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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들
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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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만 해도 불면증과 우울증세가 심저에 깔려 있는 느낌이었는데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그런 감정이 많이 사라졌다. 무릇 현대인들에게 불안이란 낯선 감정이 아니다. 누구나 불안해 하고 누구나 우울해 한다. 그 불안의 원인들에 대해서 알고 치유하는 것은 본인의 자각에 달려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불안'해 지지 않기 위해 시지프스처럼 끊임없이 돌을 굴려야 하는 운명이 아닐까.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며 마르크스적 라캉주의 철학자로 1980년부터 라캉주의 정신분석학과 독일 관념론 및 비판이론의 철학적 유산을 결합한 슬로베니아 정신분석학파의 일원으로 활동하였던 레나타 살레츨은 <불안들>에서 불안을 유발하는 것을 미디어가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 지를 살펴봄으로써 불안이 오늘날의 사회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분석하기에 앞서 현대인이 불안을 느끼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1. (, 사랑등이)충분하지 않다.

2, 사람들이 더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즉 거부에 대한 두려움)

3. 좋은 것은 금방 사라질 것 같다.

4. 사람들이 나의 실체를 알아챌 것 같다.(즉 내가 그저 허세를 부리고 있음을 알아챌 것이다)

5. 내 삶이 덧없다.(즉 나는 세상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프로이트는 불안에 관한 초기 이론에서 성행위 중단, 금욕등으로 성적 에너지인 리비도가 배출되지 못할 때 불안이 발생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외부의 위험을 예견했을 때 나타나는 합리적 반응인 현실적 불안과 내부의 위험에 대한 일종의 투사적 반응인 신경증적 불안을 구별했다. 라캉은 이런 프로이트의 견해를 확대해서 불안의 대상은 타자와 사회의 상징적 관계망을 의미하는 대타자의 욕망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불안의 본원적 모습은 사랑의 대상상실에 대한 불안이 아니라 주체가 가늠할 수 없는 대타자의 욕망 앞에서 느끼는 정서이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고 자신이 타자에게 어떤 대상인지를 묻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있을 수 없기에 주체는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반면 라캉은 불안의 대상은 궁극적으로 상징화가 불가능한 실재라고 말한다. 달리 말해 불안은 언어와 환상을 통해 매개되지 못한 충동, 육체적 향락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한다. 예컨대 정신병적 불안은 실재, 충동, 향락이 환각 속에서 주체를 위협할 때 발생한다, 달리 말해 상징화의 실패란 결여와 차이의 소멸에 다름 아니기에 불안은 결여가 아니라 결여의 사라짐에서 온다는 것이다.  주체에게 결여는 실체적으로 붙잡을 수 없는 것이므로 빈 곳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데 그 빈 공간에서 무언가, 곧 실재가 등장할 때 불안이 발생한다.

 

요컨대 정신분석학에서 불안은 욕망하는 주체에 필연적으로 내재하는 , 피할 수 없는 근원적 정서이다, 프로이트나 라캉에게 불안은 병리적 현상인 동시에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본래적 현상이다.

 

이런 이론을 토대로 살레츨은 현대사회의 각종 불안 현상들을 조명한다세계대전이후 사회경제적 위기와 정신의 위기가 20세기의 불안요인이라 보며 21세기는 테러와 바이러스와 같은 악과 같은 공포로 인한 불안을 진단한다.  불안의 모습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불안은 주체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자기 인식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역설하며, 21세기의 주체는 스스로를 완벽히 통제해야 하는 자기 창조자이며, 이런 주체에게 방해가 되는 측성은 어떤 것이라도 장애로 분류되고 주체가 사회적 기대와 관련해 겪는 내면의 동요로 인하여 불안감이 극심해지는 것이라 한다. 

 

하이퍼-자본주의가 어떻게 사람들의 부족감과 불안에 기대고 있는지,또한 미디어가 불안을 어떻게 재현하는지 살펴보며 사랑과 관련한 불안과 사건으로 보는 앤드리아 예이츠의 사건으로 보는 모성의 불안등 다양한 불안의 사례들을 라캉식 철학으로 피력한다.   

 

철학과 영화의 결합으로 지난 달 읽었던 [씨네샹떼]와 같은 맥락의 글이었는데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사건에서 불안의 기저를 찾아 분석하는 글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라캉과 프로이트 부분은 다소 난해하여 책의 내용을 짧게 요역해 놓았다.  불안심리,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그 불안의 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 불안이 사회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에서 오는 것이라면  인식하는 것만으로 치유가 가능하리라 본다. 라캉이 말한 것처럼 불안이란 상징화가 불가능한 실재를 착각함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심리기저로 그 환상을 걷어내는 것만이 가장 좋은 처방이 될 수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현학적이지 않고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기억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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