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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여자 - 개정판 ㅣ 발란데르 시리즈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알제리에 있는 외국인들을 내쫓으려는 과격 회교도들에 의해 수녀 네 명이 살해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나 네 명의 수녀만이 아니라, 다섯 번째 희생자(나이 예순 여섯의 스웨덴 여성도 함께 살해된 것)가 있었다. 그러나 알제리 경찰은 상부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이 여인을 가공의 인물로 처리하고, 그 날 밤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조작한다. 알제리 소속 여자 경찰관 프랑수아즈는 사건 현장에 혹시 남아 있지 모를 다섯 번째 여인의 개인유품을 소각하라고 명 받았다. 그러나 그 여성 경관은 다른 수사관이 발견하지 못했던 핸드백 하나를 옷장 뒤에서 발견하고, 핸드백 속에 있던 스웨덴에 살고 있는 딸에게 아직 부치지 못한 편지들을 읽게 된다.
이 다섯 번째 피살자 여성은 알제리 여행 중이었고, 젊어서는 남편에게 학대당하면서, 어렵게 딸 하나를 길러내고 그 딸이 자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평생 꿈꾸던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고 나던 날 이 여인은 숙소로 수녀원을 택하는데, 여비가 넉넉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연히도 그날밤 수녀원에 들이닥친 회교도 괴한들에 의해 다섯 번째 희생자가 되고 말았던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
주어진 임무에 대한 가책과 번민으로 괴로워하던 여자 경찰 프랑스와즈는 다섯 번째 여인이 남긴 부치지 못한 편지와 사건의 모든 진실을 털어놓으며 이해를 구하는 편지를 여인의 딸에게 보내게 된다.
그리고 도입부에서부터 범인으로 활약하게 될 인물 즉, 다섯 번째 여인의 딸을 분명히 시사해 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어머니에 대한 복수 그러니까, 무장침입한 회교도를 타도하자는 것이냐 하면, 음,,, 그러니까 그것은 읽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가 살해 대상자로 삼은 사람들. 새새를 관찰하는 조류 애호가이고, 또 한 남자는 꽃가게를 운영하며 난초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인물이며, 세번째 남자는 대학의 연구원. 이 평범해 보이고, 견실해 보이는 이들이 피해자인가에 대한 배후를 캐내면서 읽는 매력이 있고, 수사관 발란더와 그의 동료들의 고군분투를 지켜보게 된다. 독자는 범인을 알지만, 발란더와 그의 동료들은 범인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한명인지 여러명인지 조차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범인을 추적한다.
만켈의 추리 소설을 읽다보면, 같이 어둡디 어두워진다. 독자가 이입을 잘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전면적으로 우울을 표방하지 않으면서도 비가 많은 날씨, 업무 과다에 수면 부족한 나날들. 비가 내리는 진창에서 유해를 파해치거나, 호수에서 사체를 건져내는 장면이 좀 나와서, 아니면 살해 방법이 지나치다 싶게(오래오래 고통을 주다가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식) 잔인해서 그런가?
발란더를 위시한 그들은 잠이 부족하고, 머리가 무겁다. 심지어 발란더가 수사를 맡게 된지 얼마 안 되었을 당시, 발란더의 아버지가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다 쓰러지시는데, 뇌출혈로 돌아가신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제대로 슬퍼하며 의식을 치룰 겨를조차 없을만큼. 페이지수로 헤아리기 어려워 킬로그램(?) 단위로 따져야 하는 11킬로그램이나 되는 10년전 미해결 수사 기록을 들추거나 예민한 육감이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될만한 일들,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데 이모든 것을 발란더 혼자 짊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고, 다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전담 마크 영역들이 있다. 그런 것을 지켜보는 것도 헤닝 만켈의 작품을 읽는 작은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