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9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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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다시 읽기 세 번째 『맥베스』는 <왕권을 주제로 한 웅대한 연극(25쪽)>
으로 책에서처럼 연극과 인생이 서로 비추어 주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다시금
들게 한다. 물론 지금은 연극뿐이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으로 더 다양화되었으나
당시로써는 연극의 극적인 효과가 크게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또 일반소설의 느낌
과 사뭇 다른 희극 특유의 대사와 상황은 지금도 독특하게 느껴진다.

이 작품 역시 인간의 마음에서 도사리는 욕망을 여지없이 보여주는데 결국 그 욕망이 끓어올라 곪아
터지는 과정과 몰락하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과연 몰락이라고 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그보다 어쩌
면 인생의 덧없음이라고 해야 맞을지도 모른다. 이미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 욕망
에 찬 인간군상의 모습과 겹쳐지나 다른 점이 있다. 우리가 매순간 갈등하듯 맥베스도 끝없이 갈등
한다는 사실이다.

빛이여, 검고 깊은 내 욕망을 보지 마라.
눈은 손을 못 본 척하지만 끝났을 때
눈이 보기 두려워할 그 일은 일어나라.

ㅡ 30쪽, 맥베스.


그 욕망의 근원은 권력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가 탐욕으로 얼룩진 마음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이것이 다른 작품의 인물(오셀로의 이야고 등)과는 다른데 그는 다른 이에 의해서 동기를 강하게 부여
받은 것이다. 여기서는 그 역할을 세 명의 마녀가 하고 있다. 게다가 맥베스 부인도 옆에서 충동질하고
있다. 그래서 맥베스 자체의 등장인물이 가지는 매력은 떨어지게 느껴진다. 그래서 다른 작품보다 내게
는 조금 심심했다. 사실 옆에서 누가 동기를 부여하더라도 그걸 받아들이는 방법에 따라 얼마든 맥베스
란 인물은 변화되거나 입체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의심 없이 아니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
고 다소 주저하지만(갈등 때문에) 일단 나아간다.

당신의 얼굴은 책과 같아 낯선 걸 읽을 수 있어요.
세상을 속이려면 세상처럼 보이세요. 눈과 손과 혀로써
환영을 표하세요. 순진한 꽃 같지만 그 밑의 뱀이 되는
겁니다. ㅡ 33쪽, 맥베스 부인.


맥베스가 고민하는 동안에도 맥베스 부인은 흔들림 없이 그의 욕망을 부추긴다. <눈앞의 공포보다 끔
찍한 상상이 더 무서운 법>이 말하던 맥베스는 <올 테면 오라지, 날이 암만 험악해도 세월은 흐른다>
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결국 비극을 맞는다.

꺼져라, 짧은 촛불!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버리는 것,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소음, 광기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 ㅡ 124쪽, 맥베스.


그가 깨달은 것이다. 그의 허무함에 동감하지만 욕망의 노예가 아닌 그 욕망을 잘 다스려 긍정적인 곳
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삶이 지나치게 건조하지도 않으
며 치열하지도 않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맥베스와 다를 바없이 고민하고 선택한다. 산다
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다. 좀 더 안으로 다가서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 ㅡ 14쪽, 마녀들의 말.

등장하는 마녀들의 말이 모두 헛소리는 아니었으니 저 말을 기억하고자 한다.

물론 마녀들의 예언이 맥베스에게는 저주가 되었지만 저 말은 진실이다. 그리고 불분명한 예언에 희망
을 거느니 마음에서 그것을 지우는 편을 선택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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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반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Mr. Know 세계문학 20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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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울 국제도서전(SIBF 2006)에 갔다가 열린책들 부스에서 『향수』(반양장)를
다시 구입했다. 지금도 계속 읽히는 이 책은 이후 양장본이 나왔으며 표지도 아름다
운 여인사진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이 책의 새하얀 표지가 마음에 든다.
쥐스킨트의 소설에는 작가의 내면이 반영되었듯 이 작품도 마찬가지임을 새삼 느낀다.

진드기는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의 은회색 몸체를 공처럼 말고 살아가는
작고 기분나쁜 벌레였다. 그는 제 몸에서 아무것도 빠져 나가지 않도록, 아무것도 발산되지 않도록 해
주는 매끄럽고 단단한 피부를 갖고 있다. 게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극히 작게 몸을 유지함으로써 어
느 누구한테도 발견되지 않고 어느 누구한테도 밟히지 않는다. 진드기는 홀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나
무에 웅크린 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고 단지 코로 냄새를 맡을 뿐이다. - 37쪽


주인공 그르누이의 상태를 말하고 있지만 작가도 그처럼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활발히 하지 않으며
폐쇄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물론 그의 지인들에게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또 아래의 글에서 보이듯
작가가 선택한 의사소통 방법은 그의 글이었다. 입으로 뱉어나오는 말을 포기하게 된 것은 그르누이나
작가나 매한가지라 생각한다.

냄새로 인지할 수 있는 세계의 풍부함과 언어의 빈곤함으로 인한 그 모든 이상한 불균형들로 인해서
그르누이 소년은 말의 의미를 포기하게 되었다. - 43쪽


18세기 유럽이 배경인데 그 시절을 그저 낭만적이고 격동적인 시대로만 여기는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
다. 그 시대는 온갖 냄새로 점철된 때였는데 쉽게 베르베르의 『나무』에서도 나오는 이야기 중 시간여
행이 가능해서 중세시대로 떠난 사람이 낭만이 아닌 온갖 오물 냄새와 비위생을 경험하는 모습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유럽문화와 향수역사의 관계를 생각하면 향수가 발전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향수는 굉장히 중요한 개념을 갖는다. 주인공 그르누이의 욕망이자 이상추구이기 때문이다.
향기 없는 몸을 갖고 태어난 위험한 천재 그르누이는 온갖 향기를 분석하고 그것이 낙이다. 그러나 사
람들 속에서 나와서 동굴생활 중 자신의 향기 없는 몸을 의식하고 다시 끔찍하게도 싫은 사람들 속으로
향하게 된다. 내 세계에는 없는 그것을 갖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나 있다. 그러나 여기 사람의 사랑이나
기타의 감정은 전혀 모르며 향만이 전부인 그르누이는 위험한 욕망을 품게 되고 결국 성취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루게 된다. 사실 그 대가마저도 스스로 선택한 결과임을 볼 때 그는 천재적 능력이
지나친 나머지 그 이외의 것은 결핍이 상당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욕망을 채웠으나 회의감에 자신을 소
멸시킨다. 숭고하진 않았지만 그는 자신의 이상을 추구한 미치광이 천재였다.

그르누이가 만나게 된 사람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의 모친은 그를 악취나는 생선 더미 속에 버렸는데 이미 태어남이 축복이 아니었으며 애초에 사랑이
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죽었다. 첫 번째 유모는 그가 냄새가 없다고 버렸으며, 두 번째 신부에서 세
번째 유모인 잔느 뷔시에게 맡겼는데 오히려 그녀가 그의 친 모친 같았다. 그리고 그의 성격과도 유사
하다. 네 번째 무두장이에서 다섯 번째 발디니 그리고 여섯째 후작과의 만남. 또 일곱째 아르뉠피 부인
과 드뤼요의 만남과 마지막의 리쉬까지. 그들은 평범한 이 들으며 어떤 이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거나
반대로 거대한 욕망을 갖고도 있었는데 인간군상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원하는 이상을 추구
하거나 근접했을 때 혹은 어이없는 일을 당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들은 모두 소멸한다.

유럽을 휩쓴 우울한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전염병 페스트, 전쟁, 마녀사냥 등. 특히 엽기적이기까지
했던 야만성은 이 책에서도 드러나는데 바로 사형집행 날의 광경이 그것이다. 사람들의 행동은 너무도
추했는데 작가는 시대를 풍자한 동시에 조롱했다. 그 순간 그르누이가 모두를 향해 조롱적인 웃음을 날
린것처럼.

자신을 심판한 우울한 천재 그르누이가 쉬이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이상추구를 위한 그의 열정 때문이
라고 생각한다.

꽃 중에서 가장 고귀한 꽃이라서 그런지 이 꽃들은 자신들의 영혼인 향기를 쉬게 내어 주려하지 않았
다. 때문에 향기를 얻으려면 그러한 특성에 걸맞는 방법으로 꽃을 달래 주어야만 했다. - 271쪽


이렇듯 그르누이는 꽃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남다르다. 그러나 사람의 영혼에 다
가서는 방법을 모르는 이였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으며 관심도 없었다. 모르면 생각조차 할 수 없으
니 그에게는 사람, 영혼, 사랑 이런 것은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향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반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나>라
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자신들이 진짜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 - 375쪽


그르누이가 그의 모든 것이 향기임을 알고 추구하는 동안 사람들은 그의 말처럼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나도 저들 중 하나가 되지 않으란 법은 없다. 열정이 때로 무모하더라도 그 열정을 앓아
보는 쪽을 선택하는데 의지를 싣겠다.

역시 쥐스킨트는 타고난 재량으로 장편의 소설을 읽는 동안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초자연적인 향기처
럼 독자를 끌어들이는데 다른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는 인물의 내면상태가 흥미롭다. 심리적 묘사는
많은 대화말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열정이 응축된 『향수』에서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덮으
며 내 몸의 향기는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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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경제학
유병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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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끔 동생책장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바꿔 읽는데 제목을 보며 내용이 궁금
해 펼쳐보았다. 개인적으로 실용서에는 관심이 없지만 올해는 더 다양하게 읽어보자는
생각에 주저 없이 든 것이다. 책머리에
'가계부를 잘 쓰고 용돈이나 생활비를 아끼는
게 마치 여자의 경제학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 (중략) - 그러나 경제학은 '생각하는 힘 technique of thinking'을 우리 일상에 불어넣는 생활필수품이다'
라고 적고 있다. 즉, 사고의 힘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속하는 30~34세 여성은 5명 중 1명이 싱글이라고 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지만.
저자는 여러 통계와 예상을 통해 여자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책의 앞부분에서 여자
를 다소 무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저자의 말처럼 서점의 경제서 코너에는 여자보다
남자가 많은 게 사실이고 투자에서도 위험(risk)을 감수하는 마음(mind)도 여자보다 남자가 앞서고 있
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 적어도 이 책을 잡고 책장을 넘기는 여자는
경제에 그만큼 관심이 있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저자는 자신이 돌팔매 당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했다. 그렇더라면 말하는 방법을 약간만 바꾸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그 점이 아쉽다.
사실 나 같은 경우의 독자는 저자의 성향이려니 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예전에 동호회에서 이 책을
읽은 분들의 서평을 보니 대부분의 여자독자의 마음을 다 얻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가 이 껄끄러움때
문이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아~ 너무 멀게 이야기가 돌았던 거 같지만 꼭 거론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님을 이해하기 바란다. 또 이 책으로 말미암아 그간 소홀하게
여겼던 경제문제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책의 구성은
<1장 Why? 왜 여자가 경제를 더 잘 알아야 할까?, 2장 What? 경제 마인드로 세상을 바라
보자, 3장 How? 경제를 알아야 돈의 흐름이 보인다.>
로 이루어졌다.

정부 입장에서는 저출산이 재앙이겠지만 엄마들에겐 출산이 재앙이 아닌가요? - 52쪽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직장일도 힘든데 육아 일까지 돌보려면 정부와 사회의 많은 관심과 실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육아, 가사일 = 여자 일이라고 공식화시킨 고정관념부터 갈아치워야 한다. 위의
인용말은 저자가 <<한국일보>>의 기사를 인용한 사실인데 저 말이 내게는 머지않은 미래가 될 수 있
기에 잊을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관심을 두는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한
이치다. 유행 지난 옷을 입는 건 아무렇지도 않으나 내가 살아가는 사회의 흐름을 무시한다는 것은(이
것은 유행이나 지조 없이 따라가는 무의식과는 구별된다) 어불성설이다.

'여자가 전략적 사고와 경제 마인드를 갖추지 않으면 계속해서 남자의 마케팅 대상으로 남을 뿐'이
라는 거침없는 지적도 기억해야 한다. 모든 마케팅은 여자를 대상으로 맞춰지고 있다. 그로 인해 우쭐
할 수 없는 것은 여성적인 섬세함이라는 대표적인 감성을 여자뿐이 아닌 남자도 얼마든 가질 수 있으며
그것을 이용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위협적인 사실을 어떻게 간과하겠는가.

기회비용, 환율 등 뒷장으로 갈수록 내가 원하는 재미있는 내용이 펼쳐진다.
경제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생활로 이어지게 만드는 환경이 중요하다. 사회 초
년생이나 이제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이라면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경제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어볼 필
요가 있다. 경제서가 계속 출간되는 이유는 거품이 아니라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니까.

덧붙이는 말로 이 책은 경제에 막 들어서는 초보가 읽기에 무리 없는 내용이나 이미 알고 있다면 다른
책을 보는 것도 괜찮겠다. 그러나 이 책을 잘 들여다 보면 많은 반성과 계획을 발견할 수 있으니 이것도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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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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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제목을 『이야고』로 바꾸었다면 (주인공을 바꾸면 당
연히 바뀔 테지만)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읽는 내내 나의 관심은 이야고라는 인물에
머물었다. 그가 여자였다면 굉장히 팜므파탈적인 그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요즘 셰
익스피어를 다시 읽고 있는데 『햄릿』의 대사가 주옥같고 광기에 차있다면 이 책에서
는 이야고라는 인물의 내면이 그야말로 관심거리로 떠오른다.

한마디로 간교한 이야고라고 요약할 수 있겠는데 권력에 눈이 먼 그의 모습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권
력을 쫓는 사람은 영혼 밑바닥에 검게 그을린 흔적이 강하게 찍혀있다고 생각된다. 탁하고 두터운 연기
가 머리까지 차고 올라가 도저히 인간적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의 생각과 행동을 하니 말이다. 그래서
가엾은 사람이다.

오,
지금은 당신이 잘 조율된 악기와 같지만
난 줄을 풀어 그 음악을 망칠 테다,
내 아무리 정직해도 말이다.

- 71쪽, 2막 1장中 이야고.


오셀로를 향해 방백 하는 이야고의 위 대사를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온 신경을 집중해 원하는 것을 성
취하려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통 잘 조율된 악기는 잘 쓰이면 약이지만 그만큼 망칠 수 있는 틈새
도 많다는 뜻이다. 악마 같은 간교함을 갖고 있지만 누구도 이야고를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
건의 진행을 빠르게 이끌어 간다. 그 누구보다 친절하고 공정해 보이는 그를 누가 의심했겠는가. 그의
모든 대사는 철저하게 계산되었고 상대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일침을 가한다. 심리전에서
허물어지기 시작하는 사람은 이성적 사고가 마비됨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야고가 좀 더 화통하
고 덕이 있었다면 분명 이로운 전략가가 되었겠지만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는 마음에 갇힌 괴
물을 풀어주는 간수처럼 보인다. 가끔은 그가 싸이코로도 생각되었다. 대개 마음에 결핍된 것이 많으면
이유 없는 의심증은 눈덩이처럼 커지는데 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이 그를
비정상적이게 만든 것 같다. 권력도 그렇고 내 생각에는 그는 성불구였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그도 데
스데모나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가 원한 궁극적인 것은 그녀가 아니라 권력뿐이었다. 권력과 함께 그녀
를 가지지 않은 이유는 그녀를 얻게 되어도 결국 사랑의 의식을 행할 수 없음 때문이 아닐까. 물론 지극
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 것을 보면 이야고는 그야말로 못된 천하의 악당이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
는 악은 아니고 약간의 소심함을 가진 악인이라고 느껴졌다.

그에 반해 대조되는 캐릭터로 데스데모나를 들 수 있겠다. 그가 마음대로 주무르는 로데리고나 오셀로
와는 달리 그녀는 시종일관 성자의 이미지를 유지한다. 물론 나이가 어린 데스데모나는 투정도 부리지
만 끝까지 순백의 이미지를 지킨다. 그래서 마음이 새까만 이야고는 그녀를 좋아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녀만은 마음대로 조정할 수도 없었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이야고의 밥이었던 유약한 로데리고의 상황을 나타내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난 이번 사냥에서 뛰지도 못하고 그저 무리나 채워
주려고 따라다니는 개와 같은 신세지 뭐야.

- 93~94쪽, 2막 3장中 로데리고.

적절한 비유에 웃음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오셀로. 그는 사랑에 미쳐 눈먼 바보가 된다. 사랑이 깊으면
그만인데 깊지 않아도 될 질투마저 깊었기에 비극을 맞는다. 전투에서는 용맹한 장군일지 모르나 사랑
에 서툰 그는, 이야고가 울타리를 걷자 자신의 마음에서 괴물을 탈출시키고 쑥대밭을 만된다. 질투에
눈먼 오셀로의 대사를 옮겨본다.

이건 이유가 있단다, 이유가 있단다 내 영혼아,
저 순결한 별들에게 밝히진 않겠지만
이건 이유가 있단다. 그래도 난 피를 흘리거나
눈보다 더 희고 설화 석고 묘상(墓像)처럼
매그러운 그 살결에 상처를 내진 않으리라.
그래도 그녀는 죽어야 해, 안 그러면
더 많은 남자를 배신할 테니까.

- 180~181쪽, 5막 2장中 오셀로.


더 많은 남자를 배신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오셀로의 속마음은 그것이 아님이 너무도 자명하다. 못난 사
람 같으니라고! 언어를 자유자재로 재치있게 주무르는 셰익스피어의 능력이 주는 감미로움이 황홀하나
또 시대상을 잘 표현한 모습도 즐겁지만 까만 무어인 오셀로가 까만 마음의 이야고에게 노예로 전락하
는 모습에서 극도의 위험을 느꼈다. 그 이유는 지금도 그 누군가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다른 이의 마음을
이용해서 노예로 부리며 그 노예는 그에게 저당잡힌 삶을 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생각만으로 끔찍
하다. 예전에는 오셀로를 읽고 검은 무어인 오셀로와 눈처럼 순결한 데스데모나 정도를 생각했는데 이
토록 시선이 이야고에 꽂히게 될 줄 몰랐다.

등장인물들을 보면 한결같이 드는 생각이 있다. 모두 무언가를 노리는 굶주린 우리들의 모습을 가졌다
는 사실
이다. 사랑에 눈이 먼, 권력에 굶주린, 질투에 눈이 먼, 그리고 그 욕망은 끝이 없고 채우기 어렵
다. 현시대의 수많은 이야고와 오셀로에게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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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의 심리학 - 성공하는 투자자의 심리적 특성
조지 C. 셀든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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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돈을 불이려면 주식을 하라는 말이 있지만 세상 이치가 그렇듯 모두가 성공하진 못한다. 내가 주식에 처음
관심을 뒀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이었던가. 아마도. 당시에 투자분석가 등 관련 서적을 읽기도 했었지
만 투자를 실제로 한 적이 없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나 앞으로 투자해볼 계획이 있기에 다시 책을 읽기
로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직접 투자를 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가는 것이지만 미리 알아보자
는 마음으로 100년간 월스트리트에서 팔리는 이 책을 읽어 보았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말 그대로 심리에 관한 이야기다. 주가의 75퍼센트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움직인
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가방에 넣고 다니기 좋게 얇은 책이지만 두께만으로 이 책을 우습게 볼 수는 없
었다. 그저 소일거리로 읽고자 한다면 한 번에 쓱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실제로 투자 때에 자주 책장을
들춰볼 유용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유자금이 있다면 은행에 맡기든지 적립식 펀드를 택하라. 하지만 야망이 있고 여유자금이 있다면,
그리고 설사 패배하더라도 잘못을 자기 자신에게 돌릴 수 있고 좌절하지 않을수 있다면, 한 번 도전해
봄 직도 하다.' - 14쪽, 역자 서문.


단지 남들이 다하니까 돈을 위해서 무조건 주식시장에 발을 들이지 말라는 충고이다. 또 남들이 하는
데로만 따라서 조류를 타고 돈을 벌기를 바라지도 말아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듯 주식 또한 노력해
야 하고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념들은 늘 모호함으로 둘러싸여 있고, 우리의 추론 능력은 어떤 고정된 틀 안에서만 작동
한다. 이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벗어나려면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실 우리가 드러내는
감정의 표현이나 행동 가운데 많은 것들이 외부의 자극에 자동적으로 반응하여 나타난다.' - 83쪽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분석하거나 계산하는 대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에 물리적 · 정신적인 에너지를 쓸데없이 쏟아 붓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현재의 모습을 미래의 모습으로 착각하는 어리석음을 자주 저지른다.'
- 84쪽


자기계발서적이나 경제관련 서적에는 일체의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읽어보니 그 안에
는 현재를 사는 내게 적용되는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른 책처럼 하나의 교훈이나 감정을 깊이 있게
느끼지 않더라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눈뜨게 해주니까 말이다. 과연 세상의 책 중 필요없
는 책이란 없는 거 같다. 각자의 관심사가 다를 뿐이며 혹은 만나는 시기가 다를 뿐이다. 어차피 모두
필요하거나 원하는 책을 골라서 읽고 있으니.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없으면 어쩔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원
인은 자산으로 보다 많은 것을 이루려고 했기 때문이다. 즉 탐욕과 조금함, 분수에 넘는 계획,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 등이 구체적인 원인이다.
' - 129쪽


투자 역시 사람이 모여서 행하는 것이기에 신중함, 이성 그 밖의 것들이 필요하며 나무와 숲을 보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해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려워 도망쳤다면 그 사람은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난관을 돌파할 의지가 없다면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다. 정말이지 날로 먹을
수는 없다는 것! 내가 실제 투자를 해보았더라면 책의 내용을 적용하거나 비교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아쉽지만 언젠가 책을 다시 들춰볼 때가 있겠지.

뜬금없지만 과학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과학이 나날이 진보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그대로만 바라보지 않고 새롭게 그리고 반대로 보며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입증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발상의 전환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하며 투자에서도 마찬가지고 거기에 심리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책에서 말하는 성공하는 투자자의 심리적 특성 10계명을 끝으로 적어본다.

1. 마음을 맑게 비우고 균형 잡힌 태도를 유지하라.
2. 빠르게 부자가 되었다면, 빠르게 거지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
3. 어떤 정보가 겉보기에 매우 매력적이라고 해서 거기에 입각하여 성급히 행동하지 마라.
4. 걱정하느라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무리하게 투자하지 마라.
5. 주가 하락에 대비하여 늘 유동 자금을 확보하는 자세를 가져라.
6. 본인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거나, 아니면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판단에만 의지하라.
7. 의심스러울 때는 시장에서 발을 빼라.
8. 일반 대중의 정서를 파악하려고 애써라.
9. 합리적인 최고점이라고 판단한 수준 이상으로 주가가 오를 때는 절대 따라가지 마라.
10. 주식 투자의 결과는 항상 자신의 책임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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