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어떻게 살 것인가]

지은이ㅣ유시민

정치인 유시민이 은퇴 선언을 했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나 원하는 삶을 찾겠다는 그는 트위터 대문글도 '문필업에 종사하는 진보정의당 당원'으로 바꿔 걸었다. 그리고 선언 이튿날 자전적 에세이인 이 책이 출간됐다. 2002년 개혁국민정당 창당으로 정치에 입문해 만11년 가까이 되는 정치인생을 접고 저술가로 돌아가는 그의 소회와 결심, 다짐을 책을 통해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진보정치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최근 많이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들으며, 개인의 은퇴가 아닌 진보 정치의 은퇴처럼 느껴져 착잡했다. 새정부가 출범부터 지지율이 추락하고 인선과정에도 잡음이 많은데, 대선이 끝난지 두달이 지났음에도 진보를 표방하는 야당은 대안을 내놓진 못할 망정 내부 갈등으로 더 큰 소란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지난 선거에서 야당에 투표한 유권자로서 갑갑한 기분이다.'정치의 바리케이드'를 떠나 한 걸음 물러선 입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았을지 궁금하다.



[왕단의 중국현대사]

지은이ㅣ왕단,  옮긴이ㅣ송인재

기자지망생으로 저널리즘 현장의 선배들로부터 '불가근불가원'이란 말을 종종 듣는다. 기자와 취재원의 사이를 비유한 말로 가까이 할 수도 멀리 할 수도 없는 사이를 뜻한다. 역사 속에서, 그리고 오늘날에도 북한과 일본 미국 중국 그리고 한국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이 아닐까 싶다. 북한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긴장, 맹렬히 미국을 추격하는 '세계속의 중국'을 성실히 마주하며 미국 과의 외교 또한 이어나가야 하는 우리의 입장, 그리고 영토 분쟁이나 역사 해석 등으로 촉발되는, 언제나 뜨거운 한일 중일 그리고 한중 관계. 지피지기라 했다. 중국은 꼭 공부해야 할 과제다. 저자 왕단은 중국 역사의 금기인 '6.4 천안문사건' 이후 당국이 발표한 학생 수배자 명단 제일 앞에 올랐다. 중국의 민주화에 앞장선 그는 결국 추방, 하버드에서 동아시아와 중국을 공부했다.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중국의 역사는 자료의 한계로 인해 제한적으로 연구가 이뤄진다. 또한 거시적인 흐름만을 다룬 역사는 중국을 면밀히 살피기 쉽지 않다. 이 책은 중국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저자의 실제적 온도를 전하고 있다. 책은 출간 직후 타이완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금서가 되었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지은이ㅣ문학수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느리고 억누르듯이' 정도가 되겠다.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1악장이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의 2악장이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다. 2008년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 2악장으로 오디션을 봤던 기억이 난다. 느린 곡이지만 테크닉이 쉽지 않고 느린만큼 그 여백을 채울만한 충만한 감정 표현이 필요한데 난 그러지 못했다. 무대의 긴장감에 짓눌렸고 그저 화성의 어울림만이라도 살려보겠다고 버둥거렸다. 음악을 계속 했더라면, 그리고 지금의 나이가 되어 그 곡을 접한다면 다른 곡이 나올 수 있었을까 아니면 더욱 중압감을 느끼며 부담어린 눈으로 곡을 마주했을까.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 때의 나는 정말이지, 많이 부족했다. 

이 책의 부제는 '어느 인문주의자의 클래식 읽기'다. 30년간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서 오랫동안 음악 비평을 써온 경향신문 문학수 기자가 부제의 '어느 인문주의자'다. 고전음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16세기의 바흐부터 현대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까지 24명 남짓한 음악가들의 생애와 시대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었다고 한다. 제목이 왜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인지 짐작이 간다. 굼뜨고 되직하게, 그러나 치열하고 촘촘하게 서양음악사와 작곡가의 이야기를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묘사했을 것이다. 음악전공자로 기자를 희망하는 내가 나중에 꼭 써보고 싶은 책이 출간됐다. 설레고 기쁘다. 지식으로 접했던 서양음악사나 역사적 사건들에 덧입혀져있을 인문학자의 시선이 궁금하다.



[국가]

지은이ㅣ플라톤, 옮긴이ㅣ천병희

플라톤의 <국가>가 천병희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국내 그리스 로마 번역의 일인자로 꼽히는 천병희 선생의 손을 거친 작품만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비롯해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헤로도토스의 '역사',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등 30여 종에 이른다. 최근 읽기 시작한 박경철의 <문명의 배꼽, 그리스>와 함께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국가>가 인간의 삶과 이상적인 국가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는 지금 찬찬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고백하면 고전 중의 고전인 이 책을 나는 읽지 못했다. 글을 쓸 때 부분 인용을 하고 발췌독만 한 것이 전부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도전할 계획이다. 



[민주주의의 재발견]

지은이ㅣ박상훈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의 신간. 박 대표의 한국 민주주의 3부작 중 <만들어진 현실>(2009), <정치의 발견>(2011)에 이은 마지막 책이다. 신문 칼럼과 그간의 책에서 강조했듯 이 책에서도 저자는 정당을 기반으로 한국 정치를 진단하고 국회와 정당 축소를 주장한 안철수 정치의 허점을 지적한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진보 정치 실패와 민주주의에 대한 냉소를 짚어본다고, 서평과 책소개가 말하고 있다. 정치와 사회와 관련된 책을 읽을수록 생각해 보는 것이지만 각론이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민주주의든 정치든 여전히 쉽지 않게 느끼는 내게 박상훈 대표의 책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국 정치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과 비전 제시가 이번에도 또렷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이언스 이즈 컬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이언스 이즈 컬처 - 인문학과 과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노엄 촘스키 & 에드워드 윌슨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이창희 옮김 / 동아시아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이언스 이즈 컬처>는 미국의 과학 잡지 지의 창립자 애덤 블라이가 기획한 학자들의 대담집이다. 노암 촘스키, 에드워드 윌슨 등 학계의 거장들이 참여했고 주제 또한 모두 22가지로 다양하고 입체적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22개의 주제는 거의 과학자와 인문학자가 만나 각자의 프리즘으로 바라본 세상과 ‘협공’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진행된다.


책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주제의 다양한 시각을 접하는 재미가 기대했던 것보다 매우 쏠쏠하다. 기획자는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학문 간의 경계를 이제는 허물어야 한다며 새로운 패러다임 수용을 주장하는데, 시야를 넓히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접하기에 좋고, 원하는 주제만 30분 발췌독이 가능한 짤막한 대담으로 이뤄져있어서 부담이 없지만, 꼭꼭 씹어서 읽어도 소화할 거리가 많다. 5년 전에 기획된 책인만큼 이 책이 전하고자하는 ‘통섭’이라는 키워드의 새로움이 우리에겐 이미 익숙할 수 있으나 새로운 차원의 접근과 다양한 층위를 넘나들며 이야기들은 새로운 지점의 새로운 물음을 계속해서 던진다. 철학, 사회학, 혹은 정치나 문학 등 관심의 영역이 다소 한정적이었던 독서가라면 이 책이 흥미로운 확장의 기회를 만들어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이란 무엇인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기요. 죽여 드릴까요? 싫다고요? 미쳤냐고요? 왜요. 당신 어제 부장한테 심하게 깨지고, 사내 왕따 당하고. 친구 하나 없이 기러기 아빠로 사느라 변변찮은 식사도 한 끼 제대로 못 하면서 매달 부쳐야 될 돈 때문에 일을 그만두지도 못 하잖아요. 그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지 않나요? 죽고 나면 영혼은 행복한 천국으로 갈 텐데. 당신 교회 다니잖아요. 죽을 때의 고통이 두려운 거라면 제가 정말 편안하게 한 방에 보내드릴 수 있어요.


그래도 싫다고요? 잘 생각해봐요. 사실 왜 죽음이 나빠요? 심장 박동이 멈추고 사고가 정지하고 육체가 땅에 묻히고 나면 말예요. 본인에겐 나쁠 게 하나도 없어요. 아무것도 느끼고 생각할 수가 없는데 나쁘긴 뭐가 나빠요. 가족들을 못 보는 것? 이미 7년째 안 보고 살잖아요. 남은 인생의 즐거움? 제가 보기엔 당신 앞으로 20년은 더 등골이 휘게 돈 벌어서 자식들 부양해야 하고 자식들 크고 나면 쇠약해져서 그 놈의 즐거움 맛이나 보려나 모르겠어요. 남은 가족들? 음. 보험료 많이 받을 수 있게 처리해 드릴게요.


어때요? 내 말이 이제 좀 들어와요? 그래도 죽기는 싫다고요? 그래도 사는 게 낫다고요? 아 거참 지나치게 낙관적이시네. 소위 ‘낙관론자’들은 그러죠. “삶은 절대적으로 살아갈 가치가 있다. 삶은 언제나 죽음보다 더 낫다.” 하지만 그거 알아요? 낙관론자만큼 비관론자들도 많다는 거. 그들은 “우리 모두 죽는 편이 낫다. 가장 좋은 것은 애초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다.”라고 해요. 이도 저도 아닌 중간론자도 있어요. 삶에서 겪는 즐거움과 고통을 각각 플러스, 마이너스라고 했을 때 플러스가 많으면 낙관, 마이너스가 많으면 비관인 셈이죠. 그러니 개별 사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해요. 당신은.. 중간론자 입장에서 좋게 봐줘도 총량 마이너스인데.


죽는 걸 무서워하지 말아요. 어쩌면 죽음에 대한 공포는 학습된 것일지도 몰라요. 저 같이 의심 많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음모론이 끌리긴 해요? 사람이 곧 노동력이잖아요. 죽음이란 사회의 손실이기도 하죠. 뭐 어쨌든. 죽는다는 행위, 그거 별거 아닐 수 있다는 것이죠.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사형당한 건 아시죠? 그런데 그 장면을 기록한 플라톤의 <파이돈>을 보면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기색이라곤 발견할 수 없고, 행복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죽음을 기다렸다고 해요. 왜냐하면 소크라테스는 영혼의 존재를 믿었고, 육체적 죽음 뒤에도 영혼은 살아남을 거라고 확신했거든요.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이원론자들은 인간이 육체와 영혼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고 말해요. 그리고 영혼이 죽은 육체를 떠나기 직전까지 실천해왔던 노력, 즉 플라톤의 방식대로 형상(완벽함)에 가닿으려는 노력이 많았다면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것이죠. 어째, 기독교적 가치관과 많이 닿아있죠? 실제로 세상엔 영혼의 존재를 믿는 이들이 많죠. 교회 다니는 당신도 그러할 것이고요. 그러니 더더욱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근데 하나 재밌는 사실은, 천국을 강조하는 종교계조차 세부적인 천국의 묘사는 꺼려요. 왜? 플라톤이 말하는 완벽이란 있을 수 없기에, 세부적으로 묘사를 할수록 완벽한 천국은 구현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셸리 케이건 교수는 “인간은 실로 놀라운 물체(일 뿐)”라는 물리주의 관점에서 이원론적 관점을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한 쪽에 서서 무조건 옹호하는 입장이라기보다는, 영혼의 실체를 입증할 만한 완벽한 근거가 없으므로 판단을 유보하고 물리주의 관점을 받아들이겠다는 정도의 스탠스랄까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막연히,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논리적으로 조직이 되죠.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이란 주제를 다루지만 결코 감정이나 미지의 가능성 등으로 논점을 흐리지 않아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죽음의 전후와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죠. 그런 맥락에서 자살 또한 존중받아야 할 선택으로 도출되고요.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라니까?


알았어요. 더 이상 무서운 말 그만 할게요. 당신의 살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 잘 알았어요. 그렇다면, 영생은 어때요? 제가 영원히 살게 해 드릴 수 있는데. 진짜. 500년, 1000년 말고요. 정말 영원히요. 영원히. 당신이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과 사우나, 영원히 할 수 있어요. 노화도 막아줄게요. 젊고 팔팔한 모습으로 영원히 살면서 한 때 당신의 꿈이었던 노벨문학상 도전은 어때요? 100년은 소설, 100년은 시, 100년은 수필 습작을 하면서 문학을 통달하고 희대의 걸작을 남기는 거죠. 영원히 당신이 좋아하는 삼겹살을 먹고 아내와 자식들과도 상봉해서 사랑하며 사는 거죠. 어째 표정이... 그건 또 아닌 것 같아요? 하긴. 영국의 철학자 버나드 윌리엄스는 영생에 대해 단호하게 "거절한다"고 대답했대요. 어떤 형태의 삶도 영원히 지속된다면 그 매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면서요. 그렇다고 80살 또는 100살에 떠나는 삶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겠죠. 셸리 케이건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삶이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오래 사는 삶으로 규정했네요. 참 이상적이지만 그래서 슬프죠? 누구나 죽음의 방식과 시기를 선택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으니까요.


그러니까요, 당신. 그만 힘들어하고, 그만 우는소리 하라고요. 하도 ‘죽고 싶다, 죽고 싶다’ 해서 내가 왔잖아요. 결국 죽음이란 피할 수 없고, 죽음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알아서 계획할 수도 없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거잖아요. 흔히 이 불편한 사건에 대해 사람들은 애써 부정을 하거나, 힘겹게 인정하거나, 혹은 모르는 척 무시해 버리죠. 하지만, 죽음이란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셸리 케이건 교수는 삶은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조심해서, 신중하게’ 살라고 말해요. 목표 선택이나 달성, 가치 있는 것의 결정 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죠. 일상적이고 가치 있는 목표를 적절히 섞으면서요. 그리고 죽음의 슬픔이 무색하지 않도록 삶을 최대한 치밀하게 살아요. 죽음이 슬픈 건 살아남아서 이룰 수 없는 기회비용 때문이라고 ‘박탈이론’은 설명하고 있거든요.


많이 들어본 얘기겠지만, 인간은 수십억분의 일의 확률로 태어났잖아요. 셸리 케이건 교수는 책에서 그 확률을 꼼꼼하게도 계산해 놓았어요. 엄마와 아빠가 바로 그 때 성관계를 했을 가능성, 하필 그 정자와 난자가 만났을 가능성, 그리고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기까지 말예요. 그렇게 태어나서 ‘삶’을 이어가고 있으니 언젠가는 맞닥뜨릴 ‘죽음’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고민해보는 시간은 분명 좋은 시간이 될 것이고 삶의 계획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교훈적으로 끝내긴 싫지만 책에서 발견한 좋은 글귀가 있어서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갈게요. 힘내요 당신!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의 책

<고양이 요람(Cat's Cradle)> 中


신은 진흙을 창조했습니다.

그러나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신은 진흙 덩어리에게 말했습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덕과 바다와 하늘과 별, 내가 빚은 모든 것을 보라.”

한때 진흙이었던 나는 이제 일어나 주위를 둘러봅니다.

운 좋은 나 그리고 운 좋은 진흙.

진흙인 나는 일어서서 신이 만든 멋진 풍경들을 바라봅니다.

위대한 신이시여!

오직 당신이기에 가능한 일. 결코 나는 할 수 없는 일.

당신 앞에서 나는 그저 초라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내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유일한 순간은,

아직 일어나 주변을 둘러볼 기회를 갖지 못한 다른 모든 진흙들을 떠올릴 때,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지만, 진흙들 대부분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 영광에 감사드릴 뿐.

진흙은 이제 다시 누워 잠을 청합니다.

진흙에게 어떤 기억이 있을까요.

내가 만나봤던, 일어서 돌아다니던 다양한 진흙들은 얼마나 놀라운지.

나는 내가 만났던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ueyonder 2013-02-0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세모네모 2013-02-10 12:02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눈물 닦고 스피노자]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물 닦고 스피노자 - 마음을 위로하는 에티카 새로 읽기
신승철 지음 / 동녘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눈물 닦고 스피노자>는 2012년 대한민국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이십대 백수 김철수의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내 몸 하나 누이면 꽉 차는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의 이야기는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나름 사회적 명예를 얻은 이들이 미디어에 나와서 이십대가 처한 현실의 아픔에 공감하는 양, 판에 박힌 클리셰를 읊는 것이-예컨대 고시원, 노량진, 88만원 세대 등의 수식- 싫었더랬다.) 철학적, 심리적 접근방식을 건조하게 전하기보다 현실에 방점을 찍고 스피노자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려고 한 저자의 노력이 많이 느껴졌다. 실제로 지은이 신승철 님은 부인과 함께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하고 계신다.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배경 덕분인 듯하다.


2. 고시원 화장실 거울 속에서 우연히 만나 철학자 스피노자와 대화를 나눈다는 설정, 약속시간에 늦어 스피노자가 토라진 것을 묘사하거나 주인공이 방황하는 청소년을 다독이는 이야기 등이 가끔은 어린이 전집용 학습만화를 읽는 듯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렇기에 말랑하고 가볍게 철학과 현실을 접목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상황에 맞게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인용해 식상한 위로가 아닌 철학적 해법을 제시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까지 제시되진 않는다. 개념을 쉽게, 그리고 문제 해결에 있어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방향을 안내해주는 느낌이다. 예컨대, 불안을 겪는 젊은 백수 철수에게는 사랑을 통한 변용으로 딱딱한 외피를 허물고 더 자유로워지라고 조언한다. 또 우울증을 겪는 소녀에게 관계의 재배치를 통한 내적 혁명을 제언하며 중독, 조울증 등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심리적 고통에 대한 해법을 스피노자의 철학을 바탕으로 함께 근접해가는 식이다. 


3. 흔한 ‘힐링팔이’ 책이 쏟아지는 요즘 차별화된 치유의 책이란 생각이다. ‘저자의 말’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심리학 책들은 하나같이 “너의 마음의 태도나 자세를 바꾸어라, 그러면 마음이 치유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스피노자의 해법은 이와 다르다.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는 스피노자가 ‘내재성’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한 자신의 관계망과 배치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중략) ‘욕망’과 ‘무의식’의 개념을 창안한 철학자이면서도 이와 평행을 이루는 ‘내재적 이성’을 이야기하는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보여준 난해한 문장들을 치유의 방법론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구상을 하게 되었다. 그저 상처를 덮기보단 직시하고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혹은 변용이 무엇인지, 내재적 변화란 어떻게 시도되는 것인지, 혹은 스피노자란 철학가의 사상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나의 우울과 공포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부담 없이 펼쳐들어 물음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아웅 산 수 치 평전] 

지은이ㅣ피터 폽햄  옮긴이ㅣ심승우

최근 평창 스페셜올림픽(지적발달 장애인 스포츠 축제)위원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한 아웅산 수치 여사의 평전이 나왔다.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을 이끌었고,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아버지가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평전을 꼭 읽어보려고 한다. 독립 영웅의 딸로 태어나 테러로 아버지를 잃고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평범한 주부이자 한 여성으로 살다가, 8888민주화 항쟁을 기점으로 바뀐 그녀의 삶을 20년이상 버마를 취재해 온 <인디펜던트>지의 피터 폽햄 기자가 기록했다. 





[꽃피는 용산]

지은이ㅣ김재호

얼마 전 광화문의 대형서점에 갔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이 책을 들쳐봤더랬다. 신문의 서평 코너에 많이들 소개되었기에 책이 출간된 배경이나  저자의 상황에 대해서 대략은 알고 있었지만, 몇 페이지 넘기지도 않아 눈물이 핑 돌았다. 요즘은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흐르긴 하지만. 늦게 얻은 딸과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김재호 씨가 용산 도시정비 사업에 저항하며 일순간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히기까지. 그리고 수감이 된 후 어린 딸과 소통하기 위해 직접 그린 만화편지. 뛰어난 그림체나 세련된 그림책은 아니지만 한 컷 한 컷에 딸을 위로하고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다행히 며칠 전 설 특사로 철거민 5명이 석방됐다는 소식을 듣긴 했으나 용산 참사는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사회의 상처다. 그리고 이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소통이 되어줄 것이다.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지은이ㅣ고미숙

저자는 책의 키워드를 '몸과 우주'로 규정했다. 분주히 살아내느라 방치해왔던 몸과 우주. 숱한 질병과 번뇌들을 저자는 '몸과 우주'를 통해 다시금 돌아보자 설득한다. 

'몸이야말로 삶의 구체적 현장이자 유일한 리얼리티다. 소외와 억압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 그 안에 있다. 헌데, 그 길을 탐사하다 보면 광활한 우주가 펼쳐진다.(머리말 중 일부 발췌)' 

그렇다면 어떻게 몸을 통해 사회와, 그리고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부제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에서도 드러나듯 '몸의 인문학'은 동양의 역학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 삶의 행복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또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쪼그라드는 삶의 비전에 대한 대답을 그녀는 몸을 들여다봄으로써, 원활한 기운의 배치로 다시 소통을 시작하자고 권한다.

-고미숙 샘의 책을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미루다미루다 결국 신간코너에서 다시 한 번 발견. 이번 기회에 제대로 '몸의 활용방법'을 익히고 싶다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