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에 기대고 싶다 - 오요나의 디지털 감성 포토 에세이
오요나 지음 / 무한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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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의 연둣빛과 속표지의 개나리색이 상큼하다.

사진과 함께한 저자의 짤막한 생각이나 경험이며 표현이 친근하고 구수하다.

숨가쁘게 달려가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도록 맑은 옹달샘을 만든다.

상처 관계 여행 사랑 추억 엄마에 대한 정의는 내 마음에도 와닿는다.

일상의 사진이든 여행 중 찍었을 사진이든 거리의 풍경이며 아기자기한 소품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것들이 아름답게만 보인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거나 반복되는 하루가 숨막히고 고단할 때

잠깐 휴식을 취하며 넘겨본다면 조금이나마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사진 하나하나의 느낌이 너무 좋다.

사진과 짧은 글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이 책을 나는 저자만의 희망 사전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몇 년 전 만든 나만의 백과사전이 떠오른다.

단어들을 추려내어 경험담을 끄적이거나 혼자만의 정의를 내려 얇은 책을 만들었다.

언젠가 사진을 곁들이고 글을 좀더 다듬어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시킬 생각이다. 

내게는 희망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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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에게 길을 묻다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갤리온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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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개를 할 때 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항상 포함된다. 심지어 입사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에도 빼먹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생일이든 아니든 아빠와 삼촌께서 책 선물을 많이 해주셨다. 지방에 살 적에는 아빠께서 서울로 출장을 다녀오실 때마다 책을 한 권씩 사오셨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엄마와 바닥에 엎드려 외숙모네서 가져온 두꺼운 세계문학전집 다섯 권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일부러가 아니라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책과 접할 수 있도록 애써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중학교 때 처음 스스로 책을 샀었다. 서점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신문 광고에 난 책을 찾아보고, 용돈으로 책을 사는 행위는 정말 즐거웠다.   

학창시절부터 항상 있었다. 중학생이 읽어야 할, 한국 단편 50선,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등 고전이든 세계 명작이든 제목만 말해도 유명작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다. 항상 도서 목록에 제목은 적혀 있지만 막상 도서관에 가면 신간을 고르게 되는 이유는 왜일까? '명작에게 길을 묻다'의 목차를 먼저 보았을 때 깊이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쉰 다섯 편의 명작 중 한번이라도 읽어본 적이 있는 것은 반도 안 되었던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사실, 대학 1학년 때 도서관에서 빌려 본 한국소설에서 등장한 책이었다. 기숙사 내 서점에 들렀다가 그 제목이 눈에 띄어 바로 집어들어 사게 되었다. 알퐁스 도데의 '별'이나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모파상의 '목걸이'는 짧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 깊이 남아 있다. 장편의 명작 한 권 한 권을 읽지 못한 나로서는 이 책 한 권이 정말 고맙고 소중하다. 간추린 줄거리와 함께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가 있어서 일석이조였다. 간접적으로나마 여러 편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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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앤 더 시티 - 4년차 애호가의 발칙한 와인 생활기
이진백 지음, 오현숙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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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여름, 그리스로 배낭여행을 갔었다. 저자가 지중해로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때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크레타섬 하냐 항구에서 늦은 저녁에 불빛에만 의지해 바라보았던 포도주 빛 바다가 생각났다. 여행을 준비할 때 그리스 관련 책을 잔뜩 읽었다. 그리스의 땅끝인 수니온이야말로 포도주 빛 석양으로 유명하다. 다음 글은 포도주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지중해 연안 사람들은 포도나무가 만든 '물'을 우리가 식사 때 물을 마시듯 섭취한다. 그러니 그들이 한 해 마시는 포도주의 양이 어느 정도이겠으며, 알코올 섭취량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도 비틀거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분산해서 마시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포도주는 '느림의 술'인 것이다.  - <꿈꾸는 여유, 그리스> 권삼윤 183p

사실 난 와인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와인을 즐겨 마시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런 나마저도 와인이란 문화에 친근한 애정을 느끼도록 만들어 주었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처음 보는 단어들이 수두룩했다. 와인의 종류뿐만 아니라 와인에 관련된 모든 단어가 낯설고 어려웠지만 저자의 와인사랑과 그가 들려주는 재미난 에피소드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포도주 한 잔으로 행복해지는 남자가 있다.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지중해 일주여행을 떠난다. 처음 도착한 나라 포르투갈에서 와인과의 인연이 시작되고 그는 와인에서 희망을 본다. 그에게 있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바로 와인의 맛을 느끼는 일이었던 것이다. 누가 그만큼 와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 가끔 싸구려 와인을 드시는 엄마와 함께 곱창을 안주로 부드러운 와인 한 잔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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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 아마존 오디세이
정승희 지음.사진 / 사군자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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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나 미술관련 책읽기를 좋아하고 그런 책을 읽을 때에는 꼭 사진이나 그림을 먼저 훑어본다. 이 책의 제목대로 사진의 대부분이 옷을 입지 않은 아마존 인디오들의 모습이다. 처음에 보았을 때나 책을 읽으면서 넘길 때 다시 보게 되는 사진들은 참으로 민망하다. 한편으로는 거추장스러운 것 하나 없이 이 땅에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걱정할 것 없어 보이기에 부럽기도 하다.

어깨에 놓인 묵직한 카메라의 무게를 사랑하는 저자는 10여 년 간 오지를 다녔다. 아마존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에 돌아오면 다시 가고 싶어 안달을 한다. 그토록 좋을까? 인디오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시간 관념이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어제와 내일은 없다. 항상 오늘이고 현재인 것이다. 자기 전에 내일 있을 일을 걱정하지 않고 매일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인디오들의 최고 간식인 '모호이'라는 애벌레를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고 담배갑보다 크다는 모뻬이다를 입에 댈 수 있다면, 아마존에서의 생활이 가능할까? 겉모습이나 생활 방식은 원시적일지라도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가슴 한 쪽이 아리면서도 여행에 대해 갈망한다. 여행이란 단지 땅을 밟고 오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의 의식주를 따르며 그들의 삶을 체험하는 것, 그들과 함께 느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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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통
장승욱 지음 / 박영률출판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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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마구 구겼을 종이를 펼쳐놓은 듯한 표지가 인상적이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친근함에 관심을 가졌지만 444페이지의 압박이 심했다. 하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저자의 맛깔스러운 글솜씨에 흠뻑 취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이틀만에 읽어버렸기 때문이다.

누구나 술에 대한 여러가지 기억이 있겠지만 그 누구도 저자만큼 한 권의 두꺼운 책으로 엮을 만큼은 아닐 것이다. 나 또한 술에 관한 추억이 많다. 어릴 적 식사 중에 아버지께서 채워놓으신 술잔에 코를 갖다 대고는 찡그리기도 했고 입에 살짝 대보기도 했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2 때 처음 맥주를 마셨다. 6교시 수업까지 마치고 저녁식사 시간에 교문 앞에서 고깃집을 하던 친구 집에 갔다. 저녁을 먹은 후였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친구가 긴 컵에 맥주를 따라주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한번에 들이켰고 그 한 잔에 감정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자율학습시간, 괜히 우울해져서는 영어단어며 수학공식으로 가득 채운 연습장을 북북 찢어 버렸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고 위로해주려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였다. 그 후, 대학 입학을 앞두고 참석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소주라는 술을 처음 마셨다. 술과 친할 수밖에 없는 화학공학과였고 마침 생일이 겹친 탓에 위대한 삼배주를 경험했다. 4년의 대학 생활 중, 기숙사 생활을 하던 1학년 때는 일주일에 4일 이상을 여기저기 모임에 쫓아다니며 술을 마셨다. 2학년 때는 다행스럽게도 남자친구가 생겨 술자리에 참석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4학년 때는 저학년 때도 하지 않은 외박을 하며 새벽까지 술자리에 있었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창피한 기억 또한 가지고 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진심 어린 감정이 솟구쳐 오르기도 한다. 술에 관한 추억과 그 추억들을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너무도 진솔하게 이야기해준다. 마치 술상을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아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편안하게 듣고 있는 느낌이다. 고등학교 시절의 국내파, 연안파, 친소파 이야기며 대학 입학 후 오뎅파 결성과 교련복 이야기, 48일 동안의 자전거 무전 여행기 등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책에 빠져 들어 술과 친구의 매력에 넋이 팔려 있는 동안의 알싸하면서 상쾌하고 구수한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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