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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의 0

 

전창수

 

빛이 빛을 쪼여 한낮의 모든 걸 매기고 있다 그 빛은 내게 모든 걸 다 주려 하진 않고 있어 나는 빛에게 말한다 내게 바람을 달라 내게 비를 달라 내게 구름을 달라 그 빛은 그럼 나는 당신에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주어야 하느냐고 무작정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바람을 쐬러 모두에게 나아가기 시작했는데, 푸르른 하늘이 나를 반기는 척 하더니, 이내 숲의 저편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어느 순간 내가 갈 수 있는 모든 곳에 머물렀고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더니 이야기는 저 바다 너머 어딘가로 떠나겠다고 했다

 

자꾸만 허둥대기만 하는 어떤 날에 슬픔이 슬픔이 아니게 된 어느 날에 사랑을 하기만 하고 싶던 그 날에 나는 삶이라는 아주 흔한 것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더 이상 아무도 내게 이야기를 붙이지 않게 될 그 날이 올 지도 모른다고 바다에게 투정했더니 바다는 그럼 나는 너의 무엇을 보아야 하느냐고 내게 묻고 있었다

 

아주 오랜 후 어느 날 나는 바다 위에서 햇살을 받으며 바람을 맞고 있었는데 그것은 꿈인 듯 지금인 듯 나중인 듯 했다 그리고 내게 닥쳐온 그 지금은 어느 덧 내가 지금까지 이야기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는 달라진 나중을 이야기하려 했는데 지금은 내게 꿈이냐고 꿈인 거냐고 나는 맞을 거라고 맞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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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바람 제 1 화 자신의 생명을 버리신 예수님

 

 

1. 모든 사람이 구원받길 원하시는 예수님

 

아주 오래 전에 우리 곁에 오신 예수님이란 분이 저희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돌아가시고는 부활하신 다음에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예수님은 왜 그렇게 하셨을까요?

 

예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를 원하기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다고 자신의 모습이 형편없다고 자신은 구원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분, ! 들지 마시구요! 그냥, 믿으시면 구원은 제가 아니라 예수님께서하실 예정이시니제 글에 귀 좀 빌려주시면 땡큐!

 

사실, 고백하자면요, 저도 그런 적이 있습니다. 제 모습이 너무 형편없어서, 그리고 제가 내세울 게 하나도 없어서, 그래서 저같은 사람을 예수님이 사랑해 주실까 하는 걱정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예수님은요, 저를 사랑하시는데 아무 조건이 없다고 계속해서 제게 말씀하고 계셨었고, 지금도 제게 나를 사랑하는데 아무런 조건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나의 모습 그 자체로 사랑하신다고요.

 

그 사랑의 증거가 무엇이냐고요?

 

그 증거를 구체적으로 말하라면 말할 수가 없지만, 이렇게 말씀드릴 수는 있어요. 저의 마음이 불안해질 때마다 예수님께 뭔가 아뢰면, 예수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게 계획이 다 있다, 라고요. 어떤 순간에라도 믿고 따르면, 분명 너를 들어쓰시리라, 하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누군가가 저의 이 글을 보고 그래, 예수님을 믿자, 라고 결심하셨다면, 그것이 저를 들어쓰신다는 증거가 될 거 같은데요이 글을 보시고, 에잇, 하고 도망치려 하시는 분, 여길 봐 주세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Please~~~

 

 

 

2. 복음과 사랑과 믿음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목적을 혹시 아시나요? 목적이라고 하니, 예수님이 왠지 세속적 욕망을 쫓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는데, 앞의 의미를 잘 새겨보시면, 그것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저의 좁은 소견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첫 번째로 복음. 복음은 예수님 믿기를 전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의미가 되는데, 이유가 뭐냐구요? 사람은 누구나 죽잖아요. 살아서 행복하고 죽어서 행복한 것이 가장 좋은데, 살아서 고통스럽다면, 죽어서는 조금 편한 삶을 살고 싶지 않겠어요? 죽은 후의 삶이 편하고 행복하다면 죽음이 두렵지 않을 거예요.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은 이후의 삶이 두렵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죽어가는 과정은 조금 두려울 수도 있어요. 그건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죽어가는 과정도 편안하게 해 달라고 자꾸 예수님께 기도하고 아뢰면 죽어가는 과정도 편안해지는 어느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그러다가 죽어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된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겠어요? 그래서 예수님이 사람을 사랑하는 목적은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기를 바라는 의미가 되죠.

 

두 번째로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기 원하세요.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고 누군가를 위해서 기도하고 교회에서는 설교와 찬양을 통해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게 되죠. 사실은요, 고백하자면요, 저는 이런 사랑 잘 전하지 못해요. 왜냐구요? 제가요, 경제적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아직까지는 뭔가 확실하게 정해진 뭔가가 없거든요. 그래도, 제 나름대로 사랑을 전하고 싶은 게 있어요. 바로, 예수님의 사랑이죠. 예수님은 저를 무척 사랑하지만,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니까요. 저요? 저는 예수님 같은 사랑은 못하죠. 제가 예수님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예수님의 뜻을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죠.

 

세 번째로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요. 예수님을 믿으면 마음이 산뜻해져요. 마음이 산뜻해져서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막 들어요. 예수님의 뜻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한 뭔가를요. 그리고 겸손해지려고 노력하죠. 예수님은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섬기러 왔다고 말씀하셨어요. 예수님의 이 섬기는 마음이 느껴진다면, 예수님처럼 겸손해지려고 노력하게 되죠. 그런데요! 아무리 노력해도 예수님처럼 겸손해지기는 어려운 거 같아요. 그래도, 노력은 해 봐야 되지 않을까요? 저도 많이 노력하려고 애써 보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게 하나 남았어요.

 

우리의 행복은 영원하기를 바라는 예수님의 마음, 예수님의 사랑을 알게 된다면, 예수님을 믿지 않을 수 없을 걸요!

 

 

조금은 긴 거 같은데요. 예수님이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시고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 바로 이런 것. 결국은, 모든 사람이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는 것을 아신다면, 우리의 예수님을 믿고 따라야 할 뚜렷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제가 예수님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죠! 전에는 예수님께서 저를 시험하시는 게 아닐까 해서 원망도 많이 해보고, 투정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요. 결국에는 저는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수밖에 없게 되었어요. 저 자신도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니까요.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그걸 바라고 계시니까요. 그럼, 예수님 바람 1화는 이걸로 마칠께요! 다음 시간까지, 좋은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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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이미 로그아웃되었는지도 모른다

 

 

1.

 

시버, 시버, 시버

 

나의 아들인 그 녀석은 연신 싫다는 표현을 하고 있었다. 뭐가 싫으냐고 물어봐도, 제대로 된 대답을 기대하기는 그른 저녁이었다. 이 녀석이 자꾸 왜 이러지? 내가 방송에 나온 게 싫다는 건가, 내가 싫다는 건가, 아니면 밥을 먹기 싫다는 건가? 나는 녀석에게 다시 물었다.

 

아들! 싫은 걸 말을 해야지? 엄마가 잘 모르겠어서 그래.”

시버, 시버, 시버

 

아들은 꺼져 있는 TV를 바라보면서, 차려놓은 밥은 쳐다보지도 않고 연신 싫다고만 했다. 도대체 이 녀석이 왜 이러는 걸까.

 

아들? 밥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시버, 시버, 시버

 

도대체, 이 녀석이 오늘 왜 이러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녀석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밥은 안 먹을 거야?”

머거 머거시버 시버

 

그러면서, 녀석은 밥을 흘겨넣은 채, TV를 계속 바라보았다.

 

“TV 켜줄까?”

시버, 시버, 시버

 

아들 녀석은 계속해서 싫다고만 할 뿐, 그 이상은 말하려 하지 않았다. 아들은 계속해서 밥을 먹으면서 꺼진 TV만 바라볼 뿐, 더 이상의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

 

 

2.

 

오늘은 발달장애 아들을 돌보면서 10년을 살아온 공공이의 엄마 설상희씨를 모시고,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설상희씨, 발달장애 아들을 벌써 10년째 돌보고 계시는데요,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제 아들인데, 힘들기는요. 아들이니까, 사랑스럽기만 하죠.”

그래도,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은 드는데요?”

, 그러신가요? 오히려, 저는 아들을 사랑하기에 같이 있는 게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회자님은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 정말로 아들을 사랑하시는군요. 제가 잘못 생각한 거 같습니다.”

 

생방송에서 발달장애 아들을 두고 있는 설상희씨의 방송은 그렇게 어색하게 종료되었다. PD는 빨리 다른 화면으로 돌리라고 재촉하였고, 설상희씨와의 인터뷰는 부랴부랴 마무리되었다.

 

 

3.

 

공공이 엄마, TV에 나왔네?”

, 봤어?”

근데, 인터뷰를 뭐 이렇게 빨리 끝냈어?”

글쎄, 원래 질문하기로 되어 있는 게 있었는데, 시간관계상 여기서 생략한다고 하면서 빨리 끝내 버리네?”

, 그런 거지? 어쩐지. 너무 싱겁게 끝나 버려서.”

싱거웠어? 인터뷰가?”

아니, 방송이.”

방송이, ?”

많은 발달장애 어머니, 아버지들, 그리고 발달장애인 센터 원장님들께서 잔뜩 기대하고 계셨는데, 몇 마디 하고 끝났잖아? 너무 싱겁게 끝나버려서 아쉬웠대.”

, 그래? 인터뷰를 좀더 길게 하자고 말을 할 걸 그랬나?”

, 다음에 혹시 또 나갈 기회가 있으면 좀 길게 하자고 해.”

, 그래야겠네.”

 

 

4.

 

남편이 들어왔다.

밥은?”

먹었어.”

먹었는데, 일찍 들어왔네?”

배고파서.”

저녁은 안 해도 돼?”

아들 녀석은 먹었어?”

, 대충 먹었어. 계속 싫다고만 하네.”

뭐가?”

나도 모르겠어. 아까 엄마가 TV에 나온 걸 보더니, 그 다음부터 계속 싫다고만 해.”

“TV는 껐어?”

, 껐어. 자꾸 싫다고 해서 껐더니, 그래도 계속 싫다고만 하네. 뭐가 싫다는 건지 모르겠어.”

그래? 왜 그러지.”

그런 다음, 남편은 말없이 옷을 갈아입더니, 자기 서재로 들어가려 했다.

책 보려고?”

아니.”

그럼?”

그냥 쉬고 싶어서

응 그래

, 쉴게.”

.”

 

 

5.

 

공공이 엄마, 오늘은 TV에 안 나와?”

글쎄, 인터뷰는 하루로 끝나는 거 아냐?”

출연료는 얼마나 받았어?”

“30만원.”

에게? 고작 그거?”

작은 건가?”

어떤 사람은 인터뷰 한번 하면 3천만원도 받는다던데?”

, 그래? 작은 거구나.”

그래, 다음에 또 나가게 되면, 출연료 좀 많이 달라고 해봐.”

그래야겠네.”

 

 

6.

 

아들, 오늘 또 왜 그래?”

공공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엄마를 쳐다보았다.

시버, 시버, 시버

도대체 왜 그래? 왜 자꾸 싫다고만 해?”

나의 신경질에 아들 녀석은 금세 눈물을 글썽거리시 시작했다.

시버, 시버, 시버

아들 녀석의 눈물에 잠시 마음이 동하기도 했으니,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아들, 다음부터 싫단 말 하면, 엄마도 더 이상 아들하고 대화할 마음 안 생겨.”

그러자, 아들 녀석, 글썽이던 눈물을 터뜨려 버렸다. 그렇게 서럽게 울던 모습을 본 건, 내가 공공이를 본 이래 처음이었다.

 

 

7.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고?”

밤새 울었는데,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아침에 그냥 맛있는 반찬 해줬어.”

그게 다야?”

, 다른 때보다 반찬에 더 신경을 썼어.”

그랬더니?”

한참 울던 애가, 반찬을 먹더니, 뚝 그치더라구.”

그리고?”

더 이상 시버, 시버, 시버이 소리를 안 해

왜지?”

모르겠어. 도대체 얘 왜 이런 거야?”

우리도 모르겠어.”

난 지금까지 공공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하면 정말 모르겠어.”

그러게, 왜 그랬을까? 궁금하다.”

공부를 좀 더 많이 해야 할 거 같아.”

공부?”

심리학 공부?”

아니, 발달장애인에 대한 공부.”

?”

모르니까.”

심리나 상담에 대해 공부해야 하는 거 아냐?”

그런가?”

아닐 거야. 발달장애인에 대한 책도 나올 거야.”

그걸 본다고?”

그래야 할 거 같아.”

뭐가 맞지?”

모르겠어.”

일단, 공부를 해 보고 난 다음에 결정하자구. 뭘 공부할지는.”

근데, 이거 같이 하자구?”

싫어?”

싫어.”

넌 또 왜? 왜 공공이처럼 말하고 그래?”

싫다는 게 공공이 같은 거야?”

, 아닌 거 같은데.”

그러게.”

그래서, 공부 안 할 거야?”

난 안 해.”

?”

왜 싫냐고?”

.”

 

 

8.

 

남편이 출근하려고 서재에서 나오고 있다.

밤새 거기 있었어? 거기서 잔 거야?”

.”

?”

그걸 말해야 돼?”

말하기 싫어?”

?”

그냥.”

 

 

9.

 

다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그런 일이 있었어?”

, 다혜는 안 와?”

여기 있으면, 공부 같이 해야 할 거 같다고 자기는 오기 싫대. 공부 끝나거든 부르래.”

그래?”

.”

그리고

이 말 해서 미안한데.”

우리도 공부 안 해.”

???”

하기 싫어서

 

 

10.

 

아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다가, 이내 웃음을 보였다. 그러다가 또 다시 시버, 시버 시버를 하더니, 다시 괘안아져쪄라며, 괜찮다는 말을 하였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 있는 요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오늘은 뭐 해 주까?”

마싰는 거, 마싰는 거, 마싰는 거.”

알았어, 맛있는 거 해줄게. 그럼, 맛있는 거 같이 찾아볼까?”

 

녀석이 연신 깔깔대며 냉장고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냉장고 속에는 앞으로 익혀가야 할 많은 요리들이 대기 중이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생각지 않기로 했다. 냉장고 안에서 들리는 소박한 소음들이 하나 둘 나의 마음에 들리고 있었다. 그렇지! 녀석, 그것 때문이었구나. 이제야 이해한 녀석의 마음이 내게도 들려왔다. 나는 또 하나의 결심을 하였다. 그 결심은 내게 공공이를 더욱 더 이해하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냉장고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 한편에는 남편까지 들어 있었다. 공공이의 해맑은 웃음소리는 길게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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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앞의 소멸

 

전창수

 

 

어느 누구가 되든, 그대 앞에 무언가 있다면 나는 그대에게 묻겠소. 이 사람이 맞나요? 이 물건이 맞나요? 당신은 무언가를 대답하겠지. 그렇다면, 당신은 이렇게 대답하겠지, 라고 나는 추측하겠소.

 

어느 날 내 앞에 그가 나타나 저 말을 하던 어느 순간, 나는 그에게 이 단어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그럴까? 그렇다면? 그래서? 그러면? 그런 건가? 그리고 그에게 이 단어들의 속뜻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그 말이 정말이오? 그렇다면, 나는, 나는.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정말 모르고 묻는 것인데, 당신은 왜 그렇게 우물쭈물 하고 있나요? 그가 계속 우물거렸다.

 

그는 별걸 다 기억한다면서, 계속 우물거렸고 나는 내가 뭘 기억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에게 별 투정을 다 부리고 있었다.

 

그대 앞에 무언가가 있다면, 나는 그대에게 묻겠소. 이 사람이 정말 맞나요? 이 물건이 정말 맞나요? 당신은 무언가를 추측하겠지. 그렇다면, 당신은 이렇게 추측하겠지, 라고 나는 대답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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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른 나뭇가지

햇살에 타들어간다

너를 바싹,

태우고도 남을 세월

 

벽이 있다



2

 

성냥개비 쌓아간다

널 기다리는 동안

완성된 탑

 

무심코 흘린 한숨

무너져 내리는.



3

 

 

 긴긴 세월 대답없는 너에게 나는 조금씩 지쳐간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너의 인내도 인내지만 이제는 나도 너를 배우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답 없던 네가 대답하기 시작했다 내 인내력이 극도(極度)에 달해 네 대답을 더 이상 강요하지 않는 내게 넌 대답한다 너의 대답은 그것이었구나 바로 그것이었구나 오늘도 침묵하는 너는 어둠 속에서 저 맑은 세상을 바라다본다




0시 속() 0

 

 

 

현재 시각 0시 조금 지나

귀뚜라미, 울지 않는다

창밖, 이미 떠 있는 달은

이별을 삼키고 날아가는

슬픈 새다

나는 알지 못하는 시간

허공에 뜬

해돋이가 선명하다, 어둠 속에서

귀뚜라미 울지 않고, 현재 시각

0시 조금 지나

과거로 돌아간 이별도

슬픔으로 남지 않는다.

저 혼자 우는 달,

저 혼자 뜨는 해,

세상이 비춰진 곳에서는

이별을 슬픔이라 말한다.

세상의 뒷골목에서

날지 못하는 새

목마른 울음에 지쳐간다,

나는 알지 못하는 시간

0시를

조금 지난.





목욕탕-개화(開花) 

 

 

 

  거품 부풀린 탕 속의 물뿌리, 깊게 흘러 넘쳐, 가장자리 섬세한 물결을 이룬다. 배관(配管)의 낡은 통로로 오래 묵은 때들이 배설(排泄)된다. 탕 안 가득 자연 향내 하수구로 흐른다. 동트는 날마다 게워지는 향내 뒤 아픔 서성이는 물살이 소리 없는 폭력을 행사한다. 탕 안 가득 움츠린 사람들 종일 지쳐 때묻은 마음의 문을 열고 자랑스럽게

  아들의 때를 밀어주는 아버지, 거품 부풀려 한 올 두 올 얽어가는 때타월의 심심한 액체, 요란한 방울 소리로 흘러내린다. 세월 따라 흐르는 어르신들의 걸죽한 입담, 탕 안 가득 메우고 절제된 수증기 절제된 온도 절제된 사랑. 까르륵 소리와 함께 흘러 비워져가는 마음. 창문으로 들어찬 어둠이 내내 흐렸던 하루를 잠재운다.

 

 

2

 

  소리 없이 아침이 들어찬다. 밤새 헤어진 꼭지 틀어 새해는 콸콸콸 넘쳐 흐른다. 텅텅 빈 탕 안 가득, 한 주름의 물결이 맑은 마음 주르륵 배수구로 흐른다. 한 줄기 밝은 물줄기 맑게 비추어 아름다운 탕 안,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조용하다. 밤새 움츠렸던 사람들 비로소 기지개를 켜면, 희망 가득 안은 인사 나누는 얼굴에 미소 가득하다, 거품

  사라진 탕 속의 물뿌리 흘러흘러 야위었던 시간이 채워져 간다. 흐르는 물결이 다시 일어서고 껄껄껄 걸죽한 웃음소리 절제되어 탕 안 가득 번진다. 세월이 매만진 자리, 새로 쌓인 때들이 물뿌리에 실려나간다.

 

 

3

 

  탕 안의 비좁은 창가 겨우 비집고 힘차게 뻗은 하얀 빛줄기, 비로소 햇살을 인식할 때쯤 떠오른 아아 한 줄기 저 강한 마음.

 

물살에 부풀은 새해가 힘찬 포효로 일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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