망정,한평생 남에게 짐이 되는 존재로 살아서야 되겠는가.젊었을 때 부디 촌음(寸陰)을 아껴 쓰고,몸과 마음을 다해 실력 연마에 매진하기를. -P25
이번 글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낱말이 슬갑(膝匣)이다.겨울에 춥지 않기 위해 바지 위 무릎에 껴입는 옷이라고 한다.남의 글을 몰래 훔쳐 제멋대로 사용하는 사람을 슬갑도둑이라고 하는데,블로그를 비롯하여 글쓰기가 보편화되다 보니 출처도 밝히지 않고 자기 블로그에 올리는 주인잃은 글들이 많다는 지적이다.물론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은 다독,다상량,다작이 필요할 것이며,남이 쓴 글을 모방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응시하는 블로그 및 글쓰기 대회에 올리는 글들은 글을 쓰는 사람의 캐릭터와 무늬가 깊게 스며져 있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사람은 평소 얼마나 직.간접적인 경험을 했는가에 따라 글 속에 생각과 감정,이성과 논리가 온존하게 반영될 것이다.
또한 이외수 작가는 오타쿠 현상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자중을 요구하고 있다.오타쿠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과 인식이 늘어나면서 또 다른 사람 차별이 심화되면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나도 글을 읽게 되면서 오타쿠족이라는 말을 접하게 되었는데 어떠한 한 분야에 심취되고 애정이 가득한 현상을 폐쇄적이고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 내지 인식화하려는 집단의식마저 생겼다는 점에서 이상현상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어떠한 일에 모든 시간과 영혼을 다 바치는 것이 죄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사회 구성원은 개개인에게 재능과 집념,사랑법이 따로 있는 것이기에 다름을 인정하고 상생해 나가려는 마음을 되살려야 할 것이다.21세기는 바야흐로 전문가의 시대가 아닌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모든 시간과 영혼을 다 바치고 행복해진다고 하면 이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남이 잘 되기를 바라지는 않아도 다된 밥에 재를 뿌려서는 안 될 일이다.
내가 감동받은 구절이 또 하나 있다.바로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지'이다.
새싹이 머리가 뽀죡해서 언 땅을 뚫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새 생명이 가는 길은 만물이 비켜준다. -P207
하늘과 바다와 산과 강과 숲들은 자신의 가슴 안에 많은 생명들을 키우는데,사람 가운데에도 그러한 존재들이 있다.시인이 하늘과 바다와 산과 강과 숲처럼 모든 생명들을 키우고 보듬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생명 존중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은 살아가는 길이는 다를지언정 생명은 소중하기만 한 것이다.매미는 7년을 땅 속에서 기다리다 태어나 겨우 7일을 울다 떠난다고 한다.생명이란 얼마나 거룩하고 눈물겨우며 존중해야 할 대상이 아니런가.인생도 마찬가지이다.인생이 잘 삭혀진 발효식품이 되기 위해서는 희망,절망 모두 필요하다.꿈을 놓지 않고,포기없이 꾸준히 살아가려는 삶의 의지만이 생명은 보다 값지고 형형(熒熒)해지는 법이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세상이 만들어 놓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통례이다.이미 만들어 놓은 규율과 질서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는 것도 실상이다.내가 살기 위해,내 편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우리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이합집산을 하면서 사는 게 속좁은 인간이고 유약한 인간이다.다만 인간이 인간으로서 갖어야 할 보편적 가치와 사항은 잊지 말고 잃지 않아야 한다.그것은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층이 솔선수범해야 하는 법이다.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지,아래에서 위로 솟구쳐 올라갈 수는 없는 법이다.강구연월과 같은 태평세월은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돈과 물질이 인간을 가름하는 세태에서는 요원한 문제일 것이다.제도와 체제,의식이 바뀌면 상실한 인간성과 공동체,상생의 문제도 제자리를 찾아 갈지 모르겠다.나도 나 자신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기에 통제를 못했다.지금부터라도 나 자신을 보다 더 잘 알고 내일의 꿈을 놓지 않으려 한다.이제 내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내년에는 엔돌핀이 살아나는 활기차고 멋진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