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미학 - 진동선의 사진 천천히 읽기
진동선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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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를 살짝 그을린 듯한 검은색의 표지가 깔끔하면서 분위기있고 왠지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누가 찍은 사진일까? 한 장의 사진일 뿐인데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틀 안의 작품처럼 느껴지는 최중원님의 <거울 속의 꽃병>, 밝은 조명을 한 화분의 꽃이 작가에게 뭔가 큰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여행기를 읽든지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책을 볼 때면 항상 그렇듯이 이 책도 사진부터 죽 훑어 보았다. 작가 미상의 <결혼식>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며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신부님 옆에 계신 분이 엄마의 젊은 시절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사진 찍은 연도도 내가 태어난 다음 해여서 나이도 비슷해 보였다. 책을 들고 엄마에게 보여드리면서 엄마가 아닌지 물었더니 엄마도 남동생도 정말 비슷하다면서 웃는다. 

사진 작품은 하나 같이 멋지고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는 조금 어려웠다. 사진에 숨은 이야기나 저자가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해주는 이야기들은 재미있었다. 다만 사진 용어나 사진의 역사, 해석학 등 전문적인 내용이 내게 무겁게 느껴졌을 뿐이다.  

사진을 보고, 사진을 읽고, 사진을 느끼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두 다르게 보일지라도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는 소중한 순간을 간직하고픈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 사진이다. 사진을 배운 적도 없고 사물이나 인물, 풍경을 향해 디지털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본 것이 전부지만 찍는 것과 표현하는 것이 다르다는 말에 공감한다. 보는 대로 누를 수는 있지만 보이는 것들로 하여금 말하게 하기는 어렵다. 아빠가 찍어주신 어릴 적 사진들이나 성인이 되어 여행하면서 찍은 풍경 사진들을 보면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찍었다기보다 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찍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진이라는 영역은 넓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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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영화를 만나다
이철승 지음 / 쿠오레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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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가 잘 어울린다. 책을 읽는 동안에 영화의 흔적을 따라 LA를 여행했다. 사실, 영화를 볼 때 배경이 예쁘면 예쁘구나 순간적으로 느낄 뿐이지 그 곳이 어디인지 알아보고 파고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LA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콕 집어 알고 있지 못하다. 책에 나온 여러 개의 영화 제목 중 들어본 것은 절반 정도이고 관람한 것은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어쩌면 알고 있는 내용의 영화가 거의 없어서 책 읽는 것이 조금은 지루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좀더 즐겁게 읽을 방법을 생각했다. 영화 제목을 무시하고 읽는 것이 그것이다. 영화의 내용보다는 LA에서 생활한 저자의 경험이나 생각, 느낌이 대부분이어서 어렵지 않게 시도해볼 수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이나 LA의 거리 사진들로 눈요기한 건 물론이고, 제목만 알고 있고 볼까 말까 망설였던 영화들이 소개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영화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지만 '청소년 권장 도서'라는 타이틀에 비추어 보면 조금은 어려운 책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에 소개된 영화들 중 보고 싶은 영화 목록을 한번 작성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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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속을 걷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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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인물이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배경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여행을 좋아해서일까. 멋진 풍경을 보면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아니, 내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표지의 사진처럼 하늘과 구름이 들어간 풍경이 가장 멋있고 아름다운 것 같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의 대부분이 구름 사진이었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 그립거나 아쉬울 때 혹은 서러울 때 하늘을 올려다보면, 더 정확하게는 구름을 몇 초간 응시하면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차례를 훑어보니 영화 제목 중 아는 것은 절반이 조금 넘고, 내용을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3분의 1 정도이다. 책을 읽는 중에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를 보기도 했다. <필름 속을 걷다> 제목부터 낭만적이다. 영화 속 장면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 얼마나 가슴 설레일까. 화면으로 보았던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때의 뭉클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영화의 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엽서나 사진 속의 아름다운 풍경을 여행 중에 보았다. 보정을 한 깨끗하고 선명한 사진과는 약간 차이가 있었지만 내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에 가슴이 뛰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황홀한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저자가 너무 부럽고 대단해 보인다. 

영화 이야기와 여행 이야기에 사람 사는 이야기까지 들려 준다. '어둡지 않은 침묵의 감미로움처럼, 수다스러운 어둠의 즐거움처럼'(143p) 멈칫거림 없이 술술 읽히는 책이다. 책에 소개된 영화들을 차근차근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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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a Photographer 나는 사진쟁이다 - 신미식 포토에세이
신미식 지음 / 푸른솔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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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쟁이 신미식,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16년 동안 여행과 사진에 미쳐 살았다니 가히 프로 여행 사진가라 할 만하다. 여러 곳을 둘러본 건 아니지만 손에 꼽을 정도의 짧은 여행을 하면서 여행과 사진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았다. 예전의 여행 사진을 들춰보면 즐거웠고 힘들었던 소중한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앞으로도 여행을 할 때는 사진기가 필수품일 것이며 사진 기술은 배워본 적도 없는 내가 멋진 풍경과 평범한 일상을 쉼 없이 찍어댈 것이다. 

직업으로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부러워하며 동경했던 일을 하게 되었을 때의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그의 마음은 얼마나 따뜻하며, 스스로 찾아낸 삶의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 그의 손은 얼마나 섬세할까. 두꺼운 책의 큼지막한 사진들을 심장이 멈춘 듯 숨도 쉬지 않고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연과 사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그의 사진은 소박하면서도 거대하고, 평범하면서도 아름답다. 일상에서 빛이 나고 단순함에서 특별함이 묻어난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에서 소금을 떼어내 맛보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싶다. 페루의 마라스 마을에 있는 살리나스 염전을 확인하는 순간에는 미미한 소름이 돋았다. 자연과 문명(文明)의 합작이 아닐까. 어느 나라든 아이들의 눈은 맑기만 하다. 순수한 마음과 때묻지 않은 웃음은 여행에서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줄 게 분명하다. 우리와 피부색이 같고 얼굴 생김새가 닮은 사람들을 보면서 친근함에 눈을 떼지 못했다. 꽃과 나무와 구름과 산, 호수와 사막과 하늘과 생명체가 있는 사진을 바라보면서 살아있음이 행복하고 한번쯤 도전해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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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 무한한 창조의 샘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 5
프란체스코 갈루치 지음, 김소라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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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자발적으로 처음 미술관을 찾아간 것은 2006년 여름이었다. 한젬마의 '화가의 집을 찾아서'를 읽고 휴가 동안에 미술관 투어를 하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세 지역의 여러 미술관을 둘러보자는 계획은 무너지고 할머니 댁에서 가까운 임립미술관 한 곳을 택했다. 무더운 날씨에 관람객 한 명도 없는 그 넓은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역시 미술관은 한산(閑散)할 때 여유롭게 둘러보는 것이 제격인데, 같은 해 9월 3일 서울시립미술관은 피카소전 마지막 날인데다 주말이라서 무척이나 붐볐다. 

어릴 적에 엄마의 스크랩북을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 오린 어느 화가들의 그림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으셨다. 아마 피카소란 화가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도 엄마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학창시절에 미술을 좋아했고 지금은 작품 감상하기를 좋아하는 게 엄마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난 피카소나 샤갈보다는 클림트나 렘브란트의 그림을 좋아한다. 작품의 주제를 난해하게 표현하거나 상상력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희한한 기법을 사용한 것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그려낸 인물화나 풍경화가 더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피카소의 그림을 감상하기보다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를 엿듣고 싶어서였다. 화가의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신비로움 혹은 두근거림을 일대기를 통해 직접 맞닥뜨리고 싶었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훌륭한 작품을 남긴 화가는 과연 어떤 일을 겪으며 살았는지 그의 삶은 특별했는지 궁금했다. 피카소의 일생을 시대별로 나누어 들려주고 있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달리 삶의 이야기와 곁들여진 작품을 함께 읽는 것의 특별함이 좋았다. 

학교 교사이며 미술관 관리자인 아버지의 지도를 받으며 피카소는 재능을 드러낸다. 당시 전망 좋은 분야였던 종교화로 성공을 거두고, 근대적인 분리파 경향에 관심을 가졌다. 책에 나오는 작품을 하나씩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진지함이 보이기도 하고 간혹 심각해 보이기도 한다. 초현실주의의 몽환적인 이미지가 나타나고 해독하기 어려운 작품도 많다.  

피카소전에서 보았던 노년의 모습 사진과 책 겉표지의 젊었을 적 사진을 새삼스레 비교해본다. 머리숱의 차이만 날 뿐 이목구비는 변함없다. 강렬한 빨강의 표지가 왠일인지 튀지 않고 위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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