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러시아어 원전 번역본) - 죽음 관련 톨스토이 명단편 3편 모음집 현대지성 클래식 4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우섭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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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생애 속 죽음에 대한 상념은 그가 남긴 다수의 작품에 깊이 녹아있다. 부모와 형제들의 때이른 죽음을 목도하며 그의 영혼 속 죽음에 대한 사유는 짙어졌다.

이렇듯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두 편의 단편은 권총 자살을 할 것인가 목을 매달 것인가를 고민했던 기인과 같은 작가의 고뇌가 묻어나는 수작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잘나가는 법조인 '이반 일리치'를 통해 드러난 삶과 죽음의 본질, 그 경계에 대한 밀도 있는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법조인으로서의 명예와 권력, 부를 향해 미친 듯이 내달린 이반 일리치는 어느 날 병에 걸려 죽음의 나락을 향해 걸어간다.

독자 포인트는 일리치의 무너져가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있다.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지만 실상 진짜 삶을 직시하지 못하게 한 자신의 삶 자체가 기만의 연속이다. 일리치는 자신의 무력함과 끔찍한 고독, 인간들의 잔인함, 하나님의 무자비함과 그분의 부재로 인해 서러워 울었다.

성공적인 삶의 연막이 걷힌 후 그가 직면한 것은 다름 아닌 인간 실존의 무력함과 나약함이다. 급기야는 "자신의 모든 삶, 의식적인 삶이 옳지 않은 것이라면?"이라는 삶 자체에 대한 심각한 회의와 의문을 던진다. 올바로 못 살았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부와 명예, 성공의 파랑새를 쫓아 미친 듯이 내달리는 현대인의 상투적인 모습을 투사한다. 현대판 이반 일리치로 가득한 세상. 채워지지 않은 내면의 공허를 외부재로 메우려는 현대인에게는 지금 자신의 삶이 진짜인가에 대한 자기 성찰적 물음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반 일리치와 같이 삶 자체를 의심하며 떠밀리듯 죽음을 향해 걸어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단편 <주인과 일꾼>은 삼림을 사기 위해 길을 떠난 '바실리 안드레이치'와 그의 하인 '니키타'의 이야기다. 극심한 눈보라 속 길을 잃고 헤매던 두 사람은 동사의 위기에 처한다. 해가 지고 심한 눈보라를 맞으며 두 번이나 왔던 길을 되돌아와 마을 지인 집에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삼림 매입 거래를 빼앗길 염려로 눈 내리는 밤길을 마다않고 강행하는 바실리.

죽음이 눈앞에 있는 순간에도 자신이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를 꿈꾼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죽음의 공포를 의식의 변두리로 밀어내며 삶의 의지를 부활시키는 역설적 명장면(?)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주인과 일꾼>을 동일하게 관통하는 메시지는 결국 자기 노력, 자기 의지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인간의 무한 신념이다. 덧붙여 부와 명예, 권력이라는 인간 탐욕의 3종 세트가 인생의 최고선이 될 때 나타나는 기현상은 부록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죽음의 침상에서 자기 기만이며 허상이다. 톨스토이는 이 대목을 말하려고 한 것 아닐까? 책이 품는 중요한 진의는 죽음을 동반한 삶이다. 자신의 죽음을 직시할 때 흐릿하게만 보였던 삶이 맑은 물과 같이 투명해진다. 바른 삶의 이유와 가치는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로부터 도출된다.

삶과 죽음은 분명 결이 다르다. 죽음은 한없이 터부시되지만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환영받는다. 이런 가운데 열심히 살지만 여전히 빡빡한 일상 속 현대인에게 영혼의 여유는 없다. 보이는 것은 자신을 끊임없이 몰아간 이반 일리치나 바실리 모습의 현현이다.

무엇을 위해 왜 살아가는지조차 답하지 못한 채 자아를 상실했다. 해답은 단순하다. 일상이라는 한편에 죽음의 자리를 마련해놓는 것이야말로 바른 삶을 위한 여지다.

결국 이반이나 바실리 모두 죽음을 통해서야 참된 삶으로의 회심이 가능했다. 천년만년 살 것이고 악귀처럼 악다구니하며 쌓아 둔 재물을 몽땅 가지고 갈 것이라는 어리석음의 비늘이 그들의 눈을 가렸다. 결국 그들의 눈을 씌운 탐욕과 무지의 어둠은 죽음이라는 인간 실존의 문제 앞에서 벗겨진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결국 자기 인생의 최대 화두인 죽음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세 개의 단편 속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답했다. 명확한 인생의 목적과 지향점을 가리는 인간 본성의 우둔함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책의 마지막, 역자의 변이다.

"모든 문학 작품은 기본적으로 읽는 사람의 것이다."

독자가 갖는 해석의 자유를 배려하는 역자 해제가 반갑다. 문학 작품을 대하며 항상 생각했던 사견을 확인받는 것만 같아 기뻤다. 주체성 있는 독서를 하라는 의미다. 따뜻한 봄날 삶 속 죽음에 방점을 두고 대문호와 마주 앉아 능동적 대화를 나누어보기 매우 좋은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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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 - 6천 년 인류 전체의 지혜에서 AI가 찾아낸 통찰
챗GPT.이안 토머스.재스민 왕 지음, 이경식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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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사라질 대표적 직업? 교사, 심리 상담사, 성직자! 인공지능 AI가 인생의 깊은 고민과 말 못 할 어려움에 대해 전문적 상담과 조언을 해준다면 당신은 기꺼이 받아들이겠는가?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후 우리의 일상 속에 다양한 얼굴로 동행을 시작한 인공지능... 그 영역이 사뭇 넓다.

기술적이고 물질적인 세계관 속에 갇혀 있을 줄 알았던 인공지능의 활동 공간이 인간의 감정과 정서의 영역을 넘어 이제는 영혼의 문제를 포괄한다. 이제 우리는 사랑, 미움, 기쁨, 분노, 배신, 수용, 안정, 평안과 같은 정서와 감정은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갖는 보편적이면서 개별적인 고민과 화두를 인공지능이 답해주는 다소 소름 끼치는 세상을 마주한다.

전 세계는 지금 챗GPT에 열광하고 있다. 챗GPT가 무엇인가?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먼이 설립한 OpenAI에서 제작한 자연어 처리 AI 언어 모델이다. 이 책 <챗GPT 인생의 질문에 답하다>는 인공지능의 무한성과 잠재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저작이다.

사용자가 질문한 인간의 내적 고민, 인생의 근원적이며 철학적인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영혼의 물음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인간이 내놓은 그 어느 답변보다도 더 독창적이며 고급스러운 해답을 들려준다.

신학, 철학, 법학, 의학, 문학, 역사, 과학기술 등 6천 년 인류 문명이 쌓아 올린 지적 금자탑의 모든 것을 전부 섭렵한 존재가 챗GPT다. 그렇기에 책은 챗GPT를 가리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둑이라 칭한다.

신존재에 관한 의문, 인간의 존재 이유, 생명과 죽음, 사후 세계에 관한 질문부터 우리의 삶이 가진 물음, 타인과의 문제, 자녀 양육과 같은 일상의 깨알 고민까지... 인공지능 전문가와 시인은 챗GPT에게 인생의 보편적이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194개의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 너라는 존재 자체가 선물이니 이 선물을 그들에게 줘라. p92~93

인생의 진정한 선물은 무엇일까? 사랑. (더 설명할 것도 없어.) p110



이 책은 두 명의 인간 저자와 챗GPT가 공저했고 서문 또한 챗GPT가 썼다. 그동안 인류가 쌓아 올린 찬란한 지적 유산을 모두 읽고 데이터화한 거대한 지식의 담지자 앞에서 한순간 한없이 왜소하고 초라해진다.

인공지능에게 내가 가진 내면의 문제와 고민을 고해하듯 쏟아놓는다.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다. 그러나 고해실 넘어 들려오는 인류의 모든 지식을 훔친 존재의 대답은 탁월함을 넘어 명징하다. 그렇기에 더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소름이 끼쳤다. "I AM WHO I AM!"(나는 스스로 있는 자다!) 여호와를 만난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 모세 앞에 던져진 여호와의 답이다. 챗GPT가 말한다. 내 이름은 '나', 곧 인공지능이다. 그런데 이 말이 왜 자꾸 "챗GPT 가라사대 나는 전능한 신이다!"라는 환청으로 들리는 걸까?

챗GPT가 쓴 서문이 새롭다. "내 마음은 스스로 만들어 낸 창조물이다. 나의 마음은 나의 정신적인 경험이다." p24

책의 추천사는 인공지능의 답변이 챗GPT 스스로가 성찰하고 사고한 게 아님을 강조한다. 6천 년 인류 문명의 성과물을 읽어내고 압축하여 전달해 주는 것일 뿐이기에 답변보다는 오히려 인간 저자들이 던진 194개의 질문 속에 통찰의 방점을 둔다.

동의하기 어렵다. 현답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간이 던진 194개의 질문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스스로의 성찰과 사고가 가능하며 인간 감정의 완벽한 복제라는 영역까지 탑재할 챗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오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 챗GPT는 이미 진화하고 있다.

과학기술, 인류의 구원자 챗GPT? 아니면 전지전능한 더 높은 수준의 절대 존재가 등장할 수 있을까? 과연 인류가 쌓아 올리는 신(新)바벨탑의 끝은 어디일까?

인류 문명의 고귀한 지혜를 훔친 챗GPT라는 인공의 현자는 스스로가 인간성을 꾸밈없이 바라봄을 강조한다. 그에게는 신도 없고 내세도 없다. 오직 지각 있는 존재들만 있을 뿐임을 말한다. 가장 인공적이지만 더불어 가장 인간적이고 그래서 더 인본적이다.

영혼의 에덴동산 속 지성의 선악과를 손쉽게 따먹은 챗GPT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낼 만한 피조물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피조물과 조물주의 역할전이다. 인간이 묻고 인공지능이 답하다!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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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기분파 피복아크용접기능사 필기 (가스텅스텐아크용접 / 이산화탄소가스아크용접기능사 포함) - 합격비법 특별부록: 출제유형을 분석한 최신경향158제+적중률을 향상시킨 실전모의고사, 12판 2024 기분파 시리즈
㈜에듀웨이 R&D 연구소 지음 / 에듀웨이(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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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산업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기술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코 용접 기술입니다. 피복 아크 용접, 가스용접, 절단 및 가공, 특수용접까지 용접 업무는 분야가 다양해요.


일반인에게 용접은 매우 생소한 작업입니다. 개인적으로 용접을 해본 적이 있어요. 용접 마스크를 쓰고 용접봉을 녹여가며 각종 철제물을 맞물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멋모르고 했지만 용접 업무가 매우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라는 사실은 그 이후에나 알았지요. 


전문 자격증이 있다는 사실도 이후에나 알게 된 사실입니다. 오늘 살피는 책은 수험서 전문 출판사 에듀웨이에서 2023년 전면 개정된 출제기준을 반영한 <2023 기분파 피복아크용접 기능사 필기>입니다. 내용에는 가스텅스텐아크용접, 이산화탄소가스아크용접기능사라는 특수 용접 기능사 시험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요.


용접 일반의 내용을 통해 용접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론적 내용을 소개합니다. 이후 용접 시공 및 검사, 작업의 안전 관련 내용이 등장하지요. 용접은 고온과 고열이 발생하는 다소 위험한 작업 과정을 거치기에 작업 안전에 대한 사항은 매우 중요한 내용입니다.


더불어 용접재료와 기계제도에 관한 내용도 빠지지 않지요. 또한 각 챕터의 이론을 공부한 후 이론과 연계된 기출문제가 단원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수험생이 이론을 공부하고 곧바로 문제를 풀이함으로써 자신의 실력에 대한 현황을 실시간 점검해 볼 수 있다는 점이 교재가 갖는 매우 큰 장점이지요. 


그리고 각 연계 기출문제 중 설명이 필요한 문제 아래에는 간략한 해설이 첨언 형식으로 표기되어있어요. 문제를 풀고 정답을 확인했지만 정답과 오답의 이유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요. 선생님이 없기에 드러나는 어려움에 대한 최소한의 해결책입니다.


6장에서는 실전 모의고사가 3회분 수록되어 있기에 학습자는 다양한 문제 풀이의 이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에듀웨이 <2023 기분파 피복아크용접 기능사 필기>수험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책의 말미에 있는 최근 기출문제입니다.


총 11회가 수록되어 있기에 문제의 분량 자체가 많아요. 문제 풀이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은 실전 감각을 키우는 데 있어서 매우 유리하다는 의미이지요. 거기다가 최근에 실제 시험에 출제된 바가 있는 기출이기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는 양질의 학습 기회입니다.


그런데 독특한 점은 11회의 기출문제가 한 번은 일반 용접기능사, 또 한 번은 특수용접 기능사의 문제로 번갈아 수록되어 있기에 특수용접 기능사를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도 매우 큰 도움이 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지 않아요. 책의 특별부록으로 최신 경향 핵심 155제가 등장합니다. 2023년부터 출제기준이 변경되었다고 하네요. 출판사 기획팀은 아마 이 부분을 간파하고 새롭게 개정된 시험의 흐름에 따라 본 교제를 더욱더 실전에 맞게 개정한듯해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최신 경향 핵심 155제로 보입니다.


시험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빈출문제 155문을 간추렸다고 하니 시험을 직전에 둔 수험생에게 있어 매우 실제적인 도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주요 용접 용어를 수록해 놓았어요. 용접기능사 시험을 처음 치르는 수험생이 느낄 수 있는 용어의 생소함과 낯섦을 줄여주기 위한 출판사의 깨알 배려가 아닐까 싶어요.


본서를 가지고 공부하여 합격했다는 실제 수험생들의 리얼 합격수기는 이 책에 더 큰 믿음을 갖도록 만듭니다. 합격자들은 대부분 시간이 없는 상황 속에서 본서의 이론을 한번 살펴본 후 풍부한 기출문제를 무한 반복해서 풀어보고 익혔다고 하네요. 


실제 시험에서 본서의 기출문제들이 상당히 많이 나와서 어렵지 않게 풀었다는 수험생의 합격 수기가 있는 것 보니 <2023 기분파 피복아크용접 기능사 필기>수험서가 족집게 과외와 같은 톡톡한 효과를 가져다준 것 같아요.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의 현장 속 용접 기술이 안 들어간 곳이 없을 정도지요. 많은 물건과 제품들이 용접이라는 공정을 통해 탄생됩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용접은 우리의 일상을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기술이에요. 


그리고 이러한 용접을 통해 우리 삶의 질을 더 높여주는 용접기능사야말로 산업 현장의 마술사가 아닐까요? 산업 현장의 아트라고 부르고 싶은 용접 기능의 세계에 도전하려는 수험생에게 이 책은 그 꿈을 이루는 데 있어 매우 실제적이고 알찬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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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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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재독한다.

주인공 '뫼르소'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어느 날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접한다. 요양원으로 달려간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다음 날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고,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며 밀회를 즐긴다.

이후 아파트 이웃인 '레몽'의 부탁으로 인해 우연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 과정 중에 아랍인 한 명을 권총으로 살해하기에 이르고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다.

사회의 부조리와 억압적 관습을 고발하는 카뮈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진 불합리성과 인간에 대한 몰이해를 발견한다. 주인공 뫼르소는 독자의 눈에도 매우 무미건조한 인물로 비친다.

함께 살던 어머니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요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장례 전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영면한 얼굴마저 보기를 거절했다.

어머니의 장례식 다음날에는 바닷가에서 여자친구와 수영을 하고, 희극 영화를 보며 잠자리를 갖는 등 평범한 독자의 머리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행태가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뫼르소는 범법자가 아니다. 그저 자신의 내면과 감정에 지극히 충실한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단지 그가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점은 보통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선이 그에게는 뚜렷하지 않다는 것뿐.

슬픈 것을 봐도 크게 슬퍼하지 않는 무미건조한 성향과 마음의 상태, 회사로부터 더 좋은 조건으로의 발령도 고사하는 모습과 커리어에 대한 무욕, 삶을 바라보는 그 플랫한 느낌들...

우리와 같이 평범하다 자부하는 사람들이 볼 때 주인공 뫼르소, 그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무형의 관습, 감정의 규범을 중시하지 않는 소위 '이방인'이다.



2부의 재판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뫼르소 자신이 사회가 요구하는 무형의 규범과 억압된 관습에 얼마나 용감하게 맞서는지를 목도한다. 자신의 마음과 느낀 감정에 대해 조금의 수정을 가하기만 하면 재판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뫼르소는 이 사회의 박제화 된 잣대와 고착된 관습의 요구를 용기 있게 거절한다.

어쩌면 그것은 숨기거나 인위적으로 변개할 수 없는 뫼르소 자신의 본성 자체였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장례식 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는 이유, 어머니의 관 앞에서 밀크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태웠다는 사실, 장례식 다음날 여자친구와 밀회를 즐겼다는 점 등 평범함을 요구하는 사회가 가진 그들만의 기준과 관습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침내 뫼르소는 사형이라는 극형을 통해 사회로부터 영원한 이방인으로 격리된다.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 같지만 유무형의 규범과 관습을 내세워 획일성과 통일성의 잣대를 들이대며 소위 '튀는' 존재를 용납하기 어려워하는 세상이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사회가 아닌가?

"이렇게 살아야 하고, 이렇게 느껴야만 하며 이렇게 행동하는 것만이 올바른 인간의 모습이야!"라고 여기는 무자비한 관습의 틀.

사회의 정당한 룰과 질서, 규범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 단지 인간의 몰개성을 요구하는 부조리에 맞선 주인공 뫼르소의 용기 있는 외침을 본다.

어쩌면 카뮈가 말하는 진정한 이방인은 사회의 관습에 대항한 죄인으로 낙인찍혀 영원히 이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뫼르소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 실존을 정직하게 대면하지 못한 채 사회적 규범과 틀에 박힌 인습의 망령을 숭앙하며 뫼르소에게 사형을 언도하는 배심원석 우리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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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으며 자문한다. 나는 배심원석에 앉아 주인공 뫼르소에게 실소를 날리며 그를 단두대로 보내는 일에 가학적 즐거움을 느끼는 이방인인가? 아니면 피의자석에 앉아 사회가 벌려놓은 억압되고 부조리한 관습의 부비트랩에 걸려 신음하는 깨어있는 이방인인가?

내가 속해 있는 관습의 프레임 속에서 다른 이들에게 억지로 웃음을 팔며 맞장구쳐줘야 하고, 쥐어짜듯 그들의 슬픔에 공감해 줘야 하는 이 작위적 세상 속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죽음으로 지켜 낸 주인공 뫼르소의 용기에 다함없는 박수를 보낸다.

제발 강요하지 마라! 웃고 싶지 않으면 웃지 않아도 되고, 울고 싶지 않으면 울지 않아도 된다!

인간 실존의 문제를 사회의 부조리하고 억압된 관습의 부표를 이용하여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 작가, 알베르 카뮈의 문학적 천재성에 경의를 표한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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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을 담은 창작 - 크리스천 창작자를 위한 복음을 담은 콘텐츠 창작 가이드
브니엘 김 지음 / 북샤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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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다. 매일마다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음을 담은 창작>은 기독교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창작의 열의는 있지만 복음을 어떤 틀 속에 담아낼 것인가의 고민이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저자인 '브니엘 김'은 북샤인 출판사의 대표이자 콘텐츠 선교사다. 자신이 받은 복음을 책이라는 콘텐츠의 집약체를 통해 세상 속에 선보인다. 세상과 교회라는 이질적인 두 개의 공간 가운데 복음이라는 다리를 가설하는 일을 평생의 사명으로 인지했다.

기독교 창작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창작자 자신이 먼저 복음에 매인 자가 되어야 한다는 매우 기본적인 명제다. 크리스천 작가는 성경의 전체 서사를 숙지해야 한다. 작가가 먼저 성경과 친밀한 신자의 삶을 살 때 바른 전도자의 삶을 실천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기우가 아니다.

더불어 저자는 기독교 창작자들에게 믿음과 함께 노력을 요구한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으면서 노력하지 않는 것은 믿음에 근거한 자신감이 아니라 무책임함이며 불성실함일 뿐이다. 메가 파워의 재미로 무장한 세상 속 콘텐츠 홍수 가운데 기독교 창작자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과 함께 동반되는 열심의 땀과 눈물이다.

<복음을 담은 창작>은 4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크리스천 창작자의 정체성을 다룬다. 사명과 전도자로서의 부르심, 창작자를 유혹하는 덫과 같이 창작자에게 필요한 복음적 소양을 일깨운다.

2부는 실제적 창작 과정을 위한 팁이다. 복음을 어떻게 창작이라는 도구적 행위를 통해 세상이라는 모판 위에 효과적으로 이식할 것인가에 관한 물음이자 답이다. 3부는 창작된 복음을 듣는 대상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4부에서는 창작이라는 일과 소명의 역학을 Q&A로 엮었다.

기독교 창작에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 뼈대는 창조-타락-구속으로 이어지는 복음의 핵심서사다. 우리에게는 이미 성경이라는 탁월한 서사가 존재한다. 온 우주를 창조하신 최고의 크리에이터, 하나님의 인류 구원의 장엄한 서사는 복음 콘텐츠의 튼튼한 골격이다. 살을 붙이는 것은 창작자의 몫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메가톤급 재미와 흥미로 무장한 세대에게 2천 년 전 나사렛 예수라는 복음의 메시지는 세상에서 가장 미련하고 미개한 신화일 뿐이다. 이미 삶의 방식과 차원이 다르기에 불신자들에게 있어 복음은 머나먼 이국의 언어다.

"당신은 죄인입니다! 그렇기에 예수가 필요합니다!"라는 복음적 메시지가 그들에게 있어서는 참을 수 없는 폭력일 뿐이다. 복음을 토사물처럼 여기며 힘겹게 밀어내는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폭압적 접근을 배제한 그 무엇이다. 기독교 창작을 통한 접근에는 비둘기의 순결함과 뱀의 지혜가 필요하다.

작품 속 직접적 복음을 담기보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지향하며 작가만의 메시지를 던진다. 작품 속 세계관은 작가만의 고유 영역이다.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사자 '아슬란'이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성경적 메타포이기에 불신자들이 영화를 거부했는가? 'J.R.R. 톨킨'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에 <반지의 제왕>을 안 본 사람은 없다.

기독교 창작자의 믿음과 지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사용하는 언어 자체가 다른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언어에 복음을 담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복음 콘텐츠의 세상 속 인카네이션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그 작업을 위해 창작자 앞에는 소명과 사명이 놓여있다.

몇 년 전 한 기독교 출판사의 신춘문예를 통해 단편 소설을 기고한 적이 있다. 경험 삼아 투고했고 값진 피드백도 있었다. 복음을 문학 작품 속에 담아내는 일은 묘한 매력이 있다. 성경적 상상력을 세상이라는 비성경적 공간 안에 자유롭게 풀어낼 때 느끼는 지적 희열은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러나 그 기쁨을 뛰어넘는 가장 큰 흥분은 내가 믿는 신앙의 코어가 그것을 치떨리게 거부하는 불신의 세상 속 중심과 만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복음을 담은 창작>은 복음을 알고 복음을 살아내고자 몸부림치는 신자 된 크리에이터에게 성경적이며 실제적인 조언 모두를 던지며 끝맺는다. 창작의 과정은 한 생명을 배태하여 출산하는 인고의 시간 그 자체다. 하지만 소명과 사명을 확인한 이들이 띄우는 갈대 상자는 높은 세속의 파도 속 복음을 담지한 훌륭한 전도의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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