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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한다. 한살을 더 먹고나니 나이만 먹었지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씁쓸함이 남는 해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어마무시한 위력 앞에서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내어주고 점점 편리함에 잠식당하고 있는 나를 볼 때 알수 없는 위기감이 밀려온다. 아니나다를까. 설연휴동안 책 한권 읽지 않고 (물론 읽을 시간이 없었지만) 글 한자 쓰지 않았으니 이미 나는 생각과 스마트폰을 엿바꿔 먹듯 하고 있다는 자각에 섬찟해진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 살면서 네트워크 속에서 우리는 생각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문득 내가 잃어버리고 있는 현재의 시간들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이 책 안에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피부로 불행을 느낀다고 말한다면 주제넘은 말이 아닐까 하면서도 도처에서 불행을 읽게 된다.  정치와 경제 사회 전체를 통틀어 묻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행복은 가능한가' 라는 질문이다.  행복보다 불행이 친숙해져만 가는 사회에 던지는 이 비장한 질문이 가끔 나에게도 물어보고 싶어진다. 행복은 가능할까?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거라고들 하던데, 글쎄 가능하다면 행복해지고 싶다.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미국 템플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저자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불행과 맞짱 뜰 수 있는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한다. 맞짱은 내 전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행복이 가능한가에 대해서 대답은 노코멘트이다. 모난 자존감, 가능하다면 2015년에는 회복하고 싶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남들이 하니까 나도 똑같이 따라 하는 ‘폐유弊儒’와 ‘폐서弊西’에 차분하고 당당히 맞서길 바랍니다. 그래서 불행에 맞짱 뜨는 자존감을 탈환하시길 바랍니다. 견고한 신념으로 무장하여 비장하게 싸우자는 말이 아닙니다. 내가 행복한 것, 그것만이 삶의 오직 한 가지 근거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의 시선에서 비켜난 자신만의 고집스러움, 그 모난 자존감을 쉽사리 꺾지 마시길 바랍니다. 스스로를 구원하는 작은 반란을 일으키는 당신이 바로 문화 영웅이며, 자기의 행복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자, 여러분, 행복은 가능할까요?”

 

이외에도 재미있는 신간들이 많이 나왔다.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보카치오의 대표작을 우리나라 저자의 입담만으로 들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마치 천일야화의 이야기처럼 이야기속의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신년작심으로 고전을 많이 읽자는 다짐을 했는데 보카치오의 데카메론도 기회가 된다면 읽고 싶다.

 

고전읽기 다음으로 관심있는 분야는 글쓰기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느끼는 바겠지만, 나역시도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많다. 2015년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글쓰기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 볼까 한다. 글쓰기 강좌도 신청하고 글쓰기 책을 틈틈히 보고 있는데 <글쓰기의 힘>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글쟁이들이 대거 출현한다. 단지 그 이유이다. 글 잘쓰는 사람들의 글을 필사하거나 좋아하는 글을 발췌해서 외워질 때까지 쓰곤 하는데 나는 글쟁이들을 글쟁이로서가 아닌 예술인으로서 존경한다. 글에서 뿜어나오는 삶을 향한 에너지, 그 에너지가 부럽다. 글쓰기 힘의 원천은 곧 삶이기 때문이다. 도정일 교수가 <쓰잘데 없는 것들의 고귀한 목록>에서 신년사로 한 말을 잠시 인용하자면, 파스칼의 말처럼 인간은 천사도 짐승도 아니다. 한국인의 집단적 소망은 천사처럼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막의 불안한 짐승처럼 살기 거부하는 것이다. 2015년 더 잘 살고 싶다기보다는 지금보다 더 생각이 없어지거나, 더 불행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을미년 신간평가단 인문도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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