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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철학자들 - 철학은 어떻게 정치의 도구로 변질되는가?
이본 셰라트 지음, 김민수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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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가장 큰 변화들은 반미치광이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독일 철학자 요한 고트프리트 폰 헤르더가 한 말이다. 세계의 역사는 반미치광이라 불리는 이들에 의해 쓰여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로부터 한 세기, 딱 백년이 흐른 뒤 히틀러라는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잔인한 독재자가 독일에 출현했다. 한 민족에 대해 민족말살의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얼마만큼 잔인해 질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이다  

 어제 우연히 나는 악마를 보았다라며 떠도는 사진을 페북에서 보게 되었다. 언뜻 보면 평화로와 보이는 사진이다. 그런데 왜 제목이 그랬을까? 이병헌 주연의 범죄 스릴러영화 <나는 악마를 보았다>를 연상케하는 제목과는 전혀 어울리는 않는 사진 한장안의 사람들은 마치 휴가를 나온 듯 편안하고 여유로와 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 너머에 존재하고 있는 잔인함에는 '악마'라 하여도 전혀 틀린 표현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에 퍼붓는 공습을 보며 웃고 있는 것이었다. 문득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한없이 의구심이 드는 사진이었다. 

 

 

 쇼펜하우어에서 칸트, 헤겔, 니체에 이르기까지 걸출한 철학가들을 배출한 덕에 철학의 본고장이라 불리우는 독일에서 이런 극악무도한 독재자가 출현하였다는 것 역시도 무척이나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만큼이나 히틀러의 광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다면 니체나 헤겔과 같은 거물들의 고장인 독일에서 이러한 집단 학살이 벌어날 수 있었던 배경은 대체 무엇이었을까하는 의문이 바로 이 책 히틀러의 철학자들》의 시발점이다. 

히틀러가 민족 우월성을 내세워 유대인 말살 정책을 위해 세운 정교한 이론은 란츠베르크 감옥에 수감되면서 시작되었다. 감옥에서 칸트와 피히테와 같은 계몽주의 철학자에서부터 실러, 쇼펜하우어, 니체 바그너와 같은 19세기 철학자들의 사상을 왜곡과 편집의 과정을 거치면서 히틀러의 사상적 토대이자 교과서나 다름없는 <나의 투쟁>이 완성된다. 

 

  

 

 

나치의 철학적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또 하나는 나치의 새로운 현실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히틀러가 사랑한 철학자들의 명단에는 쇼펜하우어에 이어 니체, 바그너, 호메로스와 플라톤까지 들어있다. 이들 철학자들의 사상은 나치 건설이 목적이었으며 지성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대학의 침투가 도착점이었다.  독일인들의 민족 우월성에 입각한 정신 쇠뇌의 핵심설계자 역할은  로젠베르크와 보임러, 크리크에 의해서 완성된다. 히틀러가  대학을 조종하고 오래된 질서를 파괴해 가며 정신적인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유대인'이 목적이자 수단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33년부터 시작되어 1900년 말까지 이어진 유대인 말살정책은 히틀러를 시대가 낳은 철학자 총통이라는 수식어를 동반하게 만들었으며 , 독일의 정신은 곧 히틀러였다. 그러나, 히틀러의 정신적인 면에 물들지 않은 철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테오도어 아도르노, 발터 벤야민과 그리고 하이데거의 제자이면서 연인이였던 한나 아렌트 였다이 세명의 철학자와 인연이 많았던 친나치성향의  철학자 하이데거와의 이야기가 책 후반에 흥미롭게 펼쳐진다. (다큐 형식이라 술술 읽힌다.)

 

  

 저자는 철학이 윤리학에서 탄생했으므로 나치즘의 사상적 근거를 제공한 철학자들에게도 윤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 철학자들의 사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에 대한 반론으로 갈무리 하고 있다.  2013년 타계한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철의 여인이라 불리던 마거릿 대처는 같은 바람을 맞으면서, 한 척의 배는 동쪽으로 다른 한 척의 배는 서쪽으로 향한다. 어느 쪽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것은 돛을 어떻게 바꿔 다느냐에 달린 것이지 바람의 탓이 아니다.‘ 라는 말을 남겼다.  1900년대는 바다에 비유하자면, 바람과 강물의 유속이 지나치게 빠른 변화의 세기였다.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생존'과 '이념'과 싸워야 했던 불행의 세기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듯이) 그런 변화의 세기에 히틀러는 유대인 민족 말살이라는 돛을 내리고 이념과 사상이라는 바람을 불어넣었다. 배에 승선한 이들에게는 오로지 배가 신속하게 목표지점까지 도착하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 된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나치라는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서 승선한 사람들에게 '히틀러'는 항해수이자 조타수였다. 바람은 어디에나 불지만, 그 바람을 헤치고 가는 것은 배에 승선한 이들의 몫이 된다. 하나님의 성전을 사이에 두고 이념분쟁으로 서로 총칼을 겨누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하나님의 탓이라 할 수 없는 것처럼 단장취의(남의 시문 중에서 전체의 뜻과는 관계없이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을 따서 마음대로 해석하여 쓰는 일) 로 역사를 쓰는 일은 시대의 불행을 답습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히틀러와 그의 철학자들을 통해 독일의 철학가들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도덕과 철학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현대철학에  좋은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다.  독자로 하여금 사유케 한다는 것자체가 철학서의 본질일테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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