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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선생님은



- 신통한 다이어리 지음 -

 

큰 선생님은 제대로 가르치길 원했다. 하지만, 그것이 좀처럼 쉽게 되지 읺았다. 큰 선생님은 어딘가에서 아주 신난 적이 있는데, 그 삶이 어떤 것이 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큰 선생님은 가죽소파에 앉았는데, 아주 편안했다. 그러나 너무 편안한 소파는 큰 선생님을 힘들게 했다.

힘들게 한 인생은 큰 선생님에게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아주 거대한 것들이 큰 선생님에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언젠간 헤어져야 할 그 녀석들이 문을 두드리며 큰 선생님을 찾고 있었다. 때로는 최선을 다한 삶이더라도, 큰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다.

그 녀석들이 들어와서 퀴즈를 냈다. 퀴즈를 내더니, 그 녀석들은 쇼를 하기 시작했다. 역시, 그 녀석들은 뭔가가 다르다. 역시, 내게 그 녀석들은 소중한 한 무리의 난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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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고속도로에서는 새들에게 우선권이 있다

 

 

새들이 떠나는 고속도로에서는

백킬로미터 이하라는 푯말이

심각한 웃음을 띠고 그들을 통과시킨다

아직

보도블럭 위의 설치된 간판들은

제 몫을 다해 멋대로이다, 가는 길

움직임마다 놓인 피사체.

비상(飛上)하는 저들의 힘찬 날개짓.

승리지상주의가 짓밟힌 흔적들.

짓밟힌 것은 저 사람,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법.

끝없이 변화하는 법.

머물 곳을 찾아보지만

이미 한번 돌아간 도로에

후진은 없다. 유턴도 없다.

가끔 지나치는 간판들

모두 들떠서 아롱거리다가

서민들을 위한다며 일렬로 일렬로,

함께 고속도로를 탄다

 

모든 고속로에서는

질주하는 자유만이 있다.



목욕탕-개화(開花) 

 

 

 

  거품 부풀린 탕 속의 물뿌리, 깊게 흘러 넘쳐, 가장자리 섬세한 물결을 이룬다. 배관(配管)의 낡은 통로로 오래 묵은 때들이 배설(排泄)된다. 탕 안 가득 자연 향내 하수구로 흐른다. 동트는 날마다 게워지는 향내 뒤 아픔 서성이는 물살이 소리 없는 폭력을 행사한다. 탕 안 가득 움츠린 사람들 종일 지쳐 때묻은 마음의 문을 열고 자랑스럽게

  아들의 때를 밀어주는 아버지, 거품 부풀려 한 올 두 올 얽어가는 때타월의 심심한 액체, 요란한 방울 소리로 흘러내린다. 세월 따라 흐르는 어르신들의 걸죽한 입담, 탕 안 가득 메우고 절제된 수증기 절제된 온도 절제된 사랑. 까르륵 소리와 함께 흘러 비워져가는 마음. 창문으로 들어찬 어둠이 내내 흐렸던 하루를 잠재운다.

 

 

2

 

  소리 없이 아침이 들어찬다. 밤새 헤어진 꼭지 틀어 새해는 콸콸콸 넘쳐 흐른다. 텅텅 빈 탕 안 가득, 한 주름의 물결이 맑은 마음 주르륵 배수구로 흐른다. 한 줄기 밝은 물줄기 맑게 비추어 아름다운 탕 안,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조용하다. 밤새 움츠렸던 사람들 비로소 기지개를 켜면, 희망 가득 안은 인사 나누는 얼굴에 미소 가득하다, 거품

  사라진 탕 속의 물뿌리 흘러흘러 야위었던 시간이 채워져 간다. 흐르는 물결이 다시 일어서고 껄껄껄 걸죽한 웃음소리 절제되어 탕 안 가득 번진다. 세월이 매만진 자리, 새로 쌓인 때들이 물뿌리에 실려나간다.

 

 

3

 

  탕 안의 비좁은 창가 겨우 비집고 힘차게 뻗은 하얀 빛줄기, 비로소 햇살을 인식할 때쯤 떠오른 아아 한 줄기 저 강한 마음.

 

물살에 부풀은 새해가 힘찬 포효로 일어서고 있다



구름 속 산책

 

 

창문 밖

 

새가 날아오른다 하늘에는 구름 비춘 콘크리트 공사가 마악 시작되었다 공중 낮게 비명지르는 펜텀기 눈을 빛내며 공사장 아래를 지나간다 무너지는 집집마다

최강(最强)의 지진(地震)21세기의 빨간 불을 밝혔다 닫힌 손잡이 밖으로 한숨이 지하(地下)의 표면(表面)에서 웅성거렸다 저마다 하나씩의 두려움을 안고 공중에서 쏟아지는 비명소리에 가슴 졸이며 마지막 피난장소 구름 속으로 사람들 산책을 한다 터질 듯한 수증기

 

구름 속

집을 짓는다

 

구름 위 날아드는 새떼들 지상(地上)의 기억 밖으로 응집된다 물방울 기초공사를 마무리 지으며 회색빛으로 물든다 창문 밖

비가 내렸다 공사가 중단된다 공사의 계단마다 부실이 우글거렸다 공중 위 떠도는 철재(鐵材)들이 부도를 몰고다녔다 빗방울 위선(僞善)의 지상(地上)에 직격탄을 떠뜨리며 튀어올랐다 바람이 공사장을 휩쓸고 창문 밖

 

구름 속에서 누군가 산책을 한다






모든 고속도로에서는 새들에게 우선권이 있다·2

 

 

겨울도 아닌데 창가에 또는

거리 곳곳에 서리가 붙는다

혹독한 장마와 수해

그리고 가뭄의 여름을 보낸 뒤

비로소 내리는 가을,

감전이 두렵지 않은 듯 태연하게

전깃줄에 발을 감싸안는 까치 한 마리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의 앞으로 번식기를 맞은 듯한 참새가

참새를 쫓고 있다

올해도 추위가 빨리 찾아왔군, 애써

태연한 말투로 중얼거리는 관리소 아저씨의 홍조(紅潮).

여름 내내 공원을 가득 채웠던 비둘기,

평화를 상징하는 파출소 모퉁이에서 간혹

아직 떠나지 못한 이들만 모이를 쪼아댈 뿐.

그 비둘기를 따뜻하게 응시하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입담도 들리지 않는다

 

새들이 떠나는 고속로에서는

100킬로미터 이하라는 푯말이

조금은 일찍 찾아온 추위에 당황해

심각한 웃음을 띠고 그들을 통과시킨다

 

흐린 날씨 탓에 어둠은 조금 더 일찍

잔디 사이사이로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파트

건물 주택 상호들이 차츰차츰 불을 밝히면

아직 남아있던 새들도 스스로 사라져간다

나무나무마다 들려져 있던 낙엽들.

밤이 오는 강한 바람에 휩쓸리고

추위를 가리지 않고 한겨울을 보내는 텃새는

부랴부랴 집을 짓는다 겨울도 아닌데

 

철새들은 벌써부터 보색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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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의 글자로 세우는, 안녕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다리 하나 빠진 소파와 흔들의자,

회색이 때묻은 구르미 의자는

4만원으론 기름값도 안 나온다며

볼멘소리로 7만원을 부르는

두 남성의 손에 내팽개진다

트럭 위를 따다다닥 구르는 사이

돌아온 이불 속의 나체는

블로그 속을 걸어다녔다

아까운 건 다 그 안에 있지

물이 샘솟을 터이니

네 삶의 중요한 부위를 내어주어라

삶이 쭈뼛한, 어떤 警句(경구)

폐기되는

세 마리의 글자는

빛줄기 恨殺(한살)에 잠을 자던

벽 속의 세상으로 遺棄(유기)되어

안녕, 이라는 새로운 인사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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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오래도록 차창 밖 바라보면

내게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

끊임없이 불어오지만

너만은 그런 바람, 아니기를 바라.

 

이득 없는 싸움들

수시로 저 밤을 밝히고

잠시 스쳐가는 질투의 화신

매일 밤 내게 불 지르지만

네게는 차마, 그럴 수 없어

 

흐르는 계곡처럼 잔잔하고

도시 둘러싼 산맥처럼 포근하고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처럼

부드러운 내가 되어

 

너를 쉬어가게 하고 싶어

네가 편히 쉴 수 있는 가슴이 되어

 

그렇게 너를 안아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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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한낮 땡볕 햇살 내 눈 쑤셨다

어깨 앉은 빗줄기 한가닥 내 몸 밝혔다

우르릉 쾅 내 삶 무너지는 소리 들렸다

무심코 내려오는 빗줄기 내 사랑 적셨다

다른 끝을 찾는 사람들의 분주(奔走)한 세상

아침에도 저녁에도 내 영혼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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