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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
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감자, 참치와 시금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트버스키와 카너먼은 1974년 <사이언스>를 통해 '기준점 효과'를 제시했다. 기준점 효과는 일명 '닻내림 효과'라고도 한다. 이는 배가 어느 지점에 닻을 내리면 그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근처를 맴도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미리 각인된 정보를 기준점으로 삼아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감자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적도 부근이다. 16세기 대항해 시대에 스페인 사람들이 유럽에 전파시켰다. 사람들은 감자가 음침한 땅속에서 자라고, 성경에도 나오지 않는 다고 하여 '악마의 음식'이라고 부르며 기피했다.
감자의 싹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소가 있는데, 이를 제거하지 않고 먹을 경우 배탈이 나기도 했다. 이런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인해 감자는 처음에는 돼지 사료나 전쟁 포로의 식량으로만 사용되었다.
인류가 참치를 먹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인들조차 지방이 많은 생선이라는 이유로 참치를 즐겨 먹지 않앗다. 기름기가 많은 생선은 스시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기준점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1970년대 들어 고급 생선으로 대두되기 전까지 참치는 고양이를 비롯한 애완동물 사료용으로만 이용되었다.
또한 시금치는 우연한 실수로 잘못된 기준점을 갖게 된 식재료다. 1870년 독일의 에릭 본 볼프는 여러 식재료에 대한 성분 조사를 하면서 시실수로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을 10배나 높게 기록했다. 실제 시금치의 철분 함유량은 100그램당 3.5밀리그램 수준이지만, 이를 잘못 표기하여 35밀리그램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로 인해 시금치는 줄곧 높은 철분을 함유한 야채로 인식되었다.
저자는 감자, 참치와 시금치가 기준점 효과를 벗어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획기적인 혁신과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형성된 기준점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렇듯 이 책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활용해서 경제의 기본 원리를 들려준다. 그는 원래 경제학을 전공했다. 경제학과 경영학에 대한 학위도 있다. 산업디자인도 공부했다. 저자는 현재 KDI 전문연구원,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을 맡으며 강연과 기고, 저술 활동을 겸하고 있다. 이미 2012년에 펴낸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는 히트를 친 바 있다. 내가 보기에 저자 만큼 팔방 미인도 없겠지 싶다.
이 책의 기본 재료는 '의식주(衣食住)'다. 이걸 풀어 내면 '입다/먹다/짓다'가 된다. 저자에 따르면 의식주와 관련된 여러 문화나 현상들은 그 태동부터 경제원리를 투영하고 있다. 사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문제는 단 하루도 우리의 삶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이처럼 우리에게 너무나도 일상적인 것이 되어버려 더 이상 왜 그렇게 되었는지, 왜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가령 언제부터 웨딩드레스는 흰색이었는지, 우리가 즐겨 먹는 탕수육과 환타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결혼할 때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는 이유는 무엇인지
에 대해 으레 그러려니 생각해 왔다.
이 책은 다양한 경제 원리를 알기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경제는 곧 '의식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니 한결 실감이 난다. 나아가 우리 사고의 기준 틀을 깨는,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실마리로도 더없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