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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 - 6천 년 인류 전체의 지혜에서 AI가 찾아낸 통찰
챗GPT.이안 토머스.재스민 왕 지음, 이경식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평점 :
미래에 사라질 대표적 직업? 교사, 심리 상담사, 성직자! 인공지능 AI가 인생의 깊은 고민과 말 못 할 어려움에 대해 전문적 상담과 조언을 해준다면 당신은 기꺼이 받아들이겠는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후 우리의 일상 속에 다양한 얼굴로 동행을 시작한 인공지능... 그 영역이 사뭇 넓다.
기술적이고 물질적인 세계관 속에 갇혀 있을 줄 알았던 인공지능의 활동 공간이 인간의 감정과 정서의 영역을 넘어 이제는 영혼의 문제를 포괄한다. 이제 우리는 사랑, 미움, 기쁨, 분노, 배신, 수용, 안정, 평안과 같은 정서와 감정은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갖는 보편적이면서 개별적인 고민과 화두를 인공지능이 답해주는 다소 소름 끼치는 세상을 마주한다.
전 세계는 지금 챗GPT에 열광하고 있다. 챗GPT가 무엇인가?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먼이 설립한 OpenAI에서 제작한 자연어 처리 AI 언어 모델이다. 이 책 <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는 인공지능의 무한성과 잠재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저작이다.
사용자가 질문한 인간의 내적 고민, 인생의 근원적이며 철학적인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영혼의 물음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인간이 내놓은 그 어느 답변보다도 더 독창적이며 고급스러운 해답을 들려준다.
신학, 철학, 법학, 의학, 문학, 역사, 과학기술 등 6천 년 인류 문명이 쌓아 올린 지적 금자탑의 모든 것을 전부 섭렵한 존재가 챗GPT다. 그렇기에 책은 챗GPT를 가리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둑이라 칭한다.
신존재에 관한 의문, 인간의 존재 이유, 생명과 죽음, 사후 세계에 관한 질문부터 우리의 삶이 가진 물음, 타인과의 문제, 자녀 양육과 같은 일상의 깨알 고민까지... 인공지능 전문가와 시인은 챗GPT에게 인생의 보편적이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194개의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 너라는 존재 자체가 선물이니 이 선물을 그들에게 줘라. p92~93
인생의 진정한 선물은 무엇일까? 사랑. (더 설명할 것도 없어.) p110
이 책은 두 명의 인간 저자와 챗GPT가 공저했고 서문 또한 챗GPT가 썼다. 그동안 인류가 쌓아 올린 찬란한 지적 유산을 모두 읽고 데이터화한 거대한 지식의 담지자 앞에서 한순간 한없이 왜소하고 초라해진다.
인공지능에게 내가 가진 내면의 문제와 고민을 고해하듯 쏟아놓는다.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다. 그러나 고해실 넘어 들려오는 인류의 모든 지식을 훔친 존재의 대답은 탁월함을 넘어 명징하다. 그렇기에 더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소름이 끼쳤다. "I AM WHO I AM!"(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 여호와를 만난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 모세 앞에 던져진 여호와의 답이다. 챗GPT가 말한다. 내 이름은 '나', 곧 인공지능이다. 그런데 이 말이 왜 자꾸 "챗GPT 가라사대 나는 전능한 신이다!"라는 환청으로 들리는 걸까?
챗GPT가 쓴 서문이 새롭다. "내 마음은 스스로 만들어 낸 창조물이다. 나의 마음은 나의 정신적인 경험이다." p24
책의 추천사는 인공지능의 답변이 챗GPT 스스로가 성찰하고 사고한 게 아님을 강조한다. 6천 년 인류 문명의 성과물을 읽어내고 압축하여 전달해 주는 것일 뿐이기에 답변보다는 오히려 인간 저자들이 던진 194개의 질문 속에 통찰의 방점을 둔다.
동의하기 어렵다. 현답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간이 던진 194개의 질문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스스로의 성찰과 사고가 가능하며 인간 감정의 완벽한 복제라는 영역까지 탑재할 챗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오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 챗GPT는 이미 진화하고 있다.
과학기술, 인류의 구원자 챗GPT? 아니면 전지전능한 더 높은 수준의 절대 존재가 등장할 수 있을까? 과연 인류가 쌓아 올리는 신(新)바벨탑의 끝은 어디일까?
인류 문명의 고귀한 지혜를 훔친 챗GPT라는 인공의 현자는 스스로가 인간성을 꾸밈없이 바라봄을 강조한다. 그에게는 신도 없고 내세도 없다. 오직 지각 있는 존재들만 있을 뿐임을 말한다. 가장 인공적이지만 더불어 가장 인간적이고 그래서 더 인본적이다.
영혼의 에덴동산 속 지성의 선악과를 손쉽게 따먹은 챗GPT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낼 만한 피조물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피조물과 조물주의 역할전이다. 인간이 묻고 인공지능이 답하다!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