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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펜글씨에 익숙해져 있던터라 어려서부터 펜을 많이 사용해왔다. 갈라진 펜촉의 끝을 하나하나 손질하고 손에 까맣게 묻어나는 잉크병의 뚜껑을 열고 잉크를 찍는 과정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무슨 성스러운 작업이라도 되는냥 조심스러웠다. 그때가 국민학교때였으니 아마도 거창한 이유보다도 그때로서는 재질이 가장 좋은 종이를 사용하는 펜글씨 교본과 그 종이위에 번지지 않고 휘갈겨지는 펜의 매력에 사로잡혔던것 같다.

그 이후로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만년필을 사용할 기회는 없었다. 책이 인쇄된 부분보다 직접 쓴 칼라풀한 흑/청/적의 풀이와 밑줄이 더 많았던 그 시기에 약간 손이 더 가는 만년필은 그 효용성이 약간 떨어진 이유일것이다.

다시 만년필을 접한것 직장 생활을 하면서부터이다. 와이셔츠 윗주머니에 꽂힌 악세서리의 역활도 수행하곤 한다. 업무노트에 이런저런 메모부터 그냥 의미없는 한줄의 낙서의 몫도 만년필이다. 특별한 이유보다는 없다. 그냥 필기감이 부드럽고, 글을 쓰기위해 가끔 잉크를 채우는 일련의 성스런 준비과정을 거친다는, 약간은 귀찮은 이 작업이 나에겐 즐거운 작업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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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1-15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다닐 때 한자 시간에 만년필 쓰던 기억이 나네요. 잉크가 잘 채워지지 않거나 잉크가 세워 나와 옷이며 손이 까 맣게 되곤 했지만 종이에 닿는 펜의 감촉은 너무 좋았어요.

잉크냄새 2004-01-16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년필을 쓰기 시작하는 때는 스스로의 삶에 책임질수 있는 때라고 하더군요. 만년필 선물에도 그런 의미가 있는건가 봅니다.

waho 2004-01-28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런 깊은 뜻이....성년을 맞는 사람이 있음 선물로 딱이겠네요

잉크냄새 2004-01-2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필은 지울수 있지만, 만년필은 지울수가 없기에 어린이들에게 연필을 쓰도록 한다고 하더군요. 스스로의 삶에 책임질수 있는 날이 오면 그때 만년필을 쓰도록 허락한다더군요.
 

매년 시도하는 년례행사인지라 올해도 자연스럽게 시작한다. 그래도 스스로를 위안하고자 올해에는 종교적인 이유까지 살짝 입혀본다. 어느덧 마의 벽으로 불리는 삼일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의학적이고 병리학적인 현상말고 진짜 참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첫째, 주변의 흡연자들의 태도가 돌변한다.  모두가 담배인삼공사직원들 같다. 후해지는 담배인심, 담배의 백리유익(?)에 대한 괴변, 담배와 친인척관계인 음주 유혹, 흡연실로의 초대... 동질감을 잃는다는 두려움이 그들을 지배하는 것일까?

둘째, 담배의 악영향에 대한  합리화를 시도한다. 첫째의 원인인 흡연자들뿐 아니라 금연 당사자도 묘한 정신적 딜레마에 빠진다. 모두들 병리학자가 되고 통계학자가 되기도 한다. 담배의 부당성이 본인한테 적용될 확률은 제로로 떨어진다. 

셋째, 이것은 본인 스스로한테만 적용되는것 같다. 담배에 생명부여하기. 어느덧 담배는 십여년 친구가 되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밤 속삭인다. ' 이봐 친구! 뭐하는 거야? 오랜 친구를 버릴꺼야." 맞는 말이다. 힘들고 혼란스러웠던 청년기를 그 어떤 친구보다 가까이에서 바라보아 준것만은 사실이거든.  두 팔을 벌려 닿지 않을 곳으로 떠난 적이 없는 녀석이거든. 근데 친구 어쩔수 없어. 이제 떠나려 하네...

언젠가 담배친구가 암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누구나 좋아하는 향을 가진다면 그때 다시 만나세. 그땐 아마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외칠꺼야. " 이 녀석들 빨리 담배 배워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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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끼 2004-01-1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공하세요. 뭔가 도움이 드릴 만한 것이 없을까.. 하던 중. 저희 아부지가 금연에 성공하셨거든요. 갑자기 나 이제 담배 안필래~ 하시더니 벌써 4년정도 됬네요. 그냥 여러가지 일에 몰두하다보면 담배 생각도 없어지나 봐요. 대신 건강학에 대단한 관심을.. 지금도 가끔씩"비만은, 담배는 공공의 적"하십니다.. 그래서 지금은 다이어트를...하고 계신다는
 

행복과 축복의 차이점이 무엇일것 같은가? 라는 물음에 머릿속에 번쩍 스친 생각은 넌센스적인 측면이었다. 묻는 이를 아연실색하게 만들 그런 단어의 유희에 젖어들어있는 가벼운, 너무나 가벼운 그런 생각들. 아~ 이 단순함의 극치여~ 물어본 사람이 넌센스 덩어리였기에 나의 사고구조도 그런 식으로 돌아간것이 아닌가 하는 지극히 뻔한 변명을 해본다.

행복(happiness)의 어원은 happen to~ 이다. 사전적인 의미는 우연히 ~ 발생하다.축복(bless)의 어원은 blood 이다. 의미는 피, 여기서는 은유적인 의미로 희생이라고 할수 있다. 각설하고 말하자면 행복이란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우연일수도 있고 어떤 행위의 결과일수도 있는 지극히 소중한 경험들이고 능동적인 삶의 결과물이다. 축복이란 그 저변에 자기희생이라는 종교적 색채가 짙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흔히 '행복하세요'라는 상대방 입장에서의 능동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축복받으세요'라는 수동적인 표현(여기서 수동적은 단순히 문법적 의미일뿐 언어적으로 부정적 의미를 갖는것은 아니다. 결국 말하는 이의 희생을 안고 있다는 표현인데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행복과 축복, 그 차이가 무엇이던간에 우리가 그 말을 할때는 입에서 향기가 나고 머릿속에 상쾌한 바람을 느낄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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