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평점 :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익숙한 우리들은 돈으로 물건을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물건 뿐만이 아닌 '도덕'이라는 양심의 영역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덕'이라는 가치와 개념이 무감각 해져 있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가치관에 혼란을 느끼고 있으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도덕'이나 '정의' 가 아무 소용이 없음을 볼 수 있다. 불과 몇 년전 만해도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도덕성이 의심되는' 극심한 문제들이 많이 대두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한국 역시 돈으로 무엇이든 사고파는 시장경제에 깊숙히 물들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이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대해 15년간 철저히 준비하고 고민하여 완성한 역작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샌델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 사회가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서 시장사회(market society)로 옮겨갔다고 진단한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은 재화를 생산하고 부를 창출하는 효과적인 ‘도구’인 반면, 시장사회는 시장가치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으로 스며들어간 일종의 ‘생활방식’이다. 이것이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이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는 시장경제를 원하는가? 아니면 시장사회를 원하는가?
200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로 시장지상주의 시대는 통렬한 최후를 맞았다. 샌델은 이에 대해 냉철하게 재고하고 도덕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시대라고 한다. 시장에 대한 지나친 신념으로 인해 도덕적인 가치가 희미해지고 있고 월가의 점령시위와 티 파티 운동과 같은 정치적 결과에도 시장의 역할에 대한 반응은 미미하다. 따라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다루는 것은 수많은 경제적 사안들로 시장만능주의의 자화상과 같다. 돈과 시장이 개입함으로 해서 기존의 가치가 변질되는 것에 대해 주목한 것이다.
놀이공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과는 달리 돈을 지불함으로 새치기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사람들은 죄책감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는가?
아이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서 책 읽을 때마다 돈을 주는 행위는?
지구 온난화에 기여한 것을 상쇄하도록 기업들에 탄소 상쇄 정책을 하는 것은 돈을 지불함으로서 기업들은 환경오염에 대한 면죄부를 받은 것일까?
여성의 생식능력은 시장 거래 대상일까?
최근 수십년 동안 전통적으로 비시장 규범이 지배했던 삶의 영역에 시장사회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기존과는 달리 비경제적 재화에 가격을 매기는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도덕적 영역 안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샌델이 이 책에서 논하고자 하는 논지는 시장논리가 '도덕논리'로 되어야 하며 경제학자들은 도덕적으로 거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사고 판다는 인식이 깊숙이 자리잡으면서 위기의식을 거론하는 이유는 샌델은 두가지로 정의하였다. 바로 불평등과 부패이다.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면서 모든 것이 시장의 지배를 받는 현상은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이 분리되고 있다는 의미다. 모든 것이 상품화로 인해 돈이 중요해지면서 불평등 때문에 발생하는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두번째 좋은 것에 가격을 매기는 행위는 본래의 좋은 것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준호 《경제사》에서는 자본주의가 살아남은 것은 그것이 더 도덕적이고 더 이상적이어서가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덜 도덕적이고 덜 이상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현 자본주의 대안 담론이 부재한 상황에서 샌델은 우리에게 희망은 도덕적, 시민적 갱생에 대한 공적 담론의 장을 이끌어내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 샌델의 저서 <정의의 한계> 에서 ' 옳음에 대한 좋음의 우선성' 을 전제로 한 정의를 지향하는데 , 시장경제체제 또한 옳음의 완성을 위해 좋음의 관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그 '좋음'의 관점들이 어떻게 변질되는 지를 주목하고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는 그 변질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정의와 좋음을 연결하는 하나의 방식은 정의 원칙의 도덕적 힘이 특정 공동체 혹은 전통에서 채택되거나 폭넓게 공유되는 가치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두 번째 방식은 정의 원칙의 정당화가 도덕적 가치 또는 활용된 목적의 본래적 좋음에 달려 있음을 말한다. 이 원칙을 배제한 롤스의 자유론을 비판한 것이 <정의의 한계>의 논지였다. 이와 연계되어 읽게 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정의의 한계>처럼 학술적이거나, 어려운 철학용어는 없다. 오히려 칸트의 기본 테제를 이해하기 좋은 사례들로 인식되었다. 도덕의 가치가 사라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아주 좋은 화두를 던져 준 책이며, 돈보다도 '정의'와 '도덕'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를 깨닫게 해주며 시장만능주의가 아닌 시민강화시대가 도래하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