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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 과열
로버트 쉴러 지음, 이강국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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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로버트 쉴러는 현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버블 형성과 붕괴, 서브프라임 사태 등 굵직한 경제현상을 정확히 예측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이 책 초판이 나온 2000년 직후 주가가 폭락해 닷컴 버블이 종말을 맞으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책 개정판은 2005년에 나왔다. 당시 버블 경제 붕괴의 여파로 미국 주식 시장은 6조달러 이상을 잃었고, 전체 가구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는 약 40퍼센트 폭락했다. 저자는 5년 뒤, 10년 뒤에도 경제는 계속 침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쉴러 교수의 책이 거의 10년 전에 나온 것이다 보니 이런 의문이 든다. 지금 읽게 되면 혹시 시류에 때늦은 것은 아닐까?

 

내가 읽은 소감으로 말하건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책에서 어느 시기의 경제 동향과 금융 흐름에 특정된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반적인 경제 위기와 관련된 여러 변수에 관해 포괄적으로 다루기 있어 그간의 부침을 되짚어보는 데 유용하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시장의 버블을 일으킨 구조적 요인들을 분석한다. 2부는 투기적 버블의 구조를 더욱 강화하는 문화적 요인들을 고찰하며, 3부는 시장 행태의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적 요인들을 살펴본다. 4부는 시장의 버블을 정당화하는 학자들과 대중적인 저자들의 시도에 대해 분석하며 마지막으로 5부는 투기적 버블이 개인 투자자와 기관, 그리고 정부에 대해 가지는 함의에 관해 살펴본다.

 

저자에 따르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9612월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앨런 그린스펀에 의해서였다. 그가 평범한 연설에서 사용한 두 단어에 대해 시장이 보인 반응은 비이성적 과민(irrational hypersensitivity)’이었다 해도 좋겠다. 이후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용어는 투자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폭락과 폭등을 아우르는 정식 용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2000년 들어 주식 시장이 고공행진하자 비이성적 과열이 다시 대두한다. 즉 지금 주가가 실질 경제를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비이성적 과열이라 부를 만한 어떤 영향의 결과인지에 대해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쉴러 교수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시장 변동의 진정한 결정 요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시장의 변동이 경제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성찰해 보기로 결심한다.

 

그는 주식 시장과 주택 시장을 포함한 모든 투기적 시장에 적용되는 버블의 이론을 탐색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선 버블 경제를 유발하는 촉발 요인이 있다. 가령 인터넷 붐, 온라인 거래의 성장, 공화당 의회 그리고 자본이득세의 감세 등은 역사적인 폭등이 시작될 때 발생한 사건들이었다. 또한 확정기여형 펜션플랜의 성장이나 뮤추얼펀드의 성장, 인플레이션의 하락 그리고 거래량의 증가 등도 분명 관련되어 있다.

 

촉발 요인들이 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이끌기 위해서는 이 요인들의 효과를 퍼져나가도록 조장하는 증폭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그중에 하나는 투기적 버블이다.

그렇다면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문화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이 있다.

 

문화적 요인도 가세하게 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뉴스 매체다. 저자는 언론은 대중의 관심과 사고의 범주를 만들어내고 우리가 목격하는 주식시장과 투기적 사건들이 발생하는 환경을 창출한다고 지적한다. 일종의 자기충족적 예측(self-fulfilling prediction)이다. 즉 뉴스 매체가 영향력을 끼치고자 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흘리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비단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두드러진다.

 

저자는 문화적 요인에 의해 진실과 왜곡이 교묘히 조장될 때 어떻게 일관되고 독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인간의 능력과 본성에 관한 우리의 관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즉 마음먹기에 따라 홀릴 수도 있고,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기운이 빠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심리적 요인은 어떻게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저자에 의하면 사소하고 거의 보이지 않는 앵커들이 결국 시장의 수준을 결정하고, 투자자들의 과신이 이 앵커들의 영향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무리짓기 행위와 사고의 전파 등 정보캐스케이드 현상은 비합리적인 집단의 행동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한다.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두 차례의 경제·금융 위기는 글로벌 위기와 무관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쉴러 교수의 진단과 해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비록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직관과 이성의 충돌을 화해시킨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저자가 12장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해법들은 어쩌면 원칙적인 수준에 그칠지도 모르겠다. 가령 통화정책은 부드럽게 버블을 억제해야 한다’, ‘여론 주도층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 ‘기관들은 발전적인 거래를 장려해야 한다등은 원론적인 도덕률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보편성이 특수성보다 더 잘 설명할 수도 있는 법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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