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키즈 -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젊은 날의 자화상
패티 스미스 지음, 박소울 옮김 / 아트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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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중후반의 입구와 1970년대를 출구로 한 긴 터널을 지나는 기분을 느꼈다. 아마도 저자의 꾸준히 써둔 일기 덕분으로 짐작되는데, 생생한 묘사와 시적인 문장 그리고 음악이 흐르는 터널. 대개 터널 속은 공기가 나빠 창문을 올려 잠근다. 하지만 이 터널은 창문을 끝까지 내리고 바깥으로 팔을 내밀고 바람을 느끼고 싶다.



뉴욕의 첼시 호텔, 맥스 캔자스 시티 클럽과 그 속의 예술가들(지미 핸드릭스, 밥 딜런, 재니스 조플린)을 마주치고 얘기를 나누는 장면을 읽을 때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패티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랑과 우정, 예술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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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메고 다니는 백팩 속에는 항상 시집과 우산이 들어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삼단으로 접힌 우산은 태아처럼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태아는 태어나는 순간 세상의 밝은 빛에 울음을 터트리지만, 내 우산은 빛이 그치고 비가 내리는 순간 기지개를 켠다.


  어둠의 바깥은 또 다른 어둠이라고 생각했다. 슬픔의 바깥이 슬픔이듯.


  가방을 매고 걸을 때마다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났다. 우산이 내는 울음소리다. 내가 길에 남기지 못한 발자국을 우산은 나대신 남긴다. 밤에는 그 소리가 무서워 애써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곤 했다. 전철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참 길었다. 


  우산이 펼쳐놓는 어둠의 오 분. 나에게는 그 시간이 "슬픔이 없는 십오 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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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돌 숨비소리
신경림 외 지음 / 걷는사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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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 꽃잎이 떨어진 길을 걸었다. 아기띠를 매고 캥거루처럼 조심조심 걸었다. 제비꽃은 얼었고 한낮인데 아득히 어두웠다. 아직 차가운 봄바람이 떼어놓을 듯 달려들었다. 앞서 간 그이는 보이지 않았다. 길을 잃어버린 걸까. 출발점에서 만나자고 했던 그이의 말을 잊어버린 걸까. 잘게 부서진 두려움이 피를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살아야 한다. 살아아 한다. 아기는 비눗방울 속에서 푸른 잠을 잔다. 그림자 속에서 그림자가 날아간다. 참억새 무성한 길에서 접어든다. 바람을 타고 우리를 부르는 것은 누구입니까. 아기는 쌔근쌔근 잔다. 이마에 땀이 난다. 잠이 바람이 밀리고 있다. 종점이고 원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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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
밴디 리 엮음, 정지인.이은진 옮김 / 심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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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제1부(트럼프 현상)은 트럼프가 그동안 보여준 언행에 대해 정신분석전문가, 정신의학자 등이 자신들의 임상경험과 실제 트럼프를 겪으면서 느꼈던 실례를 들어 트럼프를 진단하고 있다. '억제되지 않는 극단적 현재 쾌락주의'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자기애성 인격장애' 증상을 보인다는 서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가 '여우처럼 미친 척하는 것' 혹은 '진짜 완전히 미친 것' 둘 중 어느 것이든 그것이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를 섬뜩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잠재적인 시한폭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제2부(트럼프 딜레마)는 '골드워터 규칙' 때문에 정신의학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직접적 진단 시도를 자제해왔거나 그 사실을 모른 체 해 온 사실을 언급한다. 극악무도한 살인자가 신부 앞에서 오늘 저녁 특정인을 죽일 거라는 고해성사를 했을 때 신부가 그 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려야 하는지, 비밀유지의무를 지켜야 하는지와 같은 의무의 충돌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전문가들은 골드워터 규칙을 비판하는 입장과 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외부에서 트럼프의 언행을 통해 일반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우회하기도 한다.



3부(트럼프 효과)는 트럼프 당선과 그의 정치적 언행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미국인들의 증상과 그 치유방법, 트럼프가 여전히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 안보,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미국 대통령에 관한 문제라 우리 국민과 동떨어진 문제라고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남북, 북미 간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한미 FTA같은 사안에서도 트럼프의 결정과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민에게 앞으로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나르시시즘 점수가 높을수록 탄행을 당하거나 "권력과 지위를 남용하고, 하급자들의 비윤리적 행동을 용인하며, 도둑질하고, 규칙을 왜곡하거나 위반하고, 탈세하고, 혼외정사를 벌일" 확률도 높았던 것이다.'(94쪽) 같은 구절을 보자. 국정을 농단하고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과 친인척 등 가까운 이들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고, 그 잘못을 타인에게 전가하고, 법을 어겼음에도 반성없는 대통령의 모습은 남일이 아니다.



타자를 통해 나와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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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 페미니스트가 말하는 남성, 남성성, 그리고 사랑
벨 훅스 지음, 이순영 옮김, 김고연주 / 책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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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법원 조직은 사기업에 비해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초반에 남성에 대한 군가산점제가 폐지되면서 여성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에 합격했다. 최근 몇 년동안 남녀 비율은 거의 비슷해졌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도 장려하는 추세이고, 휴가와 휴직으로 인한 불이익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남자공무원들의 육아휴직도 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5급 이상의 관리자 직군에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추세로 볼 때 15년에서 20년 정도 지나면 상당수 여성이 관리직군에 편입되면 조직문화가 또 변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까지 시간만 지나면 양성평등은 저절로 이루어지는가? 가장 보수적인 조직은 결국 사회적인 분위기와 구성원의 의식변화에 영향을 받아 정책을 사후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남성인 내가 이 책에서 말하는 '가부장적 남성성'(미국의 '제국주의 백인우월주의 자본주의 가부장제'와는 조금 의미는 다르겠지만)을 버리고 '온전함(intergrity)'와 상호성과 성평등성을 고양하는데 답이 있을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듯, 페미니즘은 여성을 위한 이론이 아니다. '페미니스트 남성성'을 갖춘 남성성을 갖추면 성장과정부터 지금까지 남자들에게 금기시 되어 온 것들, 예를 들어 울음을 터뜨리거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대중 앞에서 표현하는 것 등을 비롯해 보다 적극적인 인간으로 재사회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도 피해자 프레임이 아니라, 여성은 남성들(아버지, 남편, 아들, 친구)과 함께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으므로 남성들의 감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기도 하며 이에 적극 동의한다.



두려움과 강압은 사랑과 공존할 수 없다. 분노 대신 사랑으로 망가진 관계의 울타리를 세우면 상실과 강박으로부터 우리 모두 온전함과 안전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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