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지랑이‘는 라틴어 ‘네불라nebula‘라고 합니다. 그 뜻은 ‘보잘것없는 사람, 허풍쟁이‘란 뜻의 ‘네불로nebulo‘라는 명사와 ‘안개 낀, 희미한‘을 뜻하는 형용사 ‘네불로수스nebulosus‘에서 파생한 단어입니다. 그래서 라틴어 ‘네불라‘에는 ‘아지랑이‘라는 뜻 외에도 ‘보잘것없는 것‘, 그런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오리무중‘이라는 뜻도 있습니다......‘아지랑이‘라는 단어가 억겁의 시간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쉽게 포기하지 말고 시시때때로 그렇게 우리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공부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의 아지랑이를 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원래 의미하는 대로 ‘보잘것없는 것‘, ‘허풍‘과 같은 마음의 현상도 들여다보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힘들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34-35쪽)

평가 언어가 모두 긍정적인 표현입니다. ‘잘한다/보통이다/못한다‘식의 단정적이고 닫힌 구분이 아니라 ‘잘한다‘라는 연속적인 스펙트럼 속에 학생을 놓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겁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스펙트럼 위에서라면 학생들은 남과 비교해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거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스스로의 발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닌 ‘전보다‘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74쪽)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처럼 "자신을 가엾게 여길 줄 모르는 가엾은 인간보다 더 가엾은 것이 엇이겠습니까?" 이렇게 나 자신과 소통하면서 나를 알게 되고 나를 다스리며 성숙해집니다. 자기 마음을 찬찬히 읽어내는 노력을 계속하고 그 마음을 다스리는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누구나 마음먹은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91쪽)

인류 역사상 종교와 신앙의 가치가 최고조에 이른 중세 시대에서조차 성경의 가치만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새 시대의 사람들은 성경의 가치는 유념하되, 세속의 학문과 연계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우리는 바오로를 통해 어떤 공동체에서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가능했던 것이 또 다른 공동체에서는 그것을 얻기 위해 엄청난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100-101쪽)

그렇다면 예수의 가르침과 그분의 행적을 담고 있는 성경이란, 그 해석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은 흔들림이 없어야겠지만 성경에 예수의 모든 가르침이 기록되지 않았거나, 예수의 본 의도가 온전히 담기지 않았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인간사의 세부적인 규정이나 새로운 현안에 대해서는 언제든 그것을 가르친 예수의 원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그에 때라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할 겁니다. (110쪽)

인간은 타인을 통해 기억되는 존재입니다. 어머니는 관이 되어 제게 기억으로 남았고, 제 죽음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내일은 저 역시 관이 되어 누군가에게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또 그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게 할 겁니다. 인간은 그렇게 "오늘은 내가, 내일은 녜가" 죽음으로써 타인에게 기억이라는 것을 물려주는 존재입니다. (156쪽)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뒷받침되어 있지 않고, 과거처럼 노력하면 될 거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현실이 문제입니다. 그러한 현실에 가슴이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욕망하기를 멈출 수 없습니다. 그게 인간으로서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어떠면 문제는 욕망하는가 아닌가에 있지 않고, 무엇을 욕망하는가에 있지 않은가 하고요.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위해 달릴 때 존재의 만족감을 느끼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나를 충만하게 하는 욕망이 필요한 때입니다. (224쪽)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만이 아니라 그 시대를 상징하고 그 시대의 가치관과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매개가 됩니다. 언어를 공부하다보면 단어 하나도 시대와 사상에 따라 그 의미가 변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좋은 번역이 어려운 일인 것 같고,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도 나오나 봅니다. (240-241쪽)

나에게 맞는 공부 방법이 무엇인지 살피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게 됩니다. 또 어떤 때 집중이 잘되고 어떤 때 안 되는지도 알 수 있고요. 이런 훈련은 나아가 인간관계에서 나의 태도, 나의 대화법 등 인생의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은 타인의 방법이 아니라 나의 방법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남다른 비결이나 왕도가 없다는 사실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그렇기에 묵묵히 해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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