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님
- 김 동 명 -
아이야, 너는 이말을 몰고 저 목초밭에 나아가 풀을 먹여라, 그리고 돌아와 방을 정히 치워 놓고 촉대를 깨끗이 닦아두기를 잊어서는 아니된다.
자, 그러면 여보게, 우리는 잠간 저 산등에 올라가서 지는 해에 고별을 보내고, 강가에 내려가서 발을 씻지 않으려나. 하면 황혼은 돌아오는 길 위에서 우리를 맞으며 향수의 미풍을 보내 그대의 옷자락을 희롱하리.
아이야, 이제는 촉대에 불을 혀허라. 그리고 나아가 삽짝문을 걸어 두어라. 부질없는 방문객이 귀빈을 맞은 이 밤에도 또 번거러히 내 문을 두다리면 어쩌랴 !
자, 그러면 여보게, 밤은 길겠다. 우선 한곡조 그대의 좋아하는 유랑의 노래부터 불러주게나. 거기에는 떠도는 구름조각의 호탕한 정취가 있어 내 낮은 천정으로 하여금 족히 한 적은 하늘이 되게하고 또 흐르는 물결의 유유한 음율이 어서 내 하염없는 번뇌의 지푸라기를 띄워 주데그려.
아이야, 내 악기를 이리 가져 오너라. 손이 브르거늘 주인에겐들 어찌 한가락의 화답이 없을가보냐, 나는 원래 서투른 악사라, 고롭지 못한 음조에 손은 필연 웃으렸다. 하지만 웃은들 어떠랴 !
그리고 아이야, 날이 밝거던 곧 말께 손질을 곱게해서 안장을 지어 두기를 잊지말어라.
손님의 내일 길이 또한 바쁘시다누나.
자, 그러면 여보게, 잠은 내일 낮 나무 그늘로 밀우고 이 밤은 노래로 새이세그려.
내 비록 서투르나마 그대의 곡조에 내 악기를 맟춰보리. 그리고 날이 새이면 나는 결코 그대의 길을 더디게 하지는 않으려네.
허나 그대가 떠나기가 바쁘게 나는 다시 돌아오는 그대의 말 방울 소리를 기달릴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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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 ~ 1968 강원도 강릉 출생. 아호는 초허(超虛)
일본 아오야마(靑山)학원 사학부 졸업.
함흥 영성중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가 이대 교수로 감.
시집으로 [ 나의 거문고 ], [ 파 초 ], [ 하늘 ], [ 삼팔선 ], [ 진주만]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