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칭찬받은 날은
키다리가 되었다가 

야단맞은 날은
난쟁이가 되었다가 

하루종일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다니며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 

그림자는
어떻게 알았을까
내 속마음을 

 

 - 이 성자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 전문 

 

 

내 키는 나도 몰라요   
 

                                  

 

        너 키가 몇 센티미터나 되냐?
        누가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나도 몰라요.
        내 키는 하루에도 몇 번씩 커졌다 작아졌다 하거든요.
        

 

       “몇 번 얘기해야 일어날래? 너 혼자 집에 두고 엄마 출근한다!” 
        엉덩이를 한대 맞고 일어나는 아침 
        내 키는 팍 줄어들고요.
        


       “청소한지 몇 분이나 되었다고 이렇게 어질러놓니? 다 갖다 버릴 거야!” 
        엄마가 내 장난감들을 정말 다 갖다 버릴 듯이 소리 지를 때
        나는 내 장난감 인형만큼 작아져요.
        


        느닷없이 엄마가 구구단을 외워보라고 시킬 때
        나는 또 작아지고요
        엄마 앞에 똑바로 서서 2단을 떠듬떠듬 외워보는 동안
        내 키는 자꾸 더 작아져가요.
        


       계속 이렇게 작아지기만 하냐고요?
      


        엄마 뽀뽀를 받고 잠에서 깨어나는 날엔
        키가 위로 쑥 자라기도 하고요.
        


        이제 안 갖고 노는 내 장난감 모아서 사촌 동생 가져다주자는 엄마 말씀에
        인형, 큰 조각 퍼즐, 도형 맞추기, 고리 걸기
 
        상자에 차곡차곡 모으고 있는 동안 내 키는 부쩍 자라나지요.
     


        잠자고 일어나 한번, 아침 먹고 한번,
        점심 먹고 한번, 목욕하면서 한번, 
        드디어 구구단 2단을 더듬거리지 않고 다 외우고 나니
        내 키는 또 커져있어요.
        


        내 키는 이렇게 커졌다 작아졌다 하거든요?
        그러니 내 키가 커 보인다고
        늘 그렇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내 키가 작아 보인다고
        항상 그렇게 작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by h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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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8-31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어쩜 이렇게 예쁜 생각을 하실수가....
느낌은 비슷한데, 님 시가 훨씬 와 닿아요~~~
장난감 인형만큼 작아진다는 표현 아 마음 아파라.
상상력 참 대단하십니다.

hnine 2010-08-31 15:28   좋아요 0 | URL
아래글이 제가 쓴 것인 줄 어떻게 아셨어요? ^^
사실 제가 쓴 것은 시라기보다 그림책 정도 원고라고 생각하고 쓴 것인데 기존에 발표된 어떤 시와 아주 똑같다는 말을 듣고 무척 당황한 일이 있었어요. 그 시가 바로 위의 시랍니다. 검색해보고 알았지요. 그래서 다른 분들이 읽으시기에도 그렇게 오해받을 정도로 똑같은지 궁금해서 올려봤어요.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니 감사드려요.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비로그인 2010-08-31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 모든 사람들의 키를 이 줄자로 재보고 싶다는 생각이...ㅎㅎ

hnine 2010-08-31 09:07   좋아요 0 | URL
우리의 줄자 자체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지 않을까요? ^^

비로그인 2010-08-31 09:29   좋아요 0 | URL
ㅎㅎ칭찬과 사랑이 잣대라면...
큰 사람은 다시 보게 될 것 같아서요^^

hnine 2010-08-31 15:57   좋아요 0 | URL
제가 위의 어줍짢은 글을 쓸때에도 생각 못했던 것을 마기님께서 댓글로 짚어주시는군요.
제 마음에 남을 말씀이십니다.

yamoo 2010-08-3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글입니다...동화작가로 나가셔도 될 것 같아욤^^

근데, 닉네임은 어떻게 읽는 건가욤...몰라서 하이네..라고 읽었는데..엣지나인이라는 분들이 대세더라고요..ㅋ 알려주세요~~헤~

hnine 2010-08-31 15:59   좋아요 0 | URL
동화작가는 저에게 너무나 먼, 꿈 같은 이름이랍니다. 그래도 그렇게 격려해주시니 감사드려요.
엣지나인? 와~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 그것도 멋있는데요? 어떻게 불러주시던 뭐 상관없습니다. h9을 풀어서 hnine이라고 정했으니 '에이치나인'이라고 불러주시는 분들이 가장 많으시던데 '하이네'라고 부르시는 분도 가끔 계셔요. 그래도 저 부르는 이름인줄 냉큼 알아듣는답니다 ^^

씩씩하니 2010-08-31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정말 너무너무 이쁘고, 재미있게 딱...아이들 마음 그것처럼 쓰신걸요..
저도 그림책 한권 꼭 써보고 싶다 욕심과 꿈은 있는데..
실제로 써본다거나 노력을 하지는 못한거 같아요~~~
님이 정말 부러워요~진심으로......
동화작가 님을 그려봅니다~~

hnine 2010-08-31 19:56   좋아요 0 | URL
아이쿠~ 부끄럽습니다 씩씩하니님.
어느날 그냥, 문득 생각나는대로 끄적거려본 것 뿐인데요.
그런데 어느분이 이것을 보고 기존에 나와있는 어떤 작품과 똑같다고 하셔서 기분이 좀...우울했었답니다. 저는 알지도 못했던 작품과 똑같다고 하니 황당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격려해주시니 감사드려요.
씩씩하니님도 시도해보셔요.

비로그인 2010-08-3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엣지나인님 ^^ (우왕 이 표현 잼있어요)

전 아래의 내용이 더 정겹고 그런데요. 근데 과연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과연 있기나 할까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도 다 닮은꼴인데 말이죠.. ㅋ

hnine 2010-09-01 17:38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저는 그 '엣지'있다는 이미지와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서요.
그냥 수더분한 아줌마의 인상이라면 모를까, 그런데 또 성격은 그렇게 수더분하지도 못하고...에이, 모르겠어요 ^^
아래의 글은 '시'라고 하기엔 너무 구구절절 설명적이지요. 아주 독창적이지 않으면 이런 경우에 또 부딪힐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말씀하신대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뭐 그리 많겠어요.

lazydevil 2010-08-3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편의 시 모두 잘 읽었습니다.^^
근데 부모님 앞에서 구구단 외우기..!
정말 스트레스 '만땅'이었던 거!! 아직도 생생합니다 ㅠㅜ

hnine 2010-09-01 17:41   좋아요 0 | URL
그건 정말 제 경험에서 나온 구절이지요. lazydevil님도 경험이 있으시구나~ ㅋㅋ
저는 그걸 중학교 들어가서까지 했다니까요? 구구단은 아니지만 영어 본문 외우기, 아, 진짜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그래요.

꿈꾸는섬 2010-09-0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잘쓰셨어요. 근데 위의 시랑 느낌은 정말 비슷하네요.^^

hnine 2010-09-01 17:43   좋아요 0 | URL
느낌이 비슷하지요? 위의 시를 쓰신 이 성자님은 동시집도 여러 권 내신, 많이 알려진 분이시더라고요. 훨씬 더 축약성도 있고 리듬도 살아있고, 이번 기회에 좋은 시인 한분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읽어주셔서, 그리고 쑥쓰럽지만 칭찬까지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같은하늘 2010-09-09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시는 간결한 맛이 있고, hnine님의 글은 세심함이 묻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