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 현암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리처드 세넷의 협력에 대한 탐닉으로 탄생하게 된 두 번째 책이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수년 전부터 작업 중이었던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 homo faber project>의 두번째 책이다. 호모 파베르란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을 말하는데 단순하게 도구를 사용한다는 개념 뿐만이 아닌 무언가를 만드는 made나 모든 사물을 다룬다는 faber 개념이다. 이 책은 그런 호모 파베르  '스스로를 만들어내는 존재인 인간, 즉 구체적 실천을 통해 생명을 만드는 존재'라는 고대적 인간관에서 끌어온 이름의 인간들이 개인적인 노력, 사회적 관계, 물리적 환경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사회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목표임을 서문에 밝히고 있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사회적 관계에서 인간이 가장 먼저 습득하게 되는 것은 타인과 '함께'하는 방법이다. 호모 파베르인 인간에게 '협력'이란 키워드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협력하려면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손'이다.

 

폴란드의 노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현대에는 모든 사물이  언제 어떤 식으로 고체화될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어떤 형태로 고체화된다하더라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현대를 '유동하는 근대(액체 근대) 라는 표현을 하였다. 이러한 집단적 불확실성과 개인적인 불확실성이라는 불안은 '문화적 획일화'와 '탈기술화'를 촉진 시킨다. '탈기술화'라는 용어는 산업 생산에서 복잡한 기계가 장인 노동을 대체하는, 즉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현상에서 유래한다.탈기술화는 사회 영역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물질적 불평등이 서로를 고립시키고 단기적 노동이 서로의 사회적 접촉을 더욱 피상적으로 만들며 타자에 대한 불안감을 발동시키게 되자, 좁혀지기 힘든 '차이'를 다루는 '기술'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복잡한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협력의 기술을 잃어버리고 있다. 협력의 기술을 잃어버리자 현대 사회에는 특별한 인성 유형, 요구가 많고 복잡한 사회적 참여 형태를 감당하지 못하여 움츠러드는 인성을 가진 인물이 출현하고 있다.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려는 욕구를 잃고 '비협동적 자아'가 된다.

 

불안정하고 빠르며 유동적인 삶의 흐름, 포스트모더니즘의 부상, 대학의 시장화, 국가의 기업화, 행정부의 축소, 가족의 해체, 거대서사의 조락등. 정치는 경제에 자리를 내주었고 사회는 주권적 개인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협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 어떻게 약해지는지와  강해지는지를 인류학과 역사, 사회학,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전체적인 협력을 탐구한다. 저자는 정치에서, 인류학에서,역사적으로 협력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으며  현대사회에 출현한 새로운 인성인 비협동적 자아, 복잡성과 차별성을 다루는 데 적합하지 않은 자아를 성찰한 후, '협력을 하나의 실기로서 탐구'하는 대화를 하고 있다. 이렇게 협력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저자의 탐구는 협력에 대한  단순한 공감이 아니라, 거리를 둔, 지성적인 감정이입에 기초하고, 변증법적 지양이 아니라 대화법을 통한 소통에 기초하며, 정치적 좌파가 아닌 사회적 좌파의 논리에 기초한다. (p12) 세넷이 말하는 '협력', '사회적 인간','호보 파베르'는 도구와 사물들과 한 몸이 되는 체화의 과정을 통해 자기 존중감을 가지고 사회적 인정을 획득하는 자를 말한다. 이 과정은 쉽게 말하면 인문학적 사고와 같다. 태어나면서 씌어지는 사회적 인간이라는 페르소나를 벗고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작업을 거친 후에는 다시 타인을 향하여 연대하는 과정처럼 협력 또한 자기 자신의 존중감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사람에게 두 손이 있는 이유를 하나는 자신을 도와주는 손이며, 다른 하나는 타인을 도와주는 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협력할 수 있다는 뜻과 같은 이치이다.  저자 덕분에 호모 파베르에 대한 흥미로운 여러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재능기부'가 새로운 봉사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재능기부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재능으로 얼마든지 봉사와 기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재능기부 또한 '협력'의 이름이다.  점점 개인화되고 탈기술화되는 현대 사회속에서 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는  세넷의 재능기부라 볼 수 있는 책이다.  현 사회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무조건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으로 인해  지적 호기심의 무한 충족과 지적 쾌감을 즐기게 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