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美 시카고, 가톨릭 빈민 요양소에서 81세의 한 독거노인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았습니다.
독신으로 외로운 삶을 살았던 이 노인의 이름은 헨리 다거,
17살부터 평생을 병원 청소부로 일했습니다.

가족이 없었던 탓에 집주인이 그의 유품을 정리할 수 밖에 없었는데
아무도 들여다본 적이 없었던 이 독거노인의 방에 처음 들어간 집주인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좁은 방 곳곳에 기묘하고 엄청난 양의 원고와 스케치가
쌓여있었던 것입니다. 가상의 행성과 거기에 속한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모험의 대서사시, B급 판타지 장편소설이 깨끗하게 타이프 쳐진 원고는
자그마치 1만5145페이지에 이르렀고, 3권이나 되는 화집과 수백 장의
그림 가운데 어떤 것은 길이가 3m가 넘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고 합니다.

20세기 아웃사이더 아트의 최고걸작이자 어쩌면 인류의 미술사와 문학사를
다시 쓰게 할지 모를 '비현실의 왕국에서'는 그렇게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보잘것없어 보였던 가난한 독거노인에게도 이렇게 엄청난 상상력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평생을 혼자 외롭게 살았지만 헨리 다거에게는
상상 속의 친구들이 있었던 셈이지요. 그저 불쌍한 노인으로
잊혀질 뻔 했던 그의 이름을 후세 사람들이 두고두고 기억하게 만든 것은
바로 위대한 상상의 힘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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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6-25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후 책으로는 출판되지 않은 걸까요? 그의 상상력의 세계에 초대받고 싶어요.

네꼬 2007-06-25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세계라는 거, 참 경건해요. 뭉클합니다.

전호인 2007-06-2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비현실의 왕국에서로 출판이 되었습니다. 현대사와 미술사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정식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문장상의 문제는 있다지만 가히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가 15권으로 출판되었답니다.

네꼬님, 글게 말입니다. 가히 경건이라 표현할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그려낸 상상의 세계가 세상밖으로 나오는 환희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누추한 복장으로 출판사로 원고를 들고 찾아갔다면 이러한 작품이 사라졌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 곁 있다는 것입니다.

소나무집 2007-06-2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온 게 있어요.
보림출판사에서 나온 <지하정원>.
한 번 찾아보세요.

전호인 2007-06-2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특히나 대단한 것이 각 글마다 직접 삽화를 그려 넣었고, 그것까지도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네,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