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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장폴 뒤부아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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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5년 10월 초, 친구와 둘이서 1박 3일 일정으로 전남 순천, 보성을 여행한 적이 있다.

밤기차를 타고 새벽 세시반에 순천역에 도착했고, 목적지는 보성 녹차밭이었다.

캄캄한 시간에 우린 배낭을 메고 우산을 쓰고 무려 두시간 넘게 걸었다.

걷다가 힘들면 버스정류장에 앉아 쉬곤 했는데 그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비가 쏟아져 내렸다.

여행 중, 점심으로 냉면 한 그릇과 율포해수욕장 모래밭에 앉아 맥주 한 캔 사먹은 것 빼고는

배고플 때마다 배낭에 들어있던 초콜릿과 비스킷과 물을 조금씩 아껴 먹었다.

나 또한 집을 떠나 낯선 곳에 서면 왠지 모를 자신감에 차 뿌듯해한다.

 

처음에 주인공인 듯한 앞표지의 사람은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표지를 보고 남자라는 것을 알았다. 왠지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절대로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없는 타고난 방향감각을 가진 중년의 작가

폴 페레뮐터는 이혼하던 날,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벗이던 개마저 죽자 무료한 생활을 한다. 

밤이면 수면제를 삼키고 소파에 누워 마치 마가린 같은 잠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얼마 동안 어디로 떠날지 정한 것 없이 그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여행은 결국 아버지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것이 된다.

그는 십삼 일 동안 더러운 숲을 헤맨다.

나침반이 없기에 아무 생각 없이 걷는 수밖에 없다.

낚싯대가 없기에 물고기를 모닥불에 구워 먹을 수도 없다.

렌즈콩과 말린 대구, 바나나, 시리얼바, 초콜릿바와 생수가 바닥날 때까지 걷는다.

상처를 입고, 배고픔을 절감(切感)하고, 고통스러움을 느낀다. 

그동안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된다.

프랑스 작가 장폴 뒤부아와 그의 소설을 처음 접했지만,

글솜씨에 감탄하는 바이며 그가 쓴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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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이 운명이다 - 인격으로 운명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
존 맥케인.마크 솔터 지음, 윤미나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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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두께와 여러 명의 위인전기(偉人傳記)를 읽는다는 느낌 때문에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위인들의 일대기 내지 그들이 남긴 교훈을 10장 이내의

적은 분량으로 나타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혔다.

 

존 맥케인은 특별한 자질과 고결한 인격을 갖춘 스물 두 명의 위인을 소개한다.

22가지의 인격을 정리한 뒤, 그에 맞는 위인을 꼽았는지

스물 두 명을 먼저 추리고, 대표 인격을 찾아냈는지 궁금해진다. 

 

2003년 7월, 동네 시립도서관에서 빌리고 싶은 책을 발견했다.

'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라는 부제가 달린『 The ENDURANCE  인듀어런스 』.

당시 대출 권 수가 초과되어 사서 선생님께서 자신의 대출증으로 대신 빌려주셨다.

남극대륙 횡단에 나선 섀클턴과 대원들의 영웅적 사투를 담은 책.

『 인격이 운명이다 』는 어니스트 섀클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22명 중 처음 듣는 이름이 거의 절반이었다.

알고 있는 이름이라 하더라도 인생의 좌절을 맛보고 큰 고통을 겪었을 줄은 몰랐다.

스물 두 가지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은 희망, 희생, 선행, 용기에 해당되는 인물들이었다.

미국 단거리 육상선수인 윌마 루돌프(희망)는 소아마비 선고를 받고도 피나는 노력으로

올림픽 육상종목에서 3관왕이 되었다. 그녀가 배운 교훈은 스포츠에서든 어떤 일에서든

재능, 집중력, 투지, 사랑 네 가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폴란드 출신 신부 막시밀리안 콜베(희생)는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끔찍한 일을 겪으면서도

수감자들에게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신과 인류에게 봉사하기 위해 자신을 완전히 바친 것이다.

세탁 청소부였던 오시올라 맥카티(선행)는 알뜰히 모은 전 재산을 학교에 기부한다.

그녀가 깨달은 것은 부와 명성보다 자기 존중이 훨씬 가치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 태생 간호사 이디스 카벨(용기)은 연합군을 도와준 죄로 총살당한다.

그녀는 사람들을 구하고 조국에 대한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기회로 인해 기뻤고,

누구에게도 증오나 억울함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겸손하고 정직한 그들의

위대함은 과연 인격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살며시 감탄해본다.

 

                                       우리는 천성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2의 성품을 발전시켜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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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책쓰기 - 컨셉의 명수에게 배우는 책쓰기 전략
탁정언.전미옥 지음 / 살림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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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나 또한 초등학교 때 일기를 꾸준히 썼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과제 전시회가 있었는데 1년이었는지 한 학기였는지 6학년 때 쓴

일기장을 모아 표지를 만들어 책과 같은 형식으로 제출했더니 일기 부문 금상을 받았다.

아마도 일기가 글쓰기의 시발점이 아닐까 한다.

5학년 때 학급에서 주장하는 글쓰기를 했다.

논설문 쓰는 법에 대해 가르쳐준 사람도 없었는데 학급 대표로 뽑혔고 군 대회까지 나갔다.

초등학교 때 가족들과 배낭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기행문을 썼다.

대학교 1학년 때는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등 전국에 살고 있는 친구들 집으로

놀러 갔다 와서 보고서 형식의 기행문을 쓰기도 했다.

고3때, 수시모집에 합격하고 혼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자서전 형식을 빌려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일을 글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자서전이라고 하기에는 지극히 하찮은 A₄용지 열 장도 안 되는 분량이었다.

무작정 새하얀 연습장을 꺼내어 한 해 한 해 기억나는 일들을 적어내려갔다.

지금 읽어보면 수정하고 덧붙여야 할 부분이 많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나만의 백과사전을 만들었다.

ㄱ부터 ㅎ까지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고 70여 개를 선정하여 관련된 추억이나

나름대로 연상되는 느낌을 적어 보았다.

내가 써 본 글은 이런 게 전부이다.

대학 다니면서부터 책을 많이 읽은 편이다. 되도록이면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으려고 노력한다. 책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며 결심한 것이

내 일생에 단 한 권이라도 책을 내보자는 것이다.

여행을 다니며 썼을 일기, 메모와 잔뜩 찍었을 사진들을 정리하여

직접 겪은 일을 토대로 쓴 여행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

 

『 일하면서 책쓰기』에서 말하길, 책을 쓰는 데 특별한 재능은 필요 없지만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지라고 한다. 책으로 쓰고자 하는 대상과 관련하여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는 쪽으로 책의 컨셉을 잡음으로써

출판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을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일하면서' 책 쓸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평일에는 책이나 자료 읽기, 자료 수집을 하고 주말과 휴일에

집중적으로 글 쓰는 것을 권한다. 꾸밈 없이 내 느낌대로 쓴 글, 거짓 없고 솔직한 글이

좋은 글이다. 내게 글로 쓰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자.

 

읽기 쉬운 책이 좋은 책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일하면서 책쓰기』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당장에라도 떠오른 아이디어를 컨셉으로 발전시켜 자료를 수집하고

전략을 세우고 제목을 만들고 목차를 작성하여 책쓰기를 시작하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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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시대 - 출판인 한기호의 열정 인생
한기호 지음 / 교양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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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겉표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지루하게 읽히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투박한 듯 솔직하게 써내려간 글이 살갑기만 하다.

부끄럽게도 '한기호'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다.

출판 비평가이며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세운 '한기호'의

눈물과 역경과 도전과 열정을 담은 책이 여기 있다.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초중학생 문제집을 만드는 출판사에 지원했고 면접을 본 다음날부터 출근하여

딱 3개월 다녔다. 잘 다니던 편집디자인 학원도 그만 두고 말이다.

수학문제집을 만드는 건 내가 원하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른 곳을 준비 중이다.

 

출판인 한기호는 그야말로 강하다. 넉넉지 않은 월급에 불안정한 직장이지만

오직 책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두 발이 닳도록 뛰어다닌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그의 열정을 인정받는다.

유년의 기억도 거의 없고, 학생시절도 가난하게 보냈고, 수배생활도 했지만

그에겐 질주하고 비상하는 열정이 있었던 것이다.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고 한기호 그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단연코 그가 진정한 출판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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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남자 - KI신서 916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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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 리뷰어로 선정되어 미리 원고를 읽고 올리는 글입니다."

플라네타 상을 수상한 로사 레가스에게서 "이 상금으로 '시간'을 살 수 있겠군요."라는

수상 소감을 듣고 이 소설의 소재를 생각해냈다는 작가. 시간을 사고 판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축약 소설을 썼다.

가령 시간은 'T', 돈은 '$', 각 장(章)은 'C'로 나타냈다.

목차에 페이지 수가 적혀 있지 않은 것과 각 장의 제목은 목차에만 썼다는 게 눈에 띄었다. 

색다른 형식과 흥미로운 내용 덕분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주인공 TC의 대차대조표며 적두개미때문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주식회사를 이끌어가는 과정이 경영서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시간을 소변 검사를 위한 용기에 넣어 판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니.

하지만 친구 DVD의 도움으로 이 흥미로운 상품은 N(뉴스)에서 소개되고,

도시 전역에서 5분짜리 플라스크를 찾는 주문이 쇄도한다. 맙소사.

내가 만약 35년이라는 긴 시간을 사게 됐다면 어떨까?

과연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을 하며 나만의 자유를 만끽할까?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을 읽고 난 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오직 나만의 문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계는 째깍째깍 움직이고 있다.

무수한 시간들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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