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반격의 기술, 오자서병법 Wisdom Classic 11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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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무덤에서 잠자고 있었던 《오자서병법. 합려와 오자서의 대화로 이뤄진 《오자서병법》은 1983년 '개려'라고 적힌 죽간들이 출토되며 빛을 발하게 되었다.  "오자서"는 초나라에서 충의로 이름을 떨치던 가문 출신의 둘째 아들로 간신의 모함으로 아버지와 형이 살해당하자 복수를 위해 오나라의 합려와 손을 잡고 대국 초나라를 쓰러뜨리는데 일등공신이었던 인물이다. 《오자서병법(개려)》에서 질문하는 개려는 합려이고, 답하는 신서는 오자서인데 대국 초나라라는 공동의 적을 둔 두 사람이 장차 어떻게 오나라를 강력하게 만들어 초나라를 상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정당한 길을 걷고 있는가? 그럼에도 부당하게 침탈당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싸워야 한다. 반격에 사정이란 없다. 오자서가 말하는 것은 살벌한 승리의 기술이다.

 

 

 

"정신력만 갖추면 이길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자서는 반격의 가장 기본전제인 준비 단계부터 필살기 단계까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반격을 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상대보다 빠른가, 상대보다 명분의 우위를 가지고 있는가이다. 나보다 강한 적보다 빠르지 않고, 명분도 약하다면 그 싸움은 포기하는 것이 낫다. 즉, 상대의 조건과 나의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반격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는 도와 덕의 정도를 따라야 하는 것이 대전제다. 지금껏 도의를 지키고 덕정을 베풀며 천시와 지덕을 따랐는지를 먼저 돌아보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 '정의'롭다고 확신할 때 싸움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더불어 우리는 정의로운데 상대는 정의롭지 않을 때 비로소 반격의 명분과 승산이 있다.

 

 

 

오자서병법》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최후의 승리를 위해서는 패배까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적에게 이익으로 유인하는 등 '패배'를 승리로 전환하는 반격의 기술이다.

 

 

 

 

저자는 《오자서병법》의 핵심을 이해하고 반격의 요체를 실천하여 역사의 주인공이 된 네 사람의 사례를 통해 그들이 보여준 성공과 실패, 좌절과 극복의 이야기를 설명한다. 오자서병법의 근본은 알지만 정밀한 부분을 몰랐던 하수 유비, 중수로는 싸움에서 시간과 공간을 적절하게 배합하던 천재 주원장, 고수로는 작은 것을 잃고 큰 것으로 보상받는데 귀재였던 유방, 그리고 최고수로는 역전의 명수이자 오자서병법의 완성자이면서 실천자로 말할 수 있는 현대 중국의 모습을 설계한 모택동의 사례를 들고 있다.

 

하지만 최고수라고 칭한 모택동의 경우 싸움이 끝난 후에도 싸움의 방법을 고수하자 돌아온 것은 평화가 아닌 비참한 가난과 불신이었다며 승리했다면 재빨리 삶의 상도(常道)로 돌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언급한다.

 

『 우리가 삶의 상도를 지키며, 부득이한 순간에 포악한 상대를 제압한다면 우리를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 - p218

 

 

 

대화체로 서술된 오자서병법의 원문은 생각외로 짤막하다. 하지만 이 새로운 고전 《오자서병법》을 통해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승리를 했다면, 반격의 실천기술보다 오히려 중요할 수 있는 진정한 승리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마음가짐을 알려주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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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는 달 - 권대웅 달詩산문집
권대웅 지음 / 김영사on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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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생각하는 달 이미지는 어떤가요.

무취무색같은 달은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하고 고독에 빠져들게 하기도 하고 그리운 슬픔에 잠기게도 합니다. 태양처럼 열정적이지는 않지만 뭉근한 그리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느낌입니다. 달 시와 글이 모여 지금 여기에서 당신과 함께 숨 쉬고 느끼고 존재하는 바로 이 순간의 달에 대한 이야기 《당신이 사는 달》을 통해 달의 기운의 받고 나누고자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테마로 나눈 그의 글은 달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결국 저자가 말하는 달의 이미지에 연결되네요. 세월이 건너가는 소리들, 세월이 바뀌는 장면들을 통해 외로움 속에 사랑을 갈구하며, 이따금씩 되살아나는 과거의 기억때문에 지금을 더 사랑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새싹이 땅에서 솟아날때의 두근거림. 설렘과 뜨거움의 두근거림. 삶의 열기...... 그 두근거림의 절정은 봄날 활짝 핀 꽃들이지요. 이 세상을 또나면 다시 들을 수 없는 두근거림을 말하는 권대웅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 두근거림이 하루하루의 시간을 감사히 보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 작은 일 하나에도 혼신을 다하고 갈망하고 열망하자. 그 두근거림만으로도 나는, 당신은, 절대로 가난하지 않다. 』 - p18

 

『 바꾸는 것은 발전이 아니다. 나아지는 것도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잃어버린 것이고 잊어버리는 것이다. 분명 마음이 있는데도 마음을 잊고사니 허전하다. 많이 가졌는데도 외롭고 힘들고 아프고 행복하지 않다. 아홉을 가졌는데도 열을 채우려고 하니 늘 어렵고 힘들다 한다. 』 - p95

 

능소화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데 하늘을 능멸하며 피는 꽃인 능소화를 통해 능멸이란 단어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질때도 시들지 않고 활짝 핀 채 땅에 떨어지는 능소화. 그가 말하는 능멸이란 단어는 업신여기도 깔보는 뜻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처, 아픔, 견딤, 미움, 용서, 연민, 처연 등 오랜 세월 지켜온 것들, 깨달아 온 모든 것이 담겨있네요.

 

『 삶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인식하는 나이가 되면 사람들은 인간을 떠나는 연습을 하게 되나 보다. 자연과 가까워지고 자연을 읽을 줄 알게 된다. 』 - p259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한 부분도 있었는데 나는 그 순간 짜증을 냈었던 기억만 남아있는데, 나와는 다른 시선을 보여준 저자를 보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며 사념에 푹 빠지게 되는 시간도 가졌답니다. 달빛처럼 고요하고 잔잔한 느낌이었지만 지루하지 않고 많은 부분 공감하거나 새로운 생각을 펼칠 시간을 준 《당신이 사는 달》. 그의 작고 소박한 단상을 통해 이 순간을 사랑하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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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가족여행 놀면서 공부하기 - 사랑이 커지고 공부가 즐거워지는 창의적 교과서여행
양영채.조옥남 지음 / 맹모지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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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가족여행 놀면서 공부하기》딸 셋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보낸 일명 'SKY 가족'이 20년 동안 전국의 역사와 자연, 삶과 문화현장을 찾아다닌 체험학습과 교육여행의 기록이다. 첫째가 유치원 다닐 때 시작된 여행이 막내아들이 고등학생이 된 올해로 끝을 맺었다. 안타깝게도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니 마음이 짠하다. 그들의 추억이 이 책 속에 담겨있으니 읽는내내 뭔가 애잔한 느낌이 든다.

 

 

띠지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 '유홍준'님의 사진이 있는데 그분의 추천사처럼 이 책은 교육 문화 감성 답사기다. 그분 역시 놀면서 공부하기라는 모토로 답사를 하셨는데 그게 자신만의 노하우가 아니었다면서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 주제별로 연계 교과 항목 표시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소개한다.

창의적 체험활동이 바로 가족간의 대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부분인데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대화 형식의 스토리텔링은 가족 간의 소통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샘날 정도로 부러웠고 그들의 대화를 읽으며 부모의 자격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사회, 과학 교과목과 연계해 고사성어, 속담 등은 물론 어려운 낱말은 친절히 설명까지 하고 있어 나는 이 부모처럼 배경지식이 없어서 절대 못 할 것 같다는 말은 집어넣고 일단 이 책 들고 그대로 떠나면 된다.

 

 

▲ 우주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 별에 관한 시 이야기까지 나올줄은 몰랐다.

폭넓게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주, 전통시장, 숲, 백두대간, 전통마을, 동굴, 축제, 농촌체험 등 8개의 큰 주제를 가지고 우주의 신비, 우리 삶과 경제, 자연과 생태의 소중함, 우리 역사, 우리 문화를 배울 수 있다. 놀면서!

 

 

▲ 여행기답게 주변 명소는 물론, 그 주제와 관련된 다른 장소도 소개한다.

 

초중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지역 위주로 소개하고 있고, 그곳에 가서 그저 눈으로 보고 돌아오는 게 아닌 제대로 놀면서 공부했다는 알찬 말이 절로 나오게끔 다양한 활동거리를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몸으로 하는 격한 체험활동들보다는 이야기로 조곤조곤(사실 이들의 여행은 참 시끌벅적했다) 알려주고 있는 게 많아 더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딱 초등중학년 이상~중학생 수준에 맞아떨어지는 구성이다. 시시껄렁할 수도 있는 유머도 많이 나와서 읽는내내 유쾌하다.

 

 

 

 

▲ 본문에 나온 여행지 외에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아주 세세하게 나열된 '찾아보기' 코너도 마음에 들었다.

 

그저 그런 가족 여행 안내서가 아니다. 하나의 프로젝트 활동을 한다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고 너무 방대하거나 겉핥기식이 아닌 여행을 떠난 상태에서 즐겁게 놀면서 접하는 방식에 맞게 각종 연계된 활동이 지식으로 어떻게 쌓이는가, 인성 면에서 어떻게 보듬어주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아이와의 소중한 추억을 남길 여행을... 좀 더 알차게, 사랑을 더한 감성교육여행으로 한 단계 높여보면 어떨까.

 

교과연계 체험을 바탕으로 교양, 상식, 창의력, 사고력, 가족사랑이란 양념이 고루 버무려져 《SKY 가족여행 놀면서 공부하기》는 네 아이와 함께한 여행기이자 자녀교육 이야기, 그리고 한 가족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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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때리면 안 돼!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1
김대조 외 지음, 김은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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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언어폭력의 문제점을 깨닫고 바른 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말로 때리면 안 돼!.

 

남을 때려야만 폭력이 되는 건 아닙니다.

말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도 폭력입니다. 몸에 난 상처보다 오히려 더 오래가는게 마음 속의 상처입니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 마디가 무시무시한 상처를 줄 수도 있지요. 장난삼아, 상대보다 강해 보이려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등등 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와서 우리말이 서툰 아이가 무시를 당하자 욕을 배우게 되는 이야기,

덩치 작고 허약해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받는 아이가 '개'자를 붙이지 않고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한 이야기,

대화방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욕을 하는 아이의 이야기,

그리고 고운 말을 사용하는 것에 관한 수업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이야기.

이렇게 《말로 때리면 안 돼!》에 나오는 네 가지 이야기를 통해 잘못 사용하면 무서운 일이 생길 수 있지만, 잘 쓰면 아름다운 힘을 내뿜는 말의 힘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음합니다.

 

『 화가 나서 진흙을 던져 봤는데 다른 사람이 맞기도 전에 내가 먼저 더러워졌네.

이것 봐! 내 손하고 옷이 더 더러워졌잖아. (중략) 다른 사람 욕하려다가 내가 먼저 때가 묻을 거야. 』 - p44

 

 

 

 

왜 욕을 하는 것일까요?

부모가 짐작하는 것 외에도 욕을 하는 이유가 상당히 다양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더 깊게 알아보는 시간도 될 수 있었어요. 뭐니뭐니해도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적나라하게 사용하는 욕을 보며 깜짝 놀랐어요. 욕, 은어 사용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며 가슴이 많이 아프더군요. 언어폭력의 실태를 정확히 알아야 그에 관한 대처도 그 상황에 맞춰 맞춤대처가 가능할거라 생각됩니다. 초3 우리 아이도 읽으면서 욕이 나오는 부분은 멋쩍어하면서 기분 나빠하더라고요. 책에 나오는 욕을 보며 되려 배우진 않을까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초등 저학년때까지만해도 아직 엄마의 손길이 많이 닿았지만 3학년부터는 슬슬 아이들만의 세상, 인터넷 세상에 더 깊게 들어가더라고요. 욕이란건 모르던 아이도 슬슬 듣고 보는게 많아지는 시기죠. 욕을 하는 아이는 물론, 자기에게 욕을 하는 아이들이 있을때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그맘때 아이들에게 놓쳐선 안될게 언어폭력 주제와 관련한 교육인것 같습니다.

 

 

 

 

초등 언어폭력의 실태를 제대로 파헤쳐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 해악을 알려주고, 해결을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책 《말로 때리면 안 돼!》는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꼭 함께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른들이 무심코 내뱉는 말도 아이들이 은연중에 보고 듣고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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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열 갈래의 길
유예진 지음 / 현암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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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현대문학의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소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주인공 마르셀이 작가로서의 소명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방대한 분량의 이 소설을 읽고 있거나 중도포기한 독자, 프랑스 문학에 관심있는 독자에게 프루스트의 소설을 읽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책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 현암사》은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실명 또는 가명, 익명으로 등장하는 인물들과 프루스트를 연결하는 고리를 보여준다. 이 소설에 언급된 소설가, 시인, 극작가 등 일곱 명의 실존작가와 프루스트가 창조한 소설 속 인물 베르고트, 그리고 출판인, 비평가까지 총 열 명의 인물을 통해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프랑스 문학 사상을 간접적으로 접하며 프루스트의 문학관과 작가론을 살펴본다.

 

 

 

 

 

프랑스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편지들을 남긴 서간문 작가 '세비녜 부인'의 밝은 어머니상을 표상한 마르셀의 외할머니와 어머니. 특히 어머니가 마르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세비녜 부인처럼 다른이가 알 수 없게 암호같은 문장을 인용하는데 세비녜의 글을 모른다면 독자 역시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17세기 프랑스 비극작가 '라신'의 작품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소유에 대한 통찰, 동성애자, 할머니와의 관계 재조명 수단으로 사용된다.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 사회의 다양한 인간 군상의 속성을 파헤친 '발자크'는 프루스트 자신의 평생의 작품의 제목과 구성에 영향을 끼쳤고, 여성작가 '상드'는 소설의 처음과 끝에 언급하며 유년시절 추억과 작가로서의 소명을 확신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프루스트와 여러모로 닮은 '플로베르' 작가는 문체를 중요시한 느림의 소설을 추구했는데 플로베르를 모작하며 글쓰기 연습한 프루스트는 소설에서 직간접적으로 플로베르의 작품을 흔적남기고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소설 마지막 권 <되찾은 시간>에서는 공쿠르의 일기 모작을 끼워 넣음으로써 일기문학의 걸작을 남긴 '공쿠르 형제'를 언급하고, 몰이해의 대상이자 난해한 시인으로 취급받은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도 볼 수 있다.

프루스트의 작가론을 상징하는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인 '베르고트'를 통해서는 작가에 대한 프루스트의 사유를 보여준다. 그를 통해 프루스트는 자신의 문학론과 작가론을 펼치는데 프루스트가 뛰어난 예술가가 되기 위해 필수적이라 명한 조건인 자기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소설가를 이야기한다.

 

 

 

 

 

「 프루스트는 세비녜 부인에게서 자신의 글쓰기를 통해 추구하는 것, 즉 무엇을 표현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중요성을 엿보았을 것이다. 」 - p4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출간한 출판인 '지드'를 통해 작가와 출판인과의 관계에서 차츰 사적인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한 과정과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달랐던 둘 관계를 보여주고 있고,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안다."라는 프루스트의 소설을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요약한 유명한 문장을 이용해 독자들에게 독서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중요한 지침을 한 순수 마르셀주의자였던 '바르트'를 통해 프루스트 사후 비평가 역할을 한 바르트가 바라본 프루스트를 이야기한다.

 

 

 

 

 

수십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는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마르셀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소설 속의 '마르셀'은 작가 '마르셀'이 아니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했다한다. 소설 속 1인칭 화자인 '나'를 작가인 '나'와 엄격히 구분하려는 노력은 작품의 위대함은 그것을 창조한 작가와 구분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예술가들은 공통적으로 개인으로서의 '나'와 예술가로서의 '나'가 상당히 대조적이다. 작품을 보며 상상했던 이미지와 실제 겪는 경험의 괴리에서 오는 실망감이 소설속에 나타나는데 이렇듯 다양한 예술가들을 통해 프루스트는 예술가의 진정한 가치는 오로지 그가 창조하는 작품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개인이나 가족, 사회적 잣대를 적용시켜서는 안 된다는것을 말하고자 한다. 이런 믿음때문에 중년이 된 소설 속 마르셀은 남은 자신의 삶이 아무리 평범하고 시시해 보일지라도 소설의 소재로 선택한다.

 

 

 

 

 

프루스트는 소설 속에서 마르셀의 입을 통해 작가의 문체에 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작가의 문체는 화가의 색채와 마찬가지로 기술이 아니라 예술가의 시선을 반영한다라고 말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느낌과 인상을 단숨에 표현하는 인상파 화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미묘하고 섬세한 심리 분석으로 일관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루스트의 문체를 여실히 느껴보면서 진정한 작가로서의 소명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아직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않은 나로서는 프랑스 문학 작가와 작품, 그리고 프루스트의 삶과 그의 작가관을 보여주는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 현암사》을 먼저 읽음으로써 배경지식을 넓히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이해하기 쉽게 쓰여있어 자기만의 특색을 가진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픈 마음을 제대로 부추기는 책이다. 더불어 소설에서 언급한 화가들을 알아보고 그림을 대하는 주인공 마르셀의 시선을 분석한 《프루스트의 화가들 / 현암사》 역시 그의 소설을 새롭게 읽는데 도움주는 책이니 함께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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