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 아껴서 아껴가며 읽은 글이다.

친구에게 줄 수 있는 선물로, 교보를 들러 삼청동길을 돌아 칼국수와 동동주까지, 배추적을 장탄식하면서 마셨다.

무작정 떠난 속초에서도 메밀전과 감자전 뒤에 따라오는 배추적 맛이 혀끝에 감돌았다.

밍밍하고 그저 그런 맛이라 하지만 만가지 기억이 오롯이 들어 있다.

각 개인에게 가장 원초적이고 아쉽고 안타까운 기억들과 맞물려 있는 음식이 있을 거다.

  

'고담하고 소박하고 부드럽고 슴슴하고 수수하고 의젓하다는 말은 실은 백석의 시에서 따온 백석의 단어들임을 고백한다(52쪽)'

'1부 아득하거나 아련하거나, 2부 고담하거나 의젓하거나, 3부 슴슴하거나 소박하거나'에 각각 들어 있는 음식들, 어찌 그 맛을 다 알리요. 하지만 글을 읽으며, 신기하게도 그녀의 기억 속에 들어가 오감이 깨어나면서 느끼게 된다.  

깊이 깊이 온 몸을 관통한 맛,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그러한 음식들은 배추적, 쑥버무리, 호박 범벅(호박 뭉개미), 증편, 명태 보푸름 정도이다.  

 

*만들어 먹은 배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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